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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6

        

       [ 구도자여. 구도자여. 나는 별을 보았소. 별의 반짝임이 한곳에 머무르는 것을 보았고, 그 장소가 바로 바나트 알라를 의미하는 곳임을 나는 알았소. 그곳의 신성한 반짝임은 알-웃자의 위엄 섞인 목소리로 별을 반짝이게 하였고, 알-라트의 간드러진 웃음소리와 함께 별이 춤을 추게 했소. 그리고 마침내 알-마나트가 별빛을 나에게 인도하기를 불꽃과 별이 감응하여 지상과 땅에서 한 때에 빛나며 빛으로 길을 삼아 이어지게 만든 까닭이라오. ]

         

       아슈토쉬 싱은 담담하게 입을 통해 말을 전달하기 시작하였다.

         

       [ 유럽의 땅에 있는 것은 자신을 문명인이라 자신하는 야만인들이며, 그들은 남의 위에 서고 짓밟기를 즐겨하며 다른 이들의 찬란한 문명을 뜯어다가 구경거리로 삼는 것을 즐겨하오. 그것은 강철과 폭력으로 이루어진 문명으로 이어진 하나의 잔혹함이니, 그리하여 그 잔혹함에 의하여 수많은 문명의 물건이 그들의 박물관에 유물이라는 이름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었소. ]

         

       [ 타이프와 나클라와 쿠다이드 세 지역의 사이. 세 지역 모두에게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동등한 그 꼭짓점. 세 곳의 중심부에 있던 장소에 신의 딸들을 함께 모시던 곳이 있었음을 아시오? 아랍인들이 그들을 바나트 알라라 일컬으며 그들을 숭배하며 영적인 만족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아시오? ]

         

       [ 다만 질투하는 신이 유일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어 라트와 웃자와 마나트를 하잘것없는 쉬르크라 일컬으며 너희는 우상을 숭배하는 행위를 그만하라 하였음이니 거짓된 숭배 대상으로 내려치고 그것은 허구요 너희의 그릇된 욕망이 그려낸 것이니라 하였음이니 과연 아랍에 있는 이들이 군화를 신은 이들이 제 땅에 발을 디디고 그것을 뜯어갔을 때 목숨을 걸고 막지 않은 것이 바로 거기에 있소. ]

         

       [ 그것은 흘러 흘러 마침내 독일에 정착하였고, 박물관의 창고에서 옛 신자들을 기다리면서 잠을 자고 있소. 위대하신 그분을 찬양하고, 위대하신 그분의 영원함을 노래하며, 위대하신 분은 혼자이며, 위대하신 그분과 대등한 것이 세상이 없노라고 목을 놓아 외치는 질투하는 신을 모시는 이가 아니라- ]

         

       [ …옛적 그러하였듯, 자신을 위하여 거대한 선돌을 세우고 예배를 드렸던 사람을 기다리며. ]

         

       바나트 알라의 선돌.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알-라트와 알-웃자, 알-마나트의 선돌.’

         

       그렇게 셋이 한 묶음.

         

       ‘쿠라이시족(قريش)과 관련이 있는 물건이라….’

         

       아슈토쉬 싱이 입에 담은 물건은 확실히 박진성이 흥미를 느낄만한 물건이었다.

       구체적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형태의 제단.

       인격신이라기보다는 ‘개념’에 가까운 존재를 숭배하기 위해 만든 제단이 바로 바나트 알라의 선돌이었다.

         

       특히나 거대한 선돌이라는 원시적 형태의 제단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그러하였고.

       사람의 신앙이 태동하면 초창기에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거대한 무언가를 숭배하는 것이고, 그중에서는 거석 신앙이 가장 많지 않던가.

         

       그래.

       분명히 박진성이 흥미를 느낄만한 물건이었다.

         

       ‘허허허.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거늘.’

         

       …그가 그것을 본 적이 없다면 말이다.

         

       박진성은 당연히 독일에도 가본 적이 있었다.

         

       회귀 전, 독일에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빙의술사 횔레(Hölle)가 독일의 국회의사당을 부수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사람의 형상을 벗어난 고깃덩어리가 되어 수없이 증식하며 몸을 불렸고, 뒤집힌 나무의 형상이 되어 악인들을 수집하고 다녔다. 그것은 대악귀가 출현한 것보다도 두렵고 끔찍한 광경이었으며…. 독일에 존재했던 전쟁과 관련해서 악행을 행했던 수많은 이들이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대사건이었다.

         

       횔레는 말하리라.

       그들은 사라지지 아니하였고 자기 몸 안에 있노라고.

       자신이 지옥이 되어 그들을 몸 안에 저장해놓고 영원한 고통을 주고 있노라고.

       빙의술사였던 내가 그들을 이 몸에 깃들게 하고 스스로 감옥이 되어 그들에게 올바른 죗값을 치르게 하고 있노라고.

         

       하지만 육체, 정신, 영혼.

       그 셋 중 둘이 사라진 것이 어디 인간이라 할 수 있으랴?

       육체도 영혼도 없이 정신만 있으면 그것은 사념이라 부르며, 육체도 정신도 없이 영혼만 돌아다니면 그것은 망령이라 부른다.

