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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4

       754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24)

         

       – 김상현

         

       – Dust in the wind ~

         

       익숙한 노랫소리와 함께 정신이 들었다.

         

       두 번째 시도이니만큼, 집 내부가 스피커와 시끄러운 노랫소리로 가득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귀를 찌를 듯한 소음은 솔직히 괴로웠다.

         

       “으음…”

         

       이후의 일은 1회차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단한 세안과 샤워를 끝낸 후, 서랍장의 켐밸 사 통조림으로 아침 식사까지 마무리.

         

       다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평범하게 외출 준비.

         

       곧, 차에 타서 시동을 걸었다.

         

       — 부우웅!

         

       이후의 일은 간단하다.

       특별한 것 없는 미국 중년 남성들처럼 간단히 드라이빙을 즐겼을 뿐.

         

       두 번째 시도 초반부에는 내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왜냐하면, 302호에서의 내 일상이 관리국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요란한 일을 벌이면 즉각 요원 혹은 직원이 나타날 확률이 높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 보면…

         

       — 쿵!

         

       동료가 날 찾아오는 그런 계획.

         

       — 빵빵! 빵!

         

       거침없이 울리는 경적과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오는 욕설.

         

       “야! 야 이 새끼야! 운전 똑바로 안 해?”

         

       본인이 뒤에서 박았으면서, 되려 내게 짜증 내는 태도.

       어처구니없지만, 302호에선 이런 정신 나간 태도야말로 일반적인 행동이겠지.

         

       슬쩍 차에서 내리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묵성 요원이다.

         

       “느그 아부지가 운전을 발가락으로 가르쳤냐!”

       “…”

       “뭐야? 그 눈빛 뭐냐? 한 판 하자고? 좋아! 내가 뺄 것 같냐?”

         

       묵성 요원의 연기력에 감탄이 나왔다.

       분노 조절 장애에 걸린 302호의 주민 흉내가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다.

         

       — 벌컥!

         

       눈알을 부라리며 차에서 내린 묵성 요원은 내게 몇 마디 할 것처럼 다가오더니 –

         

       — 철컥!

         

       다짜고짜 권총을 꺼내서 내게 겨누었다!

       솔직히 당황했는데, 여기까진 계획에 없었기 때문이다.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설마 조금 전의 행동이 연기가 아니었나?

       그 잠깐 사이에 여명의 아들에 의해 이성을 잃고 광기에 물들었다?

         

       본능적으로 자세를 잡고 권총을 쳐내려는 찰나, 메시지가 떴다.

       

         

       김묵성 : 가만히 있어.

       

         

       곧이어 발생한 총소리.

         

       — 탕! 탕탕!

         

       내 쪽을 향했던 총이 발사 직전 살짝 옆으로 향했고, 뒤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크윽!”

         

       당황스러웠다.

       

       

       김상현 : 이건 대체?

       김묵성 : 널 감시하는 직원이 있다.

       김상현 : 쏴도 되냐는 이야깁니다.

       

       

       순간, 대화창이 지지직거림을 느꼈다.

       살짝 놀라긴 했지만, 의사소통에 지장은 없으니 넘어가자.

       

       그보다 날 감시하는 시선?

         

       관리국 직원이겠지.

       감시자가 있다는 사실 정도야 첫 번째 시도 덕에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다짜고짜 총으로 쏘다니?

       사람을 해쳐선 안 된다는 나이브한 소리가 아니라, 벌써 관리국의 이목을 과하게 끌면 –

         

       그 순간, 묵성 요원이 설명 대신 슬쩍 웃으며 윙크했다.

         

       “…”

         

       덕분에 깨달았다.

       잠깐 사이에 묵성 요원이 즉흥적인 계획을 추가했구나!

         

       다짜고짜 날 감시하는 말단 직원을 총으로 쏜 이유가 밝혀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머! 어머!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뒤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슬쩍 뒤를 확인하니, 이젠 실루엣만 봐도 익숙한 은솔 양이 보였다.

         

       은솔 양의 품에서 기다렸다는 듯 지혈제와 붕대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세요!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요.”

       

       

       김상현 : 이게 아침에 둘이 세운 계획입니까?

       김묵성 : 그래. 네 근처에 직원이 있을 것 같으니, 은혜를 베풀자더라.

       

         

       은솔 양의 능력,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무를 이행하면 권리를 얻는 힘.

         

       동료에게 시켜서 총을 쏘게 하고 은솔 양이 구해주는 그런 것도 은혜로 치나?

