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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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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제 얘기에 관심이 없으신가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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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간이 드러나는 음흉한 웃음에 노아는 기민하게 비안의 보스가 제 얘기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기분이 나빴지만, 손해만 본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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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는 모자라지만 힘 하나만큼은 뛰어난 조직 비안. 그런 조직의 보스가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훤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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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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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안의 보스가 뒤늦게 너스레를 떨며 표정을 관리했지만, 노아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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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됐습니다. 서로 바쁜 사람들이니 이만 헤어지죠.”
    “글쎄 그게 뜻대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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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를 준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지금쯤이면 인질을 잡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비안의 보스는 광대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기괴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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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호에 꽤 아끼는 녀석을 데려온 것 같던데. 애인인가?”
    “….!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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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노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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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호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릴리였다. 기본적으로 두 조직의 보스가 만남을 가질 땐 다른 조직원을 데려오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 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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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 상대가 언제 내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맨몸으로 만남을 가지는 건 너무 위험한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조직원들을 대동하는 건 전쟁을 하자는 의미로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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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에 너무 티 나지 않을 정도로만 조직원을 주변에 뿌려놓고 서로를 경계하며 만남을 가지는 게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노아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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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조직에서 노아보다 강한 이는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데려간 조직원들이 도리어 짐이 될 수 있었다. 노아는 호위로 따라가겠다던 네로 조차 두고 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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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노아가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 적지에 걸어 들어가겠다는 말을 가만히 들어줄 만한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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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반발에 어쩔 수 없이 조직에서 손가락 꼽힐 정도로 강한 네로가 호위가 되었고 릴리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아래층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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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갑작스럽게 정해진 사항인데다가, 소수로 움직인 덕분에 안심하고 있던 노아는 혀를 살짝 깨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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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하고 있었지만, 조직에 첩자가 들어와 있었어. 그것도 간부 중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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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않고서야 릴리에 대한 이야기가 퍼질 리 없었다. 자신의 안이함에 속으로 욕설을 터뜨렸다. 당장이라도 문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지만, 눈앞에 적을 두고 등을 보이는 건 멍청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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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소파에 기대어 놓은 검집을 들어 검을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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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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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협적인 소리 앞에서도 비안의 보스는 기괴하게 웃을 뿐 저지하지 않았다. 그녀는 검지를 들어 올려 가볍게 양옆으로 흔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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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안되지, 안돼. 설마 내가 아무런 조치도 없이 이 말을 꺼냈겠나?”
    “…내 부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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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의 살벌한 목소리에 비안의 보스가 파안대소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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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핫! 이제 말이 통하겠군! 우선 앉지, 앉아서 마저 얘기를 해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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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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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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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아아아악!”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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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여관 밖에서 비명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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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관 앞에 무언가 떨어지는 바람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는 소리였다. 누군가 목소리 높여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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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새끼가 길거리에 시체를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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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과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곳에선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체를 던지는 몰상식한 행동에 욕을 할 뿐, 사람이 죽은 것에 관해선 딱히 화내지 않았다. 
    ​
    ​
    비안의 보스는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꼈다. 그녀의 입술이 딱 다물려 눈길이 창문 쪽으로 향한 순간, 짜증을 냈던 목소리가 어느새 겁에 질린 목소리로 바뀌어 소리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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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어이! 저거 오크 부대 녀석들 아니야?!”
    “허어억! 지,진짜다! 조직 간에 싸움인가 보네! 도,도망쳐!”
    “우와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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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 떨어진 시체, 오크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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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내린 명령이 실패했음을 알려주는 말이었다. 노아는 안도한 표정을 짓다가 뒤에 서 있는 네로에게 눈짓했다. 먼저 내려가라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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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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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안의 보스는 달려 나가는 네로를 저지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눈가에 핏줄을 세우며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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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놈이고 저놈이고! 뭘 제대로 하는 놈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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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이를 악물며 살기를 내보이자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옷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늑대인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몸이 거대하게 부푸는 모습에 노아가 검을 고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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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아아악! 이렇게 된 거 전부 내가 쓸어주지! 