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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8

    <768 – 용사답게(14)>

     

    오크노디에겐 수많은 부캐가 있었다.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은 게임의 공략법에 능숙해지고 <최적화 성장루트> 최종본이 개발된 뒤에나 등장했던 캐릭터.

    그 이전에도 시행착오에 속하는 <민 첩올인만렙회피가좋아 도적>이나 <항 마올인마법맞으면피차 법사> 따위의 극단적인 기괴한 부캐들이 즐비했다.

    <체 력올인패턴파악이좋아 전사>는 그중에서도 나름 중반부에 개발한 이벤트 탐색 및 루트분기 수색을 위한 탐색캐릭터였다.

     

    ━━━

    당신은 이번 플레이에서 <블러디 슈퍼 문>의 가능성을 감지했습니다.

    새로운 엔딩특전이 걸린 루트분기를 감지했습니다.

    ━━━

    루트분기① : 종말엔딩 – 블러디 슈퍼 문

    진입조건 : 블라디미르의 블러디 슈퍼 문을 목격.

    ━━━

    루트분기② : 흑막엔딩 – 달의 주인

    진입조건 : 블러디 슈퍼 문의 개시, 블라디미르로부터 달의 소유권 탈환.

    ━━━

     

    존재 목적부터 살아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는 것.

    그리하여 엔딩특전이 걸린 루트분기를 알아내는 것.

    때로는 최후까지 생존을 통해 엔딩특전을 회수하는 것.

    그것이 <체 력올인패턴파악이좋아 전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그런 체력올인이 낯선 시간선의 새로운 루트분기에 접어들었을 때 보인 반응은 어리둥절함이었다.

     

    “이게 도대체 뭔 루트야? 애들은 왜 다 저 밑에서 죽어가고 있고 선황이 제국 밖에서 비공정을 공격하고 있지? 당신은 또 누구야.”

    “하하. 저는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과 각별한 관계를 지닌 사람입니다. 현 세계에서 당신의 유일한 아군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근력올인이라면… 엔딩특전 달성용 전투병기 캐릭터인데?”

     

    체력올인의 눈에 더한 혼란이 떠올랐다.

     

    “이게 뭐야. 다른 회차의 더미데이터가 남아서 날 소환한 건가? 대미궁의 끝에서 모든 던전보스의 기술을 훔치며 개화하는 <도플갱어 왕>이 교장의 모사품이 되어서 학교 말아먹는 루트는 어디 가고 진짜 무슨 상황이야?”

     

    혼란에 빠진 체력올인의 말은 서로 멸망전을 벌이던 두 파파에게 강렬한 호기심을 일으켰다.

     

    “호오. 고작 도플갱어 따위가 그 악룡의 힘을 복제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아카데미에 남아있던 장학생들이 이따금 보고하던 거울 속의 오크노디에 그런 비밀이…?”

     

    종말엔딩루트의 가능성을 지닌 주요분기점에 속하는 강력한 보스몬스터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전력으로 삼았던 오크노디!

    그 파파에 그 딸 아니랄까 봐 자연스럽게 세계를 좌지우지할 힘을 제 수중에 넣은 오크노디의 솜씨에 만족스러움을 느끼던 두 파파였지만 지금은 감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님을 곧 깨달았다.

     

    “널 뭐라고 부르면 되냐.”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 제일 와이히엠하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짐은 제국의 황제다. 그대가 어디로부터 온 누구인지를 모른다면 만백성의 어버이인 짐을 따르거라. 짐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싸우는 인류의 선봉장이다.”

    “한 가지만 더 확인하고 넘어가지. 와이히엠하이 재단이란 무얼 하는 재단이지?”

    “세계 각지에서 출몰하는 위험을 ‘수집’, ‘격리’, ‘이용’하는 조직입니다.”

    “그 활용을 위해 너희가 끌어들인 장학생이 암흑마나에 죽고 지령에 희생되며 쓸모를 다하지 못하면 폐기처분을 당하는 사실은 어찌 입에 담지 않느냐.”

     

    황제의 통렬한 지적에 이사장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이라면 아카데미에 심어둔 장학생들이 보고한 종말교단의 도비가 입에 담은 내용을 토대로 인물상의 추측이 끝났다.

