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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

    <77 – 물이 무섭지 않은 아이>

     

    플라톤 교수는 철인양성에 누구보다도 진심이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지혜가 잉태한다.

    건강한 지혜에 건강한 국가가 세워진다.

    근본 없는 해상국가 피렌체 왕국에는 근본 있는 철인이 필요했고, 애국자인 플라톤 교수는 피와 살로 된 자신의 몸은 버려도 애국심은 버리지 못했다.

     

    ‘이번 981기 상급반 학생들은 제법 근성이 좋군.’

     

    바로 한 기수 위의 980기와 비교해도 눈에 띄게 질적인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에게 선택받은 용사 <이슈타르>.

    그녀의 존재가 제국귀족가의 인재들을 모두 동일기수에 입학하도록 만들었다.

     

    ‘용사의 동료. 용사의 친우. 모두 그런 자리를 노리고 아껴둔 자녀들을 보냈겠지.’

     

    제국 3대 공신가문.

    후라이드치킨 공작가의 호너 후라이드치킨.

    포테이토피자 공작가의 체다 포테이토피자.

    철판숯불갈비 공작가의 레프 철판숯불갈비.

     

    보통 가문의 방계나 양자 따위만을 보내왔던 3대 공신가문에서 다음세대를 책임질 유망주, 가장 정통성있거나 실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총출동했다.

    덕분에 3대 공신가문의 눈치를 본 다른 가문에서도 뛰어난 실력자들이 대거 참여.

    덩달아 세계각지의 변방출신 네임드 인재들도 981기에 집중적으로 몰렸다.

     

    ‘아닌 척 해도 다들 이슈타르 저 아이의 눈치만 보고 있지. 여자용사를 자신의 가문의 일원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가문의 위계가 크게 상승하니까.’

     

    아이들끼리 눈이라도 맞아서 덜컥 애라도 만든다면 오히려 대환영이다.

    용사와 그녀의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결혼을 하겠다는데 어느 누가 용사의 분노를 사가면서까지 반대를 하고 척을 지려 들겠는가.

    무엇보다도 이번 용사에게는 아직 *대적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평화의 시대.

    전란이 없는 시기.

     

    적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용사가 성장을 위해 준비할 시간이 그만큼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용사는 성장을 노리고 세계제일의 교육기관 기프트 아카데미에 들어왔다.

    여기에는 세계제일의 인재들을 용사파티의 동료로 삼겠다는 계산도 존재한다.

     

    막말로 용사가 “너, 내 동료가 되라!”를 외친다면 그날부로 그 인재는 용사 이슈타르가 고른 출세와 성공의 보증수표를 얻는다.

    그러니 모두가 기를 쓰고 은근히 이슈타르 주변에서 멋지게 수영을 하려고 애쓰고, 아직 수영을 할 줄 모르는 학생들은 눈에 불을 켜고 수영을 배운다.

     

    ‘집중력이 높은 건 칭찬해도 의도가 불순한 건 마음에 들지 않아.’

     

    물론 용사의 동료나 용사의 남편이라는 포지션을 노리지 않는 인재도 드물게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제국에서는 제 2 황녀 매스각키.

     

    “아핫. 너 혹시 하마 아니야? 물 너무 많이 먹잖아. 꼴깍♥ 꼴깍♥ 꼴깍꼴깍꼴깍♥ 얼마나 마실 셈이야~? 허접 추종자. 수영 너무 못해-!”

    “그으읏, 죄, 죄송합, 꿀꺽, 어푸푸!”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황녀님. 이번 강의가 끝나기 전까지는, 으읏, 반드시 자유영을 마스터해서 수중에서도 보탬이 되겠습니다!”

    “푸풋~ 강의 끝날 때까지 못 기다린다고. 에잇, 에잇!”

    “으아앗, 가라앉습니다, 가라앉는..부그르르!”

    “아하핫. 황녀님이 등 위에 올라탔다고 금방 가라앉아서야 쓰겠어~? 황녀님의 수상의자가 되는 일생의 영광을 제대로 누리라고~”

     

    인성 나쁘기로는 둘째 가라하면 서러울 플라톤 교수도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추종자들을 놀리는 재미에 푹 빠진 2황녀.

