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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1

    <761 – 용사답게(7)>

     

    리벤트로프 교수의 회심의 저항은 동료 교수들이 죄다 쓰러지는 피아구분도 없는 팀킬성 작전이 되어버리며 실패로 끝났다.

    그렇게 교수들은 탈출에 실패한 채, 집사장의 더욱 엄중한 감시 아래에 마나억류수갑을 장착했다.

     

    “너희들의 처우는 이사장이 직접 결정할 것이다.”

    “분하다… 이사장의 함정에 빠져서 이계로 날아간 것도 억울한데 이계에 용사까지 숨겨두다니.”

    “?”

    “숨겨둔 용사의 습격을 받은 것도 모자라 교단의 비밀병기에게도 놀아난 건 어떻고.”

    “??”

    “수천 년 전의 유물에 낚여서 이렇게 무력하게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다니.”

    “???”

    “와이히엠하이 재단 녀석들… 직접 겨루고 함정에 빠지기 전에는 몰랐지만 삼대거악의 최흉이라는 표현에 부족함은 없었군.”

     

    갑자기 쏟아지는 재단을 향한 극찬에 집사장은 소외감을 느꼈다.

    왜 다 나는 모르는 일이지?

    실제로 제국교수들이 잡힌 것을 보면 이사장이 무언가를 꾸민 것이 맞기는 할 텐데.

    집사장의 가슴이 차갑게 식었다.

    이사장이 나를 쳐내려고 선을 그은 건가.

    내가 모르는 암중에서 모종의 계획을 꾸미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계획이 이렇게까지 거대하다면 이미 집사장은 안중에도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인류를 위한 대전략만큼은 서로 공유하는 사이라고 믿었건만… 아무래도 재단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모양이군.’

     

    세대교체를 궁리하니 집사장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이사장의 자녀 오크노디였다.

    나이가 어려서 좀 그렇지, 실력과 재능, 독심과 외모까지 무엇 하나 꿀리는 구석이 없었다.

     

    ‘보통 조직의 장들은 무능해서 젊은 나이에 마나연단법의 성취를 높이지 못해 신체가 크고 두꺼운 편이지만 오크노디는 어린 나이에 경지에 올라서 신체도 작고 얇은 편이지.’

     

    재단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를 과시하기에 작고 여린 오크노디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타고난 초월종이자 악룡 오모시로이를 제외하면 오크노디에 비견되는 작은 지배자라고는 기껏해야 북부 마계령을 다스리는 마왕 정도에 불과하리라.

     

    “이사장을 만나기 전에 잠시 경유지를 추가하지.”

    “호오. 이사장과의 만남을 미루면서까지 들러야 할 경유지가 어디입니까?”

    “알면 다친다.”

     

    집사들은 일단 일을 저지를 때까지 엉겁결에 휘말리도록 만들자.

    적당한 곳에서 오크노디에게 교수들을 끌고 가서 생사계약이라도 체결하게 해주는 거다.

    교수들의 지지를 받으면 오크노디도 좋고, 이들의 충성을 유발한 자신도 공적을 세워서 좋고, 오크노디 파벌이 실체와 힘을 지녀서 파벌경쟁에도 좋지.

    이사장 타도.

    세대교체의 꿈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는 성취로 직결되는 셈이다.

     

    계획은 참 좋았다.

    방금전에 들린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이사장…?”

    “잠시 흥미로운 차원인력이 느껴져서 들러보았더니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말았군요. 그래서 어느 경유지에서 무얼 하실 생각이었습니까?”

     

    집사장의 눈이 집사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비서들과 그들의 수장 비서실장에게 향했다.

    비서실장은 입도 뻥끗하지 않고 눈빛만으로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지금 역심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당신의 역모는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교수들의 외부거점을 순회하며 자산을 빼돌릴 작정이었다. 최근 많은 작전으로 너무 많은 집사들이 죽었지. 너무 큰 전력손실에 대한 반발로 잠시 사익에 눈이 멀었다. 사과하지.”

    “하하. 저희 사이에 미리 말씀드리면 그 정도는 양해해 드렸을 것을… 걱정이 너무 많으셨군요. 자진신고도 받았으니 이번 한 번은 눈감아 드리겠습니다.”

     

    겨우 넘어갔군.

    안도감에 집사장은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러나 교수들은 그럴 수 없었다.

