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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4

    <764 – 용사답게(10)>

     

    재단의 기함.

    적진 한복판.

    얼떨결에 적의 함선에 쳐들어간 모양새가 된 모두가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절대로 걸리면 안 돼.

     

    용사파티는 즉시 모든 기척을 감추고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물건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알람술식이 울리고 어디서 집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올지 모른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리면?

    세상에서 가장 불길한 인간.

    최흉의 인간.

    그 드래곤 교장조차도 경계하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간과 정면에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크노디의 영혼이 추출 당했다면 어딘가 귀한 곳에 보관되어 있을 거야.

    -영혼석이나 대형마법진, 생체캡슐처럼 영혼을 보관하기 쉬운 장소를 찾아볼게요.

    -궁수의 안목을 보여주지.

    -제냐는 코가 좋다냐!

    -뭐가 됐든 제 가시메이스로 다 때려부숴주겠어요!

    -아니, 영혼석을 부숴버리면 오크노디의 추출당한 영혼도 부서지잖아…

    -파티의 탱커로서 맞는 일은 제가 할 테니 매 맞을 짓은 하지 마십시오, 니세 님!

     

    …물론 용사파티이기 이전에 젊고 풋풋한 학생이기도 한 이들의 심언은 나름 조심하려고 애를 써도 어수선하고 떠들썩했다.

    신중을 기하며 움직이자 그들의 눈에도 여러 종류의 감지술식이나 건드려서는 안 되는 위험한 마법적 함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게르바그사그 교수님이 알려준 양면 사이에 보호술식을 지니지 않은 존재가 지나가면 벽이 달려와서 쥐포로 만드는 쥐포술식이다냐!

    -이건 마하바라타 지도교수님이 작년에 알려주신 비슷하게 생긴 물질 중 종류가 다른 물질 하나를 골라야만 저주에 걸리지 않는 저주함정이네요.

    -다음 중 사람이 아닌 걸 고르면 레이저 조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레이저포인트 함정이군. 궁수의 눈이라면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지.

     

    척척 함정을 풀어나가던 동료들 사이로 이슈타르가 급하게 탱커 바닐라를 뒤로 잡아당겼다.

     

    -아앗? 이건 철수가 강철요새 마법과 충격저항 버프를 받은 채로 시속 150km로 질주하여 벽에 충돌할 때 받는 데미지로 보기 중에서 옳은 번호에 해당하는 술식을 건드리는 문제 아니었습니까?

    -셋 다 함정이야. 합리적인 함정만 주는 척하면서 뭘 건드려도 발동하는 함정이 섞여 있었어.

     

    과연 재단의 기함다웠다.

    뛰어난 마법적 지식과 상식적인 접근을 요구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를 이용한 이중함정이 등장한다.

    방 하나를 간신히 벗어난 용사파티는 복도에 깔린 새로운 마법함정을 발견하고는 저걸 어느 세월에 다 푸냐는 생각에 그만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슈타르. 여기선 자존심이 상해도 지원이 필요해요. 지상의 모두의 지식을 빌릴 수도 있잖아요.

    -맞아요. 지원을 요청해요. 애초에 먼저 연락을 했던 건 그쪽이잖아요. 통신마도구를 다시 작동하면 당장이라도 연결이 되잖아요. 그거 하나의 은폐까지라면 성광의 마데우스의 힘으로 어떻게든 마나파장의 발산을 은폐해드릴 수 있어요.

    -니세의 의견은 대체로 40%는 맞다냐! 지원을 요청하다냐!

    -이 바보들, 괜히 맞는 소리에 끼어들어서 헷갈리게 만들지 말아요! 당신들이 끼어들면 60% 확률로 실패할 것 같아서 찝찝해지잖아요!

     

    심언마법으로 오가는 대화에 한층 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던 이슈타르가 급히 끝이 보이지 않는 대화를 매듭지었다.

     

    -알았어. 연락할 테니까 진정해.

     

    솔직히 좀 쪽팔렸다.

    너희를 도와줄 수는 없어, 우린 너희가 이사장을 막는 틈에 재단의 심처에 잠입하겠어!

