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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59

    <759 – 용사답게(5)>

     

    고블린 상위종들이 더 상위의 개체들에게 자신의 레어메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클래스 전용장비에 레어메탈을 섞고 은닉한다.

    모락스 교수의 그런 고블린 사회와 상위종 및 변종들의 심리에 대한 분석 자체는 옳았다.

    실제로 지하까지 내몰린 상위종과 변종들이 지닌 장비에는 레어메탈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간과했다.

    고블린들이 변화하였음에도 그것이 단순한 기술발전이 아닌 종족적 기질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용사는우리의마지막희망이다고브.”

    “부족한스승이지만내무기를녹여서받아라고브.”

    “우리의전재산을모아서악마들에게고블린펀치를날려라고브.”

     

    고블린 펀치를 위해 전 재산을 탈탈 털어서 용사에게 쥐어주는 고블린 상위종들!

    낮의 스승으로 올클래스의 길을 걷고 실제로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여준 고블린용사에게 모든 희망을 건 고블린들이 레어메탈을 몰아주었다.

    그저 이기적인 자신만 아는 고블린이 아닌, 종의 존속과 부흥을 위한 단결이 이루어졌다.

     

    “아이들은예쁘다고브.”

    “우리땐약한놈은맞아죽었는데지금은다르다고브.”

    “이런평화로운부족을지키고싶다고브.”

     

    티토소가의 해맑은 그림체에서 비롯된 맹하고 순한 마음이 고블린들의 영혼을 근본부터 보다 깨끗하고 맑게 탈바꿈했다.

    더럽고 추악하기만 했던 욕망이 맑고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그들도 알았다.

     

    가족을 지키고 싶은 욕망.

    부족을 지키고 싶은 욕망.

    누구도 굶지 않고 모두가 다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망.

     

    공동체의식.

    문명레벨을 넘어서 의식레벨이 한 단계 올라섰다.

    그 순간, 고블린의 서로 죽고 죽이는 경쟁사회에서 제 가치를 잃었던 방대한 자원과 물량이 한 사람에게 집약되며 빛을 보았다.

    마갑 제작에 필요한 대량의 레어메탈.

    기존의 레어메탈을 대량으로 소비해야만 만들 수 있는 최신형 레어메탈 제작에 필요한 수량이 십시일반으로 기부를 받으며 충족된 것이다.

     

    [신성중앙제국 루시퍼급 마갑ver4.05]

     

    수많은 생명과 영혼을 갈아 넣으며 기술을 개발하고 개량한 교수의 지식.

    그 지식을 경험치의 형태로 받아들이고 충분한 재료를 습득하는 것으로 마갑 제작은 빠르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완전한 경험을 입수하지는 못했기에 부족한 부분도 많은 과도기적 기술이었지만 용사는 이를 극복했다.

     

    “우리가희생양이되겠다고브.”

    “미친인간의군세가멀리나오면그틈을노리고돌진해라고브.”

    “우리가죽어도슬퍼하지마라고브!”

     

    용사의 낮의 스승들은 무구에 이어서 그 목숨까지 미끼로 삼아 적의 주력을 끌어내었다.

    그 결과, 모락스 교수의 토벌에 성공했다.

    심지어 고블린 스승들이 나눈 작별 인사는 그들 본인조차 생각지 못했던 형태로 실현되었다.

     

    모락스의 영혼계약술.

     

    이에 죽은 고블린들의 자발적인 호응과 계약이 이어지며 죽은 고블린도 용사를 도울 전력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악마처형의시간이도래했다고브.

    -내영혼은작아도미래를위한큰희생이될거다고브!

    -가족과친구들의원수를갚는다고브!!

     

    고블린월드의 대세는 뒤집혔다.

    고블린들을 사냥하던 교수들은 어느덧 사방에서 몰려드는 고블린 원혼들의 추적을 받아 도망 다니기에 급급한 처지가 되었다.

    죽어 마땅한 교수들이야 오히려 저대로 죽어도 싸니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모든 교수가 다 쓰레기는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개중에는 강의를 너무 게으르게 하거나 아카데미에 비협조적이어서 징발된 교수도 있다.

