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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69

    <769 – 용사답게(15)>

     

    ‘본래라면 인체가 붕괴될 정도로 근력을 올리는 권능을 하사했겠으나… 불가해한 체력재생을 지닌 녀석에게는 체력재생의 버프를 걸면 되겠지.’

     

    선황의 판단은 옳았다.

    적용하는 버프는 다를지라도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능력치로 상대를 자멸시킨다.

    그 원리는 동일했다.

    신체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파괴행위조차도 막아내지 못했다.

    반대로 신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버프행위라고 막아낼 리 만무했다.

     

    [체력재생 33000%]

    [체력재생 58000%]

    [체력재생 109000%]

     

    <체 력올인패턴파악이좋아 전사>는 본능적으로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선황의 어떤 공격이라도 모두 버텨내며 근접거리까지 접근한 다음, 무한히 재생하는 자신의 신체를 아주 조금이라도 선황의 체내에 집어넣을 작정이었다.

    한 번 들어가면 그걸로 끝.

    선황의 체내에서 재생을 끝마친 신체가 부풀어 올라 선황을 안에서부터 찢어죽인다.

    그런 야심찬 계획을 펼치고자 선황을 향해 위에서부터 급강하하던 도중, 갑자기 하강궤도가 틀어졌다.

    신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먹어치운 마인세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이런, 이대로는 내 몸을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어!’

     

    어떤 종말루트가 들이닥쳐도 즉사를 면할 수 있는 즉사기 카운터용 마인세포가 가혹하리만치 거대하게 증식했다.

    인간의 형체가 뒤틀리듯이 살이 꿈틀거리며 부풀어오르더니 팔다리가 이형의 괴물마냥 변모했다.

     

    ‘이건… 못 막겠군!’

     

    느낌이 왔다.

    종말루트에서도 더는 버틸 수 없는 한계가 찾아왔을 때, 이건 무조건 죽는다는 직감.

    그 느낌이 똑같이 들었다.

    선황은 체력올인 빌드로도 당해낼 수 없다니.

    분했다.

    솔직히 패배감마저도 들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곱게 지고 싶지도 않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근력올인을 찾고 있었으니 이사장은 플레이어인 내가 육성하던 신규 공략NPC겠지.’

     

    이사장을 위해서라도, 또 다른 자신을 위해서라도 선황에게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히고 가야 한다.

     

    “재생력으로 나를 죽인다… 접근은 좋았다. 내 재생이 날 죽이기 전에 네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면 말이다!!”

     

    체력올인은 인간의 형체를 스스로 포기했다.

    억지로라도 마나연단법에 의해 억눌렸던 신체가 더는 정해진 형체에 가두어지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식물의 줄기처럼, 천년을 자라난 나무의 기둥처럼 비대화된 세포가 잔뜩 늘어나며 팔다리를 비롯한 신체부위가 마구 뒤엉킨 괴물로 거듭났다.

     

    [신규 월드보스가 감지되었습니다.]

     

    ━━━

    월드보스 <불멸의 괴물>

    대괴수 – 체 력올인패턴파악이좋아 전사

    ━━━

     

    그 흉악한 변모를 보며 지상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연합군 강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와이히엠하이 재단 저 미친 녀석들.”

    “대체 무슨 괴물을 불러낸 거야?”

    “저 녀석, 조금 전까지는 사람이었다고.”

    “설마 재단 녀석들은… 자기네 장학생을 저런 괴물로 만드는 거야?”

    “미친 녀석들…”

     

    거대지부 안에서 그 꼴을 바라보던 자쿠를 비롯한 장학생들은 사시나무마냥 덜덜 떨었다.

     

    “자, 자쿠. 우리도 저런 꼴이 되는 거야?”

    “나, 나… 재단에서 준 약 먹고 암흑마나 얻었는데 나도 저렇게 돼? 응?”

    “몰라 씨발… 그 약 나도 먹었다고…”

     

    장학생들이 울상을 짓는 사이, 연합군 지휘본부의 지젤과 친구들도 사색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저게 장학생의 말로라면… ‘수석장학생’인 오크노디는 무슨 꼴이 되는 거야?”

    “맙소사… 쥐방울 녀석이 저런 꼴이 된다니. 그런 끔찍한 광경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군.”

    “오크노디의 암흑마나 친화력은 독보적이야. 저런 흉한 꼴로 전락할 리가 없어.”

     

    즈앙만이 애써 오크노디의 실력에서 위안을 삼아보려 애를 썼지만 지젤은 그조차도 비관적이었다.

     

    “‘저것’의 압도적이었던 재생력을 떠올리십시오. 오크노디의 압도적인 친화력으로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지젤의 경고에 모두가 내심 다짐했다.

    오크노디가 다시는 이사장과 재회하도록 두어서는 안 돼.