    라고 당당하게 제 뜻이 담긴 메시지까지 통신을 단절하기 직전에 보냈건만 쭈뼛쭈뼛 무전을 켜고 암호 좀 알려달라고 하는 상황이 얼마나 추한가!

    그래도 용사는 추함을 각오했다.

    기프트 아카데미에서의 고된 생활을 겪어보면 순간의 추함을 감수하고 실리를 챙기는 자와 추해지기 싫다고 버티다가 더한 추함을 챙기는 자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 난 소인배야. 했던 말 번복하고 고개 숙여서 부탁도 할 수 있어. 이것이 오크노디의 영혼을 구할 가장 빠른 방법이라면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어!’

     

    이슈타르는 없는 용기를 쥐어 짜내며 통신마도구를 재가동하였다.

     

    “…?”

     

    그리고 발견했다.

    통신마도구와 이어진 아래쪽 마도구가 모조리 수신불능 상태가 되었음을.

    수신불가.

    그 원인은 으레 몇 가지로 나뉜다.

    이슈타르가 그랬던 것처럼 마도구의 전원을 껐기에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는 경우.

    통신마법진이나 중계마법진이 파손되거나 마도구에 설치된 마석이 고갈되어서 작동이 정지한 경우.

    그리고… 물리적으로 통신마도구가 파괴되어 더 이상 통신을 주고받을 수 없는 경우.

     

    첫 번째 가능성.

    마도구의 전원을 끈 경우.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당장 이사장이 나타난 비상시국이다.

    효율적인 소통을 위한 마도구를 굳이 스스로 끌 이유가 없다.

    용사파티가 아닌 자신들끼리라도 사용할 수 있는 마도구가 아닌가.

     

    두 번째 가능성.

    마법진이나 마석이 작동정지한 경우.

     

    이 가능성도 희박했다.

    통신의 중요성이 있기에 마도구의 보호는 지휘부의 보호만큼이나 엄격하다.

    아니, 애초에 통신마도구를 지닌 자들이 지휘부와 함께 하고 있다.

    마법진도 마도구도 이번 작전에서 이를 지키기 위한 전력이나 지원세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유지보수의 문제로 작동이 정지될 정도의 허접한 군세가 아니다.

     

    세 번째 가능성.

    물리적으로 마법진과 마석이 파손된 경우.

     

    그렇기에 이슈타르는 이 가능성만이 압도적으로 현실성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것은 동시에 아주 무서운 사실을 의미했다.

     

    ‘모두가… 재단의 기함의 등장과 공격에 당해버린 거야? 이 잠깐 사이에…?’

     

    마석에 의해 공중에 떠오른 비공정은 그만큼 막대한 마나파장이 발산되기에 외부상황은 물리적으로 직접 내려다보지 않고서야 파악할 수 없다.

    마법장벽이나 차원장벽에 의한 다중방어 탓에 외부의 소리를 인식하기도 힘들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동기들을 믿는다는 핑계로 외면하며 떠났던 그때.

    자신들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구할 수도 있었을 모두가 저 아래에서 재단의 공격에 사망하고 지상이 초토화가 되었을 가능성이.

    이미 숱한 이야기도 있지 않았던가.

    재단이 지닌 신병기 ‘핵무기’에 대한 이야기가.

     

    죄악감이 손등을 타고 올라왔다.

    검을 쥔 손이 미친 듯이 떨렸다.

    막을 수 있었다.

    그녀라면.

    용사 이슈타르라면.

    정말로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녀의 성명절기 <홀리미러>.

    공격을 문과 문 사이를 넘나들며 발동하게 만드는 기술을 여러 개를 붙여서 거대홀리미러를 생성한다면 능히 힘의 작용을 기함으로 되돌려서 역으로 핵무기의 위력을 기함이 맛보도록 만들 수도 있었다.

    그 대가로 힘이 소진되고 이번 작전에서 오크노디의 찢겨진 영혼이 보관된 재단의 심처에 잠입할 수 없기에 그 방법을 애써 무시했을 뿐.

    그러나 이제는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명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 몇 명이 죽은 거야?

    정말 이게 최선이었어?

    진심으로 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해?

     

    드드드.

     

    도저히 검을 휘두를 수도 없는 오른팔을 왼손으로 꽉 붙잡았다.

