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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5

    <765 – 용사답게(11)>

     

    우리를 위해 자폭특공에 나선 용사 이슈타르와 용사파티의 모두의 희생을 헛되이 만들지 말자.

    자폭공격의 존재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강공을 적의 기함에 퍼붓자.

    이것만으로도 이슈타르나 용사파티가 알게 된다면 기함을 토해낼 미친 발상이건만, 지젤은 아예 확인사살까지 가했다.

     

    “혹여나 우리의 수신기와 저쪽의 수신기가 혼선을 빚거나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자폭특공까지 나선 숭고한 희생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가능성이 유의미할 정도로 높아?”

     

    암살자로서 소리를 내지 않고 속마음을 전달하는 심언에 능한 즈앙은 통신마도구의 작동원리에 대해 그다지 해박하지 못했다.

    그녀의 물음에 지젤은 자신이 떠올린 생각을 차분하게 전달하였다.

     

    “비공정 자체가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입니다. 그로부터 발생되는 마나파장도 보통이 아니죠. 통신마도구가 강력한 마나파장을 견디지 못해 밀려나며 뜻하지 않은 장소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마도구의 마나파장을 해석한 재단 측 마법사가 우리의 통신을 해석하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저들의 희생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철두철미한 지젤의 염려에 즈앙도 수긍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없어?”

    “믿고 기다리십시오. 위로 향하는 일은 저들이 대신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 아래에서 재단의 공격을 본격적으로 버텨내는 일입니다.”

     

    그렇다.

    잠입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재단의 본격적인 공세.

    그걸 막아내는 것도 문제다.

    모두가 긴장하며 재단의 ‘첫 공격’에 단단히 대비했다.

    갖추어진 진열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재단이 취할 첫 번째 공격은 가장 강력한 공격이 되겠지.

    소문만 무성한 ‘핵무기’를 직격으로 맞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방어 수단은 확실하겠지?”

    “확실히 갖추었습니다.”

     

    차원장비.

    본래 재단이 수집하고 격리하며 시중에 매물이 풀리는 일 자체를 없도록 저지했던 이 장비들도 그 희소성으로 인해 귀족들이나 여러 조직 사이에서는 진귀한 유물, 나아가 국보 취급을 받았다.

    지키지 못할 보물을 드러내어 재단에게 뺏기는 대신, 꽁꽁 숨기고 감추기를 택한 이들은 의외로 제법 존재하는 편이었다.

     

    “저희는 그런 조직들에 접근해서 혁명군의 인력과 암흑상회의 재력으로 막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대가를 지불하며 차원장비를 수집했습니다.”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 줄 알고 그런 장비들을 미리 모았던 거야?”

    “아카데미의 커리큘럼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3학년의 비행마법. 4학년의 차원마법. 비행과 차원의 비술은 막연한 인식보다 더 뛰어난 가치가 있음을.”

     

    세계제일의 교육기관 기프트 아카데미조차도 중히 여겼던 기술이 하찮을 리가 없다.

    자신이 모르는 가치가 있으면 있지, 알던 것보다 허접하지는 않으리라.

    그런 판단 하에 내린 지젤의 과감한 투자가 오늘에 이르러서야 핵무기조차 막아낼 수 있는 방대한 양의 차원마도구들로 이어졌다.

     

    “이미 이번 작전에 동참한 고학년 선배들이 차원장비를 가동, 적시에 공격을 받아칠 준비를 끝마친 상황입니다.”

     

    한편으로는 각국에서 파견된 정예마법병단이 비공정으로 쏘아 올릴 대마법을 순차적으로 준비했다.

    이제는 정말로 격돌만이 남았다.

    초읽기로 접어드는 접전의 순간.

    지휘부의 마법사들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급히 지팡이나 마도구의 출력을 끌어올리다가 비명을 질렀다.

     

    [경고!]

    [경고!]

    [비허가 마법술식이 대규모 침식을…]

     

    파직, 파지직!

     

    경고를 알리던 장치가 폭발하며 시설 전체에 대규모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수많은 마도구가 저위계 마법사들의 제어를 벗어나고 고위계 마법사들이 기함을 내지르며 몸소 내부지휘에 나섰다.

    그럼에도 하나둘 불이 꺼져가는 마도구의 수는 늘어났고, 이러한 현상은 급기야 마법사들에게도 영향력을 넓히기 시작했다.

     

    “아악! 머, 머리가 아파!”

    “술식이, 술식이 멋대로 들어오고 있어!!”

    “안돼, 이런 지식은 도저히 견딜 수가… 내 안에 멋대로 이딴 걸 집어넣지 마아아아아아!!!”