    정작 매도당하는 추종자들은 좋다고 얼굴을 붉히고 있지만 이 녀석들은 전부 보충교육 확정이다.

    기본적으로 운동신경은 있기에 금방 따라서 배우고는 있지만 그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수영실력에 도달하려면 한참은 멀었다.

     

    “그으읏, 황녀님의 수상의자가 수중의자가 되어버렷…! 꼬르륵!”

     

    …뭐, 저것들은 가라앉아 죽기 싫으면 알아서 금방 적응하리라.

     

    ‘변방에서는 역시 서귀연이 앞장서는군.’

     

    뭐든지 일단 얼리고 보는 북부대공녀 아이린은 정작 형편없는 수영실력 탓에 부표를 잡고 발장구를 하는 법부터 배우고 있다.

     

    “어째서 내가 이런 짓을…….”

     

    보글보글.

    물속에 반쯤 들어간 입이 불평 대신 물거품을 내뱉는다.

     

    “?”

     

    보글보글.

     

    “!”

     

    보그르르.

    수영 따윈 어린애 장난 아니냐고 불평하던 것이 언제였냐는 듯이 제대로 만끽하고 있다.

    어른스러운 쿨데레 미소녀의 뜻밖의 아이다운 모습을 보는 것은 재밌지만 저래서야 보충교육 확정이다.

     

    “자, 수영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요. 저 아카디아의 대단함을 이제 아시겠나요?”

    “냐아아! 대단하다냐!”

    “그래서 갑옷을 입고 수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방법? 수영하는 방법은 전부 보여줬잖아요. 보면 따라할 수 있지 않아요?”

    “…재수없다냐!”

    “…수중돌핀킥은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기초레벨의 아이린에 비하면 돌핀킥에 횡영까지 구사하며 유유히 물속을 떠도는 아카디아는 여유가 넘쳤다.

    뒤처지는 생도들을 가르치며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태도는 높이 평가하지만 가르치는 방식은 빵점이다.

     

    ‘마지막은 저 그룹인가.’

     

    본래라면 상급반에서도 가장 먼저 낙오되리라 여겼던, 어떻게 상급반까지 올라왔는지도 의문인 가장 개성적인 그룹.

    지젤과 손오천, 이사벨.

    도로시와 록펠.

    지고쿠와 헤스티아에 롯토까지.

    멤버도 구성도 다양한 오크노디 그룹이다.

     

    “물장구를 치는 법도 의외로 재미가 있군요. 손오천씨보다 신체계열에서 앞서나가는 경험도 흔치 않고 말입니다.”

    “으하핫! 이 몸은 머리는 나빠도 몸 쓰는 일은 천재다. 이깟 수영쯤이야 금방 마스터해주지.”

     

    첨벙첨벙.

     

    “…저기, 발로 물대포를 만드는 거 그만둬주지 않을래? 수영은 무작정 발로 세게 지면을 때린다고 다 되는 게 아니거든?”

    “으하핫! 물장구가 약한 녀석의 말은 잘 안 들리는데?”

    “…….”

     

    대포처럼 물장구를 치는 손오천과 뒤에서 물벼락을 맞고 비명을 지르는 도로시와 록펠, 롯토.

     

    “으아앗, 파도는 자꾸 몰려오고 물은 너무 많이 마시고 괴로워 죽겠어!”

    “어쩔 수 없지. 우린 숲이 주특기니까. 신속의 검사라 불리는 이 록펠에게도 이 강의는 버겁군…….”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저 무식한 원숭이부터 어떻게 해주면 안 될까?”

     

    수영을 못하는 짜증을 물대포로 동료들을 괴롭히며 풀던 손오천에게 엄청난 물대포가 끼얹어졌다.

    다리근육으로는 그 못지않은 헤스티아가 사납게 웃으며 다리근육에 힘을 주었다.

     

    “그럼 내 목소리는 잘 들리겠군.”

    “너 이 자식. 저질렀겠다?”

     

    수영은 뒷전이고 물대포 끼얹기 싸움으로 변해버린 두 사람의 싸움.

