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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7

    <767 – 용사답게(13)>

     

    선황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짐의 양녀가 ‘그것’의 소환방법을 알려줬는가?”

    “아쉽게도 특정 나이대의 소녀는 아버지와 가정적 거리 두기를 시작하는지라. 일기장을 엿보는 부모처럼 조금 몹쓸 짓을 했답니다.”

    “부모 실격이구나. 자식의 사생활을 존중할 줄 모르는 부모에게 자식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 역시 네 작은 그릇으로는 그 아이를 담을 수 없도다.”

     

    입으로는 비겁한 수로 ‘그것’의 소환방법을 찾아낸 이사장을 욕했으나, 속으로는 침음을 흘렸다.

    혁명가와 1억 유령군세는 선황조차도 과연 쉽지 않겠군, 상당한 피해를 입겠어.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의 대단한 군세다.

    전대 용사파티의 도적 디스트로이어조차도 저지불가에 패퇴를 면치 못했음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차원 간 기동형 핵무기급의 위력을 몇 번이나 발휘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초절강자의 소환술. 과연 부담스럽군.’

     

    허나 막는다.

    선황은 인류의 수호자다.

    중간계를 쇠락의 길로 몰아넣는 미친 악룡 오모시로이의 폭정으로부터 중간계를 구하고자 구도자의 길을 걷는 사내다.

    역사에 폭군으로 기록되고.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 탓해지며.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그의 원대한 꿈을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수많은 희생을 무릅쓰고.

    옥좌의 고독함과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자.

    그것이 황제요, 그런 황제의 삶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라도 제국을 이끌고 자원을 모으며 끝내 하나의 신의 지지를 받아낸 자가 바로 선황이다.

     

    -신물이란 신이 내린 물건. 강화가 아무리 신에게 가까워지려는 인간의 몸부림인들, 그 정성에 응하는 것은 신인 것이다. 강화란 또 다른 형태의 제물공양, 신에게 바치는 공물에 지나지 않지.

     

    그는 인류구원의 길을 위해 강화를 골랐다.

     

    -죽음의 신이 얻은 생명의 기운을 신물 제작에 사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황제님이 새로운 신물을 교환하는 속도가 빠르면 원하는 신물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가혹한 폭정이 되더라도 곡물 수급은 결코 미뤄져서는 안 된다, 이게 계획이었죠?

     

    양녀 오크노디는 이를 알아차렸다.

     

    -아무튼 대륙에서 벌어지는 살인은 그만큼 죽음의 신에게 <죽음의 정수>를 생성할 기회를 앞당기고, 그래서는 <생명의 정수>가 부족해도 신물을 만들 기회를 훨씬 앞당기게 된다고요? 당연히 황제님의 원대한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요!

    -알고 있다. 짐 또한 그렇기에 대륙의 전쟁을 억제하며 강제로 평화의 시대를 유지해온 것이니. 혁명가의 망령수집에도 대응책이 존재했다. 그런데도 짐이 도박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느냐?

    -황제님이 원하는 신물을 얻어도 죽음의 신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죽음을 초래하는 드래곤교장을 좋아해요! 그래서 교장한테도 황제님을 죽일 신물을 넘겨줄 거예요. 그러니 이 도박은 이겨도 파산, 반드시 죽는 실패가 확정된 내기예요!

     

    자신의 이해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모르는 아이의 예언에 가까운 경고를 들었으나, 그 뒤에 깃든 운명의 흐름을 감지했다.

     

    -기나긴 역사를 통틀어 신들이 인간의 운명을 쥐고 제멋대로 흔드는 일이 처음도 아니었으니. 재단의 아이야, 너도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 신들의 <사도>라는 존재를.

    -아하!

    -너는 자각하지 못하지만 이미 어떤 신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다. 자신이 모르는 타인의 운명을 안다는 것은 신이 내린 신탁이라는 뜻이지.

    -우왕, 그게 그렇게도 되는구나!

    -크하하하. 짐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그 기나긴 인고의 시간의 끝에 결국 하나의 신은 짐의 손을 들어주었으니, 역시 해볼 만한 도박이었다.

     

    물론 이는 선황의 착각이었다.

