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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

    마법. 

    마나를 이용해 비자연적인 결과값을 만드는 행위, 또는 그러한 현상을 말한다.

    언령학, 마도기학, 회로학, 마법문자학을 통틀어 마법학이라고 부른다.

    과거엔 심장에 서클을 새겨 직접 머릿속으로 연산하고 마나를 다뤄 마법을 사용했지만, 실패시 육체에 극심한 후유증이 남는 서클마법은 현재 클래스마법으로 대체되었다.

    큰 갈래로는 서클마법과 클래스마법이 있지만 현재 ‘마법’이라고 하면 클래스마법을 칭하는 말이 대부분이다.

    과거엔 마법을 쓰는 사람은 모두 마법사라고 불렀으나, 요즘엔 지팡이를 이용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법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매직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관련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만을 칭한다.

    일반인에게 허가없이 공공장소에서 사용은 금지되어있다.

    만약 허가없이 마법을 사용하여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힐 경우엔 보험처리가 굉장히 복잡해지기 때문에 유의바람.

    지팡이.

    마법을 사용하기위해 필요한 필수적인 도구.

    언령을 분석하여 연산을 보조하고 마나의 조작을 한다.

    일반인은 3클래스 이상의 지팡이를 소지하는 행위도 금지되어있으므로 주의하는것이 좋다.

    사적인 변형은 AS를 받을 수 없게 되므로 권장되지 않는다.

    추천 제조사 목록

    디파일러 사 – 가성비가 좋다. 특히 일상적인 마법에 효율이 뛰어나 가정에 두는 경우가 많으며, 매장에서도 2클래스 지팡이를 구매한다면 웬만해선 이 제조사를 추천한다.

    칠링하이드 사 – 고급형 제품을 고른다면 이 제조사가 좋다. AS도 확실하고, 약간이지만 커스텀도 지원한다.

    칩셋도 안정적이고 반응성도 뛰어나지만 비싼 가격이 흠. 3클래스 이상의 고위급 지팡이도 꽤 준수한 성능이다.

    투르크 사 – 1클래스의 지팡이를 생각한다면 추천된다. 아무래도 가장 싸기 때문에 소모품으로 생각하고 사용하면 좋다. 단, 1클래스 이상의 제품은 디파일러에 밀리기때문에 추천되지 않는 편.

    “오. 정말로 정보가 나오는구나!”

    검색이란건 꽤나 편리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는 몰라도, 꽤 도움이 될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혹시 지팡이를 살 일이 있다면 이건 참고해도 좋지 않을까?

    검색이 제대로 작동하는것을 확인한 루크는 이번에야말로 궁금했던 정보를 검색하기로 했다.

    툭툭.

    ‘에레’디아 스칼렛, 인기 방영작 ‘다차원로맨스’에서 하차결정. 시청자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

    ‘에레’스틴. 좋은 머릿결을 위해, 당신의 가장 현명한 선택.

    블로그)……궁극’에 레’이스! 그 불꽃튀겼던 4강전!…….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쓸데없는 정보에, 알고자 하는 것과는 별로 상관도 없는 정보였다.

    이는 루크가 검색법에 미숙해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에레’ 라는게 대체 뭔지 알 수가 없어 검색엔진이 마구잡이로 정보를 끌어모아왔기에 벌어진 참사였다.

    루크는 이번에는 다른 검색어를 넣어보았다.

    툭툭.

    (짤 주의) 우리집 ‘고양이’가 ‘마수’야.

    [고양이가 책상위에 올라가서 물건을 죄다 떨구는 움짤들]

    진짜 귀엽지만 않았어도…….

    34 추천 / 10 비추천

    ‘고양이’가 ‘마수’인 이유

    [고양이가 크앙 하는 짤]

    ㅇㅇ.

    고양이 마수에 대한 검색결과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아, 역시 ‘검색’도 만능은 아닌가?”

    루크는 한숨을 푹, 쉬었다.

