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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8

        

       공항을 가득 채우는 인파.

       곳곳에서 터지는 플래시 라이트.

       공항에 방문한 사람을 환영하는 글귀가 적혀있는 온갖 물건들.

         

       꽤 커다란 태블릿에서부터 시작해서 종이로 직접 만든 것 같은 플래카드까지.

         

       공항에 모인 많은 숫자의 팬은 자신들의 나라에 발을 디딘 연예인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스타가 나타날 곳을 빤히 바라보면서 숨을 죽이고 있었고, 마침내 문이 열리고 자신들이 바라는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 상냥한 큰언니 차이네의 중국 방문을 환영합니다. 』

         

       『 축! 환영! 차이네 사랑해요. 』

         

       『 오래 기다림. 중국에 어서 오세요! 』

         

       “와아아-! 차이네!”

         

       그들은 기꺼이 크게 환호성을 지르며 환영의 뜻을 보냈다.

         

       본명 김선미.

       예명 차이네.

         

       한때 한국에서는 악덕 기획사의 손에 붙들려서 행사 뺑뺑이를 미친 듯이 돌며 혹사당했던, 하지만 갑자기 천운으로 찾아온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한일 양국에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게 되어버린 연예인.

         

       옛말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인생을 바꿀 세 가지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차이네에게 있어서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기회 중 하나일 것이다.

       실제로 행사 뺑뺑이나 돌고, 매니저에게 뒤통수를 맞을 뻔하기도 하고, 괴인을 마주쳐서 위험해지기까지 하는 그러한 불행 속에서 그녀를 꺼내준 것은 분명히 그 프로그램일 테니까 말이다.

         

       기회.

       그녀에게 찾아오는 반짝이는 기회.

       황금손 야사키 토키타카라는 사람과 만나고, 계약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고.

       그렇게 얻은 소중한 기회가 마침내 그녀를 빛나게 만들어주었다.

         

       어릴 적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막연하게 품었던 감상처럼.

       마치 별처럼 반짝이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했던 사람들처럼, 지금의 그녀 역시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 별이 빛나게 해주는 것은 바로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

         

       다른 말로 하면 팬일 것이다.

         

       “여러분-! 사랑해요-!”

         

       “와아아아아-!!!”

         

       그녀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격렬하게 그녀를 환호해주었다.

       조금 격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차이네는 중국 팬들의 격렬한 환호 속에서 공항에서 나와 계획대로 움직이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본 거지만…. 중국의 팬 분들은 정말로 저를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한국의 팬과도, 일본의 팬과도 다른 느낌이지. 두 나라에서는 ‘내가 너를 이렇게 잘 키웠다.’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섞인 반응이라면, 중국의 팬들은 네 서사에 집중하는 느낌이니까 말이야.”

         

       “프로그램이 방영된 시점의 차이일까요?”

         

       “그렇지. 그것 말고도 투표의 여부도 있을 테고.”

         

       차이네가 중국 팬들의 격렬한 환영을 받은 것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

         

       처음 그녀가 중국에 발을 디뎠을 때는 그녀가 중국에서 ‘적당히’ 인기가 있었을 시점이다.

       그 시점에서는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이 중국에 정식으로 수출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그렇기에 그녀의 명성은 불법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청자들이 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숫자도 만만치가 않기에 중국의 팬들을 만나러 갈 이유는 충분했으나….

         

       『 이거 될 거 같은데. 』

         

       『 내 황금손의 이름을 걸고 말하는데, 이거 분명히 됩니다. 불법으로 수출했는데도 이 정도의 반응이라면, 수출만 성공하기만 하면 이거 크게 터질 겁니다. 어떻게든 수출을 협상해봅시다. 』

         

       야사키 토키타카가 여기서 나서게 되면서 그 인기는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는 직접 나서서 중국 방송 콘텐츠 관련 규제에 맞게 프로그램 편집을 요청했다. 거기다가 중국 자막 버전, 더빙 버전까지 따로따로 만들기까지 했다.

       심지어 그 더빙은 중국에서도 유명한 더빙 전문 배우들을 데리고 진행하기까지 했고.

         

       당연하겠지만 이러한 토키타카의 행동은 반발을 불러왔다.

       중국 수출을 위해서라지만 너무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는 게 아니냐면서 말이다.

       중국어로 자막만 달면 됐지 비싼 돈 주고 중국 배우들을 데리고 와서 더빙까지 시키는 건 돈 낭비라면서.

         

       하지만 토키타카는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였고…성공했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반대했던 ‘더빙’ 덕분에 말이다.

         

       알고 진행한 것인지, 모르고 진행한 것인지-

       야사키 토키타카가 데리고 온 중국 배우들은 하나같이 꽤 괜찮은 꽌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들 덕분에 너무나도 쾌적하고 빠르게 프로그램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는 칭찬까지 받기까지 했다.