     

    어느 약소국의 궁중마법병단에서 마법사 한 명이 제 마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칠공분혈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이를 시작으로 각지에서 모여든 수많은 마법사가 창백한 얼굴로 자기관조와 마나연공에 전력을 다해 집중하였다.

     

    “아이린, 샌드쿠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마력재해. 재단이 인공적인 마력재해를 일으켰어.”

     

    고위계 마법사들의 대규모 충돌로 인해 자연마나가 영구히 뒤틀려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현상.

    적게는 수십 년부터 많게는 수천 년이 지나도 계속될 현상이 군도 일대에 속한 모든 마법사에게 원치 않는 금단의 지식을 불어넣고 이에 수반되는 마나운용을 강제했다.

    심지어 그 방식은 인간에게는 유해한, 수행과 경지가 부족하다면 자신의 영혼을 깎아서라도 발동하는 정령마법의 일종!

     

    “핵무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건만 첫 견제부터 이 정도의 격차입니까…!”

     

    지젤이 분통을 터뜨렸으나, 암흑상회 또한 녹록한 이들만 모인 것은 아니었다.

     

    “무지의 축복.”

    “덧붙이기.”

    “집단수면.”

     

    전 기프트 아카데미 출신의 암흑상회 고위회원들의 마법이 감당할 수 없는 지식을 제거하고, 기존의 지식 아래로 덮어씌우고, 무의식의 상태에서 마나운용 자체를 자연스럽게 무마시켰다.

    지젤은 선배들의 뛰어난 활약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으나, 선배들의 외침을 듣고는 멈칫했다.

     

    “그 지옥같은 아카데미를 나온 보람이 있군. 흑빵의 맛을 잊기 위해 터득한 마법을 이렇게 요긴하게 써먹는 날이 오다니.”

    “밖에서는 고위요원인 내가 아카데미에서는 만년 하급반 열등생이었다는 사실을 잊기 위한 덧붙이기 기능도 오늘만큼은 자랑스러운 기능이 되었어.”

    “도저히 실력으로는 미친 공부광들을 이길 자신이 없어서 동급생들을 무단결석으로 줄탈락시키기 위해 연마한 내 필살마공이 오늘에서야 빛을 보는구나!”

     

    하필이면 이딴 이유로 만들어진 마법과 기능에 도움을 받은 건가?!

     

    “…이유야 어쨌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제 시작이야.”

    “잔챙이들이 다 쓰러졌으니 더 큰 일이 났지.”

    “어차피 도움이 안 될 전력이라면 방해가 되지 않는 게 다행 아닙니까?”

    “보조배터리가 끊어졌잖아.”

    “에이스들이 생으로 출력을 다 뽑아야 한다고.”

    “오늘 이름난 마법사들도 꽤나 죽어나가겠어.”

     

    선배들의 경고는 빠르게 현실이 되었다.

    가장 먼저 혈색이 더욱 거멓게 변해가는 이는 작동을 정지한 통신마도구를 대신해 마법연락병들의 마인드링크 마법으로 각 병단 사이의 연락을 도맡던 연락병들의 지휘관들이었다.

    마인드링크 마법의 중계기처럼 수십 명의 보고를 정리해 전달하던 연락지휘관들은 쓰러진 마법사들이 받지 못하는 분량의 <마나정보오염>을 고스란히 직격으로 받았다.

     

    “커헉!”

    “연결을… 끊어…!”

    “끊는다고, 끊어질 게 아니란 말이야!”

     

    대처법을 찾지 못한 지휘관 몇이 마법연락병 수십 명 어치의 마나정보오염을 견디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쿵 쓰러졌다.

    연이어 쓰러지려던 마법사들에게 기프트 아카데미 마법학부 재학생들이 급히 달려갔다.

     

    “오염을 분산해!”

    “분산하면 우리는 어떻게 견뎌?!”

    “뭐든지 마법에 담아. 밖으로 사출해버려!”

     

    아카데미는 기능 사용의 다양한 요령을 가르친다.

    개중에는 자신의 위계에서 감당할 수 있는 한도범위를 넘어서는 힘을 다루는 요령도 존재한다.

     

    [정보오염 진행도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988%]

    [876%]

    [631%]

     

    첫 공세를 어느 정도 버텨내기 시작한 것은 좋은 현상이었으나, 정보오염을 마법에 담아 방출하는 과정에서 연합군의 모두는 소름이 돋았다.

     

    “하하하. 오랜만입니다.”

    “제 사랑스러운 딸의 친구들을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다니 부친으로 무척이나 반갑군요.”

    “그간 아카데미에서의 수행은 어땠습니까?”

    “밥은 꾸준히 먹었는지요?”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당신들에게 너무 일찍 실망해 버리지 않겠습니까.”

