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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

       * * *

       

       

       

       

       이런 걸 벌써 만들어냈다고?

       

       이 시대 사람들이 내놓기에는 너무 미래적인 거 아닌가.

       

       아주 잠깐, 이 사람이 나처럼 미래에서 온 건 아닌가 했지만,

       

       아마 내 지식 부족이겠거니 하고, 조심스럽게 치올코프스키에게 다가갔다.

       

        

       “이걸 전부 당신이 만든 것입니까?”

       

       

       만일 이것이 정말이라면 엄청나겠는데?

       

       

       “저는 귀가 좋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로켓연구만큼은 꼭 해보고 싶습니다! 제 남은 생을 다해 한 번만!”

       

       

       귀가 좋지 않다고?

       

       그래. 어쩐지 자기 할 말만 하더라.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믿을만하다.

       

       만일 정말 이 치올코프스키가 고다드와 함께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것이 나올까?

       

       뭔가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만들어가는 역사란 것이 아닐까.

       

       나는 이 우주여행이론으로 가득 있는 문서를 고다드에게도 직접 보여줬다.

       

       

       “고다드 씨. 어떻습니까?”

       

       

       나한테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의 이론을 받아든 고다드 씨는 눈을 반짝였다.

       

       그러더니 치올코프스키를 힐끔거린다.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하는 정말 진귀한 생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나는 차르라서 이 정도가 전부지만.

       

       우주 관련 이론을 조금이라도 더 배워둘 걸 그랬나.

       

       아무리 내가 도서관에서 할 짓 없어서 공부했다고 해도 우주로 가지도 못하는데, 뭣 하러 우주에 대해 배웠겠나.

       

       그걸 배운다고 해도 끽해야 우주에 대한 정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

       

       나는 그냥 돈 줄 테니 해라. 이거지.

       

       자 고다드야, 가능하겠니?

       

       

       “이건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저희 살아생전에는 불가능하겠습니다만. 이 로켓이라는 것이 발전만 한다면.”

       

       

       그렇다면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지.

       

       설마 러시아에 이런 인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모르는 지식은 여전히 많구나.

       

       하기야 도서관에 처박혀 있다고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겠지.

       

       내가 아마 알지 못하는 역사의 위인이다.

       

       나처럼 빙의한 인간으로 보기에는 또 미묘하고. 그렇다면 이 세계의 천재라고 봐도 다를 것이 없겠지.

       

       

       “종이와 펜 좀 주십시오.”

       

       

       만일 이 사람이 정말이라면 이건 믿어볼 만하다.

       

       하여, 나는 어쩌면 러시아의 우주 분야를 더욱 앞당시켜 줄 지 모를 인물을 등용하기로 했다.

       

       이 세계의 러시아가 착한 러시아로서 우뚝 서야 하니까.

       

       검은 남작이 준 종이에 치올코프스키에게 전할 말을 적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우리 러시아에는 인재 한 명, 한 명이 소중합니다. 당신이 정말 로켓에 대한 성과물을 낼 수 있다면 허락하겠습니다.]

       

       

       반드시 해낼 거라고 나는 믿고 싶다.

       

       로켓 기술만 제대로 한다면, 전쟁에서 독일을 발라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핵까지 쓰는 일만 없다면 좋지 않을까.

       

       

       “반드시 해내 보이겠습니다!”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 그리고 로버트 고다드.

       

       이 조합이 과연 무엇을 이루어낼까. 궁금하다.

       

       

       “예산 낭비가 아니겠는지요?”

       

       

       돌아오는 길에 재무부 장관 미하일 블라디미로비치 베르나츠키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저렇게만 보면 예산 낭비긴 하지.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저것이 폐하께서 직접 투자까지 하셔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다른 장관들도 썩 좋은 반응은 아니다.

       

       그래. 지금은 그래 보일 거다.

       

       그래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니까 이러는 거지.

       

       당장 이 시대에 이만한 우주 이론을 말한다는 것은 좀 어지간히 미친 작자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하지.

       

       

       “이 이론만 봐도 치올코프스키씨가 상당한 천재임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봐도 나는 이 사람이 대단한 인물로밖에 안 보인다.

       

       아마 내가 모른다는 것은 역사에 무지한 것도 있지만, 다른 인물들에 의해 묻힌 비운의 위인일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사후 재검증된 인물 중 한 명이겠지.

       

       현대로 돌아가서 조금 알아보기만 해도 나올 인물일 거다.

       

       어쩌면 소련의 우주 기술이 이  사람의 이론에서 나온 걸지도 모르고.

       

       

       “그렇기는 합니다만.”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눈치다.

       

       그래. 뭐 어딜 봐도 이 시대에는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을 거다.

       

       적어도 아직 로켓 같은 것이 제대로 안 나온 지금은 말이지.

       

       하지만 나중에 무기화되고 뭔가 성과가 나오면 장관들도 인정은 할 거다.

       

       더군다나 이 로켓도 유소포프 공작의 돈도 땡길 셈이거든.

