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6

       장미 풍차 카바레의 2번 홀과 3번 홀이 낮 시간대에 열리는 건 드문 일이었다.

       카바레의 주력은 밤무대였고, 낮에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인력은 한정되어 있었다. 낮의 공연에는 1번 홀만 사용되는 게 보통이었다.

         

       6월의 셋째 주 월요일.

       정말 오랜만에 장미 풍차의 2번 홀과 3번 홀이 동시에 개방되었다.

         

       카바레 자체 공연이 아닌, 외부 극단에 의한 특별 공연 때문이었다.

       공연은 토요일까지 계속되었다.

       서커스 그랑프리에 참여하는 두 서커스단이 각각 홀을 하나씩 차지하고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이 특별 공연은 이번 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서커스단이 매주 차례를 바꿔가며 대결할 예정이었다.

         

       유흥과 숙박으로 먹고사는 루즈의 주민들은 이 넘치는 손님과 관광객들이 2년 동안 이어질 것을 생각하니 입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카바레 앞 매표소에는 입장권 교환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장미 풍차에서 내건 대결의 테마는 ‘Free to Enter, Pay to Enjoy’.

       입장료가 무료인 상태에서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

         

       입장료가 무료라고 했지만 아무나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기껏 누가 더 수익을 올릴 것인가를 주제로 내세웠는데, 가난한 관객들만 득실댄다면 그건 대회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극장 측은 돈을 쓸 여력이 안 되는 사람을 배제할 장치를 준비해 두었다.

         

       [100 지르코인]=1일 입장권 포함, 자유석.

       [180 지르코인]=1일 입장권 포함, A급 고정석.

       [400 지르코인]=2일 입장권 포함. A급 고정석.

       [700 지르코인]=2일 입장권 포함, S급 고정석.

       [1200 지르코인]=……

       ………

       [5000 지르코인]=6일 전일 입장권 포함, VIP 고정석.

         

       [※주의: 오직 입장권과 동봉된 지르코인으로만 카바레 내부의 상품 구매가 가능합니다.]

         

         

       지르코인은 극장 안에서 쓸 수 있는 일종의 가상화폐였다.

       인당 구매할 수 있는 입장권은 오직 1장이었고, 입장권마다 사용할 수 있는 지르코인의 양은 정해져 있었다.

         

       즉, 인당 사용할 수 있는 화폐의 최저선과 최고선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최소한의 구매력이 안 되는 사람을 거르는 동시에, 후원자 측에서 재력을 동원하여 무작정 돈을 들이부어 수익을 한쪽에 퍼주는 식의 활동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다.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극장 안에 들어가서 2번 홀과 3번 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행동이 자유롭다는 것이지, 이 ‘흥행 게임’에 참여하는 손님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상의 입장료가 필요했다.

         

       원더스타인은 브왈레의 장사 수완에 혀를 내둘렀다.

       그가 떠올린 것은 카지노와 테마파크였다.

         

       입장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만으로는 게임을 즐길 수 없고, 게임에 참여하기 위한 칩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카지노와 유사했다.

         

       역시 입장하는 것은 쉽고, 무슨 놀이기구를 타는 것은 자유지만, 우선 탑승권, 예약 탑승권 등을 도입해서 차별화된 가격 구간을 설정하고 내부 매점을 이용하기 위한 화폐를 판다는 점에서 테마파크의 장사 방식과 비슷했다.

         

       지르코인과 결합한 입장권은 두 개념을 아우르고 있었다.

       그것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즐기는 권리인 동시에, 상점을 이용하는 화폐이자, 투표게임에 참가하기 위한 판돈이었다.

         

       무료 공연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단장들도 브왈레가 입장권을 팔아먹는 방식을 보고 더는 불만을 토로하지 못했다.

         

       몇몇 서커스단은 입장권의 구간별 가격 책정을 두고 항의하기도 했다.

       주로 귀족들을 대상으로 공연한 극단은 100코인 구간을 없애고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고, 서민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해온 극단은 5000코인 같은 걸 없애고 하향 평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그러나 브왈레는 그러한 항의를 합리적인 논리로 반박했다.

         

       “각 금액 구간은 우리 극장이 수년 동안 진행한 무료 공연에서 발생한 수익 구조를 분석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즉, 이곳을 찾는 주민과 관광객 중에 무료 공연을 즐기는 관객 소비 분포를 반영한 것이지요.”

         

       실제로 구간별 티켓은 비슷비슷한 경쟁률을 두고 마감되었다.

