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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

       

         

       동부 연합과의 협상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갈두르는 무언가 꼬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동부 연합이 제시한 조건은 동부에 위치한 모든 해상 무역로의 독점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과했지만, 거기에 배상금까지 물라고 하니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 미친 놈들을 봤나!”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성난 참모진들은 한창 토론 중이었다. 아무리 이번 협상에서 제국이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지만, 이 정도로 숙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전쟁을 일으키는 편이 손해가 덜할 정도였다.

         

       “확실한 건, 이 협상을 받아들이면 제국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겁니다.”

         

       참모들이 내린 결론에 갈두르가 입술을 짓씹었다.

       

       아무리 직접적인 협상은 참모진들이 진행한다지만, 서류 상 총책임자는 갈두르였다.

       

       만약 협상이 이대로 성사되면 갈두르는 제국을 팔아넘긴 매국노로 기록될 것이고, 성사시키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킨 미친놈으로 기록될 것이다.

         

       “무왕 그 작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부터 알아와라. 그게 협상을 원하는 인간의 태도라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무왕, 아쉐 발타르 때문이었다.

       

       마술쟁이들과는 협상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리길래, 기껏 키엘 공작을 모셔왔더니, “동부 해상 무역 독점권을 내놔라.” 같은 개소리를 지껄였다.

         

       맘 같아서는 그냥 들이박고 싶었지만, 키엘 공작이 일단 물러나자고 말했기에 계급 상 아래인 갈두르로서는 참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키엘조차 자리에 없었다.

         

       “발두르 님. 슬슬 공작 전하를 모셔와야 되지 않겠습니까? 곧 4차 협상이 진행되는데 말입니다.”

       “내버려두게.”

       “예?”

         

       갈두르는 코웃음을 쳤다.

         

       “알아서 잘 하시겠지.”

       

       ‘이래서 기사 놈들은. 제 성격을 못 이겨서 뛰쳐나가는 꼴이라니.’

       

       솔직히 갈두르는 키엘이 뭐라도 사고를 쳐 주기를 바랬다.

       

       그래야 자신이 욕을 덜 먹을테니까.

         

       기왕 제국이 망할거라면, 그 발단은 기사가 만드는 편이…….

         

       – 적탑주.

         

       허공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갈두르가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소?

         

       뒤이어 수정구에 떠올는 얼굴은 갈두르의 주군, 2황자 에드워드였다.

       

       깜짝 놀란 갈두르가 재빨리 예의를 갖추며 참모진들을 물렸다.

       

       에드워드는 마법 원로회의 지지를 이끌어낸 인물. 황제 직속인 금탑주를 제외한 모든 탑주들이 소속된, 명실상부 대륙 최대 규모의 마법사 집단이 바로 마법 원로회였다.

         

       수정구 너머의 에드워드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1황자에 밀려 줄곧 낙담하던 사람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좋지 않습니다.”

         

       – 혹시 미카벨의 야만인 때문이오? 그 자가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걸었소?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에드워드가 소리내어 웃었다.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갈두르도 처음 보았다.

         

       – 조력자의 도움이 있었소.

         

       “조력자요? 혹시 기사들을 회유하신 겁니까?”

         

       – 그건 아니네. 조금 힌트를 주자면, 황가의 일원일세.

         

       황가라는 말에 갈두르의 낯빛이 변했다.

         

       황가의 일원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황제와 황비, 1황자와 2황자. 그리고…….

         

       “설마 황녀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 맞네.

         

       에드워드의 말에 갈두르의 표정이 묘해졌다. 평범한 황녀의 지지라면 좋은 일이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리아의 지지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아리아는 특유의 심성 덕분에 평민들에게 명성이 자자했지만, 귀족들에게 알게 모르게 배척당했다.

         

       황가의 핏줄을 이은 사람 치고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머리가 안 좋다고나 할까.

       

       ‘귀족들의 반발이나 안 사면 다행이지.’

         

       하지만 그 간단한 사실을 에드워드가 모를 리 없었다.

       갈두르는 무언가 더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 아리아, 그 아이가 능력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네. 설마 했는데 크라펜 공작가를 제 휘하에 두고 있었을 줄이야!

         

       “……크라펜을 말입니까?”

         

       4대 공작가 중 하나, 크라펜.

       

       그들은 서부의 군도들과 꾸준한 교역을 통해, 다른 가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쌓은 가문이었다.

         

       유독 지역색이 강한 탓에, 위험부담이 큰 황실의 후계 싸움에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게 사실입니까? 도대체 어떻게…….”

         

       수백 년 동안 수없이 많은 후계자들이 크라펜에 지지를 호소했지만, 크라펜은 한 번도 후계 싸움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틀어진 것이다.

         

       –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중요한 건, 이걸로 우리도 4대 공작가의 지지를 받게 됐다는 거네. 더 이상 형님과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지!

         

       본래 2황자를 지지했던 크라우치 가문이 예카테리나 공녀 사건으로 힘을 잃고 몰락한 탓에 1황자에 밀릴 수 밖에 없었지만, 크라펜 가문의 지지를 받는다면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었다.

         

       – 자네가 협상만 잘 마치고 오면 되네. 그러면 기세는 완전히 우리 쪽으로 넘어올걸세!

