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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7

        

         

       그녀는 이 일에 중국이 깊게 얽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 일이 꽤 오래전부터 진행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 일에 꽤 많은 사람이 얽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중국의 정치인들.

       강력한 힘을 가진 독재자의 출현과 함께 힘을 잃어가는 중국 공산당 계파.

       기꺼이 제자들을 군대에 보내면서까지 충성을 증명하려는 중국 무인들의 문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한 중국 정부의 의향까지.

         

       그 모든 것이 얽혀 있는 것이 지금의 형국이었다.

         

       ‘하지만…. 원래는 엄청…은밀했는데….’

         

       더 흥미로운 사실이 무엇인지 아는가?

       본래 이들의 움직임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은밀했다는 것이다.

         

       지금조차도 그녀가 권능을 사용해서 파고들어야 그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수준인데, 권능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도 알지 못했을 것이 분명한 상황인데도- 예전에는 이것보다도 더 은닉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과연 굴기(堀起)라 표현해도 손색이 없는 일이었다.

         

       한껏 웅크리고 있다가 때가 되면 갑자기 몸을 일으켜 거대한 산과 같은 위용을 드러내게 될 것이니, 이것을 굴기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굴기라고 할 수 있을까?

         

       아마 계속해서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일이 진행되었다면 이세린이 이 비밀을 아는 것은 한참 뒤였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아마도 몇 년이나 더 걸려서야 이 비밀의 존재를 깨닫고 조사를 하기 시작했겠지.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의 일이 비밀이 아니게 되는 어떠한 시점까지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고.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그레모리는 리스크가 있는 비밀은 그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입을 꾹 다물고는 했으니까.

       괜스레 호기심을 가지는 것조차도 막기 위해서 아예 그 비밀의 존재 자체를 숨겨서 위험하지 않게 되는 순간- 혹은 이세린이 호기심을 가지지 않는 공공연한 수준까지 되어버리기 전까지는 시간을 질질 끌 것이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이세린은 이 비밀을 그때까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순간 저도 모르게 볼을 부풀렸다.

       상상만으로도 삐져버릴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꾸욱.

       푸우-

         

       하지만 그렇게 빵빵하게 부풀린 볼은 이내 쪼그라들고 말았다.

       몸이 작게 변한 그레모리가 발을 뻗어 그녀의 볼을 꾹 눌러 바람을 빼버렸기 때문이다.

         

       바람이 새어 나오는 실없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삐져버릴 것 같은 감정 역시 허공에 흩어져버린다.

         

       이세린은 그레모리의 행동에 슬쩍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그대로 엎드렸다.

       그리곤 마치 번데기를 만드는 것처럼 그레모리를 품에 안은 채 이불을 돌돌 몸에 말아 이세린-김밥 폼으로 형태를 변형하고는 얼마 전 샀던 메모리폼 베개 위에 머리를 얹었다.

         

       ‘터닝 포인트….’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을 이어간다.

       천장에 이아린이 수리검 던지는 방법을 응용해서 붙인 야광별…인 척을 하는 야광 닌자-수리검 모양의 스티커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에 힘을 풀어간다. 그리고 초점이 어긋나고, 야광별의 은은한 빛이 눈에 들어오지만 정작 그녀의 정신은 깊이 침잠하며 아까 이어가던 생각을 그대로 이어지게 만든다.

         

       ‘터닝 포인트가 있어…. 중국이 급하게 움직일만한….’

         

       그녀가 떠올리는 것은 터닝 포인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게 움직이던, 한국에서 암약하던 이들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게 만든 어떠한 사건.

         

       본래라면 중국은 절대로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리라.

         

       실패하지 않은 방법.

       어려워 보이지만 성공한 방법.

         

       그것이 분명히 있었으니까.

         

       ‘중앙아시아….’

         

       중국은 몇몇 중앙아시아 국가의 이능 특성화 학교를 손에 넣는 것에 성공했다.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군벌이나 독재자 집단에 접근하거나, 나라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능력자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그들과 손을 잡고 중국의 영향력을 한껏 키워나갔고, 그러는 한편 공자 학원을 중심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친중파들을 양산, 아주 은밀하게 이능 특성화 학교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도를 짰다.

       그렇게 이능 특성화 학교 전반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되어서야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 지하에서 발견된 ‘시설’ 같은 것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능 특성화 학교가 나라의 인재- 그것도 국방부터 산업까지 큰 영향을 끼치는 능력자들과 관련이 된 시설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중국이 그 국가를 반쯤 손아귀에 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

       그 나라들 입장에서는 소름이 끼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지금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중국이 이능 특성화 학교를 손에 넣고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면 똑똑히 알게 되겠지. 중국이 자신들 국가의 엘리트들을, 능력자들을 손에 넣은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말이다.

         

       ‘하지만 한국은…그러지 않았어….’

         

       중국은 한국 역시도 이러한 ‘성공의 모델’대로 잠식할 예정이었다.