       참 어거지로 능력을 쓴다 싶었지만, 돌이켜보면 301호에서도 억지스럽게 조건을 충족하는 건 마찬가지였지.

       

         

       김묵성 : 직원 하나를 털어서 정보를 좀 얻어내야겠다 싶었거든. 자, 여기 타라.

       

       

       곧, 나는 묵성 요원이 운전해 온 차로 옮겨탔다.

         

       차를 옮겨타자 비로소 긴장이 살짝 풀렸다.

       어쨌든, 묵성 요원이 타고 온 차에는 녹음기나 몰래카메라 등이 없을 테니 말이다.

         

       — 부우웅!

         

       “오전 일은 수월하게 풀렸네. 그렇지?”

       “그런 것 같군요.”

         

       은솔 양이 요원을 구워삶아서 추가적인 정보를 얻어내면, 일이 더 쉽게 풀릴 듯했다.

         

       “알다시피 요번의 우리 쪽 목표는 단순명쾌해.”

         

       두 번째 시도, 날 중심으로 한 파티가 하려는 일은 간단하다.

       302호 내 관리국의 소수 계파, 여명의 아들을 반대하는 집단과 접촉해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

         

       “나만 믿어라. 관리국은 내가 빠삭하잖냐?”

       “…”

       “뭐야? 야 인마, 그 표정 뭐냐?”

         

       가인 군이 이런 말을 했으면 되게 믿음직했을 텐데, 묵성 요원이 하니까 살짝 어색했다.

         

       “인마, 나 못 믿어?”

        “물론 믿습니다. 소중한 동료 아닙니까?”

       “그거 어째 능력적으로는 믿기 힘들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야, 내가 관리국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어.”

         

       글쎄, 묵성 요원이 아는 관리국과 302호의 관리국은 사실상 다른 조직 아닌가?

         

       어쨌든, 나보다 묵성 요원이 관리국에 관해 잘 아는 건 사실이니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할 셈입니까?”

       “우선은 오스틴 밖으로 나가야지.”

         

       — 부우웅!

         

       거침없이 도로를 달려 나가는 차.

       문득, 회의 때 가인 군이 언급한 가설이 뇌리를 스쳤다.

       

         

       ‘아까 형이 의문을 품었죠? 데이빗은 어디 갔냐고 말이죠. 진짜 어디로 간 걸까요?’

       ‘여명의 아들 강림에 공을 세운 요원들은 죄다 여섯 날개의 천사가 되었습니다. 데이빗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어째서죠?’

       ‘처음엔 종말 전에 죽은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건 이유가 못 됩니다. 낙원에선 죽은 자도 부활하니까요.’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데이빗이 여명의 아들을 배신한 게 아닐까요? 형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의식에 참여했는데도 여섯 날개의 수호자가 되지 못한 이유도 설명할 수 있죠. 배신자니까.’

       

         

       “… 데이빗.”

         

       여명의 아들 강림 의식에 참여한 다섯 요원 중 1인.

       그중, 유일하게 종말 이후에 여섯 날개의 천사로 환생하지 못한 자.

         

       “가인이 녀석 가설이 떠오른 거냐?”

       “…”

       “흐음, 일리 있긴 했어. 네 생각은 어떠냐? 어쨌든, 그놈을 직접 만나본 사람은 너야. 가인이가 아니라.”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다만…”

       “다만?”

        “그가 302호의 많은 열쇠를 쥐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쩌면, 세상을 되돌릴 방법을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데이빗을 찾아내는 걸 1차 목표로 합시다.”

         

       *

       – 박승엽(태초의 인간)

         

       “흐아암…!”

         

       아, 진짜 졸리네.

       그냥 학교 때려치우고 롤이나 하고 싶다아…

         

       학교 갈 필요 있어?

       가서 배우는 것도 없잖아.

         

       솔직히 말해서, 내가 학교에 가야 한다는 건 바보 같은 어른들이 만든 쓸데없는 규칙 같은 거야.

         

       롤로 치면, 정형화된 전략에 사로잡힌 녀석들하고 똑같은 거야.

         

       서폿에 야스오가 가면 안되는 이유가 뭐야?

       논리가 없잖아, 논리가!

         

       아~ 생각해 보니까 또 개빡치네.

         

       어제 팀원 벌레 새끼들은 진짜 게임도 못하는 게 자존심만 쎄서 –

         

       여기까지 생각하던 중,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 어? 무, 무슨…! 뭐야?”

         

       학교 정문으로 가는 길이 사라졌는데?