그 누구도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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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보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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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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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간, 2023호실 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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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흐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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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 좋게 욕조에 몸까지 담구고 나오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나른한 미소를 지은 채 욕실 문을 살짝 열어, 옷을 챙긴 후 빠르게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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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웬 나뭇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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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가루와 작게 부서진 나뭇조각이 묻어있는 옷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가볍게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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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라도 들어왔나? 창문 닫아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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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생각하며 옷을 챙겨입었다. 마검은 조금 전에 손등에 돌려놓았기에 머리에 수건을 얹고 욕실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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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 오래 걸렸지? 오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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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잇던 리안이 천천히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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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범벅이 된 바닥을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옷으로 박박 문지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후 쩌적 굳어 죄지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는 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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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인지 처참하게 부서져 있는 창문 앞에 서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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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핏물만 가득한 바닥과 부서져 있는 문, 그 너머에는 여러 구의 시체가 늘어져 있었다. 나는 마구 떨리는 손으로 복도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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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아이리스 호,호옥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저거….”
    “갑자기 찾아와서 막 때리려고 해서…”
    “잘했어! 아주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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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시무룩한 얼굴로 웅얼거리며 꺼내는 말에 곧바로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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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했지만..! 여기선 이만 나가자! 이렇게 큰 소란을 일으키면 이 구역 골목 대장 같은 놈들이 나타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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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 사이렌이 마구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짐을 우다다다 챙겨 제스를 옆구리에 끼고(제스 : 우..?) 다른 손으로 아이리스의 손을 덥석 잡은 부서진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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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드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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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에 쌓여있던 세 구의 시체가 쿠션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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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저,저런 잔인한!”
    “저런 어린 녀석들이 오크 부대를 쓰러뜨린 자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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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찍이 떨어진 채 여관 쪽을 바라보던 이들이 시체를 쿠션 삼아버린 리안의 잔혹함에 감탄하거나, 새로운 강자의 등장에 어깨를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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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곧바로 몸을 휙 돌려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짐을 챙겨 도망 나오던 여관 주인과 딱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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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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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관 주인의 반응을 보고 나서야 아이들이 피범벅이라는 사실이 깨달았다. 나는 제스를 내려준 후 여관 주인에게 금화 하나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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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쪽에서 사고를 조금 쳐서…가구가 조금 부서졌습니다. 그거에 대한 보상금입니다.”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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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상금이 마음에 들었는지 여관 주인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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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저는 이만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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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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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위쪽에서 들리는 싸움 소리에 역시 내 예상이 맞다고 생각하며 가방에서 로브를 꺼내 아이들에게 입혀준 후 나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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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이번에 꺼낸 로브는 용병들이 흔하게 입는 새카만 로브였다. 사고를 친 상황이었기에 눈에 띄는 질 좋은 로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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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관 주인의 도움으로 뒷문을 통해 여관을 빠져나와, 여관과 정반대 쪽인 동쪽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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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도시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한참 동안 달린 끝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전에 있던 지역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를 봐선 다른 골목 대장이 이곳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에 안도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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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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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시비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리는 걸 멈추자마자 걸려온 시비에, 귀찮은 상황에 엮이지 않도록 다시 뛰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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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도 검은 집회에 참여하러 온 거지? 슬슬 시작할 때가 되었으니 빨리 가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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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의문을 느끼며 멀뚱히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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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속도로 달리는 놈에게 시비를 걸 놈은 단 한명도 없으니 그만 쳐다보고 빨리 검은 집회에나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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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집회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귀찮은 시비에 걸리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아이들과 새로운 여관을 찾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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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저 여관 괜찮겠다. 저기로 갈까?”
    “오빠가 있으면 어디든 좋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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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스가 꼬리를 마구 흔드는지 로브가 흔들리는 게 보여 웃음이 나왔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여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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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검은 집회를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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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필 그곳이 검은 집회인가 뭔가가 열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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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파괴왕 리안.

