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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

       *** ***

         

       독의는 막이를 데리고 잡일을 시키러 나갔다. 내가 부려 먹으려고 교화노동형 인력을 구비해 놓았더니 심부름꾼의 편리함에 눈을 뜬 독의가 홀라당 채 가 버렸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심부름꾼 부리는 맛에 눈을 뜬 독의는 그야말로 열두 시진 막이를 부려먹을 기세였다. 

         

       이러다 나중에 헤어질 때 데리고 가는 거 아니야? 그러면 나가린데.

         

       그건 그때 고민하기로 하고 오두막 안에서 조금씩 몸을 움직여 보였다.

         

       “후우.”

         

       꼬박 하루를 정양한 결과 거의 원 상태의 몸을 회복했다. 입에서 피가 줄줄 새던 내상이 하루 반나절 만에 낫다니 독의가 명의는 명의인가보다. 내일이면 평범하게 운기를 할 수 있다고 하니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충기를 시도해 봐야겠다.

         

       간만에 몸을 움직였더니 굳어 있던 뼈마디가 풀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선배! 몸은 좀 괜찮은가요?”

         

       “어어, 거의 다 나은 것 같다.”

         

       “산적들이 벌써 짐마차를 가져다 놨지 뭐에요. 참 빠르기도 하지.”

         

       혹시 멀리서 우리를 관찰하는 산적들이 있을 지도 모르니 일단 3일은 그냥 중환자 흉내를 내기로 했다. 흑묘 역시 독의와 마주하는 것은 부담스러운지 독의가 없을 때만 슬쩍 들어와 내 말벗을 해주고는 했다.

         

       “그래서 선배의 몸 상태는 어떻게 된건가요?”

         

       “그러니까…내 몸에 나도 모르는 문제가 있었고 그걸 독의님께서 해결해 주신 거지. 일단 임시방편으로 처방이 끝났고 한동안은 독의님과 함께 내 몸을 연구해야 할 것 같다.”

         

       “흐음…그래서 겸사겸사 여일예도 돕기로 하셨다?”

         

       “뭐 나쁠 것은 없는 이야기잖아?”

         

       “아니 선배, 여일예가 낭인만 보면 묵사발을 내는 거 몰라요?”

         

       “은원패까지 준 상대로? 거기다가 황금가 앞에서 협조해 주기도 했고. 자기 애검까지 걸어줬는데 이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 여일예 정도쯤 되는 고수라면 친해져도 손해는 아니라고.”

         

       “아니…후..맞는 말이긴 한데.”

         

       흑묘는 답답한 듯 넓은 가슴을 툭툭 두드리더니 말을 이었다.

         

       “선배. 일단 앞에 닥친 문제부터 보자고요. 지금 저 형귀산에 있는 개왕채! 저 개왕채에는 초절정고수가 무려 둘이나 있다고요! 그런 만큼 나머지 산적 전력들은 볼품 없긴 하지만 그래도 머릿수는 무시할 수 없단 말이에요.”

         

       이건 좀 놀랍다. 대체 산적질을 해서 뭐 먹을 게 있다고 초절정이나 되는 사람이 채주도 아니고 2인자인 부채주로 산적질을 하고 있는거야. 초절정이 됐으면 냉큼 분가하는게 정석인데 말이야.

         

       “아무리 여일예가 점창파 제자라고 할지라도 초절정고수 둘에 잡다한 산적들까지 다 상대할 수는 없어요.”

         

       “음 확실히 예상 외긴 하네.”

         

       “독의님이 도와 주지 않는 이상 여일예 혼자서는 개왕채를 상대하기는 힘들어요. 이게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손을 댈 일이 아니었다니까요.”

         

       흑묘의 주장은 이해했다. 그래 사실 초절정 고수 둘에 수하들이 잔뜩 있는 산채와 여일예가 한판 붙게 생겼으니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소리였다.

         

       “근데 그 정도는 괜찮아.”