    <아종간 거래 주의사항> 강의를 가르치는 교수 리벤트로프가 그런 불운한 인물에 속했다.

     

    “리벤트로프. 궁지에 몰린 우리 교수들을 살릴 사람은 당신밖에 없습니다. 제발 열의 없는 교수들을 중재해서 함께 탈출을 시도합시다!”

    “사고는 당신들이 쳤는데 왜 우리가 힘들게 도움을 줘야 합니까?”

    “우리가 착한 고블린 나쁜 고블린을 가리지 않았듯이 저들도 착한 교수 나쁜 교수를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주 기가 막히는 대답이었지만 리벤트로프가 생각하기에도 자신들은 대량학살은 저지르지 않고 근처에 얼쩡거리는 불결한 고블린 몇 마리만 죽이거나 고통 없이 즉사시켰다는 말을 한다고 저것들의 공세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았다.

    리벤트로프는 제국파 교수들의 부탁대로, 또 본인의 특기를 살려서 인간과는 다른 정서를 지닌 아종에 속하는 교수들을 어르고 달랬다.

     

    “모몬도 교수님. <선신교단의 올바른 사용법> 강의를 가르치시는 교수님의 지혜에는 언제나 감탄하고 있습니다. 그 지혜를 저희를 위해 조금만 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리벤트로프. 내게 무엇을 요청하려는 건가.”

    “교수님께서 믿으시는 수련의 신은 신체나 행동에 제약을 걸고 제약이 까다로울수록, 지키는 기간이 길수록 제약이 끝날 때 더 큰 힘을 하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장기계약 몇 개를 끝마치고 봉인을 해제해서 힘을 빌려주십시오.”

     

    모몬도 교수도 악행에 가담하지 않은 교수였다.

    허나 학생들 기준으로는 선량하다고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마하바라타 지도교수가 모몬도 교수를 폐급교수진에 포함한 이유는 저 혼자만 하면 상관없을 제약플레이를 수강생들에게도 상습적으로 권했기 때문이다.

     

    -훌륭한 검사라면 양손을 모두 다룰 줄 알지. 하지만 한 팔은 뒷짐을 지고 싸워야 하는 제약을 걸고 싸우는 불리함을 1년 이상 감수한다면, 그 제약이 해제되는 순간 전투력이 폭증한다면. 그건 제법 멋있지 않겠는가?

    -오오오…! 교수님의 말이 옳습니다. 부디 계약을 주선해주십시오!

     

    모몬도 교수의 제약플레이에 현혹당한 많은 수강생이 무리한 컨셉을 잡았고, 미래에 지닐 수 있는 이득에 홀려 현재를 등한시하다가 생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몇 차례 일어났다.

    어찌 보면 모몬도 교수의 언변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고,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악한 꼬드김을 하는 악마 같은 자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런 작자가 스스로에게 건 장기계약이 해제되면 얼마나 대단한 실력증진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카데미 3대 광년에 필적하겠지.’

     

    모몬도 교수는 아니꼬운 얼굴로 되물었다.

     

    “그런 짓을 해서 내게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모두가 힘을 합쳐서 살아나갈 수 있죠!”

    “꼭 모두가 살아서 나갈 필요가 있습니까?”

    “예?”

    “저야 새로운 제약을 약속하면 수련의 신께서 얼마든지 도와주실 겁니다.”

     

    니들이 뒤지건 말건 내 알 바 아니라고.

    이런 뜻이 담긴 모몬도 교수의 매정한 거부의사에 리벤트로프 교수는 이를 악물었다.

    모몬도 교수는 아주 개새끼지만 자신은 그 개새끼의 도움이 필요했다.

     

    “조금 엉뚱한 얘기지만 제가 강의를 맡은 <아종간 거래 주의사항>에는 거인과의 거래를 특히나 조심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특별히 한 챕터를 따로 나누기도 하죠.”

    “그렇습니까?”

    “거인들이 힘을 도와주는 대가로 돼지 한 마리를 원한다고 성큼 계약했다가 마을에서 기르는 가장 큰 돼지 한 마리를 굽고 축제를 벌인 마을주민들이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난리가 났겠군요.”

