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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6

    <756 – 용사답게(2)>

     

    용사 이슈타르는 아카데미에 있는 히틀러 교관으로부터 의미심장한 통신을 받았다.

     

    “오크노디가 날 찾는다고?”

    “함정임이 틀림없어요.”

     

    성녀 유피가 즉시 거부감을 드러냈다.

     

    “진짜노디는 이사장에게 영혼이 뜯겨 재단의 심처에 보관당했다고 추정하고 있잖아요. 그런 타이밍에 재단지부를 습격해서 열쇠술식을 모으려던 작전이 어긋나서 방비가 굳건해진 지부를 습격하겠다고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는데 이슈타르만 쏙 빼내려는 이유가 뭐겠어요?”

     

    정황상 꺼림칙한 타이밍이기는 했다.

    프릴 시가 통째로 증발한 뒤.

    재단이 지닌 각 지부의 방어 수준이 급격히 올랐다.

    심지어 어떤 지부는 가까스로 공략이 성공했음에도 열쇠술식 자체가 도시 내에 없었다.

    술식을 노린 습격을 눈치챈 재단 측에서 열쇠술식을 모아서 보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유피의 말이 맞다. 궁수인 내 눈에 보이는 위험강도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

     

    사람 재능도 보기와 다르게 은근 공평한 구석이 있다고, 속이 좁은 대신 시야가 넓은 궁수 스콜라의 우려도 뒤따랐다.

     

    “오크노디는 아주 혼쭐이 나야 합니다. 진짜노디를 구하는 건 구해놓고 평생 빚을 우려먹기 위함이니, 가짜노디는 무시하세요!”

    “니세가 하는 말을 들으면 40%는 적중한다냐!”

    “60%는 틀렸다는 말이잖아…”

     

    하기야 신을 모시는 사제들은 신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느라 세상사에 대해서는 물정이 어두운 경향이 있었다.

    이슈타르는 상식이 부족한 니세까지 아카데미 복귀를 저지하는 것에 인간지표를 거르듯이 아카데미로 돌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걱정 말고 다녀오십시오. 파티의 탱커로서 파티원의 안전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소수정예 친위대도 친위대장인 제가 잘 이끌어보겠습니다!”

     

    지부 수어 개의 전력이 합쳐진 거대지부 공략전을 위해 집결하는 학생들과 외부조직들.

    중대한 결전을 앞두고 이슈타르만 빠지는 사태에 다른 파티원들은 우려를 드러냈으나, 이슈타르 빠돌이인 탱커 바닐라(남)와 친위대장 바닐라(여) 쌍둥이 남매가 지지선언을 했다.

     

    “고마워. 만일 복귀 전에 작전이 시작된다면 두 사람이 모두를 지켜줘.”

     

    친위대원들도 정식파티원들도 바닐라 남매가 있다면 안심이었다.

     

    ‘뭔가 낯선 기분이네.’

     

    오랜만에 돌아온 아카데미.

    실제로 지난 시간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으나, 체감상으로는 꼭 몇 달을 떠났다 돌아오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오크노디는 이런 외출을 몇 번이나 했더라.

    지금 느끼는 낯선 기분을 얼마나 느꼈을까.

    눈앞에서 떠났던 진짜노디의 알맹이가 빠진 가짜노디의 앞에서 자신은 어떤 표정을 하면 좋을까.

    영혼이 찢어진 가짜노디는 역시 날 함정에 빠뜨리려고 불러낸 걸까.

    만일 그렇다면, 재단의 사악한 속셈이라면, 나는 가짜노디와 싸워야만 하는 걸까.

    그 육신에 상처를 입히면 진짜노디가 돌아올 육체가 손상을 입는 것이니 손대중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그 오크노디가 상대이니 쉽지는 않을 텐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념들.

    잡생각은 오크노디를 눈앞에 두고 나서야 사라졌다.

     

    “와! 이슈타르!”

     

    오크노디어에 따르면 안녕 정도 되는 의미를 지닌 해맑은 와!의 외침을 들으며 이슈타르는 어색하게 삐걱대며 호응했다.

     

    “와. 오크노디.”

    “엄청엄청 보고 싶었어요!”

    “나도 그래.”

     

    보고 싶었다.

    네가 아닌 진짜노디를.

     

    “시간을 뺏어서 미안해요! 급한 일이 있어서.”

    “얼마나 급한 일인데 그래?”

     

    이제부터 싸움이 시작되는 건가.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지.