    저런 꼴이 일어날 사태 자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해.

    여기다.

    무조건 여기서, 오늘 이 자리에서.

    앞으로 두 번 다시 오크노디에게 해를 끼칠 수 없도록 반드시 이사장을 죽여야만 해!

     

    콰앙.

    쾅. 쾅. 쾅.

     

    선황의 지배영역에 휩쓸린 대괴수가 매 순간 찌그러지고 피해를 입어도 특유의 재생력은 대괴수에게 주는 피해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선황은 대괴수의 전진을 막는 것만으로도 이미 빠듯하게 한계였다.

    그 말인즉, 기회는 다시금 이사장의 손으로 돌아갔다는 뜻이었다.

     

    “의도한 것과는 다르나 결과만 같다면 과정이야 아무래도 상관없겠지요. 남에게 보이기엔 부끄러운 선물이 되었습니다만, 선물이란 모름지기 주는 이의 마음이 중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제 선물을 더 기쁘게 받도록 작은 재주를 보태드리지요.”

     

    재단의 기함에서 세계수가 강렬한 빛을 번뜩였다.

    암흑마나에 물든 검은 세계수의 영체가 기함 너머로 뿌리를 드리우자 군도와 주변 해역 전체가 벗어날 수 없는 차원장막에 휩싸였다.

    이제 장막의 안팎으로는 검은 세계수가 매 순간 뒤트는 혼돈의 차원을 넘나들지 않고선 누구도 출입이 불가능해졌다.

    대괴수의 난동.

    선황이라는 언제 뚫릴지 모를 한 겹의 방패 너머로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대괴수가 선황을 넘어서는 순간.

    차원장벽에 갇힌 모두가 대괴수에게 짓눌리고 집어삼켜지며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당하기 전에 먼저 반격해야 한다!”

    “선황폐하가 버티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전 함대, 포구를 개방하라!”

     

    육지와 해상을 막론하고 수많은 마나포의 포신이 대괴수를 겨냥했다.

    빗나갈 걱정은 없었다.

    조준이 무의미할 정도로 거대한 동체는 쏘기만 해도 필중이 확정되었으니까.

     

    투콰콰콰쾅!

     

    뇌성처럼 울부짖는 마나포의 굉음이 대괴수의 동체에 연달아 꽂혔다.

    대괴수의 살점이 터지고 피가 대지로 흥건히 쏟아지자, 모두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끝을 모르는 재생력에도 한계가 찾아왔는지 떨어져 나간 살점이 복구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순간적인 착오에 불과했다.

     

    “오, 이런.”

    “밑을 봐.”

    “재생이 안 된 게 아니라 저 끔찍한 괴물이 작은 크기의 분체로 일어난 거였어!!”

    “미친. 방금 저거… 동물 하나 잡아먹은 녀석, 크기가 더 커지지 않았어?”

    “흡수다. 잡히면 흡수당한다!”

     

    인간 크기의 작은 파편들이 잔뜩 일어서니 숫제 대괴수를 따르는 직속 수하들마냥 분체군단이 막무가내로 전장을 질주했다.

    가까스로 부상을 수습하던 고수들이 이를 악물며 마법을 쏟아붓고 고장 난 마도구의 마나회로를 잡아 뜯듯이 급히 개조하며 일회용 보구로 사용했다.

    사람도 도구도 모두 소모가 한계에 달했지만, 대괴수의 군세를 막으려면 가용자원을 한계까지 쥐어 짜내야만 했다.

     

    “봐라. 작은 건 쓰러뜨리면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분체는 한 번 죽이면 해치울 수 있다!”

     

    그나마 전해진 희소식이 모두가 지친 몸을 이끌고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였다.

    문제가 있다면 전장을 둘러싼 검은 세계수가 계속해서 시커먼 암흑마나를 토해내며 마나장벽 내부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엘프나 숲의 생명들이 살아가기에 풍족한 자연마나를 생산하는 기존의 세계수와 달리, 검은 세계수는 대지를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암흑마나를 생산했다.

     

    “군세를 막고 대괴수를 저지해도 결국 누군가 저 검은 세계수를 파괴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암흑마나에 중독되어 죽게 생겼구나!”

     

    그 무렵에 이르러서야 지휘본부의 지젤은 아직 희망이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재단의 기함.

    이사장이 다루는 검은 세계수의 지척.

    저곳 어딘가에 용사파티가 있다.

    용사가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싸움은 아직 패배한 것도 끝난 것도 아니었다.

     

    “예비대를 투입하십시오. 이 이상 대괴수의 군세에 밀려서는 안 됩니다.”

     

    희망을 잃지 않은 연합군.

    최후의 결사항전이 시작되었다.

     

     

    * * *

     

     

    재단의 기함은 난장판이 되었다.