       

       한마디로 국가 예산으로만 굴리지는 않는단 소리.

       

       

       “한번 지켜봅시다. 이것이 성과가 나온다면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먼저, 선도하는 분야가 생기는 거니까요.”

       

       

       그 누구보다도 앞서는 기술.

       

       미국이 뒤따르기 전에 그래도 조금은 더 앞지를 수 있을 거다.

       

       인공위성 발사도  수십년 앞설 수도 있는 것이고.

       

       

       “예, 폐하.”

       “영국과 프랑스 같은 다른 나라에 이것이 알려지면 곤란합니다.”

       

       

       정작 미국에서도 관심 없어 했으니, 지금 영프가 안다고 해도 따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조심하겠습니다.”

       

       

       음, 그러고 보니 해보고 싶은 게 더 있기는 했어.

       

       이왕 나온 김에 조금 더 뭔가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말이다.

       

       공장 견학 같은 것도 한번 쯤은 해보고 싶었다.

       

       이게 말은 바로 해야지. 나도 일단은 이 나라의 지도자가 아니냐고.

       

       물론 어디까지나 나는 얼굴마담이지만 하여튼 간에.

       

       

       “흠. 나온 김에 공장도 좀 둘러보고 싶네요.”

       “공장을 말입니까?”

       

       

       내가 괜히 단순히 놀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그 신문을 보면 처참하지 않습니까? 독일 놈들이요.”

       

       

       그 독일 놈들의 신문을 보면 어쨌든. 공산주의는 성립되었으나, 노동자 중 공산주의를 불쾌해 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그런 뜻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반대로 생각해 보면 지금의 우리.

       

       그러니까 지금 러시아 합중국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싶어 하는 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소리.

       

       그래. 그런 간단한 이야기일 뿐이다.

       

       민심은 늘 살펴야 한다. 특히 러시아는 넓고 또 넓으니까.

       

       어쩌면 나에 대해 불만을 품은 자들이 좀 있을 수 있다.

       

       그런 자들을 좀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

       

       

       “네. 그렇지요.”

       “그래서 우리 공장도 한번 보고 싶군요.”

       

       

       그냥 간단한 이유다.

       

       절대 그냥 구경하고 싶은 이유가 아니야.

       

       애초에 지방까지 내려가서 확인해보고 싶은 것을 차르라 참고 있는 것이니까.

       

       

       “모스크바에 표도로프 조병창이 있습니다.”

       

       

       조병창? 총기 생산 공장이잖아. 그래. 한번은 볼 때가 되었지. 안 그래? 특히 무기를 생산하는 곳인 만큼 준비할 게 많을 거다.

       

       중국이랑 폴란드에 팔아먹으려면 불량도 없어야 하고.

       

       

       “그래요. 한번 그쪽을 볼까요. 그럼.”

       “예. 그럼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잠깐만. 그건 그거고.

       

       이거 잠깐, 차르의 모습 그대로 가는 것도 좀 그렇지 않은가.

       

       

       “아, 잠시만요.”

       

       

       나는 손을 들어 부지런히 움직이는 장관들을 멈췄다.

       

       

       “예?”

       “일단 차리나가 가는 것과는 별개로 뭔가 좀 없어 보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공장에 가면, 내가 차리나라고 해봐라.

       

       그냥 차리나가 왔으니, 불만이 있어도 아무 말도 못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최소한 평범한 사람인 척하는 것도 좋겠지.

       

       예를 들면 미국에서 온 기자인 척하는 것도 좋을 거다.

       

       그렇게 하면 합중국이란 간판을 쓴 새로운 차르정 아래에서 불만 가득한 인간들이 열심히 불만을 표출하지 않을까.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옛날 저 동방의 나라에서는 왕이 백성의 마음을 살피기 위해 직접 평상복 차림으로 평민인 척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잠행이라고 하죠.”

       

       

       내 말에 다들 그게 뭔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지만, 그냥 그거 비슷하게 돌아다녀 보자는 의미다.

       

       외국에 합중국의 현실!을 보도할 기자와, 자기네 정부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 노동자.

       

       딱 이런 관계로 있어야 터놓을 것이 많지 않겠냐.

       

       

       “음.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만. 그게 효과적일지는.”

       “그냥 당당히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내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니까요.”

       “모두가 폐하를 칭송할 겁니다.”

       

       

       장관들이 괜히 걱정하고 있는데. 저러니 더 수상하다.

       

       솔직히 모두가 칭송하는 것이 말이 되냐.

       

       내가 한 건 고작해야 탈환된 도시마다 직접 입성하고 좀 두마에서 입 좀 턴 거 외엔 없다.

       

       그래야 효과적인 법이지.

       

       차르 앞에서 불만을 내뱉을 수 있겠냐.

       

       

       “뭐 차르가 직접 나타난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장관들이 쓸데없이 말리는데.

       

       이렇게 갔다가 무슨 일 터지면 이 사람들, 감히 차 리나께~이러며 공장 직원들 두들겨 팰 거 아닌가.