     

    “방해되면 안 되니까 교관분들은 멀리 물리쳤어요. 히틀러 교관님처럼 알아서는 안 될 이야기를 듣고 평생 암살자의 습격을 두려워하고 싶지 않으면 자리를 비워달라고 부탁드렸거든요!”

    “…그래?”

     

    역시, 시작됐구나.

    허리춤의 검의 위치를 의식하며 언제라도 출수할 수 있도록 자세를 가다듬었다.

    날이 선 기세를 가라앉히며 한 점의 살기와 경계심조차 내색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비밀 이야기라도 하려고?”

    “맞아요! 조금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거든요.”

     

    그 노력에 오크노디가 답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교장님이 오시니까 마음 편하게 쉬고 계세요!”

    “…뭐?”

     

    없던 불편도 생겼다.

    아예 공포심이 생겼다.

     

    교장.

    타 아카데미에서 교장은 지루한 연설을 할 때나 얼굴을 보고, 어쩌다 마주치면 인자한 얼굴로 프렌차이저 음식점의 간판 할아버지마냥 후덕진 얼굴로 훈훈한 미소나 지으며 학생들과 눈인사하는 그런 이미지가 있다.

    굳이 따로 얼굴을 볼 일이 있다면 뛰어난 성적으로 대외수상경력을 쌓아 학교에 금칠을 해주었을 때, 혹은 학폭이나 임신 등으로 물의를 빚어 학교에 먹칠을 해주었을 때겠지.

    심지어 뒤로는 안 좋은 소문도 돈다.

    교장들이 실은 뒤에서 돈을 받고 교사를 들인다든가, 돈을 내지 않으면 학교에서 잘린다든가.

     

    [뭘 봐.]

    [확 씨.]

    [주말이벤트 맛 좀 볼래?]

     

    훈훈하고 평범하고 뒤가 구린 교장님들도 꼭 뭔가 일이 있어야 보는데 지금 마주할 교장님은 불량스럽고 세계적인 깡패짓을 하는 불량교장님이다.

     

    ‘재단지부를 습격한 일은 교장님 기준으로 금칠인지 먹칠인지 모르겠네.’

     

    애초에 저 교장님은 대놓고 재미있는 일에만 관심을 보이고, 아카데미가 지루하다 싶으면 큰 사고를 쳐서 난리를 만든다.

    용사라는 말에 관심을 품고 접근한 선배들이 건네준 이런저런 이야기에는 교장님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작년? 꽤 편한 편이었지. 올해도 그럴걸?

    -그렇게 생각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다크프린세스가 어그로를 워낙 잘 끌었어야지. 교장님이 걔 구경하느라 많이 유해지신 거야. 원래 같았으면 학생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서 토벌해야 하는 레이드이벤트가 교내에 두 번은 더 생겼어.

    -…그 레이드이벤트가 대충 어떤 느낌입니까?

    -잉크에 정령이 깃들어서 몬스터가 돼. 공부하려면 몬스터 봉인술식을 연구해서 봉인을 걸고 그날치 잉크를 습득하는 짓을 반복하는 거지.

    -아니 미친.

    -잉크의 정령왕 격퇴에 성공해야만 사태가 수습될 텐데, 졸업과제로 삼겠다고 4학년들이 졸업시즌까지 미적거리면서 역으로 방해까지 하면 아래 학년들만 미쳐 나가는 거지.

     

    듣기만 해도 개빡세다.

     

    -그런 끔찍한 짓이 왜 일어나는 겁니까?

    -교장님이 지루하니까.

    -…

     

    오직 재미 하나만으로 학생들이 고통받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

     

    -용사라면 이런 이벤트는 민감하게 의식하고 발빠르게 행동해야 할 거야. 삼십 년 전쯤에는 모두가 배째라고 방치했다가 슬라임 등장률이 300배 폭증하고 그놈들이 뭉쳐서 상위슬라임이 마구 탄생하느라 모험가들의 씨가 마른 적도 있었거든.

     

    그런 교장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다.

    친히 만나러 온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사태였다.

     

    [내가 왔다!]

     

    하늘 저 위에서 그림자가 드리웠다.

    어디서 뭘 잘못 먹었는지 거대한 교장님이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콰과광!

     

    흙먼지를 사방에 흩뿌리며 착지한 교장님이 딱 봐도 진짜 심술궂고 못돼처먹은 심보가 보이는 드래곤 특유의 얼굴을 내밀었다.

