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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2

    <762 – 용사답게(8)>

     

    드래곤교장 오모시로이.

    지금은 나태하게 아카데미에 눌러앉은 그이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악룡이라 불릴 정도로 심보가 더럽다.

     

    [학생들을 위해 몇 달간 착실하게 이론공부를 마친 뒤에 실습에 두 차례 들어가고 기말고사에서 성적을 내겠다고? 이딴 강의계획서는 반려한다!]

    “아니, 제 강의계획의 어디가 문제란 말입니까?”

    [재미가 없다!!]

    “예에에?!”

    [학생들은 언제 고통받지? 어디서 괴로움을 느끼지? 약점을 찾아라. 약점을 물고 늘어져라. 약점을 고치고 강해지지 않으면 베길 수가 없을 그런 강의를 내놓으란 말이다!]

     

    강의조차도 이 모양이다.

    그래서 이론은 억까 당하기 싫으면 알아서 예습 해오고 실습부터 때려 박는 강의들이 기프트 아카데미의 주된 풍조가 되었다.

    당연히 학생들은 미친 듯이 구르기가 싫어서라도 생존을 위해 공부를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타 아카데미보다 동시간대 성장률이 두세 배를 웃도는 성장가속이 시작됐다.

     

    “아, 교장님의 큰 뜻을 우리가 미처 몰랐구나!”

    “학생들은 이론공부를 시키고 실습에 들어가는 것보다 일단 실습부터 때려 박으면 알아서 공부를 해오고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구나!”

    “그러면 다음 학년에 배울 내용도 은근슬쩍 섞어서 실습 시련에 내보내어도 통과할 수 있는 애들은 미리 통과하고 더 빨리 강해지지 않을까?”

     

    기프트 아카데미의 억까교육풍조가 시작된 원흉이 교장의 강의계획서 가이드라인에서 비롯되었음을 아는 마하바라타 교수는 교장의 그런 심보를 잘 안다.

    결과가 좋다고 한들, 기본적으로 그가 원하는 것은 남들이 고통받고 괴로워하며 두 다리로 온전히 식당까지 걸어가지도 못해 신음하며 다리를 부여잡고 찔찔 짜며 벤치에서 구르는 학생들의 모습!

    장래가 보장된 왕가의 혈통이나 귀족집안 자제들, 명가의 후예, 명인의 제자, 조직의 비밀병기, 재능을 타고난 아이들이 재능 빨로 인생 편하게 살다가 갑자기 남들처럼 억까를 당하며 구르는 모습은 얼마나 보기 좋은가!

    …라는 생각을 교장은 하며 지낼 것이다.

    그런 교장이니 브론즈 교수가 고블린월드에서 탈출해서 재단 이사장의 직속삼장 메이드장을 데려왔을 때, 당장 눈앞에서 메이드장의 목이 뚝 따여도 이상하지 않겠다고 마하바라타 교수는 생각했다.

     

    “교장. 메이드장을 살려주길 바란다네.”

    [와이히엠하이 재단에 대한 기프트 아카데미의 기본방침은 무관용이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지금의 4학년들은 당신이 바라는 4학년들과는 거리가 멀지.”

    [호오… 눈치챘었나?]

    “지루해 죽겠다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매년 4학년에게 얼쩡거리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지. 당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그 순정남 디스트로이어의 씨도 도둑질한 씨앗도둑은 과연 눈치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군.]

     

    한눈에 브론즈 교수의 비밀을 간파해버린 교장의 말에 금시초문이었던 소식을 접한 마하바라타 교수나 메이드장은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정작 화제의 당사자인 브론즈 교수는 그 정도야 읽힐 것을 간파했다는 것처럼 태연했다.

     

    [그래서 이 녀석이 내 염원을 이루어 줄 도구가 될 수 있는 자로 보이나?]

    “어차피 교수도 물갈이하고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던 처지 아니었나?”

    [그도 그렇군.]

     

    교장은 순순히 납득했다.

    반대로 이번에는 메이드장이 무서워졌다.

     

    “교장님 정도 되시는 자가 염원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의 목표가 있다니… 대체 무엇을 노리시는 겁니까. 차원정복이라도 꾀하십니까? 그것도 아니면…”

     

    메이드장은 놀라운 목표를 떠올렸다.

    단순히 수집에 그치는 재단을 넘어서 스스로 하나의 격을 창조해내는 결과를.

    이미 신과 다름없는 현인신의 강함을 보이는 교장이 도달할 수 있는 다음 경지.

     

    “진정으로 신성에 걸맞은 자신만의 영역으로 하나의 차원을 지배하는 신위등극의 경지를…?”

     

    신위등극.

    교장이라면 어떤 영역으로 그 자리에 올라서도 이상하지 않았다.