       아니, 훨씬 세심하고 은밀하게 움직이며- 필요하다면 백 년도 투자할 계획이었다.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에 있으며, 계획에 성공한 국가들과는 다르게 꽤 강력한 국가라는 점, 그리고 배타적인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과거부터 의미가 남달랐던 나라라는 점까지…온 신경을 기울여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나라였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러한 기조가 확 바뀌어버렸다.

         

       들켜서 물거품이 되더라도 상관없다는 듯이.

       하루라도 빠르게 일을 진행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래.

       그것은 터닝 포인트.

       아직은 그 윤곽조차도 짐작할 수 없는 어떠한 사건.

         

       ‘길지는 않은데….’

         

       그리고 그 터닝 포인트는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

       아주 최근.

       정말로 최근이다.

         

       ‘무슨 사건일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중국이 서두르기 시작한 걸까?

       어째서 조급함이.

         

       그리고….

         

       ‘음…. 뭔가 쫓기는 것 같기도…?’

         

       …공포와 비슷한 기색이 느껴진 것일까?

         

         

         

         

        * * *

         

         

       야사에서는 말한다.

         

       옛적 은나라 말기 주왕(紂王)이 있었다. 그는 용맹함에 있어 장사들을 가뿐히 능가하였으며, 언변은 뭇사람들을 매료시켜 따르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왕의 자리에 앉자 서서히 포악한 성정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는데 그는 자기 말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미워하고 괴롭히는 것을 즐겨하였다. 또한 그 벌의 수준이 매우 잔혹하여 심신이 강대한 이조차도 그 광경을 보고 앓을 정도였다고 하니 과연 그 잔인한 성정이 폭군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또한 음란함이 도가 지나쳐 여인들을 탐하고 또 탐하고 다녔으며 쉬이 들어주기 힘든 음탕한 행위를 강요하곤 하였는데, 아내가 그것을 지적하자 주왕은 크게 분노하여 딸을 죽이고 그 장인을 죽여 젓갈로 담그는 등의 잔혹한 일을 행하였다. 또한 그것을 보고 충언을 올리는 이가 나오자 그를 붙잡아 포로 만들기까지 하였으니, 과연 그 잔혹함이 기록에 남을 정도라 할 수 있다.

         

       이 주왕의 곁에는 달기라는 사악한 요녀가 있었는데 그 여자와 함께 온갖 사치와 향락을 즐기면서 그 잔혹함을 키우고 나라 전체를 도탄에 빠지게 만들며 세상을 어지럽히기에 이른다.

       그러다가 어느 날 달기가 하늘의 별을 갖고 싶다고 주왕에게 속삭이자 주왕은 기꺼이 그 청을 들어주어 별을 딸 수 있는 녹대(鹿台)를 짓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사방이 3리에 그 높이가 1,000척에 달하였으며, 그 위에 달기를 위해 지어놓은 적성루(摘星樓)는 온갖 기기묘묘한 상징들과 귀한 재료들을 긁어모아 능히 별을 품에 안은 것 같은 화려함을 뽐내었다고 한다.

       달기는 주왕이 만들어놓은 녹대 위의 적성루에 올라가 별을 따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기기묘묘하게도 딱 그때 별이 길게 하늘을 가로지르며 어디론가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떨어진 운석은 하나의 알이요, 그 알에서는 하늘에서 떨어진 선인 한 명이 태어나 마침내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감히 하늘에 도전하려 했던 이들에게 벌을 주었음이니 과연 폭군이 벌을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 하겠다.

         

       그러하니 말한다.

       은나라의 폭군과 요녀와 같이 세상을 어지럽히려 하는 이들을 용서하지 말 것이며, 감히 하늘에 도전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분수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 하늘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신성한 것이며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것인데 감히 하늘에 손을 뻗어 인간과 세상의 생사를 주관하는 별을 따려고 했으니 이러한 재앙이 떨어지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 할 것이다.

         

         

         

        * * *

         

         

         

       사람들은 하늘의 별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별들을 이어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혹은 별 그 자체로 어떠한 의미를 품게 만들기도 한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옛적부터 하늘을 중요시해왔으며, 천문을 살피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현대- 중국 공산당이 나라를 운영하는 작금에도 다르지 않았다.

       물론 온갖 미신들과 낡은 것들을 깨부숴야 한다면서 죄다 박살을 내고 기록을 다 불태워서 커다란 공백이 있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얼기설기 복원하여 천문을 관찰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공백이 문제였던 것일까?

       제대로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일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까닭일까?

         

       『 대흉(大凶) 』

         

       천문을 보아도 보아도 흉할 것이라는 점괘만이 튀어나온다.

       불길한 빛을 발하는 별들이 관측되고, 그 운행이 피를 바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혼란스럽게 움직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연신 경고를 날린다. 게다가 그것을 믿지 못해 다시 제를 올리고 의식을 행해도 그 결과는 쉬이 바뀌려 들지를 않으니….

         

       …

       …

       …

         

       오. 하늘의 이치여.

       중화를 위하여 자비를 베푸소서.

       마땅히 세상을 안정케 할 천자를 탄생시키사 세상의 중심을 평온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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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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