       고급화로만 수익을 올릴 생각이었던 쪽과 박리다매로만 수익을 모으려 했던 쪽은 다른 구간의 관객들을 노리기 위한 전략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랑프리 참가자들은 따로 입장권 추첨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서커스단당 ‘6일 전일 입장권’ 5매와 1만 지르코인이 지급된 것이다.

       이는 동업자끼리 서로를 평가하는 역할까지 했다.

         

       다른 서커스단이라면 5명 안에 누가 들 것인지 경쟁이 벌어졌겠지만, 다행히 괴물서커스 쪽은 어차피 밖에 나갈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었다.

         

       원더스타인과 엘라, 유라크네, 마야, 스벤이 자연스럽게 입장권을 가지게 되었다.

       일행은 1만의 지르코인 역시 공평하게 2000씩 나눴다.

         

       “6일 동안 사용해야 하니까, 현명하게 나눠 쓰세요.”

         

       단장의 조언이 무색하게 일행은 호텔에서 극장으로 가는 길에 어느 쪽이 대결에서 이길 것인지를 두고 지르코인을 걸고 내기를 했다.

         

       이번 주에 받은 지르코인은 이번 주에 하는 대결에서만 쓸 수 있었다.

       매출과 순이익은 매일 발표된다고 했으니, 5일 차까지의 결과를 보고 6일 차에 지르코인을 상대편에 주기로 했다.

         

       원더스타인과 마야는 은막의 서커스 쪽에, 나머지 세 사람은 판도라 마술쇼에 각각 200 지르코인을 걸었다.

         

       내기에서는 판도라 마술쇼가 3:2로 우세했다.

       그러나 극장에 들어와 둘 중 어느 곳을 먼저 볼지 결정하는 지점에서는 전세가 역전되었다.

         

       은막의 서커스.

       판도라 마술쇼.

       둘 다 업계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쌓아온 곳이었다.

       한쪽은 환상 마법으로, 한쪽은 탈출 마술로.

         

       둘의 쇼 스타일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쪽은 무대 위에 사람 한 명 올려보내지 않고 순수하게 환상만으로 쇼를 제공했고, 다른 한쪽은 간판스타인 마술사 루이니가 몇십 년째 무대의 중심에 서고 있었다.

         

       “난 탈출왕의 쇼를 예전에 베가스에서 본 적 있어. 내러티브, 서스펜스, 유머 모두가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했어. 과연 업계에서 몇십 년을 구른 베테랑답달까? 환상 쇼는……글쎄……. 은막의 쇼는 본 적이 없지만, 환상 쇼라는 게 대개 그냥 일회용 짜리 눈속임일 뿐이야. 은막이라고 해봤자, 그냥 우와 대단해 감탄 몇 번 하다가 질릴 것 같은데…….”

         

       엘라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으나, 그녀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의견은 환상 쇼 쪽으로 기울었다.

       아무래도 마술 같은 건 길거리에서도 흔하게 봤지만, 업계 정점이라는 환상 마법의 실력이 어떨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국에 5명은 가위바위보로 무엇을 먼저 볼지 정하기로 했다.

       4:1.

       절대 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엘라는 3판 2연승 제의 가위바위보를 연달아 4명과 맞붙으면서 단 한 번도 지지도 비기지도 않고 8연승을 하여 승부를 결정지었다.

         

       “좋아! 그럼 탈출 쇼를 보러 가자고.”

         

       주먹을 번쩍 치켜드는 엘라를 향해 마야는 도저히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추궁했다.

         

       “솔직히 말해. 부단장, 네가 마신으로 받은 축복. 가위바위보 아니야?”

         

       엘라는 대답 대신 한쪽 손목을 가볍게 풀더니 가위, 바위, 보 세 가지 형태를 고속으로 반복해 보였다.

       불과 2, 3초 만에서 수십 번의 변화가 일어났다.

       잔상이 보이고 바람 소리가 쉭 들릴 정도로 재빠른 동작이었다.

       

       “별거 없어. 약간의 눈치와 손기술을 활용한 거지.”

         

       네 사람은 앞으로 절대 엘라와 손재주를 활용한 게임에서 공평성을 기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의 뒤를 따라 3번 홀을 향해 걸었다.

         

       판도라 마술쇼가 열리는 홀의 분위기는 축제의 현장처럼 들떠 있었다.

         

       주황색 망토를 두른 노인이 무대 위에 올랐다.

         

       탈출왕 루이니.

       성성한 백발과 건장한 체격 덕분에 업계 원로다운 위엄이 넘쳤다.

         

       곳곳에서 그의 이름이 함성처럼 터져 나왔다.

