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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0

    <760 – 용사답게(6)>

     

    교수들이 흩어지기만을 기다렸다가 탈출 각을 잡을 때면 불쑥 나타나는 황금빛 괴인.

    프릴 시의 파괴의 시초이자 원흉으로 암암리에 교수들 사이에서 존재가 언급되는 소녀의 등장에 리벤트로프 교수와 모몬도 교수는 무관용의 공세를 날렸다.

     

    “거인, 손.”

     

    리벤트로프 교수가 몸에 새긴 문신 한 줄이 사라지며 거대한 손이 황금빛 소녀를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주저앉고 터져버린 대지.

    생명체는 짓뭉개져 죽고 남을 일격.

    참사의 현장 속에서 거인의 손이 들썩거리더니 손과 연결된 차원단면의 저편에서부터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는 거인의 비명이 들렸다.

     

    <황금의 마법소녀>

    <소환마법 – 아발론의 보물창고>

    <유일급 보구 – 가시갑옷>

     

    손바닥이 활짝 펼쳐지자 붉은 피가 비처럼 마구 쏟아져 내렸다.

    명검을 몇 자루나 겹치고 또 겹치며 강화하여야만 얻어낼 수 있는 검신이 수도 없이 잔뜩 뻗어 나오는 가시갑옷.

    고위계 검사 수십 명의 합격을 손아귀에 제대로 적중당한 것처럼 커다란 피해를 입은 거인의 손이 다급히 차원문 저편으로 사라졌다.

     

    [고통 없는 편리한 학살을 이행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사기꾼. 너와의 계약은 이제 끝이다!]

     

    리벤트로프는 낭패를 금치 못했다.

    차원조난사태의 원흉이자 이사장의 비밀병기, 나아가 오크노디의 ‘차세대 대체품’ 정도로 불리는 저것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메이드장에게 경고를 들었다.

    허나 이 정도로 강력한 존재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원거리로 몰아넣어야 합니다!”

    “제약을 풀죠.”

     

    모몬도 교수는 수련의 신에게 바쳤던 술식사용의 권리를 되찾았다.

     

    [기도술 – 수련의 신]

    [수련의 계약 – 특정술식을 사용하지 않은 기간에 비례하여 해당술식의 발현위력이 상승한다.]

     

    자신에게 제한을 걸며 수련하여 강해지는 행위를 높이 평가하며 그에 상응하는 힘을 하사하는 수련의 신의 권능.

    2085일이나 사용을 억제했던 <재현술식>을 발현하는 순간, 한 발의 대마법이 거듭 재발현되며 빛나는 강적을 지면 저 깊숙이 밀어 넣었다.

     

    “마도구, 대폭발.”

     

    거듭되는 폭격에 구덩이 안에서의 마나반응이 소실되었다.

     

    “해치웠습니까?”

    “…아마 스스로 물러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감지를 속이고 나타났을 때를 고려하면 같은 방식으로 숨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겠지요.”

    “과연 재단의 함정은 무섭군요. 교수진이 서로 내분을 일으키고 흩어지는 기회를 노려서 접근하다니.”

    “하지만 피했지.”

    “하하. 그렇죠. 이번에야말로 결계를 확실하게 쳐두고 탈출합시다.”

     

    두 교수는 리벤트로프 교수의 주도하에 탈출에 필요한 교수를 추가로 모으고, 모몬도 교수의 제약해방을 통해 막강한 힘과 출력을 얻으며 탈출마법진의 가동을 개시하였다.

     

    “부족한 차원인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매개체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적어도 천 년 이상의 세월의 흐름이 깃든 보구를 꺼내라.”

     

    <마녀의 모든 것> 강의를 맡은 발푸르기스 교수는 신비의 힘을 이용해 부족한 인력과 마법진의 힘을 대체하고자 했다.

    교수들이 주섬주섬 이런저런 마도구를 꺼냈지만, 발푸르기스는 냉정한 얼굴로 평가했다.

     

    “이건 우리 가문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뒤뜰나무의 세계수 혈통서일세. 보다시피 이천 년 전, 제국건국 이전의 시대부터 전해져 도둑질한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심어서 자라난…”

    “150년. 니네 나무 혈통서 가짜야.”

    “뭐어엇?!”

