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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6

        

         

       나쁜 사람들이 잡히고, 그놈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또 나쁜 놈들이 걸리고, 거기서 또 나쁜 놈이 윤곽을 드러내고….

         

       고구마라도 되는 것처럼 줄줄이 악인들이 양지로 끌려 나왔다.

         

       ‘백설탕’ 혹은 ‘하얀 보약’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고순도 필로폰을 유통하던 마약 밀매 조직.

       연예인이라는 탈을 쓰고 연예계부터 시작해 정계까지 마약을 팔아치우던 마약상.

       연예기획사의 탈을 쓴 조폭 집단과 유착 관계를 맺고 있던 정치인.

       안전한 프로포폴 주사와 필로폰 복용을 도와주던 의료인.

       마약으로 이루어진 카르텔을 보호해주던 법조계….

         

       국정원 요원들의 안가에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왔다가 잡힌 멍청한 마약상으로부터 시작된 일이 점점 커졌다.

       차라리 평범하게 경찰에게 걸렸으면 꼬리라도 잘랐으련만, 하필이면 국정원 요원들에게 걸린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외국 블랙 요원과 정치인이 마약상과 얽혀 있다는 것이 밝혀진 상태였기에, 파고들지 말라고 해도 파고들어야 할 상황이기까지 했으니….

         

       이 상황에서 꼬리를 끊고 도망을 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마약 밀매 조직은 한 국가의 첩보 조직 이상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겠지.

       아니면 첩보 조직에도 손을 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거나.

         

       당연하겠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낮았고…. 국정원의 손에 의해서 수많은 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것도 정치인과 외국 블랙 요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곁다리로.

         

       “…아니, 이거 솜씨가 너무 정교한데? 우연이라도 보기에는…?”

         

       “이게 어떻게 우연이야. 사슬마다 중국에서 파견한 블랙 요원들이 껴있는데.”

         

       “와. 이놈들 남아도는 게 사람이라 그런지 사람 가지고 세탁하는 솜씨가 진짜 예술입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세탁하는데도 문제없이 돌아가는지 모르겠네요.”

         

       “심지어 사조직 같은 것으로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 그 사조직에서 또 사조직으로 얽혀있고…. 꽌시와 유사한 형태로 꼬아서 결속력을 강화시켜 선을 이어지게 만들어서 보안을 유지하는 형태야. 느슨하고 복잡하면서도 잘만 활용하면 유용해 보이네…. 하. 이러니까 몰랐지.”

         

       파면 팔수록 나오는 것은 괴담뿐.

       국정원 요원들은 국내에 중국 블랙 요원이 이렇게 깊숙하게 들어와서 암약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또 경악했다.

         

       이렇게 파고들 때까지 몰랐다는 사실에 첫 번째로 경악했으며, 마약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사실에 두 번째로 경악했다. 그리고 기존에 파악하고 있던 방법과는 완전히 궤가 다른 방식으로 파고들었음에 세 번째로 경악했다.

         

       “진짜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니 우리가 그렇게 많이 잡았는데….”

         

       “그래. 이건…. 하. 진짜 어이가 없군. 다른 나라 블랙 요원들 다 합친 것의 몇 배나 잡았는데, 이딴 게 숨어있으리라고는….”

         

       …그리고 그들을 가장 경악하게 만든 것은, 그들이 온갖 방법으로 찾아내서 블랙 요원들을 그렇게나 잡아냈는데, 그놈들은 지금 적발된 블랙 요원들을 위해 눈 돌리기로 파견한 놈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었다.

         

       블랙 요원이라는 것은 육성하기가 극히 힘든데-

       다른 나라 요원들 다 합친 숫자의 몇 배나 되는 숫자의 요원들을 버리는 패로 쓸 수 있다고?

       심지어 이 가설이 진짜일 가능성이 높기까지 하다고?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아무리 사람이 넘쳐난다고는 하지만…솔직히 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미치겠군. 이 새끼들 하는 짓 보면 다른 방식으로 파고든 새끼들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새로운 방식을 알았으니까 이걸 기반으로 조사해보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래. 이놈들이 노릴만한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그렇게 국정원은 과로에 찌들기 시작했다.

       중국 블랙 요원들을 잡아내는 일은 물론이고, 새롭게 발견한 이 예술 같은 첩보 방법에 관해서 연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옛적부터 중국의 방식은 음험하기 그지없어 남을 이간질하고 다른 민족들을 쪼개고 쪼개서 약하게 만든 다음 노예로 부리는 것을 즐겨하였다. 그러고는 먹음직스러우면 그대로 먹어 치워 제 일부로 만들고, 그렇지 않다면 그저 오랑캐라면서 멸시하면서 짐승처럼 취급하며 그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에 사용하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들의 본성은 극히 음험하여 가까이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니, 그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은 곧 자신도 음험하며 그들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옛적 한민족의 시조께서는 모든 사람을 널리 이롭게 만들라 하였으나 중국인은 그 사람에 속하지 않으며, 그들은 멀리해야 하며 나아가 반드시 멸절시켜야만 하는 한민족의 적이다.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친해지려 하는 것은 사람을 물어 죽일 수 있는 맹수에게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목을 쭉 내미는 것과 같으니, 그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국정원이 과로에 찌들고 있는 동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곳이 또 한 곳 있었다.