    ‘고양이’와 ‘마수’는 각각 너무나 많은 자료가 있기에 결과는 수천개의 정보들이었지만, 역시 원하는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다.

    “흐음. 하지만, 고양이가 참 귀엽기는 한 것 같군.”

    -…….

    그 말에는 파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

    돌아온 제임스는 그만 웃어버렸다.

    이유는 루크 이루시 때문이었다.

    방금 전까지 마수학과 마계에 대해 심도깊은 토론을 하던 아이가, 컴퓨터 쓰는법을 알려줬더니 즐겁다는 듯이 고양이사진이나 보고 있다니.

    이 모습을 보면 참 아이다운데 말이다.

    루크는 화면 안의 고양이가 귀를 쫑긋거리며 바라볼 때마다 자신의 귀도 무의식적으로 똑같이 쫑긋거리는 중인것을 알까?

    루크의 머리를 무심코 쓰다듬어버릴 뻔한 제임스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것을 참으며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아, 왔는가.”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던지, 바로 뒤에 사람이 서있는줄도 몰랐던걸까.

    제임스가 실제로 조심스럽게 뒤로 돌아온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루크가 스스로의 경계를 거의 풀어버렸기 때문임이 컸다.

    루크는 앞으로는 경각심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고작 고양이의 영상에 이토록 가슴이 술렁이다니, 답지않다고 생각하며.

    그리하여 만들어진 루크의 표정은 더없이 진중하고 차분한 표정이었다.

    제임스는 곧바로 풀어진 표정을 다잡는 루크를 보며 살짝 감탄했다.

    그건 마치 아역배우를 떠올릴 정도로 갑작스럽고 완벽한 표정관리였으므로.

    “컴퓨터는 마음에 드나?”

    “꽤 재미있는 마도기기더군, 일단 꽤 효율적이고……. 저건 보통 얼마즈음 하는가?”

    “흠, 그 컴퓨터는 100만길 정도였지, 아마. 모니터와 수정구 값을 포함하면 130만 길 정도가 되겠네.”

    “비, 비싸군…….”

    아무래도 예르나에게 사달라고 하기엔 너무 비쌌다.

    ——–

    시설을 구경시켜주고, 간단히 연구원들과 안면을 익히며 인사를 나누자 시간은 또 한번 훌쩍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렇다보니 슬슬 배도 고파졌기에 제임스는 식사를 대접하겠다며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메뉴는 간단한 스튜였지만, 굉장한 풍미가 루크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식후에도 몇 화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하늘이 어둑어둑해진 탓에, 루크는 이제 슬슬 일어나봐야겠다며 돌아갈 채비를 했다.

    제임스는 묻는다.

    “보호자에게 연락은 한거야?”

    “예르나에게 연락을 했으니 걱정할 거 없다네. 연구소에서 기다리면 온다고 하더군.”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루크를 연구소 앞까지 데려갔다.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했다.

    하지만 제임스는 당장 연구소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먼저 돌아가. 내 사무실에서 빌려간다던 책도 가져가고.”

    “그대는 같이 들어가지 않는가?”

    “나이가 들면 밥을 먹고 바로 실내에 들어가면 좀이 쑤시더군. 산책을 좀 하다가 들어가는게 좋아.”

    “흠, 그런가? 그럼 먼저 들어가보겠네.”

    루크는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보통은 영약을 마시느라 식사를 하지 않았지만, 가끔 식사를 했을때엔 그도 지금의 제임스처럼 천천히 산책을 하면서 소화기의 운동을 촉진하고는 했으니까.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따라 육체능력은 퇴화하여 종국에는 영약조차 들이키지 못해 서클의 마나제어만으로 삶을 연명하게 되었지만.

    루크는 제임스의 사무실에서 빌리고 싶었던 책을 꺼내 그 표지를 보며 생각했다.

    ‘어째서 그토록 악착같이 살았던 것인지.’

    돌이켜보면 시체나 다름없는 행색으로도 꽤 오랜 세월을 살았다. 