    희생했다면, 더욱 감내해야만 한다.

    이미 벌어진 희생조차도 무의미하게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악이다.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오크노디?’

     

    난 잘못하지 않았다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밤이 되면 기숙사 던전의 심처 앞에서 다시 내 품에 안기며 그렇게 말해줘.

    나를 인정해줘.

    나를 용서해줘.

    그러지 않으면… 더는 버틸 자신이 없어.

    무너져가는 정신을 붙들며 이슈타르는 힘겹게 함정의 역산을 이어 나갔다.

     

     

    * * *

     

     

    재단습격 지휘본부.

    이번 군세의 주요인사들은 용사 이슈타르의 메시지에 분기를 터뜨렸다.

     

    [너희를 도와줄 수는 없어, 우린 너희가 이사장을 막는 틈에 재단의 심처에 잠입하겠어!]

     

    “대놓고 우릴 이용하겠다는 거야, 뭐야?”

    “무슨 용사가 이래?”

    “쓰레기 같은 녀석. 콱 죽어버리기나 해라!”

     

    저주를 퍼붓던 지휘부 사이에서 북부대공녀 아이린만이 무언가를 깨닫고 당황했다.

     

    “잠시만.”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통신마도구의 연락이 두절되고 마지막으로 이어지던 마나흔의 방향을 봐.”

    “어? 이 방향은… 이 방향의 끝에 있는 건…?!”

    “그래. 지금 저 위에 있는 재단의 기함. 이사장이 탑승한 비공정이야.”

     

    아이린과 샌드쿠커가 알아낸 사실에 이슈타르와 용사파티를 욕하던 지휘부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이슈타르 우리 배신한 거 아니야?”

    “전혀. 배신은커녕… 적선을 향해 침투했어. 그 사실을 우리에게까지 숨긴 채로.”

     

    지휘부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 이슈타르를 욕하고 있었다니…”

    “펴, 평소 행실이 나빴잖아!”

    “맞아.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한 거야? 기분 나쁘게. 무언가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꿍꿍이는 있겠지.”

    “역시!”

     

    우리가 나쁜 사람일 리 없다며 안심하던 도로시에게 아이린이 쐐기를 박아 넣었다.

     

    “자신들 외에 추가전력이 사지로 향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꿍꿍이가.”

    “뭐어…?”

    “이슈타르와 용사파티는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는 채로, 자신들의 생사와 관계 없이 우리가 기함을 공격하라는 의지를 표명한 거야.”

    “그런 각오를?!”

    “통신마도구의 연결불가는 전원종료, 마석고갈, 마도구파괴를 통해서 성립해. 용사파티가 그리 간단히 마도구를 파괴당하거나 마석이 고갈되었을 리가 없으니 이건 전원을 종료한 거야.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서 돌아가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면서.”

     

    아이린의 숙연한 모습에 이슈타르와 용사파티를 욕하던 지휘부의 모두가 숲속 친구들마냥 급히 태세를 변경하여 도로시에게 비난을 날렸다.

     

    “우우 스레기.”

    “죽음을 각오한 이슈타르에게 사과해!”

    “용사파티의 묘비에 평생 참배해!”

     

    도로시가 울먹였다.

     

    “내, 내가 잘못했어… 이러려던 의도가 아니었는데… 흑!”

    “그래서 이제 우린 어떻게 할 거냐.”

     

    도로시의 궁지를 보다 못한 소꿉친구 록펠이 화제전환을 시도했다.

    샌드쿠커는 여자친구가 있는 입장에서 록펠의 눈에 훤히 보이는 시도를 애써 못본 척하며 답해주었다.

     

    “비공정을 공격해야겠지. 테러리스트와의 타협은 없어. 이슈타르와 용사파티가 기함에 잠입했을 리가 없다고 여길 정도로 강공을 펼치는 거야. 그럼 죽음을 불사하고 잠입한 저쪽도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자폭할 수 있겠지.”

     

    샌드쿠커의 이야기에 모두가 각오를 다졌다.

    아낀 마도구나 영약도 다 털어가면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기함을 공격하자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용사파티의 고귀한 희생(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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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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