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6

       

       

       

       

       커뮤니티의 소식을 알게 된 그날, 나 PD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듣기로는 내 얼굴이 그대로 담겨 있는 원본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튜디오엔믹스와 JYB가 공조를 했다나 뭐라나.

         

       어쨌든 자세한 사정을 듣기 위해 JYB의 방문을 결정했다.

         

         

       “이야~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절대 JYB로 오지 않게 다고 선언한 사람을 다시 오게 만들 줄이야……. 그래서 저희 소속사 아이돌이랑 데이트는 즐거웠습니까? 927 작가님.”

         

         

       아오, 근데 이 사람이 시작부터 긁네?

       

         

       “그래도 다행이지 않습니까?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혹시 몰라 927 작가님을 모자이크 해준 것을요. 덕분에 원본이 세간에 퍼지기 전에 스튜디오엔믹스랑 엄청난 합작을 했죠. 후후후.”

         

         

       한 건 해냈다는 얼굴로 기분 나쁘게 웃는 백준영 대표님.

         

       듣기로는 주말 동안 원본을 가진 사람의 IP를 조사해 연락을 취했고, 어떻게든 원본을 얻어냈다고 들었다.

         

       뭐…….

         

         

       -이다혜가 왜 버스에 있음? 주작 아님?

       ㄴ아직 제 학생이잖아 ㅋㅋ 종종 지하철에서도 발견됨

       ㄴ근데 저 때 JYB 단체 콘서트 있던 날인데?

       ㄴ홍련 무슨 사정이 있다고 단체로 빠졌음 ㅇㅇ

       ㄴ와… 그럼 진짜인가 본데? 저 버스 몇 번이냐?

       -그것보다 일단 이다혜 옆에 서 있는 남자 부러우면 개추

       ㄴㄱㅊ

       ㄴ개추. 근데 내 눈이 이상한 건가? 뭔가 옆에 남자랑 팔짱 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ㄴ착시 현상인 듯 ㅋㅋ

       ㄴ설마 이다혜가 미쳤다고 버스에서 대놓고 팔짱 끼겠음?

       -저 이날 이다혜랑 같은 버스 탄 듯. 혹시나 싶었는데 진짜였네. 이날 JYB 콘서트 때문에 교통 상황 난리 나고, 버스 내부도 밀어 터짐 ㅋㅋ

       ㄴ그럼 진짜 저 남자랑 이다혜 팔짱 낌?

       ㄴㅇㅇ 아마 그런 것 같던데? 근데 버스가 너무 흔들려서 뭐라도 붙잡으려다가 사고 난 듯?

       ㄴ하… 어쨌든 저 남자 새끼 ㅈㄴ 부럽네. 진짜 길 가다가 마주치면 한 대 때리고 튄다

       ㄴ님 저 남자한테 개 발릴 듯. 딱 봐도 체격 개 깡패더라

         

         

         

       이미 커뮤니티에 퍼진 사진 쪽을 어떻게 할 수 없겠지.

         

       나는 문제의 사진이 올라온 게시물의 댓글을 확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다혜한테 피해가 안 가서 다행이네요.”

       “피해가 안 갔다?”

       “네. 어차피 얼굴도 제대로 안 나왔는데 대충 모르는 남자라고 입장을 밝히면 되잖아요.”

       “흠… 맞는 말이긴 하죠.”

         

         

       뭔데.

         

       반응이 왜 이렇게 미적지근해?

         

         

       “무슨 문제 있어요?”

         

         

       서은우의 질문에 백준영 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다혜 쪽은 피해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었으니까.

         

         

       -의심을 받을 바에는 차라리 시원하게 밝히는 건 어떨까요?

         

         

       이것은 커뮤니티에 문제의 사진이 올라오고, 그날 백준영과 이다혜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서은우, 대표님의 뒤를 이어 JYB의 대표가 될 사람이라면서요? 그런 사람이 소속사의 아이돌이랑 친한 게 뭐가 문제가 되는 데요?

       -아니, 근데 그걸 굳이 대외선상에 시원하게 까발려서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면… 나중에 둘이서만 움직일 때 떳떳하게 움직일 수 있잖아요!

         

         

       볼을 붉히며 뭔가 수줍게 말하는 이다혜.

         

       물론 백준영의 입장에선 머리가 지끈거리는 대답과 반응이었다.

         

       뭐 나중에 둘이서만 움직여? 그것도 떳떳하게?

         

         

       ‘도대체 그날 무슨 짓을 했길래 애가 이런 망상까지 하는 단계에 가 있는 겁니까…….’

         

         

       이다혜가 그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백준영 역시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던 사실이다.

         

       원래 어린 나이 때부터 아이돌로 데뷔했다면 남자에 대한 면역력이 조금 떨어지기도 하니까.

         

       그런 면에서 평소에는 무심하지만 정작 중요할 때나 안 보이는 곳에서 잘 챙겨주는 927 작가, 서은우라는 사람은 충분히 이다혜의 눈에 들어갈 만한 존재다.

         

       다만 연예 기획사의 대표로서 아직은 용납할 수 없는 단계이기도 했다.

         

       이다혜는 아직 데뷔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홍련에 소속되어 있다.