     

    “재단의 비밀병기를 보았다고 하셨지요. 여러분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보았는지, 쓸모를 검증하기 위해 잠시 제 물음에 답해주셔야겠습니다.”

     

    교수들은 올 것이 왔다며 숙연한 얼굴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동시에 의문을 품었다.

    왜 이런 뻔한 일을 물어보지?

    전부 네가 꾸민 함정이면서.

    그래, 이사장이 꾸민 함정이겠지.

    오크노디와 동급 내지 그 이상의 차세대 비밀병기를 육성한 이사장이다.

    최측근이나 다름없는 재단의 직속삼장도 모르는 비밀을 그가 아니면 누가 알겠는가.

     

    ‘그럼 이 질문의 진의는… 재단이 설계한 함정을 요행으로 피하다가 탈출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설계대로 작동된 결과임을 확인하려는 건가?’

     

    참 철두철미한 성격이군.

    교수들은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이사장의 설문조사에 순순히 응답하였다.

    당연히 이사장은 자신이 만든 적 없는 함정과 용사와 비밀병기, 고대유물, 교수집단 생포작전의 존재를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세운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우릴 해치지 말아다오. 핍박하고 고문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협력할 의사가 있다.”

     

    교수 한 명의 발언에 이사장의 귀가 솔깃해졌다.

    이어지는 긴 하소연에 이사장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판 고블린용사의 함정에 빠졌지만, 이왕 붙잡히기도 했고 그보다 더 열받는 상대가 교장이기에 재단에 투항하겠다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내가 한 일이 아닌, 멋대로 벌어진 일.

    나와는 무관계한 사건들.

    그렇게 선을 긋기에는 상황이 너무 맛있었다.

    고개만 한 번 끄덕이면 교수급 전력들이 알아서 사기가 꺾여서는 넝쿨째로 재단의 품으로 굴러들어오게 생긴 노릇 아닌가.

     

    “사실관계의 확인부터 들어가죠.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사실이 맞습니다. 여러분을 궁지로 몰아넣고 함정에 빠뜨린 그 모든 설계는 제 소행입니다.”

     

    교수들은 사실을 시인하면 니들이 뭘 어쩔 거냐는 당당하고도 악랄한 선언에 치를 떨었다.

    마치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맞습니다. 내가 음주운전을 했고 타이어로 손을 밟았으며 당신을 거의 죽일 뻔했지만 목숨은 붙으셨습니다.”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뻔뻔함이 아닌가.

     

    “본래는 약간의 <불친절한 과정>이 있을 예정이었으나, 여러분의 투지가 이렇게나 순수하니 저로서도 속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군요.”

    “그렇다는 말은…”

    “여러분의 투항을 적극 환영합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과 이사장은 고블린월드에서 탈출한 교수들을 새로운 전력으로 입수했다.

     

    “새로운 근무계약도 체결하였으니 불편하기만 한 수갑은 풀어드리죠.”

     

    물론 이사장과 재단 앞으로 각각 작성한 근무계약서는 사직은 죽음으로만 가능하다는 식의 불공정조약이 한가득 적혀있었다.

    사실상 근무계약서의 탈을 쓴 노예계약서에 사인을 한 셈이었다.

     

    “양지의 큰물에서 놀다가 이직하셨으니 역체감이 들기도 하고 아카데미 시절이 그리우시기도 할 겁니다.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하십시오. 아카데미에서도 마냥 자유로웠던 건 아니지 않습니까?”

     

    교수들은 순순히 수긍했다.

     

    “연구만 좀 하고 싶은데 자꾸 학생을 가르치라고 해서 더럽게 귀찮았지.”

    “저희도 같습니다.”

    “여기도 7위계에 오르는 수제자 하나를 배출하기 전까지 같은 강의를 매년 뺑이쳐야 하는가?”

    “재단은 질보단 양을 중시하기에 5위계 수강생 다수를 양성해주시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빡대가리들 가르치느라 머리는 아파도 수고로움은 덜 들겠군.”

     

    수제자와 소모품의 차이에 기이한 기댓값의 차이였지만 이사장은 불리한 사실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교수전용임무로 매년 수행해야 하는 금은패급 외부활동의뢰들도 참 성가셨지.”

