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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3

        

         

       서울에는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라는 특별한 시설이 존재했다.

       이능을 수련하려는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며, 동시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요람이기도 한 곳.

       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학교에 모인 이들을 성장시키고, 단련시키며 새싹들이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거목(巨木)이 되도록 교육하는 공간이다.

         

       그런 곳이니만큼 이곳의 시설은 훌륭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지원금부터 시작해서 이곳에 입학하는 힘 있는 사람들의 기부금까지.

       그 모든 것이 학교 시설에 고스란히 투자되었으며, 투자한 금액은 최고의 설비와 최신 기술로 빚어져 감히 ‘한국 최고’라는 말을 입에 담아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 되었다.

       

       『 – 공사 중 –

       시설을 수리 중이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 – 경고 –

       해당 지역은 위험 구역입니다.

       붕괴, 낙석, 오염, 에너지 역류 등의 재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출입을 엄금합니다. 』

         

       『 카메라 녹화 중.

       해당 지역에 출입하지 마십시오.

       외부인의 경우 법적 조치가 있을 수 있으며, 학교 관계자의 경우 징계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그러한 ‘한국 최고’의 시설을 가지고 있는 학교에도 흠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폐허처럼 변해버린 한 시설의 앞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공사 중이니 들어오지 말라는 팻말부터 시작해서, 무슨 살인이라도 벌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위험. 출입 금지.’라는 말이 인쇄된 테이프가 통로와 문을 칭칭 감고 있고, 그 주변에는 학교에서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경고문이 대문짝만한 크기로 인쇄되어 붙어있다.

       심지어 누군가 출입하는 것을 막으려 드는 것인지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으며, 그 카메라를 피해서 한 발짝이라도 들어갈라치면 요란한 경고음이 울려 퍼지기까지 한다.

         

       아무리 위험하다고는 해도 고작 학교에 있는 시설인데,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게 만드는 광경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테이프로 이루어진 금줄을 넘어서게 되면 진법에 빠져들게 된다.

       그것도 학생들이 만들어낸 아마추어 수준의 물건이 아니라, 정말로 실전에 쓰일법한- 교사와 전문가들이 펼쳐낸 미로.

       

       죄다 타버려 잿더미가 되어버린 살풍경한 복도와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 정도로 가득 메운 매캐한 재의 냄새. 그 두 가지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며 갇힌 이를 탈진시켜버리는 미궁진이 그 안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학생 수준에서는 절대로 파훼할 수 없는 수준의 절진이었다.

       물론 함부로 ‘절대로’라는 수식어를 붙여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학생 수준에서 파훼할 수 없는 수준은 분명했다. 그 증거로 ‘뭐? 부실 근처에 이런 비밀 공간이 있었다고? 와 이거를 구경 못 하게 한다고? 이걸?’, ‘비밀기지는 못 참지!’ 같은 말을 내뱉으며 침입을 시도하려 했던 학생들이 전부 붙잡혔기도 했고.

         

       그리고 잡힌 학생들은 경고문을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었다.

       벌점, 사회봉사, 학교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말이 적히는 대신에 그들은 반강제적으로 방학 때 열리는 「 극한 환경에서의 육체의 통제 」와 「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련법 」이라는 이름의 보기만 해도 불길함이 팍팍 느껴지고 개고생을 할 것만 같은 내용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게다가 더 불길한 것은 그 수업을 맡은 사람이 외부 초청 강사- 심지어 특수부대 출신의, 힘든 곳에서 구르고 굴렀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외형의 사람이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개고생이 예정되어 있다고 밖에 할 수 없으리라.

       심지어 이 수업은 방학 때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그 고통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었고.

         

       하지만 이 처벌 아닌 처벌의 힘 덕분일까?

       어지간히 간덩이가 부은 사람들조차 방학이라는 소중한 시간에 개고생을 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짊어지려 하지 않았고, 그 덕분인지 처음에 잡힌 이들을 제외하고는 ‘화재가 일어났던 숨겨져 있던 공간’은 잘 통제가 되어가고 있었다.

       뭐, 더 자세히 따져보자면 학교 측에서 ‘화재가 일어난 곳은 부실이 있던 건물을 관리하는 관리실이었다.’라는 소문을 퍼뜨린 것, 부실을 아예 다른 건물로 옮겨버리고 그 건물 자체의 출입을 막아버리는 강경책을 사용한 것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의 한 공간에 화재가 일어났다는 것, 그 공간이 잘 통제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음에도 수리하거나 재건하는 대신에 그저 통제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이는 이상한 일이다.

       돈이 없어서 빌빌대는 학교도 아니고, 비리가 넘치고 무능한 사람들만 쏙쏙 들어찬 학교도 아니다.

       학교 측에서 예산을 조금만 쏟아부으면 충분히 수리를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정부에 요청만 하면 직접 나서서 수리해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국가 전체를 뒤져서라도 그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을 모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결한 뒤에는 화재가 언제 일어났냐는 듯 말끔하게 원상복구를 시켰을 것이다. 아주 빠르게 말이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곳은 잿더미가 되어버린 그대로다.

