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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

       “이제는 어떠하오? 좀 바뀌었소?”

        ​

        딸랑 –

        ​

        욱신.

        ​

        이번엔 온몸이 아파 왔다.

        ​

        저리고 쑤시고 난리도 아니었다.

        ​

        확실한 건 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는 것.

        ​

        도대체 몇 사람들이 죽음을 피한 건지….

        ​

        “확실히 신관들이 언데드에 강하긴 한가 보네요. 지금까지중에 제일 괜찮아요.”

        ​

        “그럼 교단이 선봉을 서는 것에 이견은 없으리라고 생각하오.”

        ​

        “제가 뒤를 바치도록 하지요. 후미에서 붙어 가겠습니다.”

        ​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노르딘 백작의 상태는 아직 위험했다.

        ​

        이걸 말해 줘도 백작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

        “원래 전쟁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라네. 죽음을 옆에 끼고 살아야 하는 법이지.”

        ​

        씁쓸한 웃음.

        ​

        그런데도 백작의 어깨는 당당하게 펴져 있었다.

        ​

        “…전 다른 사람들 점도 봐주러 갈게요. 참, 복채는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다들 주셔야 해요.”

        ​

        “이미 이야기는 들었네. 그것을 주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지? 내 다 모아서 전달하도록 하겠네.”

        ​

        나는 천천히 돌아서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

        알루어드 역시 회의에 참여할 생각인지 밖으로 나온 사람은 나와 세레나, 루나뿐이었다.

        ​

        “세레나는 내 옆에 꼭 붙어 있고.”

        ​

        “네, 걱정하지 마세요.”

        ​

        “이제 신관들부터 시작하자.”

        ​

        근처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성기사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뒤에서 문이 열렸다.

        ​

        “백작님?”

        ​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노르딘 백작이었다.

        ​

        “자네, 영혼을 볼 수 있다고 했는가?”

        ​

        “네, 맞아요.”

        ​

        내 대답에 백작이 다행이라는 듯 말을 이었다.

        ​

        “죽어본 적이 없어서 말일세. 영혼이 되어도 말을 할 수 있는가?”

        ​

        “영혼끼리는 대화가 가능하겠지만, 산 사람에게 목소리를 전달하기는 힘들어요.”

        ​

        “그렇군.”

        ​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백작이 턱을 매만졌다.

        ​

        “잘 기억해주시게.”

        ​

        백작이 돌연 오른팔을 하늘로 쭉 뻗어 올렸다.

        ​

        “동작이 크니 멀리서도 볼 수 있을 것이네. 이렇게 오른팔을 들면 그대로 공격하라는 뜻이네.”

        ​

        “예?”

        ​

        이번에는 왼팔이 하늘로 올라가서 좌우로 흔들렸다.

        ​

        “이건 동작을 조금 추가했네. 지금의 모습이 보이면 무조건 퇴각하시게.”

        ​

        “….”

        ​

        백작이 다시 양팔을 동시에 흔들었다.

        ​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일세.”

        ​

        “…백작님 설마?”

        ​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와서 이런 것을 왜 물어보겠는가?

        ​

        교단에서 선봉을 맡았음에도 백작의 상태가 그대로인 것은 본인이 죽기로 마음먹어서 일지도 모른다.

        ​

        역시나 백작이 하는 말은 내 생각대로였다.

        ​

        “내가 죽게 된다면, 영혼인 상태로 산에 오를 것이네.”

        ​

        “….”

        ​

        “정찰을 맡도록 하지.”

        ​

        “지금은 영혼들이 뭔가에 홀려 있어요. 백작님도 그럴 가능성이 커요.”

        ​

        “그리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어찌 되었든 잘 기억해 두시게나.”

        ​

        그 이후로 몇 가지 신호를 더 알려주고서야 백작이 떠나갔다.

        ​

        “하….”

        ​

        나는 그만 한숨을 쉬고 말았다.

        ​

        아까 정신을 깨워주었던 어르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어르신,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이지만 절대로 산에 올라가시면 안 돼요.”

        ​

        – ……..

        ​

        “저기로 갔다가는 영혼이 타락 할 수도 있어요. 위로는 해드릴 수 있지만, 타락해 버리면 병 안에 갇혀 있어야 해요. 벌써 한분 계시거든요?”

        ​

        – …..

        ​

        “알아들으신거 맞죠?”

        ​

        내가 봤을 때는 이 어르신도 고집이 보통이 아니다.

        ​

        오죽했으면 죽어서도 싸우려고 저러고 있을까.

        ​

        싸움에 미친 영혼이면 말도 안 한다.

        ​

        저게 다 무언가를 지키려고 하는 행동들이란 말이다.