    설령 오크노디의 뒤에 그녀의 운명을 인도하는 신이 한 명쯤은 있을지라도 그것이 선황의 등을 밀어주는 운명의 순풍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신의 의지대로 농락당하며 진정으로 인류를 위하는 자에게는 힘을 빌려주지 않는 신들이, 그런 천상의 신 중 단 한 명만이라도 자신을 인정하였다고 선황이 스스로 확신하는 순간.

    천년에 걸친 오랜 인고 끝에 생겨난 자기 확신은 선황의 마나순도를 무섭도록 높이 끌어올렸다.

     

    <차원 간 기동형 핵무기>

     

    차원장벽의 대부분이 기능을 정지한 상태에서 막아내야만 하는 두 발째의 핵폭탄.

    선황은 자신의 마도지식과 제국의 부를 집어삼키며 쌓아 올린 부, 일신의 무력만으로 수많은 차원의 지배자들이 기겁하며 연결을 끊어내었던 핵무기의 위력에 홀로 맞섰다.

     

    <영역 5단계 – 영역선포>

    <지배영역>

     

    한 세계를 모조리 자신의 영역 아래에 점령할 수는 없으나, 능히 모든 대지의 아래를 자신의 것으로는 만들 수 있는 선황의 영역.

    가히 세계영역에 준하는 초대규모 영역이 부정한 기운을 허공에서 잡아내고, 오직 충격만을 중간계의 모든 대지와 나누어 받았다.

    바다 위의 섬들이 모인 군도의 지표면은 그 면적이 적으나, 해저로부터 이어지는 대지의 면적은 결코 적지 않았다.

     

    드드드드!

    부그르르!

    쿠구구구구!

     

    해저가 흔들리고,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 나온 열기에 바다가 끓어오르고, 거세게 일어난 풍랑이 헤일이 되어 지상을 덮쳤다.

    허나 전멸은 없었다.

    선황은 두 발째의 핵무기조차도 홀로 견뎌낸 것이다.

    그 경이로운 방어력에는 이사장조차도 놀랐다.

     

    “과연. 진심으로 악룡타도를 꿈꾸는 유일한 인간답게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르셨군요. 그 우직할 정도의 성장치, 진심으로 탄복했습니다.”

    “하루 종일 감탄만 할 셈이냐? 짐의 머리 위에 시종일관 떠 있는 것도 거북하구나.”

     

    이사장은 급격한 마나소모로 인해 선황이 입으로는 허세를 부려도 실제로는 지칠 대로 지쳤으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지상에 가득한 거인의 피가 공중으로 떠올라 선황의 몸을 감쌌다.

     

    <뱀파이어 로드>

    <제왕혈조술 – 피의 마갑>

     

    고위제국들의 마갑제조기술과 제국과 협조하던 오대마탑의 기술이 총망라된 황제전용 사양의 초고스펙 마갑.

    그것을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고 격한 전투를 벌이기 위해 대량의 마나가 깃든 거인의 피로 주조한다.

    멀리서도 그 힘의 파동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잘못된 수를 두었다면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나.”

    “과연…”

     

    이사장이 이제야 오랜 의문이 풀렸다는 것처럼 감탄의 목소리를 내었다.

     

    “제 딸아이의 근본을 알 수 없는 혈액조종술. 그것이 지금까지는 언데드 퀸 사다코 교수의 작품이라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일찍이 언더월드의 지배자로 지상과 지하, 두 세계에 군림하던 선황 당신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었군요.”

    “남의 일처럼 잘도 말하는구나. 재단의 이사장이여. 조종당한 거인을 보고 알았다. 짐의 양녀에게 영혼조각술을 가르친 연유는 혈음악단 간부들의 영혼을 수집하며 자연스럽게 악행에 대한 거부감을 내리고 타인의 고통과 비명을 즐기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었는가.”

     

    서로가 오크노디를 향한 비밀스러운 가르침을 하사한 것에 감탄하며 동시에 경계하는 두 사람.

    비록 적이지만 두 사람은 한 사람의 교육자로서 오크노디를 가르친 실력만큼은 인정했다.

    그러나 한 아이의 교육자는 두 명일 수 있을지언정 파파는 두 명이어서는 안 됐다.

     

    “짐의 머리 위에는 그 어떤 인간도 머무를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마.”

