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55

    <755 – 용사답게(1)>

     

    용사가 교수님을 해치웠다.

    제국파 출신에 매스각키 말도 안 듣는 못된 교수님이지만 아무튼 교수는 교수.

    착한 교수라고 경험치를 더 많이 주고 나쁜 교수라서 경험치를 덜 주고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보유 기능수치의 총합.

    보유 능력치의 총합.

    보유 칭호의 총합.

    한 사람이 쌓아온 모든 삶의 무게가 곧 토벌경험치로 치환된다.

    그런 점에서 악한 교수는 오히려 경험치를 더 많이 주는 편이다.

     

    남을 짓밟고 해치우는 경험이 많으니까.

    타인의 경험치를 먹고 자라났을 확률이 높다.

    경험치의 총량이 선한 교수보다 높은 확률로 우위를 점하는 셈이다.

     

    [당신의 제자가 교수살해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당신의 제자가 악마토벌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당신의 제자가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교육 경험치+500]

    [인체설계 경험치+200]

    [길들이기 경험치+200]

    [화술 경험치+50]

    [안목 경험치+50]

    [암흑분신 경험치+50]

    [차원마법 경험치+50]

    [동조마법 경험치+50]

     

    쏟아지는 보상은 당연하지만 내가 받은 충격은 여러모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세계구원 용사보정을 듬뿍 받은 소페미아의 용사라도 이렇게나 단기간에 교수 토벌 업적 달성이 가능하다니!’

     

    교수사냥으로 강해진 고블린 용사.

    같은 사냥을 행했어도 막타만 넣었던 나보다 많은 경험치를 얻었다.

    용사가 진정한 용사로 거듭날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단 한 번의 용사행도 언제나 퇴로 없이 진심으로 몰빵하는 용사의 태도는 이슈타르나 아스타로트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비효율적이고 멍청한 공략들.’

     

    좀 더 현명하게 진행할 방법이 있는데.

    정보가 없기에 함정에 빠지고, 역경에 처한다.

    많은 것을 잃고 상심에 빠진다.

    비애.

    광분.

    절망.

    공멸.

    비극으로 점철된 용사엔딩의 루트분기들을 손에 꼽으라면 당장 열 개도 넘게 댈 수 있다.

    이 세계에는 거악후보자들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배드엔딩이 존재하기에.

     

    ‘대표적으로는 이번 회차에는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이 처단한 마약왕.’

     

    본래 이 거악후보자는 아카데미 학생 한 명의 거주지역이나 조직에 영향력을 펼치며 빠르게 주변인물에 영향을 미친다.

    가족이나 조직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아카데미 주조연 캐릭터의 행동을 눈치 채지 못하면?

    캐릭터 한 명이 약에 취한다.

    의지력이 감소하고, 협력을 강제당한다.

    마나소실을 막기 위해 약을 먹고, 약을 먹기에 경지가 더욱 크게 흔들리며, 흔들리는 경지를 봉합하기 위해 약을 먹는 굴레의 연속.

    이를 구할 방법은 용사가 몸소 학생의 신분으로 거악후보자의 토벌행에 나서는 것뿐이다.

     

    실패한다면?

     

    경지가 흔들리지 않고도 약에 취하는, 오직 약이 선사하는 쾌락에만 빠져 악의 주구로 전락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나 용사를 목격하게 된다.

    해당 캐릭터는 적대진영의 인물이 되고, 모든 인간관계가 뒤집히며, 회차진행은 불리해진다.

     

    그런 거악후보자를 다섯 이상 해치워야 시작되는 것이 삼대거악.

    제국의 혁명가, 만신의 대리인, 결사의 총수다.

     

    거악후보자조차도 불리함을 강요하거늘, 거악과의 결전에서 패배한 영향은 어떻겠는가.

    사실상 파멸 확정.

    배드엔딩 루트의 돌입이다.

    그때부터는 아무리 힘을 집결하고 성과를 거두어도 파멸을 막을 수 없다.

    모든 파멸을 넘어서도 그 뒤에 기다리는 엔딩은 폐허 속의 생존, 최후의 일인, 절멸의 대지 따위의 엔딩들만이 기다린다.