    난장판이 되어가는 수영초보들의 사이에서 착실하게 강을 건너는데 도전하는 학생은 오크노디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크노디의 속도가 어째 심상치 않았다.

     

    ‘뭐지, 이 아이는? 왜 총질에 미친 해적이나 피렌체의 공녀보다 수영을 더 잘하지?’

     

     

    * *

     

     

    지고쿠는 해적이다.

    특기는 총쏘기.

    좋아하는 것도 총쏘기.

    할 줄 아는 것도 총쏘기.

    방아쇠를 당기는 것에 미친 여자에게는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약점이 존재한다.

     

    “지고쿠는 수영 안 해?”

    “안 한다. 물은 질색이야.”

    “…당신, 해적이라고 하지 않았어?”

     

    손오천과 한바탕 물싸움을 끝마친 헤스티아의 어이없다는 표정에 지고쿠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갸하핫! 보이는 적은 전부 쏴죽이면 물에 빠질 일은 없잖아? 수영 안 해도 되는걸.”

    “…유쾌할 정도로 쓰레기 같은 대답이군.”

     

    물론 거짓말이다.

    적을 먼저 쏴죽이면 수영을 하지 않아도 되기야 하다만 그건 수영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 전부 쏴 죽이는 거지, 수영을 못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남장중인데 물에 들어가면 몸매가 드러나잖아. 옷 안 벗고 수영하기도 축축해서 기분 나쁘고.’

     

    애초에 남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저런 무의미한 수영은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촤아악 촤아아악

     

    누군가 강을 절반만 지나도 파도가 일기 시작하며 사분의 삼을 지나면 진지하게 물에 빠져 죽는 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물살이 거세진다.

    마법의 세숫대야에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인 오토마타를 달아서까지 강을 못 건너게 하는 교수도 독하지만 저걸 기어이 지나가겠다고 악을 쓰는 오크노디도 놀라웠다.

     

    “교수 머리통에는 총도 못 쏘는데 끝나지도 않고 무한대로 계속될 파도를 뚫겠다고 뭐 하러 고생을 하지? 갈수록 힘만 더 빠질 텐데.”

     

    수영이 아니라 강물을 진정시키는 마법을 배우는 편이 더 빠르지 않을까.

    진지하게 그렇게 고민하는 여자용사가 한참 애를 먹는 사이, 놀랍게도 오크노디가 강 저편에서 쏙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1등 도착!”

     

    놀란 지고쿠는 곧장 오크노디에게 달려갔다.

     

    “어떻게 한 거야? 몇 번 돌파에 실패했었잖아.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데 그걸 어떻게 통과했어?”

    “수면 위는 그렇지만 수면 아래는 오히려 가속도가 붙는걸요? 물이 시계방향으로 순환했으니까.”

    “그거, 강바닥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되잖아!”

    “그렇죠?”

    “강바닥까지 내려가서 급물살을 타고 올라올 때까지 숨을 참았다고? 그게 돼?”

     

    오크노디는 해맑게 대답했다.

     

    “되던데요?”

    “…물에 빠져 죽는 게 무섭지도 않아?”

    “딱히 무서워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이 아이, 암살자 훈련을 받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수중훈련까지 받은 거야?

    해적인 자신도 그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 생각하며 경악할 정도로 엄청난 짓을 벌여놓고 당사자는 죽을 위기를 벗어났다는 자각도 없다.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저지른 게 아닌 이상에야 이건 이 정도 활동으로는 죽을 일이 없다고 경험으로 학습했다고 봐야 한다.

     

    ‘다방면에서의 유능함을 생각하면 시간을 들여서 착실하게 익힌 기술이 아니야.’

     

    단기속성으로 목숨을 담보해서 실전으로 겪은 경험이 아니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 훈련에 돌입한 아이들이 몇이나 살아남고 얼마나 많이 죽었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지고쿠씨? 제 얼굴에 머 묻었어요?”

     

    그녀도 한때 지옥 같은 선상노예 생활을 하며 물고문도 당해본 몸이기에 더욱 잘 안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로 물에 들어가는 공포와 괴로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고~쿠~씨~~?”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오크노디 넌 어떻게 그런 해맑은 얼굴로 서있을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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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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