       

       물론 내가 그 공장 주인도 아니지만. 공장을 그렇게 굴러가도록 정책을 시행한 사람은 차르인 나니까.

       

       그걸 고치는 것도 앞으로 내가 할 일이다.

       

       

       * * *

       

       

       

       

       세르게이는 모스크바 표도로프 조병창에서 일하는 노동자였다.

       

       표도로프 공장은 표도로프 개량형 자동소총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세르게이는 적 백 내전 이후에 생계를 위해 표도로프 공장에 취직했다.

       

       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그냥 뭐 무기가 가득 들은 상자를 분류하거나 옮기거나 하는 잡일 거리를 할 뿐이었다.

       

       적백내전 이전에는 정말 공장에서 개처럼 굴리고 매번 시위하고 난리가 났다는데, 세르게이는 그런 걸 몰랐다.

       

       애초에 적백내전 이후 러시아합중국은 사회주의 정책성격이 혼합된 자본주의 국가라 노동자도 생각하는 정책 덕에 세르게이는 적백내전 이전 세대와 달리 보다 노동자를 우대하는 환경에서 일을 할수 있었다.

       

       

       

       

       “자,자. 점심먹고 일하지.”

       

       

       탄약 분류 담당을 마 아저씨가 손뼉을 치며 직원들을 인솔했다.

       

       뭐 점심은 단순히 빵이긴 하지만, 그래도 휴식환경은 제대로 조성되고 좋았다.

       

       그런데, 오늘은 좀 이상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들이 술렁이고 있으니까.

       

       그때, 정장차림의 한 남자와 대화하던 공장 책임자가 세르게이를 비롯한 다른 노동자들이 점심을 먹는 자리로 다가와 손뼉을 쳤다.

       

       

       “노동자들은 들으시오. 오늘은 높으신 분들이 공장을 시찰할 예정이니, 다들 너무 풀어진 모습을 보여주지 맙시다.”

       높으신 분들이 공장 시찰?

       “““예!”””

       

       

       높으신 분들은 누굴까.

       

       예전이라면 높으신 분들이 오면 빵을 달라고 시위했다던데. 요즘에는 너무 놀지 말라고 한다고.

       

       그래. 그런데 누가 오는 걸까.

       

       

       “누가 오시나요?”

       

       

       결국 세르게이가 궁금해서 손을 들고 질문했다.

       

       

       “국가두마의 분들이 친히 이 공장이 잘 돌아가는지 보고 싶다고 하셨소. 여기에 기자들도 온다고 하니 모두 솔직하게 대하시오.”

       

       

       솔직하게?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신문에서 독일 노동자들이 군인들에 의해 노예처럼 굴려지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물론 러시아라고 전부 좋은 건 아니지만, 최소한 이쪽은 휴식시간이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어 있다.

       

       적군에 징병되었다가 백군에 의해 돌아온 이웃 아저씨들도 십 년 전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나라다워졌다고 했다.

       

       그런 걸 보면 역시 지금의 차르가 대단한 인물이다.

       

       아마 높으신 분들도 차르와 관련 있으신 분들이겠지.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

       

       

       다른 이들도 세르게이와 같은 생각인지 힘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얼마 후. 

       

       국가 두마의 장관들이 공장으로 시찰을 왔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진짜 귀족 기품이 흘러나오는 여자가 한 명 있었는데.

       

       

       “미국에서 러시아 공장에 취재하러 온 기자입니다. 혹시 공장에서 일하시면서 불편하신 점이 없으신지요?”

       

       

       세르게이에게 뭔가 장관들 눈치를 보며 질문을 해댔다.

       

       불편한 점이라. 솔직히 없지는 않다.

       

       빵을 종류 별로 먹고 싶기는 한데, 물론 그건 너무 많은 바람이고, 일 자체는 딱히 고단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분명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그래. 몇 년 전에 내전이 끝날 무렵. 딱 빨갱이. 볼셰비키에게 징병당하기 바로 전날, 모스크바를 함락시키고 당당히 입성했던. 말 위의 여제. 포화 속을 스스로 뛰어들며 내전을 끝낸 여장부. 저 프랑스 놈들에게는 러시아의 잔다르크라고 불리는 그런 인물.

       

       대러시아 합중국의 차르인 아나스타샤.

       

       세간에서는 새로운 러시아의 초대 차르라고 띄우며, 아나스타샤 1세로 불리는 몸이기도 하다.

       

       세르게이는 다른 건 몰라도 눈썰미 하나는 좋다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높으신 분들에게 기자 한 명만 달랑 딸려 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물론 동료 기자랍시고 뭔가 몸 좋으신 분들이 옆에 붙어있긴 하지만 하여튼.

       

       어째서 차르께서는 지금 기자로 이곳에 계신 걸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치올코프스키는 10세 때 성홍열로 청각을 잃었습니다.

    PD픽에 이어 실시간 랭킹 71위에 TOP 80위까지! 독자 분들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tmi: 무타구치 렌야는 만철의 치안을 확보한 공로로 출세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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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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