    100살 이후로 루크가 나이를 세지 못한것은, 시력을 포함해 오감마저 사라져 ‘날짜’를 셀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0서클의 대마법사의 육체는 결국 끝에 달했다.

    ‘꿈, 덕분인가.’

    이 몸의 실마리를 잡았기 때문일까, 잃어버린 기억이 일부 돌아왔던 것이다.

    과연 자신은 언제부터 ‘죽었던’걸까?

    심장의 움직임은 진작에 멈췄었다.

    심장이 서클을 뛰게 한 것이 아니라, 서클이 심장을 뛰게했다.

    몸이 마나를 지배한게 아니라, 마나로 몸을 지배했다.

    모든것을 꿰뚫어보던 눈은 결국 닫혀, 마력은 커녕 색조차도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잠조차 들지 못하고, 모든 시간과 정신을 자신의 육체를 살려놓는데 들였다.

    그 모든 행위의 목적은 하나뿐이었다.

    단지 ‘불로불사’ 그 불가능한 개념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루크는 멍하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이 몸이 만약 그 연구의 결과라면, 대체 어째서 이런 모습이 된 것인가?

    단언컨대, 결코 자신의 취향은 아닌 몸이다.

    과거에도 어린 여자아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없었다.

    아마도 정말 원해서 이런 모습이 된 것은 아닐것이다.

    실제로 여성의 모습을 취하게 된 경험도 있었으니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루크는 여성만이 출입할 수 있다는 정보클랜에 어쩔 수 없이 레니에와 함께 잠입했던 경험을.

    그때 여성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행한것은 꽤나 고역이었다.

    ‘내가 어째서 이런 모습이 되어야 하나?’

    ‘설마 그런 위험한 곳에 저만 보낼 생각이신건 아니시겠지요? 루크님, 생각해보세요. 케일이 저를 따라올 수 있을까요?’

    ‘부탁인데, 그런 끔찍한 소리 말게.’

    ‘야, 뭐가 어쩌고저째? 당장 나한테 폴리모프 걸어!’

    ‘관두지……. 그래, 내가 하겠다.’

    하지만 폴리모프는 근본적인 성별을 바꿀 수는 없었기에 금방 들통나고 말았지만, 결국 그때 레니에를 혼자서 보내지 않은것은 정답이었다.

    ‘그때 생각을 했더니 머리가 아프군.’

    흑역사.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그때의 경험은 떠올릴때마다 괜한 두통을 동반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어느순간부터는 아예 기억을 봉인해버렸는데, 아마 이 몸이 되면서 그런 봉인이 풀려버린 모양이었다.

    지금은 기억을 다시 봉인할 여력은 없으니, 이럴때는 얼른 다른 생각으로 신경을 돌려야만 했는데, 당장에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책이라도 꺼낼까 싶었지만, 역사같이 생각할게 많은 장르의 독서는 독이었다. 오히려 계속 기억을 자극할테니까.

    그러던 중, 루크는 문득 연구소 테이블에 엎드려 잠을 자고있는 한 연구원을 보았다.

    ‘존이로군.’

    식사 전에 슬쩍 보고 이름만 나눈 사내였다.

    그러니까, 무슨 문제를 풀고 있는 중이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그는 아직 학부생이라 연구소에서도 공부를 하는 모양이다.

    간단히 통성명만 한 가벼운 관계였기에 그에게 루크의 관심을 끌만한 구석은 없었으나, 루크의 시선은 그의 옆에 널부러진 종이뭉치로 향했다.

    슬쩍 확인해보니 그것은 뭔가 풀려고 했던 흔적이었다.

    이게 그동안 풀던 문제들인가?

    신경을 돌리기엔 그만한 것도 없는 듯 하여 루크는 그의 옆에서 문제지를 취합해 슬쩍 들었다.

    과연 잘 풀고 있는것인가 확인도 할 겸.

    “음, 이 부분을 잘못 썼군. 이 수식은 아예 틀렸고.”

    루크는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연필 하나를 집어서 문제 위에 교정부호등을 그려가며 수정했다.