    세계를 종말로 몰아넣을 존재.

    강대한 힘만큼이나 잔혹한 심상을 지닌 존재.

    오크노디는 그런 존재를 스승처럼 여기며 이계로부터 소환하지만, 결코 그 존재가 오래 이 세상에 머무르도록 해서는 안 될 존재.

    사실상 외신의 사도, 어쩌면 단순한 사도를 넘어서 외신의 화신체일지도 모른다.

     

    화신체.

    신이 인간의 육신을 빌려 중간계에 강림한 형태.

    신급의 기능을 중간계가 밀어내며 강림을 거절한다면, 중간계에 침투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기능으로 만들어낸 침략병기.

    그것이 이사장이 생각하는 신의 화신체다.

    심지어 동료를 폭탄처럼 써먹는 잔혹한 심성은 인간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악에 가까운 신이지.

     

    ‘그렇기에 저와는 말이 통하리라 여겼습니다만… 이건 어렵군요. 도대체 무얼 하는 신의 화신체인지.’

     

    체력올인이 근력올인과 같은 신의 화신체일까.

    비슷한 형제신의 화신체일까.

    관련이 있다고 한들 성향마저 같을까.

    오랜 투자를 했지만 결실이 미지수인 지금.

    천하의 이사장도 체력올인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지 선뜻 확신이 서지 않아서 긴장감이 어렸다.

     

    황제는 황제대로 곤란했다.

    척 봐도 심상찮은 기능의 총량이 느껴진다.

    반신급은 가볍게 돌파했다.

    선황인 자신에 비견되는 초절강자다.

    그런 존재를 이사장이 소환했다.

    무언가 준비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 소환된 모양이지만 낌새만 봐도 알 수 있다.

    저것이 살아온 세계는 지금의 중간계보다도 가혹하고 잔인한 곳임이 틀림없다.

     

    오랜 전쟁에서 해방되어 고향에 돌아온 사람처럼 보이는 여유로움.

    가슴 속 깊이 드러나는 안도감.

     

    선황과 이사장.

    두 초절강자의 싸움의 한복판조차도 저 남자가 있던 곳보다는 평화로운 것이다.

     

    ‘저런 불길한 것이 과연 짐의 편이 되어줄까? 아니다. 십중팔구는 이사장의 편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걸리는 구석도 있지.’

     

    황제의 추측도 옳았다.

    체력올인은 기본적으로 엔딩특전 탐색을 위해 온갖 별난 짓, 미친 상황에 발을 들이는 캐릭터.

    정상적인 회차를 경험하는 기억은 극히 드물다.

    개중에는 배드엔딩을 재촉해서 엔딩분기를 더욱 빨리 불러오는 ‘효율적인 플레이’를 일삼기도 한다.

    근력올인만큼은 아니어도 체력올인 또한 비인간적인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황제가 느낀 또 하나의 꺼림칙함.

    이는 체력올인이 이 세계의 진상에 대해 도달한 지식의 총량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선황. 당신은 제국파 교수들의 수장이자 수많은 배드엔딩분기의 원인이 되는 교수들의 파견자였지. 그런 당신과 이사장을 사이에 두고 하나를 적으로 돌려야 한다면 역시 당신이 적이 되어야겠더군.”

     

    체력올인의 창끝이 선황을 겨누었다.

    그의 부족한 지식으로는 만악의 근원이 곧 선황.

    완성되지 못한 고인물의 경험이 그를 적으로 만든 것이다.

     

    “하면 그리하여라.”

     

    선황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망설임없이 체력올인에게 자신의 권능을 투사할 수 있었다.

     

    퍼엉!

     

    체력올인의 머리통이 터졌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기습이었다.

     

    “아니 저렇게 폼 잡고 나타나서 일격에 쓰러져?!”

    “너무 쉽지 않아?”

     

    아래에서 구경하던 강자들은 너무나도 손쉬운 격퇴에 당황했으나 정작 선황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빠르군.”

     

    너무나도 빨랐다.

    쓰러지는 속도만큼이나 다시 일어나는 속도도.

    사라진 머리가 재생되는 속도도 말이다.