         

       “뭐가요? 지금 상황도 선배가 계략을 짜서 해결하겠다는 소리인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여일예가 개왕채 하나 정도는 혼자 감당할 수 있다고.”

         

       “뭐라고요?”

         

       흑묘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아니 일류 고수 다수에 절정도 있을 테고 초절정이 둘이나 있는 산채를 여일예 혼자서 감당할 수 있다는게 말이 돼요? 여일예는 지금 초절정의 초입이잖아요!”

         

       “그래 그건 맞는데. 그래도 그게 가능해.”

         

       여일예는 그냥 초절정고수가 아니다.

         

       탈 초절정급 특성과 능력치를 보유한 초절정이지.

         

       *** ***

         

       “몸은 쾌차하셨습니까. 은공.”

         

       “염려해주신 덕분에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여일예와 호천안은 면사와 죽립을 벗고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여일예는 호천안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 뭔지 모를 사람이라고.

         

       비룡십이검을 구사하는 측량할 수 없는 초고수이자 사연있는 신비인. 그게 여태 여일예가 생각해왔던 호천안이었다.

         

       황금가에서도 여일예와 흑묘 그리고 당도경까지 깔끔하게 속여버린 손재주를 보여주었고. 형귀산 초입에서 만날 때는 이류무사라면서 상처하나 없이 일류를 제압해 포박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어제 호천안의 호법을 서 줄때까지만 해도 여일예는 호천안이 정체를 숨긴 절대고수일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영약 섭취 때 보여준 호천안의 모습은 정말로 이류무사 그 자체였다. 먹은 영약의 수준에 따른 반응. 그리고 기의 제어 능력이 부족해 내상을 입은 모습 등. 정말로 이류라는 명백한 증거가 여일예의 눈 앞에 펼쳐졌던 것.

         

       그 뒤로 여일예의 머릿속은 호천안에 대한 의구심으로 가득 차버렸다.

         

       비룡십이검을 구사한 것은 속임수인가? 비룡십이검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깨달음은 어떻게 전수해 준 것일까?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은인인 것은 변함이 없다.’

         

       “우선 은인에게 항상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으니 첫째로는 목숨을 노린 점을 사과드리고 싶다는 것이며 둘째로는 이 여모에게 깨달음을 베풀어 준 것을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점들은 이미 은원패로 갈음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과연 그 은원패가 은인께 도움이 되었는지 확신할 수가 없군요.”

         

       여일예가 공개적으로 은원패를 내민 것은 그게 호천안에게 가장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호천안이 절대고수라고 여겼던 여일예는 호천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양지에서의 영향력이라 판단했다.

         

       보자마자 무학의 이치를 던져줄 정도로 고절한 고수인 호천안에게 초절정 고수 따위의 도움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러니 ‘점창파 제자 후예십시 여일예’의 명성과 권위를 빌려 쓸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은원패를 건넸다.

         

       ‘객잔에서 은원패를 건넨 것은 은인을 곤란하게 만들어 버렸을지 모르겠군.’

         

       “혹여 저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으신 것은 아닌지 염려될 따름입니다.”

         

       “괜찮습니다. 황금가 앞에서 야바위에 어울려 주신 것으로 갈음하지요.”

         

       그 말에 여일예는 웃으며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금 다섯 냥 짜리 전표였다.

         

       “그러고보니 이것을 전해 드린다는 것이 어찌 이리 형귀산까지 와버리고 말았습니다.”

         

       호천안은 전표를 받아들고 피식 웃었고 그 모습을 보고 여일예도 피식 웃었다. 이걸 무슨 인연이라 해야 할까. 뒷골목에서 만나 죽이려던 자에게 깨달음을 주고 황금가 앞에서는 도움을 주려던 자를 야바위 판에 끌어 들여 애검을 털어먹고. 형귀산에서는 원수에게 정체가 발각될 각오를 하고 하산했더니 이미 상황은 끝나 있지를 않나.