    “선황께서 그리도 가르침을 베풀어 주고자 하시니 감격이 크군요. 하하하. 그렇다면 저도 이제는 ‘큰 선물’을 아끼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젤이 먼발치에서 두 사람의 심언을 엿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사장은 누구라도 들을 수 있으나 감당할 수 없는 사악한 심언을 내질렀고, 선황은 누구라도 강제로 듣게 하여 무너지려는 정신을 일으키는 호령에 가까운 심언을 내질렀기에.

     

    ‘핵무기조차도 큰 선물이 아니었다면, 이사장에게는 아직도 그보다 더한 무언가가 남아있단 말인가?!’

     

    선황이 비록 충격의 대부분을 막아내었다고는 하나, 해저에서 새어 나온 힘의 일부로도 연합군 함대의 절반이 궤멸했다.

    원치 않는 지식을 주입받아 몸을 추스르며 신체제어권을 되찾으려던 전투원 중 상당수가 해일에 휩쓸린 탓에 부상 단계까지 악화된 상황.

    이 극도로 불리한 시점에서 시간을 벌지 못하면 연합군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믿을 건 선황뿐.

    마갑을 입은 선황은 더욱 강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이사장의 여유로운 목소리를 들으면 선황이 모든 위기를 타개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모처럼 딸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니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드리죠.”

    “오크노디가 저의 선물을 사용하지 않고 경계하는 태도를 보여 일찍이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저는 큰 슬픔을 느꼈답니다.”

    “그래서 제 아이의 수족 노릇을 하는 메이드에게 약간의 기억조작을 가해 다른 선물을 안겨주었지요. 그 선물의 이름은 피의 바이올린.”

     

    선황의 신체가 ‘군림’ 기능으로 비공정 기함의 상공을 점유했다.

    선황의 권능이 매 순간 비공정의 각종 부위를 파손시키고 무너뜨렸다.

    막대한 영역압박은 비공정의 고도를 서서히 낮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족했다.

    그 모든 속도는 선황이 바라던 것만큼 충분히 빠르지는 못했다.

     

    “이 바이올린을 조작하려면 사용자의 피를 묻혀 주종인식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따금 인식이 흐려지니 정기적으로 피를 먹이기도 해야 하지요.”

    “그런데 혹시 아십니까? 한 방울의 혈액도 시간이 지나 점점 모여들면 적잖은 양이 된다는 사실을.”

     

    이사장의 흉계 역시 충분히 빠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의 인내가 결실을 이루었다.

     

    “그런 말을 아십니까? 피에는 기억이 깃들어 있다는 말을.”

    “‘혁명가’를 일격에 ‘사살’했던 오크노디의 ‘스승’을 부르는 조건이 특정한 금기를 범하는 것이라면, 이런 발상도 가능하답니다.”

    “피에 깃든 기억을 통해 금기를 엿보고 같은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는 발상이.”

     

    이사장은 오크노디의 혈액에 깃든 기억을, 금기를 강제로 개방하였다.

     

    [이레귤러가 감지되었습니다.]

    [스포일러 경고!]

    [유출이 금지된 금단의 지식이 개방되었습니다.]

    [인과과 충족되었습니다.]

    [금기의 대가, <처형자>가 등장합니다.]

     

    오크노디의 기억 속 존재.

    고인물의 기행으로 탄생한 끔찍한 괴물.

    2m30cm의 거대한 근육질의 남성이 경천동지할 힘과 함께 비공정에 가해지던 막대한 압력을 모조리 걷어내었다.

    그 힘의 주인이 지닌 <진명>을 이사장은 알고 있다.

    이사장이 환히 웃으며 말했다.

     

    “어서오십시오,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

    “나는 체 력올인패턴파악이좋아 전사다.”

    “…예?”

     

    [불행의 룬]

    [50% 확률로 지정소환에 실패했습니다.]

     

    소환된 캐릭터는 오크노디의 또 다른 부캐.

    먼 옛날, 이벤트를 파악하기 위해 다년차의 생존을 목표로 육성했던 온갖 억까를 몸으로 다 견디며 엔딩까지 달리기 위한 이벤트 탐색용 고기방패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SSR등급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 대신 SR등급 <체 력올인패턴파악이좋아 전사>를 소환한 이사장
    가챠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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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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