    “맞습니다. 살도 제대로 붙지 않은 ‘새끼 돼지’를 내놓다니 자신을 무시한 거냐며 난동을 부려 마을주민을 피떡으로 만들어 놓았지요. 거인이 원한 ‘돼지’의 정체는 5m가 넘는 산의 지배자로 군림하던 자이언트 피그였습니다.”

     

    모몬도 교수는 리벤트로프 교수가 일화를 꺼낸 이야기를 쉬이 짐작했다.

     

    “수련의 신께서 제가 상상도 못 할 거대한 제약을 요구하리라 여기시는 겁니까?”

    “거인조차도 인간과의 개념차이가 아득하게 큽니다. 신과 인간의 격차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이 커다랗지 않겠습니까.”

    “그것을 연구하는 것이 신학이며 기도술입니다.”

     

    알고 있다.

    그래서 종교쟁이들의 세계는 협소하고 왜곡되어있다.

    일반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신의 세계, 신의 시야, 신과의 거래를 다루는 이들이 인간 세계, 인간의 시야, 인간과의 거래를 어찌 바라보겠는가.

    꼭 자신이 신이라도 된 것처럼 우월한 위치에서 하찮게 내려다보겠지.

    하지만 어떤 인간도 결국은 인정할 때가 도래한다.

    자신은 신이 아니고 인간임을.

    타인의 시야를 흉내 내고 그 삶을 제 것처럼 위장하려 들어도 그것은 어울리지 않는 옷에 불과함을.

     

    “확실히 저는 당신이 모시는 신에 대해서 당신만큼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간과하는 사실을 한 가지는 알고 있죠.”

    “그게 무엇입니까?”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도, 상대의 형편이 어렵고 불리할 때는 더욱 가혹한 조건을 내민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평생을 후회할 계약이 될지도 모릅니다.”

     

    구하지 않아도 될 교수들을 구했다는 후회.

    구할 수 있었을 자신의 삶을 잃었다는 후회.

    어느 쪽이 더 큰 후회가 될지를 비교해야 할 정도로 모몬도 교수는 어리석지 않았다.

     

    “리벤토르프 교수님이 제 아집을 깨우쳐주셨으니, 저 또한 작은 지혜를 나누어 드리지요. 탈출계획에 협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로 묻겠습니다만, 탈출에 성공하면 그땐 아카데미로 돌아가실 겁니까?”

     

    소속된 학부도, 맡은 강의도 서로 다르지만, 두 교수는 서로의 눈빛에서 생각이 일치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쳤다고 돌아가겠습니까?”

    “그렇지요?”

    “우릴 버린 교장에게 복수해야지요. 나가는 길로 그대로 재단을 찾아갈 겁니다.”

    “듣기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한데, 그래서 탈출까지는 얼마나 걸립니까? 나가기 전에 잡혀 죽으면 다 끝장이란 말입니다.”

    “제약을 해제해도 3일의 시간은 걸립니다. 약속한 인원만큼의 교수들이 마력을 함께 제공해도 어디 마력이 남아도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리벤토르프 교수가 눈빛으로 아니꼽긴 해도 이 난리를 일으킨 사이코 교수 몇을 합류시켜서 부족한 마나를 채우겠냐는 뜻을 전했다.

    모몬도 교수는 차가운 눈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누구라도 하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며 난장판이 된 고블린월드에서 수일을 더 버텨야만 한다.

     

    어디 없으려나.

    마나 많고 문제 되는 교수도 아닌 존재가.

    그런 형편좋은 존재가 있을 리는 없겠지.

    자신이 생각해도 참 양심이 없었다며 쓴웃음을 짓던 리벤토르프의 앞에 황금빛 서광이 드리웠다.

    엄청난 마력반응에 놀란 그가 뒷걸음질 치자 빛의 주인이 급히 외쳤다.

     

    “난 재단의 스파이도 아니고 교수들을 함정에 빠뜨린 수상한 사람도 아니니까 제발 공격하지 말고 같이 데려가줘…!”

     

    브론즈 교수와 메이드장의 공격을 피해 달아나며 만신창이가 된 불쌍한 소녀, 아발론이었다.

     

    “수상한 녀석이군요. 공격합시다.”

    “으앙!”

     

    아발론은 기어이 울음이 터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최대의 피해자 아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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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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