         

       갈두르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어깨에 느껴지는 중압감이 방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졌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에드워드 전하.”

         

       –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네. 이건 그냥 넘겨들어도 좋네.

         

       “말씀하십시오.”

       

       – 야만인 놈이 문제가 된다면, 이카일의 파도잡이에게 가서 이렇게 말해보라더군. 동부 연합보다 좋은 조건으로 이카일의 해역을 보호해주겠다고.

         

       “……예?”

         

       이카일의 파도잡이는 난폭하기로 유명한 인간이다.

       그녀가 난파시킨 배는 수백 척도 훌쩍 넘었다.

       말이 파도잡이지, 바다의 폭군이나 마찬가지였다.

         

       – 하하하. 역시 조금 그런가?

       

       “누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 아리아 그 아이가 말해줬네.

       

       “황녀께서 말씀이십니까?”

         

       순간 발두르는 어이를 상실했다.

       

       황녀는 정말로 그깟 말 몇 마디로 파도잡이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고 믿는건가?

         

       – 그래도 말해봐서 손해 볼 것은 없을걸세. 아리아 그 아이, 보기보다 총명하더군. 지금까지 능력을 숨겨왔다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야. 폐하도 나도……형님도 많이 놀랐네.

         

       “……그 정도입니까?”

         

       – 그 아이가 후계자 싸움에 끼어들었다면 많이 골치 아파졌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

         

       에드워드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리아의 능력은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갈두르의 표정은 여전히 아리송했다.

         

       ‘그렇다면 크라펜은 어떻게 설득했단 말인가?’

       

       철혈이라고 불리는 당대의 황제도, 황위에 앉기 직전까지 크라펜 가를 설득하지 못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갈두르는 이내 코웃음을 쳤다.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친다면, 그 대단한 능력을 그동안 왜 숨겼단 말인가?

         

       – 아무튼, 협상이 지지부진해진다 싶으면 한 번 이카일로 가보게.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갈두르에게, 에드워드가 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 파도잡이가 아끼는 건 이카일 하나라더군. 카니스 왕국이 아니라.

         

         

         

       *****

         

       

         

       리브가는 올리비아가 쓰러진 그 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리비아를 관찰했다.

       

       그녀의 옆에서 하루 종일 성서도 읽어보고, 대놓고 축복도 내려보고, 전도라는 명분으로 교황의 허락을 받아내 성역 내부에도 들여보내 봤다. 하지만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

         

       올리비아는 분명 인간이었다.

         

       “……리브가? 이제는 무슨 일인지 말해줄 때도 되지 않았니?”

         

       리브가는 입을 다물었다.

       

       아직은 악마 녀석이 잠잠했지만, 언제 튀어나와 올리비아의 목을 그어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수로 올리비아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 이건 시합이야. 네가 구할지, 내가 먹을지.

         

       분명히 악마는 그런 식으로 말했다.

         

       아무리 대악마라고 해도, 대마법사 정도 되는 인간의 정신을 침식하기는 버거운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니까 육체도 잃고 정신만 기생하고 있겠지.

         

       그 순간이었다.

         

       “따뜻해라.”

         

       순식간에 손길이 차가워짐과 함께,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

       

       리브가는 이를 아득 깨물며 올리비아를 밀쳐냈다.

       

       저 빌어먹을 얼굴.

         

       놈이었다.

         

       [‘성녀 리브가’가 ‘거짓 간파’를 발동합니다!]

       [‘성녀 리브가’가 ‘신성 방벽’을 사용합니다!]

         

       엄청난 양의 신성력이 리브가의 주변에서 피어올랐다.

         

       날 것 그대로의 적의에 온몸이 따끔거렸다. 다만 주변의 시선을 염두에 둔 탓인지, 신성력은 정확히 올리비아만 겨냥하고 있었다.

       

        리브가는 짓씹듯 입을 열었다.

       

       “……아스모데우스.”

       

       그 말에, 올리비아는 그저 웃음으로 화답했다. 알아서 착각해주는데 굳이 해명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진전은 있었니?”

       

       리브가는 한 걸음 물러서서 올리비아를 경계했다.

       악마는 감정의 빈틈을 파고드는 족속들.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놈은 그런 악마 중에서도 가장 악랄했다.

       

       ‘동요해서는 안 돼.’

       

       놈은 무려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놈도 말라죽고 있는거야.’

       

       올리비아의 단단한 의지를 꿰뚫지 못하고…….

       

       “난 있었거든. 진전이. 이제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됐단다.”

       “……진전?”

       “모르는 척 하지 마렴.”

       

       리브가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올리비아가 손가락을 튕겼다.

       

       [현재, ‘성녀 리브가’를 관전하는 중입니다.]

       

       순간적으로 바뀌는 분위기에, 리브가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분명…….

       

       [관전을 종료합니다.]

       

       “어때.”

       “……!”

       

       짧은 순간, 한 가지 단어가 리브가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또, 또, 또…….

       

       다시, 악마가 서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구해낼 수 있겠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어제 엣지러너를 봤는데, 재미있더군요.

    사펑 뽕이…..와….

    정실은 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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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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