불도저처럼 카르디샨의 모든 지역을 밀어버리기 시작하는데….

리안 : 제?가요???

노아 일행과는 금방 만날 예정입니다.
리안이 모든걸(노아의 적을 전부) 파괴해버린 후에…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아무래도 제 얘기에 관심이 없으신가 보군요.”

간간이 드러나는 음흉한 웃음에 노아는 기민하게 비안의 보스가 제 얘기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기분이 나빴지만, 손해만 본건 아니었다.

머리는 모자라지만 힘 하나만큼은 뛰어난 조직 비안. 그런 조직의 보스가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훤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아아, 그럴 리가.”

비안의 보스가 뒤늦게 너스레를 떨며 표정을 관리했지만, 노아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됐습니다. 서로 바쁜 사람들이니 이만 헤어지죠.”

“글쎄 그게 뜻대로 될까?”

신호를 준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지금쯤이면 인질을 잡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비안의 보스는 광대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기괴하게 웃으며 말했다.

“2024호에 꽤 아끼는 녀석을 데려온 것 같던데. 애인인가?”

“….! 젠장!”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노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2024호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릴리였다. 기본적으로 두 조직의 보스가 만남을 가질 땐 다른 조직원을 데려오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 룰이었다.

그야 상대가 언제 내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맨몸으로 만남을 가지는 건 너무 위험한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조직원들을 대동하는 건 전쟁을 하자는 의미로 보일 수 있다.

그렇기에 너무 티 나지 않을 정도로만 조직원을 주변에 뿌려놓고 서로를 경계하며 만남을 가지는 게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노아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의 조직에서 노아보다 강한 이는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데려간 조직원들이 도리어 짐이 될 수 있었다. 노아는 호위로 따라가겠다던 네로 조차 두고 가려고 했다.

아무리 노아가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 적지에 걸어 들어가겠다는 말을 가만히 들어줄 만한 사람은 없었다.

엄청난 반발에 어쩔 수 없이 조직에서 손가락 꼽힐 정도로 강한 네로가 호위가 되었고 릴리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아래층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워낙 갑작스럽게 정해진 사항인데다가, 소수로 움직인 덕분에 안심하고 있던 노아는 혀를 살짝 깨물며 생각했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조직에 첩자가 들어와 있었어. 그것도 간부 중에 하나.’

그렇지 않고서야 릴리에 대한 이야기가 퍼질 리 없었다. 자신의 안이함에 속으로 욕설을 터뜨렸다. 당장이라도 문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지만, 눈앞에 적을 두고 등을 보이는 건 멍청한 행동이었다.

노아는 차갑게 가라앉은 얼굴로 소파에 기대어 놓은 검집을 들어 검을 뽑아냈다.

스르릉.

위협적인 소리 앞에서도 비안의 보스는 기괴하게 웃을 뿐 저지하지 않았다. 그녀는 검지를 들어 올려 가볍게 양옆으로 흔들며 말했다.

“오, 안되지, 안돼. 설마 내가 아무런 조치도 없이 이 말을 꺼냈겠나?”

“…내 부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노아의 살벌한 목소리에 비안의 보스가 파안대소하며 말했다.

“하핫! 이제 말이 통하겠군! 우선 앉지, 앉아서 마저 얘기를 해보 -…”

그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와장창!

“꺄아아아악!”

“으아아악!”

무언가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여관 밖에서 비명이 울려퍼졌다.

여관 앞에 무언가 떨어지는 바람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는 소리였다. 누군가 목소리 높여 소리쳤다.

“어떤 새끼가 길거리에 시체를 던져!”

도덕과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곳에선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체를 던지는 몰상식한 행동에 욕을 할 뿐, 사람이 죽은 것에 관해선 딱히 화내지 않았다.

비안의 보스는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본능적으로 불길함을 느꼈다. 그녀의 입술이 딱 다물려 눈길이 창문 쪽으로 향한 순간, 짜증을 냈던 목소리가 어느새 겁에 질린 목소리로 바뀌어 소리치기 시작했다.

“어,어이! 저거 오크 부대 녀석들 아니야?!”

“허어억! 지,진짜다! 조직 간에 싸움인가 보네! 도,도망쳐!”

“우와아아악!”

밖에 떨어진 시체, 오크 부대.

자신이 내린 명령이 실패했음을 알려주는 말이었다. 노아는 안도한 표정을 짓다가 뒤에 서 있는 네로에게 눈짓했다. 먼저 내려가라는 의미였다.

타닷!

비안의 보스는 달려 나가는 네로를 저지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눈가에 핏줄을 세우며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뭘 제대로 하는 놈이 없어!”

그녀가 이를 악물며 살기를 내보이자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옷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늑대인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몸이 거대하게 부푸는 모습에 노아가 검을 고쳐잡았다.

“크아아악! 이렇게 된 거 전부 내가 쓸어주지! 그 누구도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두 보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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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2023호실 욕실.