     

    고인물은 알기에 그런 길을 따를 수 없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

    그러나 용사는 몰랐다.

    그들은 배드엔딩루트를 몰랐다.

    자신이 행하는 행위에 동반되는 결과를 몰랐다.

    그렇기에 용감해질 수 있다.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자신보다 강한 교수에게 100%의, 아니 미래의 힘마저 끌어오며 200%, 300%, 500%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도박에 성공했다.

    고인물의 시점에서 그것이 얼마나 희박한 확률의 도박이건, 도박에 성공했다.

    이제 고블린 용사는 운에 의지하지 않고도 교수를 토벌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진 것이다.

     

    ‘몬가… 몬가 벅차올라!!’

     

    이런 뉴비의 성과를 보고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고인물이 있을까?

    공략대로만 플레이하고, 위험은 멀리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언뜻 보기엔 위험해 보여도 실상은 성공가능성이 한없이 높은 길만을 걸어오는 가짜광기는 뉴비의 꼴박돌진 진짜광기를 이길 수 없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솔직히 반성했다.

    고인물이 되고 언제나 여력을 남겨두며 플레이했지만 가장 게임을 즐겁게 했던 시기는 뉴비 시절이 아니었을까.

    이것저것 재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다이렉트로 일단 저지른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을지라도.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가 아닌 ‘힘이 부족해 이루지 못해 아쉬웠다’가 앞장서는.

    그렇기에 부족했던 힘을 얻고자 재도전에 재도전을 거듭하는 연속.

     

    ‘아직도 부족해?’

     

    100%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만큼 큰 힘을 지닌 회차는 없다.

    그래.

    이제는 때가 되었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 때가.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 할 플레이들이 있다.

     

    ‘돌아가는 거야, 초심으로!’

     

    고인물이 되며 효율이 나쁘기에 외면하고, 가망이 없기에 뒤로 미루며 치일피일 미루어왔던 하나의 꿈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 꿈의 이름은 교수학살.

    우연을 가장해 빌런교수를 하나씩 담그는 행위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다수의 글러먹은 쓰레기 교수들을 해치우는 일이다.

     

    “히틀러 교관님! 통신실 일은 잘 하고 계세요?”

     

    그 첫 단추로 나는 오랫동안 방치했던 교관 한 명을 찾아갔다.

     

    “네 덕분에 다른 교관은 싹 달아났다. 과로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

     

    매스각키와의 비밀통화도 감청하고 재단과의 연락망에 접선하며 이룬 대화도 기록하며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 교관님.

    통신실에서 나오는 즉시 어느 국가나 조직에서 슥삭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교관님은 살 길은 여기밖에 없다고 여기고 통신실 전속교관으로 보직변경을 신청하고 눌러앉은 지 오래였다.

    그런 교관님이 실은 한 조직을 편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서귀연이랑은 요즘 연락 잘 되고 있나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흥. 시치미 뗀다고 절 속일 수 있을 줄 알아요? <피크닉으로 힐링하기> 강의에서 교관님 마음에 든 아돌프가 서귀연에 들어갔잖아요. 지금도 각지에서 얻은 정보를 취합해서 서귀연에 몰래몰래 귀띔 해주고 계시죠?”

     

    히틀러 교관님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모, 몰라. 난 모르는 일이야.”

    “이를 어쩐다~? 아카데미 내부정보의 무단반출은 대감옥 지하 3층 이하에 수감 될 행위인데! 학생회에 이르면 실적을 얻었다고 굉장히 좋아하겠죠?”

    “좀 봐주면 안 될까?”

    “헤에, 선배 지금 안심하셨죠? 서귀연 현역최강자 벨벳 선배가 학생회의 거물이니 무마할 수 있다고 여기셨구나! 근데 학생회장 당선후보는 벨벳 선배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서귀연에 반하는 세력이 정보를 얻으면 어떻게 될까요?”

    “…!”

    “이를까 말까 지를까 말까!”

     

    끝내 히틀러 교관님이 두 손을 들고 항복했다.