    사각, 사각, 종이에 흑연이 갈려나가는 소리가 이어질수록, 존이 풀던 문제 위에 그어지는 교정부호와 숫자나 문자도 늘어만 갔다.

    -…….

    그 사각, 사각하는 소리가 좋았는지 파이도 루크가 문제를 푸는 장면을 조용하게 살피며 연필의 소음에 조금씩 몸을 떨며 지켜보았다.

    그러하니 지금의 날선 신경탓에 조금 거슬릴 수 있을법한 연필의 소음조차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이 평안해질 따름이다.

    “오, 이 문제. 그냥 볼땐 몰랐는데, 꽤 재밌는 문제로구나.”

    예상과는 달리 풀면 풀수록 깊어지는 난이도에 루크는 기분이 좋아졌다.

    과거의 기억따위는 이제 생각도 안난다. 두통은 말끔히 나았다. 

    악단의 지휘자가 지휘봉을 놀리듯이 연필을 다루던 루크의 손길이 마침내 멈추자, 루크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예르나다.

    ‘벌써 왔나보군.’

    루크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빠르게 연구소를 벗어나며 생각했다.

    나중에 비슷한 문제가 없냐고 물어봐야겠다고.

    ——–

    “으음, 아. 뭐야. 내가 졸았나.”

    요즘들어 졸음을 잘 참지 못한다.

    스트레스 때문인가, 사실은 참고싶지도 않다.

    세계 5대 마법적 난제라 불리는 샤에흐의 기적식에 몰두한지 벌써 반년이다. 이 거지같은 문제는 풀면 풀수록 사람을 미치게하는 구석이 있었다.

    실마리를 찾았다 싶으면 틀렸고, 처음부터 다시.

    그 짓거리를 반년동안 반복했으니 질릴법도 하다.

    이제 슬슬 때려 치워야하나, 아무래도 나는 이 문제엔 어울리지 않는 인재였던 모양이지. 

    ……라고, 생각하던 그가 들어본 종이는 충격적이었다.

    누군진 몰라도, 풀던 마법식에 개같은 낙서를 해놨단 말이었다!

    마치 이런거 그만 두라는 듯이 아주 우아하게 X자를 쳐놨다.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종이를 콰직, 하고 구겼다.

    아아, 그래. 그렇게 관두라는 말인가, 좋아. 엿이나 먹으라지. 누구는 이런 증명에는 10년도 썼다지만, 때려치우라고 해. 나는 간다.

    라고 생각하며 자세히 바라보니 그것은 그냥 낙서가 아니었다.

    틀린 부분을 ‘교정’한 흔적.

    ‘설마……?’

    황급히 구긴 종이를 펼쳐 확인하며 그 교정을 따라 시선을 옮길수록, 그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증명됐잖아…….’

    대체 어떻게? 누가? 무슨수로?

    아냐, 어딘가 실수한게 아닐까? 이 뭣같은 마력식은 언제나 사람을 기적처럼 놀려먹은 구석이 있었다.

    기적처럼 풀렸다 싶으면 어딘가 실수한 부분이 반드시 있기에. 그만큼 배배 꼬인 마법식이라는 소리다.

    그래서 ‘기적식’이라는 별 해괴한 별명이 붙은거고.

    그런데, 모르겠다.

    어디가 틀린건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래, 어쩌면 이건 증명됐을지도 모른다.

    ‘미치겠네…….’

    문제라면, 어떤 발상으로 이게 증명된건지 보고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기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증명된건지 모를 증명을 내가 다시 증명해야한다고?’

    마법식은 그 특성상 자신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렇지 않으면 증명따위 아무짝에 쓸모 없으니까.

    아, 다시 머리가 깨질것 같다.

    이건 또 왜 증명되고 지랄이야…….

    아니면 그냥 깔끔히 포기했을텐데.

    존은 다시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건 대체 누가 푼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라, 풀라고 놔둔거 아니었어?

    +버그로 안 올라간 삽화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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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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