    “재단도 격리 확보한 다양한 위험을 마도구로 제조하는 과정이나 새로운 위험대상이 발견되거든 제압에 나설 인재가 필요하긴 합니다. 역시나 아카데미만큼의 규모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뭐야. 근무내용은 같은데 일은 더 적다니, 이거 개꿀 아닌가?”

     

    물론 아카데미에서 다루는 것은 재단이 먼저 확보하고 격리하고 남은 것들이나 재단이 격리를 포기하고 방류한 것들이라는 사실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그런다고 재단이 해왔던 인신매매나 각종 범죄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충성은 바쳐도 그런 범법행위까지 동반하지는 않을 겁니다.”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모든 식기에는 쓰임새가 따로 있지요.”

     

    그들이 행한 임무가 위법행위의 단초가 될지언정 당사자들은 결코 알지 못할 위선의 시간을 계속되게 만들어줄 것이다.

    언젠가 진상을 깨닫고는 마음이 무너져 내리며 교수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일개 악인으로 전락하는 순간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토록 무수한 악의를 감춘 채, 자연스럽게 교수들을 재단의 업무로 인도하는 이사장.

    그는 입으로는 순종적으로 굴어도 은연중에 느껴지는 교수들의 태도에서 우월감을 읽었다.

    결국 재단은 아카데미보다 못하다.

    우린 상황이 여의치 않기에 협조하고 있을 뿐, 너희와는 급이 다르다.

    그런 굽힐 줄 모르는 오만함은 한 번쯤은 강제로라도 굽혀줄 필요가 있다.

     

    “이참에 견학이나 한번 하시겠습니까?”

    “견학?”

    “재단의 주요 비밀프로젝트에 대한 견학입니다.”

     

    호기심 때문에 만드라고라의 비명도 엿듣고 쓰러졌던 교수들이 재단의 비밀프로젝트라는 흥미로운 화젯거리를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이쪽은 도이치 왕국의 공업력의 40%를 하루아침에 마비시킬 수 있는 마나폐기물의 악성강화 마법진의 가동현황을 담은 수정구슬입니다. 보다시피 각 교단에 쫓기는 생산계 거물범죄자들을 거두어서 일자리를 창출해 드리고 있지요.”

    “그럼 저기 밝게 빛나는 건 뭡니까?”

    “음?”

     

    수정구슬 저편에서 눈부신 섬광이 번쩍였다.

    빛이 사라진 뒤.

    쓰레기더미 아래에 설치된 은신처 또한 사라졌다.

     

    “이건… 드래곤브레스군요. 하필이면 교장의 눈에 시설이 걸렸던 모양입니다. 아쉽긴 해도 서부삼국에는 아직 두 개의 비밀프로젝트가 더…”

     

    퍽.

    퍼벅.

     

    인접한 수정구슬이 한 차례 빛에 휩싸이더니 나란히 금이 갔다.

     

    “도시국가연합이…”

     

    퍼버벅.

     

    “신성중앙제국이…”

     

    쨍강!

     

    아주 온 사방에서 활개를 치는 드래곤 교장을 보며 이사장의 미소가 차갑게 경직되었다.

    배신자가 나타났다.

    그것도 재단의 상당히 상층부에 속하는 배신자가.

     

     

    * * *

     

     

    메이드장은 브론즈 교수의 호언장담만 믿고 테러행위를 저지르지 않아도 아카데미 측에서 자신의 진술을 믿어주기를 바라며 자진투항했다.

    그런데 정작 재단의 내부정보를 보고하는 자신의 앞에 선 마하바라타 교수는 심드렁한 얼굴로 마나보드를 휘적거릴 뿐이었다.

     

    “이미 있는 정보군요.”

    “다른 건 없습니까?”

    “조금 실망스럽네요.”

     

    메이드장은 조심스레 물었다.

     

    “제 정보가 그리 낮은 가치의 정보는 아닙니다만… 대체 어디서 이만한 정보들을 다 모으신 겁니까?”

    “용사를 지켜주기로 했으면 교장님과는 잠시 같은 편이라며 억까이벤트라는 것들을 오크노디 2년생이 잔뜩 알려줬습니다.”

     

    메이드장은 그제야 답답한 기분이 싹 가셨다.

    이사장의 따님, 다크프린세스가 부친에게 반기를 들었으면 그럴 수 있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는 이벤트를 알려줬을 뿐인데 그게 다 재단이 하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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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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