        ​

        “어르신들이 죄다 고집불통이야.”

        ​

        여기 있는 사람들도 그렇고 신당뒤에 있는 묘지의 어르신들까지.

        ​

        뭐가 그렇게 걱정이 많은지….

        ​

        이러니까 조상신들이 후손들을 보살피겠답시고 고생하는 것이다.

        ​

        “거기 성기사님들 전부 이리로 와보세요.”

        ​

        “저희들 말씀입니까?”

        ​

        “일단 돈 가진 거 있으면 성의껏 꺼내 봐요. 최소 5쿠퍼 부터 최대 5실버까지.”

        ​

        “….돈을요?”

        ​

        주섬주섬.

        ​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돈을 꺼내기는 하는 기사들.

        ​

        “동종업계 분들은 선불이라서 이해해주세요. 거기 다섯분은 안 오셔도 괜찮아요.”

        ​

        전부 다 보려면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만 단위의 인원인데 이걸 어떻게 다 본다는 말인가.

        ​

        딱 봐도 큰일 날것 같은 사람들만 추려야 했다.

        ​

        딸랑 –

        ​

        “기사님은 내일 다리 조심하세요. 웬만하면 동료분들과 붙어 다니시고요.”

        ​

        “예! 감사합니다!”

        ​

        “거기 기사님은, 내일을 잘 넘겨야 해요. 인생이 꼬이는 수가 있어. 이리 와 보세요.”

        ​

        “예…예!!”

        ​

        인생이 꼬인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기사.

        ​

        나는 품속에서 부적을 한 장 꺼내 손에 쥐여주었다.

        ​

        “액막이 부적이에요. 뭔가 충동적인 생각이 들 때 그거 딱 잡고 마음을 가라앉혀요.”

        ​

        “감사합니다!”

        ​

        “거기 사제님은 턱이 전부 날아갈거에요.”

        ​

        흠칫.

        ​

        사제가 몸을 굳히는 게 느껴졌지만 내 머릿속에 지나간 장면이 더 충격적이라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

        턱이 뜯겨서 죽을 사람이라니.

        ​

        “어디 갑옷이라도 구해서 입고 가요.”

        ​

        그 옆에 있는 기사는 또 상당히 특이한 사람이었다.

        ​

        뿜어내는 빛은 찬란하지만 노력을 이상하게 한 사람.

        ​

        “기사님은 기도 연습만 하셨나요?”

        ​

        “그걸 어떻게…!”

        ​

        “기사의 팔자를 타고났으면 검을 휘두르기는 해야 했는데…”

        ​

        팔자에 맞는 직업을 가졌으면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 하는 법이다.

        ​

        삶 자체가 그렇게 흘러갈텐데 흘러가는 대로 노를 저어야 편하지 않겠는가.

        ​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저으면 반드시 힘든 고비가 찾아온다.

        ​

        바로 이렇게.

        ​

        “검술 수련을 게을리해서 문제가 생기겠네요. 이건 단기간에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적극적으로 싸우지 마세요.”

        ​

        “…옙!”

        ​

        여기저기를 오가며 사람들의 점을 봐줬다.

        ​

        생각보다 불길한 점괘가 많았다.

        ​

        엘프를 불렀음에도 불에 타죽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

        그렇게 교단을 지나 일반 병사들까지.

        ​

        성 밖으로 정찰을 나갔던 기사들도 포함이었다.

        ​

        거기다 전체적인 점괘에 관한 공수까지 받으니 멀리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

        “후… 굿판 한번 벌린것처럼 피곤하네…”

        ​

        “괜찮으시겠어요?”

        ​

        세레나가 안절부절하고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

        무당팔자가 다 이런 거지.

        ​

        “코피 안난 게 다행이야.”

        ​

        예전이었다면 쌍코피가 줄줄 흘렀을 것이다.

        ​

        그동안 나름 경지가 깊어졌기에 망정이지.

        ​

        “출정준비는 끝났다네. 엘프만 오면 언제든지 공격이 가능하네.”

        ​

        “영감님.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는데 잘 오셨어요.”

        ​

        옆으로 다가온 파라몬 영감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

        “자네는 언제나 고생만 하는군.”

        ​

        지금은 고생이고 뭐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

        “출발은 바로 해야 해요.”

        ​

        “엘프의 합류 없이 말인가?”

        ​

        “같이 가면 불하고 관련된 것들이 전부 사라지기는 하는데, 그만큼 죽는 사람이 늘어요.”

        ​

        내 예상으로는 엘프들을 확인한 저들이 계획을 바꾸는 게 아닌가 싶었다.