     

    “와! 교장님!”

    “와, 교장님…”

    [병아리들아. 그래서 날 찾은 이유가 뭐냐.]

     

    눈에 담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마나의 총량에 상시 발동하고 다니던 안법을 역으로 해제했다.

    어떤 감각은 감지범위에 넣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지치기도 한다.

    교장은 여러 의미로 존재 자체가 피로유발범이었다.

     

    “지금부터 제가요!”

    [네가 뭐.]

    “다크프린세스 토벌술식을 이슈타르한테 넘겨줄 예정이거든요!”

    [호오?]

    “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토벌술식이라니.

    다크프린세스를.

    너를, 내가?

     

    재단의 흉계.

    가짜노디의 기습.

    모든 사태를 상정하여 아카데미로 돌아온 이슈타르도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머리가 마비되었다.

    왜 이러는 거야.

    뭘 노리는 거야.

    진짜 뭐냐고.

    혼란에 빠진 것은 교장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세상에 싫증이 났냐? 인생 그만 살려고? 이지모드로 사니까 따분해서 하드모드 시작하고 싶어졌어? 나도 유희 즐길 땐 그러긴 하는데. 너 무슨 해츨링이냐?]

    “히히. 그랬으면 좋겠네요! 종족값 오르면 좋겠당. 근데 싫증이 나서 그런 건 아니고요. 교장님한테 공증 맡기면서 부탁 하나 드리고 싶어서요.”

     

    가짜노디는 진심이었다.

    재단에게 무슨 이득이 되는지 모를, 오히려 손해임이 명백한 제안을 했다.

    대체 그 대가로 얼마나 큰 걸 받아 가려고 제 목숨까지 거는 걸까.

    이슈타르의 동공에 지진이 나는 줄도 모르고 가짜노디가 해맑게 외쳤다.

     

    “용사들을 살려주세요!”

    [허. 내가 언제 용사 잡아먹겠다고 말이나 했냐?]

    “그치만 고민이 될 수도 있잖아요? 교수님들이 용사야 우리야 이래 버리면요!”

     

    음모나 함정 따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도움을 주려는 것이었다.

     

    “왜,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넌 진짜노디도 아닌데.

    특별한 우정을 쌓았던 마음씨 약한 진짜노디의 영혼은 이사장이 찢어갔는데.

    재단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짜노디.

    재단의 앞잡이만이 남아있을 텐데, 어째서 그런 네가 자기희생을 해가면서 날 도우려는 거야?

    이슈타르의 물음에 오크노디가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이 뱁새처럼 작은 머리를 기울였다.

     

    “이슈타르는 같이 밤에 잠도 자고 한 이불도 덮은 이불친구잖아요? 애완식물도 정성껏 보살피는데 이불친구는 더 정성껏 보살펴야죠!”

    “…!”

     

    이슈타르는 깨달았다.

    아무리 영혼이 찢겼다고 한들 오크노디는 오크노디였다.

    진짜의 본성이 뜯겨져 나가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전과 같은 인간성을 회복하며 영혼이 본래의 형태로 돌아가려는 항상성을 발휘했다.

    가짜이지만 가짜가 아니었다.

    모두가 가짜라고 버리고 외면하고 떠난 아카데미에 몇 안 남은 친구들과 덩그러니 남겨졌던 가짜노디는, 그럼에도 모두를 걱정하는 진짜노디의 마음씨를 스스로 되찾은 것이다.

    그런 진짜노디가 자신을 죽일 방법을 이슈타르에게 건네면서까지 교장의 비호를 얻으려는 이유는?

     

    ‘언젠가 재단의 수작에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타락을 겪으면, 내 손으로 죽여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

     

    나는 널 믿지 못했는데, 너는 날 믿어서.

    죄악감을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음속 가득한 죄책감이 눈물로 넘쳐흘렀다.

     

    “내가, 내가 쓰레기였어. 흐윽, 미안해 오크노디…!!”

     

    품에 안긴 오크노디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 작은 손길에 더 가슴이 복받쳐서 티토소가마냥 으앙앙앙 대성통곡을 했다.

    그런 이슈타르였기에 자신들을 바라보는 교장의 눈이 커다래지며 이게 갑자기 무슨 개꿀잼 이벤트지? 라는 감정이 넘쳐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가 타락하면 날 죽여서라도 막아줘를 부탁하는 해맑은 어린아이를 받아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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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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