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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7

    <757 – 용사답게(3)>

     

    교장님은 지상최강이자 최흉의 생물체다.

    세상을 흥미로움 하나로 살아가는 존재.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 망설임 없이 장난감을 내던지고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현인신.

    그런 교장님의 눈앞에 용사를 내민다.

    내버려두면 알아서 즐길 수 있었을 교장이 싫증을 낼 우려가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그럼에도 이를 결심한 이유는 물론…

     

    ‘고블린 용사는 이보다 훨씬 위험한 짓도 했는걸!’

     

    인생 1회차 뉴비의 기개에 감화되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뉴비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해!

    덤으로 그럴만한 필요성도 있다.

    고블린 용사가 교수를 담갔으니, 교수들도 겁에 질려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교장님이라면 타 차원계에서 새어나온 차원의 저편을 부유하는 구조요청을 알아차릴지도 모르지.

    앞으로 장차 교수들이 아카데미로 복귀해서 만들 구도가 고블린 용사 하나의 존재보다 재밌다고 느낀다면 고블린 용사는 하루아침에 죽는다.

    모두와 함께 만든 걸작 고브가 비명횡사하는 거다.

     

    ‘그렇게 둘 수는 없어!’

     

    교장실을 찾아가자 어떻게 알았는지 마하바라타 교수님이 입구를 지키고 버텨 섰다.

     

    “또 이번에는 무슨 괘씸한 짓을 저지르려고 오셨습니까.”

     

    나는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너무해… 교장님에게 뭣 좀 여쭈러 왔을 뿐인데 학생의 탐구욕을 쓰잘데기 없는 괘씸한 헛짓거리로 취급하다니…!”

    “아, 아니. 그런 거였습니까? 나참. 당신은 해왔던 짓이 있으니, 의심이 갈 수밖에 없잖습니까. 오해를 했다면 미안합니다.”

     

    마하바라타 교수가 자동문처럼 스르륵 물러섰다.

    학생을 진심으로 아끼는 참교수는 거짓 눈물 한 방울로 물리칠 수 있다니.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할 간편한 공략이다.

     

    -학식에 불만이 있다.

    -그렇다고 교장님의 뿔을 꺾으려고 들면 안 됩니다!

    -뿔 안 꺾는다. 해저괴수 낚시에 필요한 용린 하나만 받을 뿐이다.

    -아니싯팔 학식이 별로라고 교장님의 피부를 받아가서 낚시를 하는 미친 학생이 세상에 어딨습니까!

     

    접근가능한 음식은 다 먹어서 도감작이나 하려고 해도 식겁하며 달려드는 마바하라타 교수를 처리하기 위해 강의시간에 째고 들이닥쳐야 할 정도의 까다로운 공략난이도!

    역시 몸이 컸던 시절은 게임난이도가 가혹하게 컸다.

    이제는 알지.

    키는 작으면 작을수록 게임이 편해지는 것을.

    다음에 기회가 되면 아예 30cm 미니미니버전으로 공략해야지!

     

    [뭐냐, 이 손버릇 나쁜 녀석.]

    “저희 용사 어필 좀 하려고 왔어요!”

    [이젠 숨길 생각도 없이 대놓고 재단이 용사를 먹었다고 자랑하는군.]

    “힝. 그런 거 아닌데. 아무튼 좀 있다 재밌는 거 보여드릴 테니까 여기로 와주세요!”

    [시시한 일로 부른 거면 혼쭐을 내주마.]

     

    툴툴거리면서도 내심 궁금했는지 현장에 나온 교장님은 아니나 다를까, 아주 대만족을 하셨다.

     

    [갑자기 정통신파극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고? 이 녀석, 이상한 짓만 하고 다닐 줄 알았더니 정말 어울리지도 않게 기본기가 충실했군!!]

     

    교장에게 이슈타르를 데려가려는 이유.

    그 원인은 교수들의 고블린 용사 토벌과 용사시스템 자체에 대한 원한 및 복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사의 몸값을 키웠다.

    용사를 살리면 다크프린세스를, 나를 언제든지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

    술식을 가동하기만 하면 내 심장을 파괴할 수 있는 마법진과 연동된 술식을 주었으니, 허위 매물이나 과대광고를 하는 것도 아니다.

     

    [용사에게 그렇게까지 투자할 가치가 있냐?]

    “한 이불도 쓴 사이에 이 정도는 믿을 수 있죠! 남 몰래 기숙사 가장 깊은 곳에서 같이 뒹굴고 땀 흘리며 보낸 소중한 시간이 얼마나 많은데요!”

     

    기숙사던전 심층기믹 해제하느라 뒹굴고, 기숙사던전보스 잡느라 땀도 흘리고, 수련치가 오르는 소중한 시간을 얼마나 열심히 보냈는데!

    그 정도 투자한 주조연 플레이어블 캐릭터면 무조건 엔딩까지 가져가야지.

     

    [좋다. 그 약속 받아주마.]

     

    눈도 못 뜰 정도로 눈물을 쏟아내며 엉엉 울면서 사과하는 이슈타르.

    눈가를 손으로 닦으려고 애써도 닦는 눈물보다 흐르는 눈물이 더 많아 엉망이 된 몰골로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용사보정을 받는 예쁜 모습에 치사하다고 질투심이 느껴졌다.

     

    “나도 저렇게 예쁘게 울고 싶은데!”