    “후후. 이래서 근본 없는 집안이란. 발푸르기스여. 여기 제 훌륭한 찻주전자를 살펴봐 주시오. 이 주전자로 말할 것 같으면 시조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225년. 금속포식자 입에 넣었다가 뺀 쓰레기야.”

    “거짓말!! 안에 물을 넣으면 정말로 성수가 나온다고!!”

    “마시면 소화가 잘 되고?”

    “그래!!”

    “금속포식자 부스러기가 주전자 안에 살아. 너네 집안 사람들 금속포식자 소화액 마신 거야.”

     

    충격에 말문이 막힌 교수들!

    뒤뜰 나무 혈통서가 가짜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교수조차도 이건 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위로의 시선을 보냈다.

     

    “그, 그만둬. 날 그딴 눈으로 바라보지 마! 그만 두란 말이야아아!”

    “골치 아프게 됐군요. 유감스럽게도 제가 지닌 마도구는 앞서 선행마법진 생성에 사용되었기에 브론즈 교수가 들고 날라버린 지 오래입니다.”

     

    충격에 쓰러진 교수를 위해서라도 리벤트로프 교수는 애써 분위기를 환기했다.

     

    “이게 형편 좋게 1000년을 넘기는 보구라도 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2790년.”

    “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상고시대의 유물이야. 부러진 검날이지만 날 자체에 대지를 침범하는 대홍수를 가르고 베는 효능이 깃들어 있어. 수많은 보물이 중첩되어 힘을 지켰어.”

    “그럼… 우리,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발푸르기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가 크게 환호하며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탈출이다.”

    “살아서 나갈 수 있어…”

    “지옥 같은 고블린월드와도 작별이군.”

    “제국파 교수 이 개폐급 녀석들, 싹 다 뒤져버려라!”

    “하하, 아카데미에 돌아가면 이 친구들 연구실은 싹 다 비워버릴 줄 알아.”

    “난 사람은 됐고 조교나 몇 명 남겨주게.”

    “내부는 자네들이 다 가지게. 난 외부에 꿍쳐둔 비자금을 수색할 작정이네.”

     

    벌써부터 탈출 후의 미래를 떠올리며 장밋빛 복귀계획을 세우는 교수들!

    리벤트로프 교수도 지금만큼은 이들과 같은 심정이었기에 다른 교수들의 주책맞은 설레발을 훈계하거나 탓하지 않았다.

    마치 공포영화의 세트장, 방탈출게임의 밀실에서 탈출한 것처럼 기쁨에 벅차 환한 차원문 저편으로 나아가는 교수들.

     

    슈웅!

     

    눈부신 빛이 잦아드는 순간, 리벤트로프는 중간계의 익숙한 마나농도와 신선한 공기를 마주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만끽하며 어느 한적한 곳에 차원문이 열렸나 알아볼 심산으로 느긋하게,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

     

    그의 앞에는 무기를 들고 사나운 얼굴로 무어라 윽박지르는 집사복 차림의 사내들이 있었다.

     

    “아카데미 교수들의 습격이다!”

    “손 들어!”

    “당장 투항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차원압력으로 먹먹했던 귀가 시간이 지나며 풀리니 사태의 전말이 드러났다.

     

    “수천 년 전에 해저에서 발견하여 재단에서 관리하던 비밀거점을 대체 무슨 수로 알아차린 거지? 역시 기프트 아카데미인가. 이번 건 제법 놀랐다.”

    “이런. 좌표로 이용해서는 안 될 물건을 이용한 대가를 치르고야 말았군…”

     

    차원좌표로 삼았던 2790년 전의 검날 보구.

    재단의 차세대 수석장학생이자 오크노디의 대체품.

    이사장의 비밀병기의 함정에 보기좋게 빠진 것이다.

    뒤따라 넘어온 교수들도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차원문을 넘어오느라 지칠 대로 지친 자신들로는 도저히 완전무장한 재단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다.

    결국 차원문을 넘어오는 족족 탈출을 시도했던 교수들은 집사들에게 생포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어쩐지 저항이 약하다 싶더라니. 저희가 제대로 속았군요.”