     

    정보를 분출하며 정신없이 입술을 달싹거리며 이사장의 <전언>을 전달하기 시작하는 마법사들.

    가장 먼저 <전언>의 영향을 뿌리친 아이린이 독한 눈으로 창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정보오염을 분출하는 과정에서 지정된 전언을 순서대로 전달하도록 함정술식이 설치되었어.”

    “우리가 이 방법을 택할 걸 알고 있었단 말인가?!”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야. 모두의 발언이 겹치지 않고 순서대로 이어진다는 뜻은 정보오염에 당한 마법사의 정신을 한 번에 지배하고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말이기도 해. 만일 마음만 먹었다면… 혀를 씹고 기도가 막히게 만들 수도 있었어.”

     

    봐주고 있다.

    이게.

    이 정도로 살벌한 공격이.

    아직도 손속에 여유를 둔 수준이다.

    아이린의 경고는 모두의 가슴속에 돌이 꽉 찬 것처럼 답답한 기분을 선사했다.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두 가지 선물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하나는 그간 저희 딸아이와 잘 어울려 주신 것에 대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감사 인사입니다.”

    “어떤 선물이 좋을지 몰라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습니다만, 역시 학생에게 줄 선물이란 모름지기 학문적 수양과 깨달음이 아니겠습니까?”

    “마법사들에게만 선물이 주어졌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이제 곧 다른 클래스에도 제 선물이 전해질 예정입니다.”

     

    다른 클래스에도 선물을…?

    그건, 정보오염이 더욱 전파된다는 뜻이 아닌가.

     

    “외부로 방출된 정보가 스스로 술식을 전개하고 마법진의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이건 대형통신연결망입니다!!”

    “끊어!!! 연결된 시간이 적을수록 더 쉽게 적은 힘으로 간단히 끊을 수 있잖아!! 지금 끊을 수 없으면 절대로 끊을 수 없다고!!”

    “끊을 수 없습니다! 이건, 이건 전세계 모든 ‘시민권’을 지닌 사람들의 정신에 연결된 <국제신원등록마도보관서>를 거쳐서 주입되는 연결이란 말입니다!!”

    “뭣…?!”

     

    만 10세 이전의 모든 어린이에게 등록만 하면 재능검사를 무료로 해주는 신원등록마법진.

    무국적자가 아니고서야 반드시 거칠 수밖에 없는, 한 사람이 가장 처음으로 얻고, 가장 오래도록 지니게 되는 마법적 연결고리가 재단의 공격통로가 되었다.

    이차로 발현된 정보오염은 검사, 궁수, 학자, 그야말로 모든 클래스를 막론하고 좌중의 모든 사람에게 정보오염을 퍼붓기 시작했다.

     

    “작은 선물로도 만족하는 분들에게 큰 선물을 드리기에는 조금 주저가 되더군요.”

    “이렇게 말하자면 죄송하지만 제가 좀 가성비 충이라서 말입니다.”

    “제 작은 성의로도 여러분이 충분히 만족한다면 큰 선물은 더 좋은 곳에 유익하게 쓰겠습니다.”

     

    군도 전역의 연합군이 단 한 번의 연쇄공격에 모조리 정보오염에 당해 전투불가상태에 처했다.

    삼대거악의 마지막 일원.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 제일 와이히엠하이의 공격은 첫수부터 압승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호오. 짐의 양녀를 길러낸 자라고 하기엔 그릇의 크기가 다르다고 여겼건만, 제법 나쁘지 않은 수를 다룰 줄 아는구나.”

     

    주화입마의 도달이 필연적인 금단의 연공법 지식에 의해 온몸이 조금씩 뒤틀리던 전사 한 명의 고개가 기괴하게 90도로 틀어졌다.

    그 고개의 끝에 자리한 자는 재단의 이사장조차도 경시할 수 없는 자, 모든 삼대거악의 명명자이자 대적과도 같은 존재로 불려 왔던 인물이었다.

     

    “선황.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부모 된 자가 어찌 딸의 부탁을 마다할 수 있겠느냐. 아이들이 멀리 놀러 나가거든 부모가 한 명쯤은 따라가서 안전을 감독해야 한다니, 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먼 길을 나왔도다.”

     

    선황이 가볍게 지팡이를 들어 땅을 내리치는 순간, 미증유의 거대한 동심원이 정보오염에 당한 모든 연합군의 영체에 언더월드 특유의 <항마지체>의 축복을 하사하였다.

    소유주가 원치 않는 모든 마법적 현상을 배척하는 항마지체가 연합군 절멸의 위기를 단숨에 뒤엎었다.

     

    재단파파 VS 황제파파.

     

    파파대전의 시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파파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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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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