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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2

        

       오염운반자.

       혹은 ‘바다 청소부’라고 불리는 범죄자.

         

       전 해양학자 출신의 이 테러리스트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바다에 있는 쓰레기를 육지로 옮겨놓는 등의 행동을 일삼는 범죄자였다.

         

       물론 이렇게 본다면 그냥 평범한 환경운동가가 아닌가 싶을지도 모른다.

       원래 쓰레기장은 육지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바다에 있는 쓰레기를 육지에 옮긴다는 소리는 다른 말로 하면 육지에 있는 쓰레기장으로 옮긴다는 소리와 같으니- 그렇다면 버려진 쓰레기를 본래 있어야 할 장소에 갖다 놓는 것이 아닌가?

       설령 쓰레기장으로 옮겨놓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를 한곳에 모아놓아 주는 것이니까, 이 정도면 그냥 조금 과격한 환경운동가 수준이 아니냐 이 말이다.

         

       그 말은 일부는 맞다.

       초창기의 오염운반자는 실제로 조금 과격한 환경운동가 취급을 받았으니까.

       오염운반자가 육지로 옮겨놓는 어마어마한 양의 해양 쓰레기에 더 초점이 맞춰졌으며, 오염운반자는 그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퍼포먼스를 벌인다고 여겨졌으니까 말이다.

       실제로 오염운반자가 몸을 담고 있던 대학에 기부금이 잔뜩 들어오기도 했으니-

       그 정도로만 끝냈더라면 이 남자가 ‘오염운반자’라는 별명을 얻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퍼포먼스를 통해 연구비를 끌어올 줄 아는 유망한 연구자 수준으로 끝났겠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오염운반자’의 목적은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도, 혼자서 쓰기에는 차고 넘치는 연구비를 얻는 것도, 대학에 잘 보여서 테뉴어(Tenure)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바다의 정화.

         

       바다와 육지의 오염의 역전.

         

       사람들이 수단으로 여겼던 오염운반자의 행동이야말로 그의 진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오염운반자의 진의를 사람들이 깨달았을 때는…너무 늦었다.

         

       수많은 땅이 오염운반자에 의해서 오염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기업이 몰래 무단으로 버린 화학 폐기물을 그대로 뽑아다가 그 기업이 있는 나라의 비옥한 토양에다가 옮겨놓았고.

       한 나라가 바다에 버렸던 핵폐기물은 그 나라의 중소도시에 골고루 뿌려져 도시 전체가 방사능에 찌들어버렸다.

         

       산더미처럼 쌓인 옷가지들은 고스란히 옮겨져 산사태처럼 한 마을을 덮치며 수백 명의 인명을 앗아갔으며, 바다 깊숙한 곳에서 변이되어버린 연충(蠕蟲)은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항구로 옮겨져 배 몇 척을 가라앉히고 사람들을 수십이나 잡아먹고서야 퇴치할 수 있었다.

         

       사람이 죽고 재산에 피해가 가는 이 끔찍한 일을 환경운동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테러.

         

       끔찍한 테러 그 자체.

         

       사람들은 뒤늦게 이 남자를 수배하였고, 각국이 공조해서 남자를 붙잡아 감옥에 넣으려고 했지만…대마법사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어마어마한 마법 실력 탓에 이 테러리스트를 쉬이 잡을 수 없었고, 결국에는 ‘오염운반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악명을 떨치게 되어버린 것이다.

         

       위험인물을 줄지어본다면 최상급에 자리 잡고 있을 테러리스트.

       한 번 모습을 드러내면 수십 명 이상 다치거나 어마어마한 재산 피해를 낸다는 범죄자.

         

       그 범죄자가 지금, 저 호텔에 있다.

       중국의 도시의 호텔에.

         

       그리고….

         

       [ 사람에게는 좋은 식사, 좋은 잠, 좋은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안식처도 필요하죠. ]

         

       [ 여러분. 여러분께서는 제가 쉴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대다수 종교에서 근면함을 강요한다지만 필요한 휴식 시간마저 침해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명에 대한 모독이 아니겠습니까? 잠이라는 이름으로 강제적으로 부여한 휴식마저도 거부하는 것은 그야말로 신성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

         

       …지금, 무장경찰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마력으로 작동하는 스캐너를 원격으로 박살을 낸 뒤, 그곳에서 기화되는 마력만으로 마법진을 그려서 말이다.

         

       마법.

       현대에서 기술의 한 갈래로 취급받게 된 마법이 아니라, 과거 경배받고 숭배받던 초자연적인 힘을 보는 듯한 솜씨다.

       아무리 마법사의 평균이 올라갔다지만 이건, 정말로 어지간한 능력이 아니고서야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오염운반자. 너는 포위됐다. 인질을 풀고 나와라.”

         

       무장경찰들은 이 짧은 순간에 보여준 오염운반자의 솜씨를 보고 속으로는 혀를 내두르면서도, 겉으로는 위압감 가득한 모습으로 마력으로 자기 모습을 띄운 오염운반자에게 소리쳤다.

         

       [ 포위? 인질? ]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러한 추상같은 호령은 오염운반자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피익.

         

       방독면을 통과하며 맥 빠진 바람 소리가 들린다.