    “면목 없습니다, 모몬도 교수님. 제가 좀 더 영민하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그 억울해하던 기세와 그렁그렁한 눈물은 누가 봐도 속을 수밖에 없는 대단한 연기력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을 잃어버린 살인병기들을 키우는 재단에서 눈물연기쯤은 기본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던 제 실수이기도 합니다.”

     

    리벤트로프 교수와 모몬도 교수는 다짐했다.

    다시는 재단 소속 인물의 눈물에 속지 않겠다고!

     

    물론 그 다짐도 재단의 품 안에 제 발로 들어온 지금, 무사히 이곳에서 살아 나간 다음에나 논할 수 있는 일이다.

     

    “재단은 대체 이곳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우리가 순순히 알려줄 것 같나?”

     

    집사장의 냉소적인 비웃음에 발푸르기스 교수가 벽화를 스윽 훑어보았다.

     

    “크라켄과 쌍벽을 이루는 대괴수 레비아탄의 거처네. 인신공양을 통해 대괴수를 길들이고 이용하는 방법이 적혀있어. 최근에는 사람 대신 어인을 바쳐서 몰랐나 보네.”

    “아니, 그걸 읽을 수가 있다고? 결사의 총수였던 나조차도 전수 받지 못한 룬어인데?!”

    “아카데미엔 정령이 많으니까. 머리털을 뽑히지 않으려면 동화책을 읽어야 해. 정령어 할 줄 모르면 학생들이 고통받아.”

     

    정령의 꿀잠을 깨웠다는 이유로 메챠쿠챠 얻어터지고 종말의 미래도 보았던 도비를 떠올리면 발푸르기스 교수는 알게 모르게 학생들에게 큰 공헌을 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위어드 교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받는 고통을 교내의 무작위 학생들이 마구잡이로도 겪을 수 있던 미래를 억제해왔던 훌륭한 교수였다.

    그 사실을 깨달은 모몬도 교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리벤트로프 교수에게 물었다.

     

    “저 교수는 왜 우리들이랑 같이 밉보였지? 해온 일만 보면 우수교수 명단, 10년째 무사고 교수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할 사람 같은데.”

    “저분도 그렇게 순수한 이유로 정령을 관리하시는 건 아닙니다. 신비는 원리가 드러나지 않아야 신비인데, 신비시대의 많은 지식을 정령들이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일종의 입막음 내지 격리조치라고 보셔야 합니다.”

    “그럼 저 교수가 제자가 없고 수강생도 적은 이유가 혹시?”

    “강의 듣는 학생들도 신비의 원리를 깨우치면 안 되니까 빡대가리… 아니, 온순하고 착한 심성을 지닌 학생들을 모아다가 정령이 얼마나 히스테릭하고 못돼먹은 생물인지를 알려주고 쫓아내는 겁니다. 심화과정을 공부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몇 명쯤은 그런 게 취향에 맞을 수도 있지 않나? 뭣 같은 강의야 어느 교수건 다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데.”

    “사실 마하바라타 지도교수에게 찍힌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교수들을 이송하던 집사들도 흥미가 생겼는지 아닌 척하면서 다들 의식은 리벤트로프에게 집중됐다.

     

    “만드라고라, 비명.”

     

    그 의식을 하나로 묶은 리벤트로프 교수가 몸에 새겨진 문신 십이 획을 제물로 바쳐 듣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 음공몬스터를 소환했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악!”

    “내 머리!”

     

    리벤트로프는 계획이 절반만 성공했음을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표적이었던 집사장이 불온한 낌새를 눈치채고 집사들의 의식이 묶이자마자 재빨리 자신의 의식만 매듭에서 풀어낸 것이다.

    이틈에 교수들과 힘을 합쳐 집사장을 몰아붙이면 아직 어떻게든 결판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희망회로를 돌리고 뒤를 돌아본 리벤트로프는 교수들이 죄다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진 광경을 목격했다.

     

    “아니, 당신들은 연결도 안 했는데 왜 쓰러져있는 겁니까!”

     

    모몬도 교수가 바닥에서 부들거리며 원망 어린 시선을 보냈다.

     

    “우리만 빼놓고 개꿀잼 썰을 푸는데 어떻게 안 들을 수가 있습니까…”

    “아.”

     

    지나치게 흥미로운 화제를 고른 실책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썰의 달인 리벤트로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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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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