       중국 친화적인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든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정식으로 수입된 프로그램은 곳곳에서 방영되었고-

       그렇게 오디션의 참가자들은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프로그램의 성공에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은 바로 차이네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차이네는 맏언니의 포지션이었는데, 프로그램에서 나온 상냥하면서도 포용력이 있는 모습, 그리고 힘들었던 과거를 딛고 노력을 계속한 결과 마침내 성공하게 됐다는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많은 팬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제 이야기를 그렇게 많은 분이 좋아할 줄은 몰랐어요. 지금도 얼떨떨해요.”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과거를 드러내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아기 때의 일부터 가족, 친척, 친구의 이야기까지 다 끌고 와서 조금이라도 분량을 얻으려고 하는 이들이 오죽 많은가.

       하지만 그런 진부함 속에서도 차이네의 이야기는 특별함이 있었다.

         

       무엇이 특별하냐고 하면- 그래.

       차이네라는 사람에게 몰입하게 만들어줄 ‘빌런’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었다.

         

       차이네의 전 소속사.

       그리고 차이네의 뒤통수를 치려고 했던 매니저.

       한때 한국에서 악명을 떨친 기자, 이제순까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고 짜증이 솟구치게 만들고, 차이네를 저절로 응원하게 되는 그러한 존재들.

         

       심지어 그 악당 중 한 명인 전 소속사 사장은 당당하게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 우리가 조금 사람을 빡빡하게 굴린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뭐 우리가 돈을 떼먹기를 했습니까? 이상한 짓을 시키기라도 했습니까? 솔직히 말이야 말이지, 나 정도만 아주 양심적으로 회사 운영하는 사람이야. 나같이 깔끔하게 하는 사람이 또 없다고. 』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남자답기는 하다면서 오히려 호감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팬들 대부분은 차이네를 마구마구 굴려서 행사 노예처럼 써먹은 전 소속사 사장을 욕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전 소속사 사장은 욕을 먹을 것이 뻔한데 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 그래도 내가 말이야. 아주 큰 반성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내가 선미를 볼 때마다 미안해. 어떻게 붙여놓는 것들마다 하나같이 인간이 덜 된 것들이었는지 원. 내가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내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남자답게 선미 씨한테 사과를 딱 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라고 내가 말하고 싶어서야. 』

         

       그 해답은 바로 이것이다.

       이미 벌어진 사건은 어쩔 수 없고, 차이네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상 전 소속사에서 있었던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전 소속사 사장은 그러한 상황에서 침묵하는 것은 좋지 않으리라 판단하였고, 이렇게 된 이상 대놓고 욕을 먹는 것을 각오하면서라도 프로그램에 먼저 나와서 ‘내가 잘못했고 쇄신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실제로 전 소속사 사장의 판단은 옳았다.

       그는 욕을 바가지로 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사과하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덕분인지 큰 타격은 입지 않았다.

         

       그리고 프로그램 측에서도 행복했다.

       시청률을 높여줄 소재가 제 발로 걸어와서 ‘내가 욕을 먹도록 편집해달라.’는 평생 들어볼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너무나 달콤한 제안까지 하지 않았던가.

         

       상부상조!

       그렇게 둘의 야합 속에서 전 소속사 사장은 빌런이 되었고, 차이네의 명성을 높여주는 제물이 되었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진부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온 소재.

       그것이 창작물도 아니고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면.

       그리고 자신들이 바로 그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실감마저 있기까지 하다면!

         

       인기를 끌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겠지.

         

       그렇게 차이네는 뭘 해도 잘 풀리지 않던 과거를 보상받듯이, 모든 것이 잘 풀리는- 마치 세상이 그녀를 돕는 듯한 상황 속에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행운의 파도가 몰아치고, 그곳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허우적대는 지극한 행복이라니.

         

       하지만 그러한 행복 속에서도 차이네는 과거를 잊지 않았다.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렸으며,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이 팬들 덕분이라는 사실을 잃지 않으려는 듯 자주 되뇌었다. 그리고 언제든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각인하였고,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세뇌하듯이 자기 직전에도 중얼거렸다.

         

       겸손과 친절은 그녀를 지키는 방패요 그물이라.

       그녀는 이제순을 만났던 그때를 기억한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주술사를 만났던 그때를 기억한다.

         

       그때의 기억은 불로 지진 것처럼 그녀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자리를 잡아, 그녀가 자만을 경계하게 만들고 있었다.

         

       ‘선한 일을 하면 선한 사람들이 모이고, 좋은 일만 가득할 거야.’

         

       그녀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끼이이익-!

         

       “이보게. 거기 안에 있는 처자…낭자? 점이나 한 번 보고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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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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