        ​

        여전히 산봉우리와 관련되면 공수가 내려오지 않아서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

        “많은 사람들한테서 발견된 공통점이예요.”

        ​

        “가도록 하지. 대형만 갖춰지면 바로 출발할 수 있네.”

        ​

        영감의 말대로 대다수의 병력들이 이미 성밖으로 나가 있었다.

        ​

        만약을 대비한 최소한의 인원만이 성벽 위에 올라 있을 뿐.

        ​

        성문을 나가서도 한참을 걸어서야 겨우 선두에 있는 대열에 합류 할 수 있었다.

        ​

        “성검을 받으시오.”

        ​

        지휘관급의 인물들이 모두 선두에 나와 병사 들과 마주 보고 섰다.

        ​

        내가 있을 자리일까 싶었지만, 나 역시 함께 서 있었고.

        ​

        “성검은 어떻게 쓸 계획이시오?”

        ​

        “…”

        ​

        “크리스 도령?”

        ​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

        눈앞의 광경이 참 복잡했기 때문이다.

        ​

        넘실거리는 액운들.

        ​

        그 밑으로 갈아 앉은 감정들.

        ​

        루나 역시 비슷한 것을 보고 있는 것일까.

        ​

        조용히 등 뒤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

        “크리스님?”

        ​

        알루어드가 나에게 다가오려다 멈춰 서는 게 보였다.

        ​

        아니, 느껴졌다.

        ​

        움찔.

        ​

        저 멀리서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

        그 모양새가 제법 나를 닮아 있었다.

        ​

        굿을 하는것처럼 양팔을 흔드는 것 같기도 했다.

        ​

        세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

        “….가지가 흔들리고 있어요.”

        ​

        한번 경험한 적이 있다.

        ​

        가지가 흔들리며 나에게 힘을 줬던 일을.

        ​

        푸석푸석해졌던 내 정신이 또렷함을 찾아갔다.

        ​

        천기를 누설하며 받았던 피로들도 깔끔하게 씻기는 기분이다.

        ​

        우우웅 –

        ​

        “서…성검이…”

        ​

        알루어드의 목소리와 함께 파라몬 영감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

        크게 소리를 치는 것을 보니 병사들에게 연설을 하는 것 같았다.

        ​

        우우웅 –

        ​

        성검이 떠는 소리에 루나가 등 뒤에서 고개를 빼꼼 들었다.

        ​

        “하부?”

        ​

        이윽고, 나무를 향해 고개를 돌린 루나가 공기를 내뱉으며 입술을 떨었다.

        ​

        푸르르.

        ​

        “비가 오려나 보네.”

        ​

        아기가 투레질하면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다.

        ​

        어떻게 흘러갈 일인지는 몰라도 기꺼운 일이다.

        ​

        루나가 등에 바짝 붙으며 뭐라 말을 했다.

        ​

        “자우우!”

        ​

        “성검 좀 주시겠어요?”

        ​

        하얀 천에 감싸여 있는 성검.

        ​

        천을 풀어내자 서늘한 검신이 드러났다.

        ​

        “도움을 받으려고는 했는데, 이렇게까지 도와주실 줄은 몰랐네.”

        ​

        성검을 쥐자마자 씻겨내려가는 피로들.

        ​

        나무도 성검도 더없이 호의적이었다.

        ​

        “땅에 박을 필요도 없겠네.”

        ​

        양팔을 좌우로 쭉 뻗었다.

        ​

        성검과 방울의 머리가 하늘로 향하도록.

        ​

        휘릭 –

        ​

        자연스럽게 회전하는 몸.

        ​

        성검이 사방을 향해 신성력을 흩뿌렸다.

        ​

        번쩍 –

        ​

        세상이 빙글 돌아가며 어지럽게 흩어지는 성검과 방울의 잔상들.

        ​

        지나다니는 잔상들 사이로 다른 것들이 보였다.

        ​

        산 곳곳에 언데드들이 모여 있었다.

        ​

        이상하게 뭉쳐져 있는 마나들도 느껴졌다.

        ​

        시기 또한 지금이 적기였다.

        ​

        바로 출발하면 딱 좋을 시간대.

        ​

        우뚝.

        ​

        몸을 멈춰 세우니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

        넋이 나가 있던 영혼들도 깨어난 듯했다.

        ​

        “….도령이 또 일을 낸 듯 하오. 성검에서 이런 빛이라니.”

        ​

        “자네…”

        ​

        무언가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파라몬 영감.

        ​

        나는 곧장 입을 열었다.

        ​

        “바로 출발해야 해요.”

        ​

        “미리 말해주지 그랬나… 내 나름 정성을 들인 연설이었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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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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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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