“으흐흥.”

기분 좋게 욕조에 몸까지 담구고 나오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나른한 미소를 지은 채 욕실 문을 살짝 열어, 옷을 챙긴 후 빠르게 문을 닫았다.

“응? 웬 나뭇조각?”

나무 가루와 작게 부서진 나뭇조각이 묻어있는 옷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가볍게 털어냈다.

“먼지라도 들어왔나? 창문 닫아놔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옷을 챙겨입었다. 마검은 조금 전에 손등에 돌려놓았기에 머리에 수건을 얹고 욕실을 빠져나왔다.

“미안, 오래 걸렸지? 오랜만에…”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잇던 리안이 천천히 말을 잃었다.

피범벅이 된 바닥을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옷으로 박박 문지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후 쩌적 굳어 죄지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는 제스.

어째서인지 처참하게 부서져 있는 창문 앞에 서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리스.

핏물만 가득한 바닥과 부서져 있는 문, 그 너머에는 여러 구의 시체가 늘어져 있었다. 나는 마구 떨리는 손으로 복도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아,아이리스 호,호옥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저거….”

“갑자기 찾아와서 막 때리려고 해서…”

“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이리스가 시무룩한 얼굴로 웅얼거리며 꺼내는 말에 곧바로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잘…했지만..! 여기선 이만 나가자! 이렇게 큰 소란을 일으키면 이 구역 골목 대장 같은 놈들이 나타날지도 몰라!”

머릿속에 사이렌이 마구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짐을 우다다다 챙겨 제스를 옆구리에 끼고(제스 : 우..?) 다른 손으로 아이리스의 손을 덥석 잡은 부서진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우드드득!

밑에 쌓여있던 세 구의 시체가 쿠션이 되어주었다.

“허억…저,저런 잔인한!”

“저런 어린 녀석들이 오크 부대를 쓰러뜨린 자들이라니..”

멀찍이 떨어진 채 여관 쪽을 바라보던 이들이 시체를 쿠션 삼아버린 리안의 잔혹함에 감탄하거나, 새로운 강자의 등장에 어깨를 움츠렸다.

나는 곧바로 몸을 휙 돌려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짐을 챙겨 도망 나오던 여관 주인과 딱 마주쳤다.

“허어억!”

여관 주인의 반응을 보고 나서야 아이들이 피범벅이라는 사실이 깨달았다. 나는 제스를 내려준 후 여관 주인에게 금화 하나를 내밀었다.

“위쪽에서 사고를 조금 쳐서…가구가 조금 부서졌습니다. 그거에 대한 보상금입니다.”

“헙.”

보상금이 마음에 들었는지 여관 주인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이만 바빠서..”

쿵,콰과광!

나는 위쪽에서 들리는 싸움 소리에 역시 내 예상이 맞다고 생각하며 가방에서 로브를 꺼내 아이들에게 입혀준 후 나도 입었다.

다만 이번에 꺼낸 로브는 용병들이 흔하게 입는 새카만 로브였다. 사고를 친 상황이었기에 눈에 띄는 질 좋은 로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여관 주인의 도움으로 뒷문을 통해 여관을 빠져나와, 여관과 정반대 쪽인 동쪽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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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도시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한참 동안 달린 끝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전에 있던 지역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를 봐선 다른 골목 대장이 이곳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에 안도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이 거기.”

그때 시비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리는 걸 멈추자마자 걸려온 시비에, 귀찮은 상황에 엮이지 않도록 다시 뛰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너희도 검은 집회에 참여하러 온 거지? 슬슬 시작할 때가 되었으니 빨리 가봐라.”

“…?”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의문을 느끼며 멀뚱히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미친 속도로 달리는 놈에게 시비를 걸 놈은 단 한명도 없으니 그만 쳐다보고 빨리 검은 집회에나 가.”

검은 집회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귀찮은 시비에 걸리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아이들과 새로운 여관을 찾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 저 여관 괜찮겠다. 저기로 갈까?”

“오빠가 있으면 어디든 좋아.”

“나도!”

제스가 꼬리를 마구 흔드는지 로브가 흔들리는 게 보여 웃음이 나왔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여관으로 향했다.

“자, 그럼 검은 집회를 시작하겠다.”

…하필 그곳이 검은 집회인가 뭔가가 열리는 곳이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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