     

    “배드엔딩과 종말의 순간에서 살아남으려면 억까를 견뎌낼 강한 체력과 재생력은 필수적이니까.”

     

    체력올인의 머리통에 십여 개의 눈동자가 거북하게 떠올랐다.

    명백한 ‘고위마인’ 특유의 신체변형의 증거였다.

    심지어 실제 고위마인의 반열에 올라선 군단장급 개체들보다도 재생속도가 빠르다.

     

    와그작

    콰드득

     

    이번에는 두 번의 커다란 구멍이 심장과 머리를 동시에 집어삼켰다.

    뇌와 심장을 동시에 잃고도 체력올인의 신체는 급속도로 원형을 되찾았다.

    심지어 그 와중에도 사지말단은 스스로 생각하며 움직이는 것처럼 선황을 향해 급강하하였다.

     

    ‘곤란하게 되었구나. 힘을 아꼈다면 이번에 지저의 권능으로 저것을 지옥에 처박을 수 있었겠거늘.’

     

    너무 빨리 권능을 드러낸 탓에 거인을 이용한 응수로 지저와 연결되는 통로가 확장되며 영구적인 차원간섭이 일어날 기미가 보였다.

    스스로 닫은 지옥으로 향하는 문은 다시 열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언제부터 인류의 황제가 신의 힘 따위에 의지해왔단 말인가. 그 신들조차도 짐의 적이었거늘.’

     

    선황은 냉소했다.

    신들이 속한 신역의 차원계조차도 드래곤 교장을 감싼 일백차원의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언젠가는 그들 차원과 그 차원의 지배자들 또한 선황이 적대하고 물리쳐야 할 적에 지나지 않으니, 진정으로 신에게 의지한다면 악룡으로부터 인류를 해방하리라는 그의 원대한 사명은 오래 전에 시작도 전부터 끝났으리라.

     

    ‘이사장이여. 인정하마. 네가 짐의 양녀의 기억을 엿보아 대단한 적수를 불러낸 것은. 허나 짐은 그대와 달리 양녀의 마음을 잃지 않았도다.’

     

    무의식을 훔쳐서 금기에 대한 지식을 얻은 이사장과 달리, 선황은 언제나 성심성의껏 오크노디를 대하며 가식 없는 본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이기에 오크노디 또한 이번 연합군 가세를 부탁받으며 한 가지 조언을 얻었다.

     

    -선황파파는 강하지만 재단파파도 만만치는 않으니까 만약에 대비해서 한 가지 기술을 알려드릴게요!

    -호오. 제국의 주인인 짐에게 신기술을 가르치겠단 말이냐? 이 세상의 가장 값진 마도지식과 무투지식들이 짐의 황궁비고에 잠들어 있거늘 이를 뛰어넘는 지식을 찾아내었다고 자부하느냐?

    -당연하죠! 비고야 한참 전부터 털어서 싹 훑어먹은… 아앗, 이, 이건 그러니까 브론즈 교수님이! 브론즈 교수님이 그랬어요!

    -크하하하. 그 건방진 의적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네가 알려줄 기술이 무엇이더냐.

    -별건 아니고요, 선황파파는 지배의 영역으로 자신의 지배 하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를 뜻대로 다루며 주로 <파괴>의 방식으로 지배영역에 속한 존재를 다루시잖아요?

     

    실제로도 그랬다.

    적을 해치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파괴이니까.

    적이 자신의 지배 하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강제로 마나를 심어주고 그 마나를 폭발시키면 그것이 곧 파괴가 되니까.

    황제의 심후한 마나의 양과 밀도는 드래곤교장이 아니고서야 그 누구도 배척할 수 없었다.

     

    -파괴하지 말고 역으로 버프를 극단으로 올려버리세요!

    -흐음? 적에게만 좋을 짓을 해서 무엇이 변하느냐.

    -히히. 세포는 말이죠? 재생력이 계속해서 좋아지면요, 무려 암에 걸려요! 힘도 무한히 강해지면 몸이 자기 혼자 붕괴되고요.

     

    마왕군 사천왕 그 이상의 강함을 지닌 존재라도 살해할 수 있는 버프공략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버프살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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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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