       그는 너무 오만하지도 겸손하지도 않게 관객들의 부름에 손을 들어 답해주었다.

         

       무대 중앙까지 걸어온 그는 손가락을 번쩍 치켜들며 외쳤다.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을걸!”

         

       그의 대표적인 대사는 많은 사람이 따라 외쳤다.

       엘라는 옆구리에 한쪽 손을 올리고 검지를 척 들며 그의 동작 역시 따라 해 보였다.

         

       루이니는 나이답지 않게 목소리와 행동 하나하나에 활력이 넘쳤다.

       유머 감각 역시 전 세대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무난했다.

         

       관객 몇을 가리켜 놀리는 것도 당하는 사람도 불쾌감 없이 웃을 수 있는 것이었으며, 자신이 망가지는 농담도 자연스럽게 해냈다.

         

       그는 탈출 마술을 시작하기 전의 토크 쇼만으로 이미 분위기를 상당히 고조시켰다.

         

       그가 첫 번째로 준비한 마술은 물에 잠긴 유리관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유리관에 금이 가며 물이 새어 들어오고, 노년의 마술사는 펄쩍 뛰며 솜으로 구멍을 쑤셔 막으며 시간을 벌려 했다.

       물론 무용지물이었다. 금은 점점 더 크게 벌어졌고, 마술사는 유리벽을 쾅쾅 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 연기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위기감이 넘쳐 다들 고개를 내밀고 눈을 크게 뜨며 루이니의 쇼에 몰입했다.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을 거라는 그의 호언장담은 사실이었다.

       흥분하는 일이 도통 없는 마야조차 자연스럽게 고개가 평소보다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객석의 팔걸이를 쥔 손이 꼼지락거렸다.

         

       원더스타인은 웃는 남자 때문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금이 간 유리관에 물이 가득 차올랐다.

       그의 전신이 물에 잠겼다.

       그의 입에서 거품이 나오며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그 모습이 도저히 연기 같지 않았다.

         

       시간은 가만히 흐르기만 했다.

       루이니는 탈출을 위한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물속에서 거품을 내뿜으며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관객들도 그제야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에 찬 웅성거림이 객석 사이로 퍼져나갔다.

         

       어수선해진 것은 무대 쪽도 마찬가지였다.

       판도라 마술쇼의 직원들이 무대 아래에서 뛰어 올라와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그 와중에 루이니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졌다.

       그의 안색이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그는 익사하고 있었다.

         

       근육이 우락부락한 직원 한 명이 망치를 들고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가 수조를 깨기 위해 망치를 휘둘렀다.

         

       쾅!

       굉음과 함께 홀 전체의 조명이 꺼졌다.

         

       사람들은 겁에 질린 비명을 내질렀다.

       울먹이는 소리도 더러 섞여 들렸다.

         

       그렇게 몇 초가 흘렀을까.

       조명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단 하나였다.

       하나의 조명이 객석의 맨 뒤를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는 물에 흠뻑 젖은 노년의 마술사가 벽에 손을 짚은 채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헉, 헉……. 이거 나이 들수록 옛날 같지 않군.”

         

       그가 씩 미소를 지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 곧 우레와 같은 함성과 갈채가 뒤따랐다.

         

       조명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무대 위의 수조는 멀쩡했다.

       아까 들린 쾅 소리는 망치 소리가 아니었다.

         

       무대 안에 든 유리관은 여전히 금이 간 채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어딜 봐도 사람이 빠져나올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설사 빠져나왔다 해도 몇 초 사이에 어떻게 객석의 맨 뒤까지 간 것일까?

       무대에서 객석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물방울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

         

       잠시 휴식 시간이 있고, 엘라는 고양된 표정으로 외쳤다.

         

       “81%!”

       “81%?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본 재현도 말이야. 우리가 연습하던 거. 그 정도 레벨에 오르면 방금 본 쇼와 비슷하게 겨룰 수 있을 거 같아서.”

         

       일종의 공연전투력이라는 건가?

         

       “그거 정확한 겁니까?”

       “그냥 감이야. 감.”

         

       엘라의 말에 원더스타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데 판도라 쪽은 다른 전략은 준비하지 않은 모양이군요.”

       “좋은 쇼에 잔재주는 필요 없어.”

         

       실제로 그들은 루이니의 다음 쇼를 보기 위해 테이블로 음료수와 먹을 것은 주문했다.

       그렇게 총 3부분으로 나뉜 루이니의 쇼에서 그들은 1500 지르코인을 넘게 썼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