    “우, 울고 싶어도 눈물도 나올 수 없는 몸이 된 거야…? 으아아아앙!! 오크노디이이, 내가 잘못했어어어어!! 으아아아앙!!”

    “으앙, 숨막혀! 살려줘요 교장님!”

     

    용사주머니의 강력한 압박감에 짜부가 되어가는 얼굴을 지키고자 두 팔을 파닥거리며 구조요청을 하니, 교장님이 폭소를 하며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슈타르를 어디론가 날려버렸다.

    기숙사나 친구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을 테니 진정이 되면 알아서 하던 일 마저 하겠지!

     

    “히히.”

    [미친년. 제 목숨 저당 잡힌 게 그리 좋냐?]

    “계약이 성사됐잖아요!”

    [언제부터 용사와 그렇고 그런 북극 적대적인 관계가 된 거냐?]

    “네에? 교장님도 참, 그런 사이 아닌 거 아시면서!”

     

    마나숙련자는 마나영역 내부의 모든 존재와 이동을 감지할 수 있다.

    드래곤은 세상에서 마나가 가장 많은 생명체다.

    보유량도 많고 회복 속도도 미쳤다.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넘쳐나는 마나가 영역을 형성하고 기프트 아일랜드 전체를 가볍게 뒤덮으니, 교장님이 아카데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온갖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이유는?

    벌레처럼 미천한 인간들이 뭐 하나 심심해서 구경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니 교장님의 북극적대적 관계 운운은 심심해서 친 드립 같은 거다.

    인생을 커뮤처럼 사는 드래곤 교장님, 정말 어디 내놔도 부끄럽다!

     

    “그럼 계약을 했으니 교수님들에게서 제대로 지켜주실 거죠?”

    [물론이다. 용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기에 말의 무게가 강해지지.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그 어떤 형태로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사소한 거짓말은 슬쩍슬쩍 범하며 언령의 순도가 떨어진 나에 비하면 드래곤교장님은 정말 생애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라고 하면 좋겠지만 저 사람도 심심하면 거짓말 알아서 잘 치신다.

    그래서 교장님의 심심함이 확 달아날 이벤트도 준비해드렸으니, 내 덕분에 재미를 느낀 만큼은 충분히 도와주시겠지!

     

    “그럼 고블린월드에 있는 고블린 용사도 지켜주세요! 방금 약속하셨잖아요? 용사‘들’을 지켜주시기로!”

    [아니 이 괘씸한 년이 그새를 못 참고 사기를 쳐?]

    “히히. 그래도 재밌었죠?”

    [뭐 그렇기는 했지.]

    “교수님들 하는 짓은 수십 수백 년 지켜봐서 이제 지루한데 전 안 그렇죠?”

    [너무 기세등등한 꼬라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네 기대를 저버리고 싶긴 하구나.]

    “으앙,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꼬리를 붙잡고 매달리니 교장님이 진저리를 치며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떨어져라! 기분 나쁘게 어딜 달라붙어!]

    “용서해주기 전까지 안 떨어질 거야!”

    [이래도 안 떨어져?]

     

    교장님이 단숨에 허공으로 날아올라 차원 서너 개를 질주했다.

    뜨겁고 차갑고 찌릿찌릿하고.

    내성작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다면 떨어져나갈 미친 차원질주에도 끄떡 않고 버티자 교장님이 먼저 항복선언을 했다.

     

    [지긋지긋한 녀석. 봐줄 테니까 떨어져!]

    “히히. 용서받았당!”

     

    중간에 교수들이 황당해하는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거나 우리도 같이 데려가달라고 외치던 모습이 보인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그 녹색인간 같은 이상한 고블린 용사와는 무슨 관계냐?]

    “그러게요. 영혼으로 낳은 자식이라고 해야 하나?”

    […호오. 영혼이 찢겨진 아이가 영혼으로 낳은 자식이라. 이거 정말 재밌어졌군. 그런 말까지 들으면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겠어.]

     

    해냈다.

    교장님의 흥미센서가 완전히 이쪽으로 넘어왔다.

    안도의 기쁨을 누리기도 무섭게 교장님의 머리에 딸린 뿔이 반짝였다.

    저건 안테나다.

    차원 저편에서 날아오는 메시지를 감지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틀린 표현은 아니지.

     

    [교수 놈들도 양반은 못 되는군. 지들과 관련된 얘기를 하던 참에 그새를 못 참고 구조요청을 날리다니.]

    “뭐래요?”

    [차원계 저편에서 아카데미의 전력약화를 꾀하는 유일신 소페미아의 흉계에 빠져 죽어나가고 있다며 구조를 요청하는군.]

     

    교장이 대놓고 차원계에 나타났다가 사라졌으니 구조요청을 하는 마음도 이해는 간다.

    사실 나타나지 않았어도 언제 구조요청이 날아들지 모를 시한폭탄 폭발까지 초읽기나 다름없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지.

    하지만 한발 앞서서 과감하게 행동한 덕분에 교수님들의 메시지는 이제 벨런스 게임에 들어갔다.

     

    고블린 용사의 목숨 + 용사 이슈타르의 목숨 + 오크노디의 목숨

    vs

    교수진 일동.

     

    교장님의 저울추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쓰레기같은 놈들 물갈이 한번 할 때도 됐지.]

     

    저울의 주인이 우리 편을 들어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버림받은 교수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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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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