     

    “원하는 걸 말해. 뭐든지 협력하마.”

    “아카데미에만 들어오는 최신동향을 지젤이 지휘하는 각 지역의 부대가 너무 잘 활용해서 의심했는데, 선배가 뒤에서 정보를 돕고 계셨죠?”

    “지젤한테는 비밀로 해줘라. 비밀엄수계약까지 맺었어. 들키면 위약금으로 파산이야.”

    “이슈타르의 연락망에 저를 연결해 주시면 이번 한 번은 특별히 묵인해 드릴게요!”

     

    어지간해선 협력할 기미가 보였던 선배가 갑자기 굉장한 거부감을 내보였다.

     

    “너, 너… 설마 이 난리통에 용사에게 손을 대려고? 아무리 협박을 당해도 이건 선 넘었잖아. 용사를 죽이는 일에는 협조할 수 없어!”

    “죽이다니, 무슨 심한 말씀이세요? 전 반대로 이슈타르를 도우려고 하는 거라고요!”

    “못 믿어. 적당한 말로 나 꼬드기고 용사 담그려고 수작 부리는 거잖아. 네 눈에는 내가 지젤에게 매수당하고 정보나 빼돌리는 더러운 녀석으로 보일지 몰라도 난 네 스승인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이 거느린 도적길드 출신의 상급정보원이다.”

    “헉. 정말요?”

    “용사파티의 용사행을 돕던 선배들을 본받진 못할망정 역으로 훼방을 놓을 수는 없어!”

     

    선배님의 비장한 각오에 호응하듯, 등 뒤에 떠올랐던 붉은 바이올렛이 <OST-정보원의 각오>를 연주했다.

     

    “앗. 그 브금 나오고 이주 뒤에 정보원 죽는데!”

    “…”

    “뭐에 죽었더라? 마왕군 스파이? 거악후보자의 협력자? 뒷거래가 방해받아 화난 교수님?”

     

    히틀러 교관님의 얼굴에 흐르는 땀이 비라도 맞은 것처럼 흥건해질 무렵, 쾌검처럼 빠르게 뻗어진 손바닥이 내 뒤통수를 후려쳤다.

     

    따악!

     

    “아얏!”

    “오해를 사는 말을 쓰지 마라. 넌 정보원의 협조를 구하려는 거냐, 겁을 줘서 가지고 놀려는 거냐.”

    “씨잉, 파파들도 때린 적 없는 뒤통수를 때리다니 너무해! 아프잖아요, 시아!”

     

    변형된 신체와 변장한 의복이 일상이 된 싱이 공간의 틈새에서 골반의 회전력으로 다리를 끌어오며 모델처럼 걸어 나왔다.

    성대를 변형해서 여자 목소리까지 나오게 해주니 입 뚫렸다고 바로 못된 말을 하는 모습이 아주 괘씸하다.

    동방에 복수하러 갈 땐 남자 몸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려고 했는데 평생 저렇게 살게 해야겠어!

     

    “다, 당신… 허리에 찬 그 검은?”

    “…내 검을 알아본 건가?”

    “아카데미에서 실종되었던 싱! 그 모습은 설마?”

     

    정체가 발각당한 싱이 당황하며 멈칫하자 히틀러 교관이 더욱 확신을 얻고 경악했다.

     

    “지금 이건… 재단에 협력하지 않는 사람은 본래 성별로서의 인생을 빼앗기고 살해당하며 강제로 다른 성별로 신원불명자가 되어 협력해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고 협박하는 건가?!”

    “…마자요! 확 바꿔버릴 테다!”

     

    먼 길 돌아갔지만, 아무튼 겁먹은 히틀러 교관님은 끝내 이슈타르의 정보망을 넘겨주기로 약속했다.

     

    “크흑. 죄송합니다, 선배님들… 저는 도적길드 상급정보원으로서 자격도 없는 쓰레기입니다…!”

     

    아니 진짜 안 해친대도.

    그냥 잠깐 교장님한테 데려가려는 것뿐인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해치지 않아요(세상에서 젤 위험한 생명체에게 데려가며)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