       녹아버린 시설들, 새까맣게 재로 뒤덮인 복도, 지금까지도 맡을 수 있는 매캐한 냄새들까지.

       수리라고는 조금도 하지 않은 것이 느껴지는 풍경이라 이거다.

         

       절진을 설치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면 수리를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옳은 일일 텐데….

         

       그렇기에 몇몇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 학교가 왜 이렇게 굼뜨지? 』

         

       『 뭐 안에서 이상한 거라도 발견됐나? 』

         

       『 문화재나, 유물이나 뭐 그런 거? 』

         

       『 누가 무슨 빼돌린 돈으로 금덩이라도 사서 묻어뒀나 봐? 』

         

       『 아니면 뭐 시설에 문제나 비리를 발견해서 조사하려고 내버려 둔 거 아니야? 』

         

       『 도둑이라도 들어서 시설을 뜯어갔나? 』

         

       그리고 이러한 학생들의 의문은 놀랍게도 맞는 부분이 있었다.

         

       저 통제 구역 안에는 ‘무언가’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風狸鋼鐵.

       

       頭滾莊.

         

       화재에 녹아버린 금속 기둥들.

       한때는 어떠한 설비의 일부였을 구체 하나.

         

       중국산 임을 증명하듯 멋들어진 한자가 박혀있는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러니 학생들이 아무 생각 없이 떠들었던 말 중에 ‘안에 이상한 것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은 분명히 맞았다. 그리고 금덩이는 아니지만 텅스텐을 비롯해 온갖 합금들이 안에 있었으니 ‘금덩이라도 묻어뒀나.’라는 말 역시도 맞았고.

         

       그뿐이랴?

       정말 놀랍게도 ‘도둑이라도 들어서 뭔가를 가져갔나.’라는 말 역시도 맞아떨어졌다.

         

       그것이 바로 이곳이 이렇게 비밀스럽게 통제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고.

         

       하지만 비밀이라는 것은 완벽할 수 없는 법이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했고, 세상의 이치 밖에서도 그러했다.

         

       둘 이상이 알고 있는 비밀은 그 순간이 비밀이 아니게 되는 것이라는 말?

       물론 맞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

       초월종, 초월자라고 불리는 존재에게 사랑받는 계약자 중에서, 비밀이라는 영역에서는 말 그대로 초월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세린.

         

       비밀과 관련된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계약자.

       그녀의 앞에서는 비밀이라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군침을 돌게 만드는 먹잇감일 뿐이다.

       비밀스러운 것, 숨겨진 것을 탐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참기 힘든 욕구로까지 발전한 수준이었으니까.

       도저히 그것을 살펴보지 않고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복잡해…. 너무 여럿이 얽혀 있어….’

         

       [ 그래서 더 좋지 않으냐? ]

         

       ‘으응…. 뜯어보는 재미가…있어!’

         

       그렇기에 이세린이 이 시설에 얽힌 비화(祕話)에 파고들게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박진성이 쑥대밭으로 만들고 난 뒤 몰래 잠입해 인공영약인 ‘여우 구슬’을 취한 것?

         

       ‘여우 구슬 프로젝트’, 혹은 ‘요호보주초인육성굴기(妖狐寶珠超人育成崛起)’라 불리는 비밀스러운 한중 공동 합작 프로젝트의 존재를 알게 된 것?

         

       그 프로젝트에 한국의 ‘홍익애국단’이 얽혀있으며, 자기 집안은 쏙 빠져 있다는 것?

         

       물론 그것 자체도 너무나 흥미로운 이야기이며,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과다.

       하지만 가볍게만 파고들어도 흥미로운 것이 가득한 이 주제를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이세린은 도저히 이것을 그냥 넘기지 못했고, 배가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비밀을 파헤쳐야겠다는 듯 그레모리에게 매달렸다. 비장의 수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레모리는 서툰 애교로 이 비밀을 알 수 있게 해달라는 소중한 계약자의 떼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그렇게 이세린이 그레모리에게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배운 애교들을 선보이고, 심지어 율동까지 더하는 등 다방면으로 떼를 쓰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알게 된 것은-

       그래. 정말로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조금만 파고들면 한국과 중국 정부가 모르는 프로젝트…라고 위장하고 있지만- 거기서 더 파고들면 두 국가의 정부 모두 간접적으로 얽혀있고…. 서로서로 견제하고 방해하거나 상대측의 세력을 회유하거나…이중 스파이도 만들고…. 응. 정말 재밌어.’

         

       파고들수록 나오는 색다른 내용.

       심지어 그 내용이 어지간한 첩보 영화 뺨치는 내용이기까지 하다.

       두 자릿수의 세탁을 거치면서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두 정부,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이들을 회유하기 위한 두 정부의 피 말리는 암투, 너무 은밀해서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당사자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힘겨루기와 파벌 싸움, 아무것도 모른 채 이중 스파이- 삼중 스파이의 역할을 맡게 되는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정말 흥미로운 내용들이었다.

         

       게다가 두 나라의 정부가 얽혀있다는 사실 역시 이세린이 이 사실을 파고들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위험해 보이는 비밀.

       그것은 마치….

       

       그래.

       비유하자면 ‘한정판’ 같은 느낌을 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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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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