       이거 꿈 아니지? 설마 나 아직도 침대에서 자고 있는거야?

         

       2년째 매일 아침 등교하는 길.

       솔직히 반쯤은 눈 감고도 어렵지 않게 학교에 도착할 것 같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환영 때문에 길을 잃었다.

         

       …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지각한 상태였다.

         

       “박승엽 인마! 뭐 하다가 이렇게 늦었어? 늦잠 잤냐?”

        “기, 길을 잃어버려서…”

       “뭐? 야,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라. 너 무슨 전학생이냐?”

       “진짜라니까요! 갑자기 길이 이상해져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고 -”

       “임마! 헛소리 하지 말고 무릎이나 꿇어!”

         

       아침부터 진짜 재수 없네.

         

       … 슬프게도, 이 일은 끔찍한 하루의 시작에 불과했다.

         

       1교시 국어 시간에는 황당하게도 교과서가 없었다.

         

       “박승엽! 왜 책 안 꺼내냐?”

       “어? 부, 분명히 서랍에 책이 있었는데?”

       “하… 승엽아. 아무리 그래도 교과서는 챙겨와야지!”

       “지, 진짜 서랍에 있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서랍에 있던 교과서가 없어졌고, 책상에는 날 놀리는 불쾌한 낙서로 가득해.

       오전 내내 이런 일이 연이어 발생하니, 선생님은 둘째치고 주변 애들이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

         

       학교가 싫었다.

       공부보다도, 선생님보다도, 저 애들이 싫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고개를 푹 숙인 채 핸드폰을 꺼냈다.

         

       *

       ‘지금쯤이면 막 소리라도 지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버티네?’

       ‘… 보니까, 요 정도 괴롭힘은 익숙한 것 같아.’

       ‘으엣! 아리야, 그 말은 좀 슬프 – 뭐야?’

       ‘왜?’

       ‘쟤 지금 핸드폰으로 뭘 하는 거야?’

       ‘뭔가 하겠지. 요즘 애들은 하루 종일 핸드폰만 붙잡고 사니까.’

       ‘아오! 진짜 할머니같이 말할래? 자꾸?’

       ‘…’

       ‘저거, 컴퓨터로 맨날 하는 그 게임이잖아. 핸드폰으로도 할 수 있어?’

       ‘그런가 보네.’

       ‘밤새도록 하고 왔으면서 학교 와서 또 해? 안 질리나? 하루에 20시간씩 10년 해도 재밌는 거야?’

       ‘그런가 봐.’

       ‘아 진짜, 너 게임도 잘 모르지? 미로보다 말이 안 통해.’

       ‘…’

       ‘도와줘야징~!’

       ‘뭐 하려고?’

       ‘게임할때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

       ‘당연히 모르지. 네가 알 리가 없지.’

         

       *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모바일 버전, 야생의 협곡.

       10분 넘게 이어진 한판의 승부가 지금 이 한 번의 싸움에 걸려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온 정신을 집중하는 상황!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야! 승엽아, 수풀에 Q 써봐.”

       “… 아니, 스킬을 거기에 왜 쓰라는 -”

       “아~ 답답하네. 뒤에 저거, 파란색 애 잡아야지.”

       “지, 지금 잡을 타이밍 아니야.”

       “와… 또 빗나갔어. 일부러 빗맞히는 거야? 아, 혹시 심리전? 일부러 개 못하는 척 연기하는 거지?”

       “…”

         

       제발… 제발 그만해!

       말하는 거 보니까 너 야생의 협곡 하나도 모르잖아!

         

       “어, 어? 빨간색! 빨간색 잡아!”

       “빠, 빨간색은 아군 -”

       “와… 또 빗나갔어. 진짜 못한다. 너, 다른 게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 이 게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거야? 그러면 인정!”

       “…”

       “어? 판수가… 3,200판? 그런데 티어가…”

         

       죽고 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상현 시작 관련 내용 : 723화

    회의 과정에서 나온 의문 : 7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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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aping the Mystery Hotel

Escaping the Mystery Hotel

EMH 괴담 호텔 탈출기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When Han Kain woke up, he and several other people were inside a mysterious hotel with different rules and different expectations.

Going into each hotel room threw them into other worlds and scenarios where they must brace death at times to escape or lift the curse of the individual rooms for a chance to bring everyone that died during the process back to life.

Using their blessings that were given at the time of entry, they have to weave their way through the rooms while sometimes sacrificing themselves for a higher likelihood of success.

* Very little horror; more of a thr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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