    교장의 <교육>은 세계의 수많은 지배자를 만들었다.

    그가 교육의 신이 되더라도 중간계는 기꺼이 이를 인정하고 그를 신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교장의 <장난> 또한 세계를 도탄에 빠뜨렸다.

    그가 장난의 신이 되더라도 중간계는 크게 시름하며 이를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메이드장의 설레발을 듣는 드래곤교장은 무슨 지겨워 죽겠을 소리를 하냐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신 노릇 하면 뭐 좋을 일 있다고 하냐? 쓸데없이 의식영역의 크기만 커져서 중간계가 버티질 못하니까 계에 눌러앉지도 못하고 신선놀음이나 해야 하는데.]

    “그, 그런 겁니까.”

    [그래, 그런 거다. 약해빠진 녀석들이나 차원계가 비좁은 녀석들이야 좋다고 신격에 오르지, 지금도 신이나 다름없는 내가 뭐가 아쉽다고 신위에 오르냐?]

     

    메이드장은 드래곤교장이라면 그런 오만한 발언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자신감 넘치는 교장이 목표로 하는 염원이 무엇인지도 더욱 궁금해졌다.

     

    [아무튼 됐다. 넌 살려주마. 겁도 없이 내게 허튼 소리를 할 배짱이라면 교수가 되어서도 일은 잘 하겠지. 메이드 교수는 시간강사로도 뽑아봤고.]

     

    생존이 보장되자 한결 안심이 든 메이드장이었지만, 애당초 그녀가 목숨을 걸고 교장을 찾아온 이유는 재단의 계획을 경고하기 위함이었다.

     

    “교장. 당신에게 드릴 말이 있습니다.”

    [안다.]

    “예? 저는 아직 아무 말도…”

    [재단의 직속삼장이 재단을 배신하면서 할 얘기가 재단에 대한 고발 말고 뭐 있냐? 네 지위를 고려하면 이사장의 비밀작전에 대한 고발이겠군.]

    “!!”

    [전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재단의 은밀한 계획은 이미 저지되고 있다. 너희 ‘아가씨’의 제보가 한 발 더 빨랐지.]

     

    메이드장은 오크노디가 먼저 손을 썼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상급 암살메이드 리프가 오크노디에 대한 칭찬을 상부에 곧잘 올리고는 했지만, 워낙에 과장히 심한 보고라고 생각해서 잘 믿지 않았던 탓이다.

     

    -애가 무기를 집는 족족 달인급의 실력을 선보이며 단숨에 경지가 쑥쑥 오른다고 합니다.

    -추가수당을 달라는 참신한 시도네. 정성이 갸륵하니 조금 챙겨줘.

    -아가씨를 향한 모든 종류의 중급독 내성훈련을 끝마쳤는데 상급독 구매에 필요한 추가비용을 대어달라고 합니다.

    -몰래 독물이라도 키우는 거 아니야? 애가 그만한 양의 독을 이렇게 빨리 내성을 얻을 리가 없잖아. 독의 작용을 간파하고 막아내는 것이 아니고서야. 그런 지원은 반려시켜.

     

    아이가 해냈다고는 믿을 수 없는 리프의 자랑질!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자랑질이 전부 진짜였다.

     

    [암살메이드들은 살려주지. 너희는 그저 지켜보아라. 너희가 잡은 새로운 주인과 옛 주인 중 어느 쪽이 보다 강한 자인지. 그뿐인 이야기다.]

     

     

    * * *

     

     

    재단 내 각 지부의 영향력이 흔들리고 각지에서 재단의 장기계획이 일그러지는 지금, 재단지부 십여 개가 뭉친 거대지부 <케이슬란드 해역>으로 수십 척의 배가 몰려들었다.

     

    “피렌체 왕국의 군함이란 군함은 모조리 쓸어왔어요. 해상에서 거대마법진을 그리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크기를 장담해요.”

    “대단하네, 아카디아는.”

    “정말로 대단한 건 지젤이죠. 왕궁에 이 정도의 자금을 내어주며 함대를 빌리다니. 세상 그 어떤 용병들도 이렇게 화려하지는 못할 거랍니다.”

     

    지젤의 재력에 감동받은 것은 비단 아카디아만이 아니었다.

     

    “단장대리 이사벨이 함께 있으니 에소니아 모험단도 드디어 완전체다!”

    “설마 재단의 의뢰만 받던 우리 모험단을 세 배의 돈을 주고 사서 데려오다니…”

     

    모험단과의 연이 깊은 이사벨뿐만이 아니다.

    뱀파이어 호위들을 구매하여 뱀파이어 혈족들의 암투로부터 돈으로 블라디미르를 지켰다.