    선황의 공격에 재단의 기함이 입은 손상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16개의 엔진 중 11개가 손상되었고, 오른쪽 날개는 완전히 나가떨어졌다.

    구역 내 마나공급도 한계에 도달했는지 이제는 불이 들어온 구역보다 불이 꺼진 구역이 많을 정도다.

     

    펑펑! 화르르륵!

     

    장치가 터지고 불이 솟구친다.

    급히 장비를 들고 달려가던 비서들이 무너지는 천장에 깔리거나 폭발에 휩쓸려 나가떨어지는 사태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난장판 속에서도 성녀 유피의 보호마법을 받은 용사파티는 어떻게든 목숨은 건사할 수 있었다

     

    “복도 일대에 흐르던 마나가 사라졌다냐!”

    “지름길이 생겼군. 얼른 가자!”

    “안 된다냐! 복도 주변의 감옥을 막던 감옥문의 마나도 사라졌다냐!”

     

    철컹. 철컹. 철컹.

    끼이이이익.

     

    복도 가득 늘어선 격리실이 열리자 언뜻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검은 핏줄이 얼굴까지 돋아난 인간이나 몬스터들이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암흑마나에 극성까지 중독된 이들은 인간과 몬스터의 구분이 무의미했다.

    신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억지로 늘리고자 개조된 신체는 인간이든 몬스터든 모두 흉측하게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들… 6위계 이상의 마나반응이 감지됐어. 아카데미 고학년 수준의 경지에 도달하고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암흑마나를 주입당하다니…”

    “궁수로서의 내 소견을 말하자면, 저건 이미 끝장이야. 사람의 이성 따윈 이미 깨끗하게 증발했을걸?”

    “차라리 그러길 바라야겠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네요. 성광의 마데우스께서 저들에게서 강력한 스트레스를 감지하셨어요.”

     

    벽력성천신교의 수녀 니세는 변질된 인간들이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으며, 그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힘의 증강이 이루어질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영혼이 고통받고 있는 거예요. 저 몸뚱이의 주인들은 이미 백치가 되었을지 몰라도 그와는 별개로 영혼이 깃들어 있어요. 마치 재단에게서 ‘벌’을 받는 사람들처럼.”

     

    니세의 말에 모두가 떠올렸다.

    지금 이사장에게 가장 큰 벌을 받고 있을 어느 영혼의 존재를.

     

    “오크노디의 찢겨진 영혼의 파편도… 이 기함 어딘가에서 저런 크리쳐에 심어진 채로 고통받고 있다는 말이야?”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네요…”

    “잠깐, 저걸 하나하나 다 죽이면서 가자는 거냐? 무리다. 딱 봐도 엄청나게 강하다고. 그래서는 우리들의 힘이 먼저 소진되고 말 거야!”

     

    궁수 스콜라의 반발에도 이슈타르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너희까지 나설 필요도 없어.”

    “뭐?”

    “용사는 인류가 위기에 처할수록 강해지니까. 지금, 나는 인류의 위기를 보았어.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동족이라고 여길 수 없는 존재가 이끄는 조직이 여기서 파멸하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인류의 파멸로 직결되겠지.”

     

    이슈타르의 살의가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용사시스템은 그녀에게 그에 합당한 전투기능배율증가를 허락하였다.

     

    “오크노디가 깃들 가능성이 있는 크리쳐는 단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파괴하겠어.”

     

    노기에 가득찬 용사가 크리쳐의 복도를 질주했다.

     

     

    * * *

     

     

    교장은 개꿀잼 대전이 벌어지는 전장 저편을 바라보다가 천년묵은 긴장감도 사라질 천하태평한 자세로 바닥을 뒹구는 오크노디를 돌아봤다.

     

    [친구들은 밖에서 개처럼 구르고 있는데 넌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이사장의 필살기를 막는다고 하지 않았냐?]

    “했죠!”

    [저쪽은 벌써 썼는데?]

    “그래서 고민이거든요. 저쪽이 <근 력올인한방캐릭이좋아 해병>을 꺼낸다면 이쪽에선 절대로 일격에 해치울 수 없는 부캐를 소환할 작정이거든요.”

    [호오? 금기를 금기로 상쇄하겠다 이거냐?]

    “한 번 저질렀으면 두 번 저지르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기껏 좋은 작전을 떠올려 놓고 왜 실행에 옮기질 않는 거냐.]

     

    오크노디가 맹한 얼굴의 몰루노디가 되어 대답했다.

     

    “암만 기억을 더듬으면서 소환해 보려고 해도 꼭 주인이 부재중인 빈집처럼 이상하게 소환이 안 돼요!”

     

    오크노디가 소환하려는 절대로 한 방에 쓰러지지 않는 부캐의 이름은 대괴수로 변해 난동을 부리고 있는 <체 력올인패턴파악이좋아 전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미 소환된 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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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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