         

       이건 연예 기획사 대표로서의 경험담이지만, 이 타이밍에 범죄든 연애든 굵직한 사건과는 최대한 연관되지 않는 것이 무조건 좋긴 하다.

       

       뭐…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예외도 있긴 한가.

         

       아이돌이 연애설에 휩쓸리는 순간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그것과 반대가 되는 사례도 아주 간혹 있긴 하다.

         

         

       “생각해보니 그쪽이라면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

       “……?”

         

         

       다시 현재로 돌아와, 서은우의 질문에 백준영이 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긴…….

         

       대외선상으로 이미지 좋고, 현재 수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조련(?)하고 있는 그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2년 전의 플라이 하이 때처럼 JYB의 큰 변화를 불러올지도……?

         

       한편, 서은우가 JYB의 방문을 마치고 바로 다음 날.

         

         

       “은우야.”

       “음…?”

         

         

       서은우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여자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것이 여전히 적응이 안 되었다.

         

       동시에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 건가?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부터였지?

         

       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설소영을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혜랑 팔짱 끼니까 좋았어?”

         

         

       설소영의 말에 서은우는 본능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저 말에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확실한 건, 문제의 사진이 올라온 그 게시글과 댓글을 대충 읽었다는 뜻이겠지.

         

       당연히 그날 연극을 함께 보러 간 설소영이 서은우의 옷차림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차무식 때와 마찬가지로 모자이크는 별 의미가 없다는 소리.

         

       하지만 질문의 내용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당연히 좋긴 했는데 그걸 대놓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 대충 시치미를 떼면서 대화의 주제를 바꾸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글쎄. 버스 안이 너무 혼잡해서 기억이 잘……”

       “좋았구나. 솔직하게 말해줘도 나는 상관없는데.”

         

         

       설소영이 얕은 미소를 지으며 즉답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그녀의 즉답에 서은우는 깜짝 놀라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확신하는 거지?

         

       서은우는 뭔가 자신이 너무나도 손쉽게 간파당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경험은 생전 처음이었기에 그는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조금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이제…….

         

       설소영의 앞에서 어정쩡한 거짓말은 불가능한 수준일지도 모르겠다고.

         

         

         

       ***

         

       

       

       중간고사를 2주 앞두고 찾아온 동아리 활동 시간.

         

       문뜩 박하준이 내게 노트북 한 대를 건넸다.

         

         

       “자, 이게 바로 연극·영화부 전용 노트북.”

         

         

       아무래도 이제야 학교 측에서 승인이 떨어진 모양이다.

         

         

       “그럼 바로 작업 시작해요?”

       “편하게 해. 편하게. 아직 기간은 많이 남았으니까.”

         

         

       박하준이 내 짐을 덜어주기 위해 전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고 있지만, 속은 딱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일단 내가 뭐라도 완성 시켜야 이 부가 제대로 돌아갈 테니까.

         

       부장이 일개 부원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재밌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사실 그날 다 같이 연극을 보러 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충 어떤 대본을 쓸지는 구상해놔서 대본을 쓰는 데에는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 설소영이라던가, 또 설소영이라던가, 그냥 설소영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참이었는데 오히려 잘 됐다.

         

       글을 적는 그 순간에는 고민 따위는 생각날 겨를도 없이 오직 글에만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

         

         

       당분간 자습이라는 명목으로 한동안 보드게임과 친목회를 하며 시끌벅적했던 부실이 웬일로 고요하다.

         

       나는 그 고요 속에서 노트북을 접속해 문서를 켰다.

         

       이제부터 이 새하얀 백지를 검은 글씨로 가득 채워야 한다.

         

       대충 1시간 정도의 분량이니 적어도 수십 장은 가볍게 넘어가겠지.

         

       그래도 드라마 분량에 비하면 선녀이긴 하다.

         

       어쨌든.

         

         

       탁-

         

         

       나는 키패드에 손가락을 올렸다.

         

       우선은 간단한 시놉시스부터…….

         

       저번에 연극을 보고 난 이후로 뭔가 타임리프를 활용한 대본을 써보고 싶었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효과를 잘만 이용하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스토리의 퀄리티가 확연하게 올라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을 위한 연극 대회답게 최대한 청소년의 정서에 맞는 작품을 적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스토리의 배경을 학교를 잡기로 했다.

         

       뭐… 작품의 배경이 학교인 것은 아마 다들 비슷할 것이다.

         

       연기자들에게도 가장 어울리는 분위기와 정서이고, 대본을 쓰는 사람들도 이미지를 비교적 구상하기 쉬울 테니까.

         

       물론 그 안에서 얼마나 깊이 있는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성적이 갈리겠지.

         

         

       탁- 타닥-

         

         

       경쾌한 키패드 소리가 막힘없이 부실 안을 울리고, 그 소리에 맞춰 서은우는 어느샌가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던 박하준은 어째서인지 씨익 웃었다.

         

         

       ‘완전히 몰입했구만.’

         

         

       무서울 정도로…….

         

       사실 박하준을 제외한 2학년들은 서은우가 대본을 쓰는 것을 영 못 미더워하고 있었다.

         

       마땅한 증거 자료가 없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아닌 척하면서 은근슬쩍 집필을 하고 있는 서은우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엄청난 작품을 만들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기대감과 함께.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