       분명 콧방귀를 뀐 것이겠지.

         

       오염운반자는 죽은 생선처럼 썩은 눈을 호선으로 휘며 눈웃음을 짓고는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곤 허공을 향해 딱밤을 날렸고-

         

       쨍그랑-!

         

       그 순간, 무장경찰이 가지고 온 아티팩트들 몇 개가 더 깨졌다.

         

       푸슈슉.

         

       호텔 안에서 호텔 밖에 있는 아티팩트에 간섭하다니.

       그것도 딱밤을 때리는 간단한 동작으로!

         

       ‘…이건 정보에 없었는데?’

         

       모골이 송연하다.

         

       그냥 아티팩트도 아니고 군사용, 준 군사용 아티팩트인데….

       외부에의 간섭에 저항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물건인데….

       그런 물건에 이토록 쉽게 간섭한다고?

       간단한 손짓 한 번에 아티팩트를 망가뜨리고, 그 안의 마력 동력원을 부숴버릴 수 있다고?

         

       두렵다.

       저 테러리스트가 마음먹었다면 단순히 망가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폭발하거나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자, 그 두려움은 현실성 있는 것이 되어서 싸늘한 오한으로 변한다.

         

       오한이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는 이 느낌.

         

       마치….

         

       ‘맹수를 앞에 둔 것 같다.’

         

       사람이 아니라 괴물, 혹은 육식동물을 앞에 둔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언제든 자기 목을 물어뜯을 수 있는 존재가 저 앞에.

       모습을 볼 수 없는 저 안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고 있다….

         

       [ 호텔에 계신 신사·숙녀 여러분. 저기 밖에 계시는 분들께서 여러분들을 보고 ‘인질’이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터무니없는 오해가 아닐 수가 없군요. 마치…. 그래요. 제가 석사 시절, 제가 썼던 논문을 보면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고 스스로 평가했던 것과 같은 정말로 터무니없는 오해가 쌓여있는 것 같습니다. ]

         

       깨진 아티팩트의 마력 동력원에서 마력이 기화되기 시작한다.

       본래라면 저렇게 기화되어서는 안 되건만.

       안전장치도 파괴해버린 것일까?

         

       그렇게 기화된 마력은 오염운반자의 통제에 들어가 기존의 영상을 확대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한 사람만을 간신히 비추던 좁아터진 화면 대신…스위트룸 전체를 비출 정도로 거대한 화면으로 변모한다.

       브라운관 TV 화면이 영화관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커진 화면에 보이는 것은 사람들.

       익숙한 얼굴도, 익숙하지 않은 얼굴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전부 눈을 감은 채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 자아, 보이십니까? 이분들의 편안한 모습이. 고단한 근면함에서 벗어나 행복한 잠을 청하고 있는 이분들의 모습이? ]

         

       오염운반자는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라고.

       편안해 보이지 않냐면서 몇 번이고 계속 강조한다.

         

       “이…이 천인공노할 악적같으니…!”

         

       그러한 오염운반자의 능청스러운 모습에 결국 책임자는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죄다 물속에 갇혀있는데-! 어떻게 저게 편안하단 말이냐–!!!”

         

       그래.

       사람이라면 당연히 분노를 터뜨릴 수밖에 없다.

         

       저 오염운반자라는 족속이 말하는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사람들’은 전부…전부 물속에 잠겨 있었으니까.

         

       바닷속의 한 부분을 큐브 모양으로 그대로 잘라 온 것 같은 공간.

       벽도, 유리도 없음에도 물은 큐브 모양으로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다.

       심지어는 그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마저도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쳐져 있는 듯 큐브 밖으로 빠져나가려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 큐브의 안.

       사람들이 누워있다.

         

       큐브의 가장 밑바닥.

       산소라고는 한 모금도 없을법한 물만 가득한 공간 속에서, 그들은 편안한 얼굴로 침대에 누운 채 있다….

         

       저들의 목숨을 보장하는 것은 가느다란 관 하나.

       목의 후두(喉頭) 부분을 통해 기도에 삽관한 것으로 보이는 가느다란 관 하나만이 저들의 목숨줄이다.

         

       “코와 입을 막아놓고, 목구멍에 관 하나를 꽂아놓고! 그러고도 저들이 인질이 아니라고-!”

         

       [ 인질이라니요. 그저 저분들은…. 그렇습니다. ]

         

       오염운반자는 책임자의 절규에 웃었다.

         

       [ 일이 끝난 다음 저와 같은 경치를 감상하며, 서로의 감상을 공유할 분들이지요. ]

         

       일이 끝난 다음.

         

       “뭐?”

         

       흘려듣기에는 너무나 의미심장한 말이다.

       특히 저 오염운반자가 했던 행적들을 본다면 더더욱 그러했다.

         

       오염운반자는 방독면을 낀 얼굴을 화면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아니, 화면을 자신에게 가져다 댔다는 말이 옳을 것이다.

         

       저 마력으로 이루어진 화면은 그의 통제하에 있었으니까.

         

       [ 중국 여러분. 제가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

         

       그는 썩은 생선 같은 눈으로 말했다.

         

       [ 변형 프리온 단백질을 왜 소각하지 않고 그냥 바다에 버리는 겁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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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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