         

       횔레가 행하는 일이 바로 그러했다.

       육신은 집어삼켜 제 몸의 양분으로 삼고, 영혼을 몸 안에 담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거기서 끊임없는 고통을 주고 쥐어짜며 정신을 마모되게 만들며 결국에는 정신적 죽음을 맞이하게 만드니, 결국엔 남는 것은 오직 영혼.

       오직 영혼만이 제 몸으로 만든 지옥에서 영원토록 고통받으며 장작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박진성은 바로 그 횔레가 독일 전역에 가지와 뿌리를 뻗을 적에 방문하였다.

       땅속에 박힌 가지가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하늘을 향한 뿌리가 꿈틀대며 사람들을 낚아채 잡아먹던 바로 그 시절에 그는 독일에 방문하였다.

         

       그가 가장 먼저 방문했던 곳은 바로 독일의 박물관들이었다.

         

       독일이 그토록 꼭꼭 숨겼던 주술과 관련된 물건들을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특히 독일은 나치 시절에 오컬트와 관련해서 온갖 물품들을 세계 곳곳에서 수집했던 전적이 있었던지라, 박진성은 정말로 기대하였더란다. 혹 자신이 모르는 주술을 배울 수 있을까, 히틀러가 그렇게 목 놓아 외치던 초월적인 힘과 관련된 유물이나 주물이 있을까, 혹은 신화적인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자그마한 기대를 품었더란다.

         

       일반적으로 귀중하고 쓸만한 물건은 비밀스러운 곳에 보관하거나,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연구소 같은 곳에서 연구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때의 박진성의 기대는 조금 헛되어 보이기는 하였다.

         

       하지만 근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경화되기 시작하였던 회귀 전의 독일은 어디 지역의 어디 박물관에서 획기적인 주물을 발견하였다, 어디 박물관에서 연구 끝에 고대 유물에 얽힌 놀라운 이치를 발견하여 아티팩트에 접목하였다는 등의 프로파간다를 심심찮게 말하고 있었다.

         

       그것을 고려해본다면 그들의 프로파간다가 절반, 아니 4분의 1만 진실이라고 쳐도 그가 발걸음을 옮기게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배반당했다.

         

       독일의 박물관은 전시를 위한 곳이었으며, 쓸모가 없지만 보기엔 좋은 것들을 보관하는 창고에 지나지 않았다.

         

       도대체 독일의 강건함과 그 대단한 기술력과 발전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렇게 부르짖던 ‘박물관의 연구 결과’는 어디에 있는지.

       프로파간다가 진실이었다면 어째서 박물관들을 돌아다녀도 ‘고대 유물의 연구 자료’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인지.

         

       …그래.

       그는 속았다.

         

       아니.

       전 세계가 속았다.

         

       나치 시절의 악몽, 나락까지 떨어졌다가 유럽 연합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강국 독일의 환상으로 이루어진 그 공갈에 전 세계가 속은 것이다.

         

       아, 물론 완전히 거짓은 아닐 것이다.

       전부 거짓이라면 감당하기 힘들 테니까.

         

       하지만 넉넉하게 잡아서 4분의 1 정도라고 생각했던 것 역시도 터무니가 없었고, 10분의 1 정도가 진실이기는 할까 싶은 수준이었으니.

       거품도 이런 거품이 없었다.

         

       ‘그렇게 허풍을 쳐서 배정한 예산을 다른 곳에 사용했지.’

         

       하지만 독일이 아무 대책도 없이 허풍을 친 것은 또 아니었다.

       그들이 그렇게 부르짖던 고대 유물 연구, 주물 연구는 그들이 본격적으로 진행하던 한 프로젝트를 위한 연막이기도 했으니까.

         

       네오 우란프로옉트(Neo Uranprojekt).

       나치 독일 시절 진행했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의 부활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

       그들은 박물관이니 유물이니 아티팩트니 부르짖으면서도 실제로는 핵무장을 하고 있었다.

         

       현실적인 결정이다.

       그들은 과거 오컬트에 집착하며 도박하듯이 오컬트를 연구했던 히틀러의 전철을 밟지 않았고, 뭐가 나올지도 모르고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는 연구 대신에 만드는 즉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는 것을 선택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만들어낸 핵무기를 가장 먼저 사용한 곳이 자국의 국회의사당이라는 것은 참으로 골계(滑稽)가 아니겠는가?

       심지어는 핵을 쐈음에도 횔레를 제대로 죽이지도 못했다는 것은 더더욱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핵 폭격 와중에 그가 실망을 금치 못했던 박물관들 역시 사라져버렸다는 것 역시도 우스꽝스러운 일이었고 말이다.

         

       “바나트 알라의 선돌을 나는 본 적이 있습니다.”

         

       박진성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곤 입을 향해 방긋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보았던 그것을 입에 담았다.

         

       “상징도 잃어버리고, 풍화되고, 꾸란의 53수라 19절부터 23절이 새겨져 있었지요.”

         

       그가 보았던 돌덩어리.

       꾸란에 덧칠되고, 형체를 잃어버린 ‘장식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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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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