    프릴 시 멸망으로 발칵 뒤집어진 도시연맹의 성주들을 모아 큰 이권이 보장되는 투자설명회를 열어 도시국가연합의 안전성을 강화, 소속 학생들의 이탈을 저지하였다.

     

    어떤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더 많은 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그런 답을 보여주듯 금권 하나로 반 재단 연합을 굳건히 세운 재력은 황금의 왕이 있다면 지젤이 아닐까 싶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너, 원래부터 이렇게 돈이 많았어?”

    “하하. 부끄럽게도 아카데미 입학 시점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돈이 많아진 거야?”

    “이것저것 배우지 않았습니까? 우리 꼬마숙녀가 포인트를 어떤 식으로 불리는지. 밖에서도 그 방법을 응용했더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진짜 무슨 짓을 한 거람.”

     

    최근 도시마다 보이는 다양한 등급의 무구뽑기권을 넣어둔 가챠캡슐방이나 상점마다 존재하는 VIP회원 할인제도, 제품을 사면 따라오는 번호를 모아 빙고판에서 빙고를 할 때마다 사은품이 증정되는 제도, 아이템에 공명마법진을 새겨서 세트아이템을 구매하면 추가효과를 얻는 세트아이템 제도 등등.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쩍고 지젤이 도입한 것 아닌가 싶은 시스템이 여럿 있다.

     

    “지금이다. 군도 전역에 포격을 가하라!”

     

    그런 시스템으로 쌓아온 부로 모은 전력을 동원해 포탄이 마르지 않는 해안폭격을 퍼붓고, 저지하려고 날아드는 공중전력은 배마다 가득한 정예조직으로 대응한다.

    역으로 그렇게 적의 전력이 외부로 나올 때에 이슈타르를 비롯한 최정예 전투부대는 섬 안으로 침투했으니, 재단의 악명이 무색하게도 거대지부 공략전은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바로 그곳.

    재단과 아카데미의 주 전력이 집결된 거대지부의 상공에 이변이 벌어졌다.

     

    “저, 저 비공정의 출력은… 통상 비공정이 아니야! 재단의, 재단 이사장이 직접 탑승한 월드보스급의 마공…”

     

    차원도약.

    세계순력을 넘나드는 강력한 비행스킬이 발현되며 타 차원의 마나폭풍을 몰고 함께 넘어온 비공정.

    비공정이 중간계의 위상에 안착하는 순간, 뒤를 따라서 도착한 마나폭풍이 지상의 모든 싸움에 종지부를 고하듯이 사납게 몰아쳤다.

     

    “마나포탄이 발사되지 않습니다!”

    “포대마법진 가동불가!”

    “마법사들이 폭주를 제어하기도 벅찹니다!”

     

    아카데미가 아니었다.

    이사장이 노린 것은 기프트 아카데미가 아니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모여든 군도.

     

    “줄곧 고민했지만 교장을 꼭 제 손으로 직접 물리칠 필요가 없더군요. 교장에게 보낸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한다면 아무도 아카데미에 학생을 보내지 않을 것이 아닙니까? 하하하.”

     

    이사장의 응수가 교장의 움직임을 피해서 아카데미의 허를 찔렀다.

     

     

    * * *

     

     

    드래곤 교장은 사방팔방 날아다니며 드래곤브레스로 지상을 초토화하면서 생각했다.

     

    -이런 잔재주를 무너뜨려봤자 이사장에게 손을 대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모르냐?

    -당연히 알죠! 억까 이벤트는 보험을 들기 위해서 준비한 것뿐이에요.

    -그럼 네 글러먹은 ‘파파’에 대항할 전략은 제대로 고민해 둔 것이냐?

     

    손버릇 나쁜 쥐새끼 녀석, 정말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했었지.

     

    -핵폭탄을 날리면 차원문을 열어서 받아치면 되고, 핵폭탄 다음으로 위험한 걸 쓰면 그때야말로 제 확정승리거든요?

    -그게 뭔지는 어떻게 알고?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이라는 필살기가 있는데 혹시 아세요?

     

    지상에서 가장 흉악한 인간이 어디 외계에서 지만 아는 외신 같은 존재를 하나 소환하겠다는데 그걸 또 지 딸내미가 알고 막겠단다.

    외신강림의 징조를 이미 한 차례 감지하고 그 현상이 퇴거되었다는 사실도 기억하는 교장으로서는 부녀간의 외신소환&퇴거 기싸움이 열릴 거라는 사실에 엄청난 흥미를 느꼈다.

     

    [저놈은 졸업시키기가 너무 아쉬운데. 잡아다가 평생 대학원생으로 머무르게 할까…?]

     

    착한 일을 하고도 자신도 모르게 벌을 받을 위기에 처한 오크노디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간 기합이 아닌 교장선생님

    천사같은 큰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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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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