         

       홍익애국단.

       그중에서도 과격파와 민족주의자로 분류된 이들이었다.

         

       그들은 한국의 경제가 침체하느냐 다시 우상향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중요한 시점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것에 분노하였으며, 그것을 중국에 팔아넘기려 했다는 사실에 더더욱 격노했다.

         

       이들은 중국에 마나 필름 안정화 기술을 팔아넘기려 했던 임원을 죽여서 없애버린 과격파 무인을 치켜올렸고, 자신들도 그처럼 매국노 놈들을 찾아내서 처단해야 한다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해결이나 신고가 아니라, 처단.

       앞서 과격파 무인이 했던 것처럼 목숨을 끊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심지어 몇몇 능력자들은 진지하게 중국에 테러하자고 말하기까지 했다.

       북한의 귀신들을 배에다가 태워서 중국에 던져버리는 게 어떠냐는- 너무나도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면서 말이다.

         

       물론 기각당하기는 했지만…그 아이디어의 참신함 때문일까?

       ‘북한에 넘쳐나는 귀신들을 사용한 테러’라는 주제는 과격파의 머릿속에 깊숙하게 남았고, 진지하게 연구되기 시작되었다.

         

       그리고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것은 계속 연구되어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리라.

       시간이 뒤틀리기 전에 그러했듯이.

       귀신으로 한반도를 둘러싸 버리고, 시도 때도 없이 주변 국가에 귀신 무리를 사용한 테러를 벌였던 미래의 통일 대한민국처럼 말이다.

         

       “아니, 저치들이 대체 왜…?”

         

       “미쳤나…?”

         

       이러한 상황에 대한민족호국회(大韓民族護國會)…줄여서 호국회라고 부르는, 홍익애국단과 함께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또 다른 단체는 기겁하면서 홍익애국단의 과격파와 민족주의자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참…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했다.

       본래 이러한 과격한 주장을 하는 것은 호국회였으니까 말이다.

         

       호국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주장하고, 그러한 방식으로는 대한민국의 경제가 엉망이 되니까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홍익애국단이었는데-

       놀랍게도 지금은 정 반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본래 얌전하던 놈이 화를 내면 더 무섭지 않던가.

       갑자기 얌전하던 홍익애국단이 급발진하면서 날뛰기 시작하니 평소 과격한 성향이었던 호국회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겠지.

         

       그렇기에 호국회는 홍익애국단의 과격파와 민족주의자를 달래기 위해 노력했다.

         

       “산업스파이 놈들을 잡는 데 우리도 도움을 주겠네. 하지만 과격한 방식으로 처리를 하는 것은 최후의 방법이니, 되도록 경찰에게 넘기도록 하세. 그래도 법이라는 게 있는데 이런 식으로 처리해서 쓰나.”

         

       “어차피 우리 두 단체가 힘을 합치면 감옥에서 썩다가 죽게 할 수도, 감옥에서 온갖 고초를 겪다가 죽게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 정도로만 타협하도록 하세. 자네들 손에 피를 묻히면 기분이야 잠깐 통쾌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 잘 알지 않는가?”

         

       그들이 하는 일을 돕되 처벌은 합법적인 방식으로 행하는 것으로 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감옥에 들어간 다음에 은밀하게 손을 쓰는 것까지는 막지는 않겠다는 회유책까지 더했다.

         

       “알겠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너무 흥분한 것 같군요. 전시 상황도 아니고 많은 사람을 학살하는 것은 좋지 않지요. 평상시에는 되도록 법에 맡겨야 하는 것을….”

         

       “영감님이 감옥에 들어간 다음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하셨으니 고문만 좀 하고 경찰에 넘기겠습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끓어올랐던 과격파들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호국회와 힘을 합쳐서 국내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청소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국정원, 홍익애국단, 호국회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곳곳에 혼란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될.

       그리고 이 혼란을 촉발시킨 누군가를 지극히 행복하게 만드는 혼란이.

         

         

         

        * * *

         

         

       혼란 속에서 누군가는 파편화된 비밀들을 바라본다.

         

       조각난 비밀들을 맞춰보며 미소를 짓는다.

         

       죽두목설(竹頭木屑)!

       대나무 조각과 톱밥 부스러기도 맞춰보면 그 원형이 드러나는 법.

         

       “….”

         

       점점 윤곽을 드러내는 비밀에 이세린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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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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