         

       그러고는 또 호천안의 덕으로 독의에게 의사를 타진할 기회를 얻게 되고 호천안이 짠 계책으로 막여부를 유인하게 되었으니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관계였다.

         

       “그래. 낭인에 대한 증오심은 내려 놓으셨소.”

         

       “예. 어린 시절 산장이 불타고 세상이 미웠지요.”

         

       여일예는 담담히 그때의 심정을 고백했다. 그저 불타오르기만 했던 시기.

         

       “사문의 가르침 덕에 세상을 증오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법을 배웠으나 가슴의 응어리는 도무지 사라지지 않아 낭인을 증오했지요, 은인께서 쥐여주신 화두가 이 여모가 품은 증오의 굴레를 벗어나게 해 주셨습니다.”

         

       “눈을 멀게 만들었던 증오의 불꽃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진정 산장을 해한 원수가 있음을 깨달았으니. 이제부터라도 억울한 식구들의 원혼을 달래야 저승에 가 얼굴을 들고 그들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여일예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낭인에 대한 증오심이 남아 있느냐 물으셨지요.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있습니다. 어차피 그들은 어떤 위장을 통해서라도 산장에 들어왔을 것이고 낭인이라는 위장은 그냥 그들이 선택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그러나 말입니다. 세상에 낭인이라는 자들이 좀 더 협객에 가까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면 더 현실적인 위장을 위해 식솔들을 살려 두진 않았을까? 사람들이 낭인이라는 자들을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그들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여가산장에 대해서 더 의구심을 가지고 파헤쳐 주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여일예가 굳어버린 호천안의 표정을 보며 길게 읍을 해 보였다.

         

       “죄송합니다. 은공. 생업에 대한 수단을 나쁘게 말한 점 사죄드립니다.”

         

       “아니오. 솔직하게 말해 주어서 고맙소.”

         

       잠시 오두막에는 적막함만이 흘렀다.

         

       “은공, 혹여 저의 은원패를 사용하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지금까지는 특별히 사용처를 정해놓지 않았소만.”

         

       “형귀산의 막여부를 잡게 되면…제 원수에 대한 실체가 드러납니다. 막여부가 제 원수가 아니더라도 칠보옥대를 어찌 얻었는지 알게 될 테니…저는 이제 식구들의 복수를 하러 가야 합니다.”

         

       “제 원수의 정체가 확인되는 순간 이 여모는 문파에도 복수를 알리고 그 혈채를 받고자 합니다. 제 짐작에 불과하나 산장의 원수들은 어려운 상대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목숨을 쉬이 버릴 생각은 없지만 어쩌면 복수에 실패할 지도 모를 일이지요.”

         

       “어찌 그런 말을 하시는가.”

         

       “이 여모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복수 중일지라도 은인의 은원패를 우선해서 처리할 것입니다만…그 점을 고려해 주시지요. 은원패의 용처를 정하셨다면 점창에 서신을 보내 주십시오. 확인하는 즉시 달려가겠습니다.”

         

       호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 소저의 뜻은 알겠소. 내 신중하게 생각해 보리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마주한 대화 자리.

         

       여일예는 호천안에 대한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고 호천안 역시 여일예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구! 아이구!”

         

       “허허. 일류라는 녀석이 고작 그 정도 짐을 졌다고 곡소리를 내느냐!”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란.

         

       “독의님이 돌아오신 모양입니다.”

         

       “음. 다음 날 봅시다.”

         

       막이가 독의의 물건들을 챙겨 오두막에 넣고 독의는 이사 준비를 서둘렀다. 여일예는 자신의 애검을 뽑아 손질했다. 호천안은 일류가 된 자신의 무공경로를 생각했으며 흑묘는 호천안이 전해 준 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그렇게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형귀산을 떠나야 하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의 말에 쓸 것이 없다.)

    (하지만 비울 수는 없었다.)

    (1M을 달성하면 또 연참을 할 것이다. 연참이 머지 않았다. 그러나…!)

    (비축분이…없다!)

    끼에에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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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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