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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

       주딱의 공지가 올라온 직후 갤러리의 글쓰기가 막혔다.

        댓글과 메시지 전송 등 기존에 올라온 게시글을 확인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활동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버그인가 싶어 위치노트를 만지작거리던 사람들은 이내 조금씩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구내식당에서 세라와 아르투르와 함께 점심을 먹던 프리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회색빛으로 변한 갤러리를 보고 얼굴도 잿빛이 되었다.

       

        “우읍, 콜록! 콜록!!”

        “선배, 괜찮으세요? 그러게 밥 먹을 때 위치노트 보면 체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갤러리가 막힌 듯하다. 정보부 짓인가?”

        “갤러리가? 별일이네.”

       

        포크로 코다리 조림을 휘적이며 태연하게 말할 일이 아니었다.

        연구부의 역작에 마녀들의 농간이 깃든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적은 딱 한 번.

        갤러리가 개설된 초창기 시절, 주딱이 악질들을 모아놓고 벌인 ‘대숙청의 밤’ 이후로 처음이었다.

       

        프리나는 벌떡 일어나 식판을 퇴식구에 던져놓고 엡실론 관으로 달렸다.

        주딱이 공지에서 언급한 ‘옆집’에 가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몇몇 기사에서 다루기 시작한 커뮤니티.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크로네 팀에서 배포하는 책자가 필요했다.

       

        “하아, 하아…… 저, 저, 저기……!”

        “네?”

        “채, 채, 채채책……!”

        “아, 이것 말인가요? 여기요.”

       

        평소 운동은 커녕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프리나였기에 엡실론 관에 도착할 때쯤엔 다리가 바들바들 떨려왔다.

        지금처럼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 때면 목소리도 같이 떨려왔지만 필사적인 눈빛은 전해졌는지 다행히 책자 하나를 습득할 수 있었다.

       

        “네네, 이쪽 다 끝났습니다. 식사 전에 한 차례 더 배포할…… 예? 전부 나갔다고요?”

       

        프리나에게 마지막 남은 한 권을 넘긴 남자가 의아한 통신을 이어가던 그때.

        갑자기 반대 방향에서 한 무리의 마법사들이 로브자락을 휘날리며 달려왔다.

       

        “책자, 책자 어딨어요!?”

        “당장 내 놔!”

        “네? 방금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저 여자분께서…….”

        “여자? 여자 누구?”

        “빨리 잡아!!”

       

        그제야 다른 이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음을 깨달은 프리나는 재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커뮤니티에 접속하기 위해 책자를 구하려 혈안이 된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마력승강기에 쉴 새 없이 불이 들어왔다.

        해주학파의 라운지가 위치한 계단에도 아래로 내려가려는 인파가 가득했다.

       

        “잠시만요, 좀 지나갈게요!”

        “이게 다 무슨 살림살이야? 대체 어느 학파가 이런 짓을 벌인 거야?”

        “앗, 컵 깨졌다!” 

        “죄송해요, 지금 좀 급해서……!”

       

        학파불문하고 모여든 마법사들에 의해 프리나가 다시 1층으로 떠밀려올 무렵.

        갑자기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마력의 파장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공간이 갈라지며 고위 마법사들이 차례로 발을 내딛고 있었다.

        개중 몇몇은 프리나 역시 얼굴을 알 정도로 유명한 이들이었다. 

       

        “세상에, 저기 봐. 점성학파의 장문인 베이커 님이야.”

        “필라모스의 가주까지 왔잖아?”

        “진짜 갤러리에 저런 괴물들이 상주하고 있었던 거야?”

        “그럼 진짜로 주딱은 탑주일지도…….”

       

        — 끼야아아아악!!!!!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지던 그때.

        갑자기 지면을 따라서 소름 돋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조금 전 도착한 고위 마법사들의 얼굴이 굳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마력.

        진원지가 대학원생들이 유배되어 있는 지하미궁이라는 것을 깨달은 행정부 직원들이 사색이 되어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프리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난리통에서 빠져나왔다.

       

        “진짜 이게 무슨 일이냐구…….”

       

        갑자기 갤러리를 폐쇄하고 잠수를 타버린 주딱.

        평소 어느 악질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그였기에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런 짓을 벌였는지 궁금했다.

        아르투르의 말처럼 정보부가 드디어 주딱의 꼬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진 않으나 그럴 가능성도 마냥 배제할 수는 없었다.

       

        혹시 그에 대한 이야기가 있나 싶어 책자를 펼친 프리나는 꽤 복잡해 보이는 인증 정차를 걸쳐가며 가입을 완료했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접속한 순간, 폭포처럼 쏟아지는 게시글의 향연을 마주하게 되었다

       

       

       

        *

       

        ++++

        <너희가 죽였어 너희가 죽였어 너희가 죽였어 너희가 죽였어>

       

        주딱 살려내 주딱 살려내 주딱 살려내 주딱 살려내 주딱 살려내 주딱 살려내

       

        — 삼고빔…….

        — 빔인 거에요…….

        — 주딱은…… 죽은 거지!!!?

        — 마지막까지 난민 잔뜩 뿌리고 갔네 ㅋㅋ

        ++++

        ++++

        <여긴 다크모드 같은 거 없나요?>

       

        투표 시스템도 없고 ‘그 버튼’도 없고…… 갤러리 대체제로써 부족한 게 많네요

       

        — 나쁜 것만은 아님 

         ㄴ 아직도 구내식당에 코다리 나오는 거 생각하면 ㅋㅋㅋㅋ

         ㄴ 그 뜻이 아니라 완장이 따로 없어서 글삭 차단이 거의 안된다는 거였음

         ㄴ 운영진이 직접 관리하던데 그것도 퇴근하고 나면 안 하더라

         ㄴ ㄹㅇ? 바로 달린다

        — 나는 악질이야~ 나는 도배를 할 거야~ 나는 악질이야~ 나는 도배를 할 거야~ 나는 악질이야~ 나는 도배를 할 거야~

         ㄴ 여기도 있네 도배충 ㅋㅋㅋㅋㅋ

         ㄴ 나도 악질이야~ 나도 도배를 할 거야~ 나도 악질이야~ 나도 도배를 할 거야~

        ++++

        ++++

        <들었다…… 커뮤니티에는 완장이 따로 없다고?>

       

        주딱은 죽었지만 주딱의 유지는 이어야지

        다들 분탕치지 말고 평범하게 잘 지내보자 ^^ 

       

        — 모두 클린한 갤질해요~~

        — 저흰 법 없이도 잘 사는데 주딱이 있는 동안에는 너무 답답했어요 ㅠㅠ 

        — 새로운 둥지를 찾게 되어 너무 다행이에요!

        — 맞아요, 특별 관리 명단이니 뭐니 너무 지긋지긋했다니까요?

        — ((((이 위에 있는 새끼들 싹 다 차단목록에 넣으면 된다))))

        ++++

        ++++

        <??? : 넌 나에게 평소 잘 대해줬어>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책자를 덮고 핵 방공호에 들어가서 절대 나오지 마

       

        — 아 씨발!!

        — 드디어 온다 ㅋㅋㅋㅋ

        — 커뮤에 사람 몰린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핵 개발 완료했냐고 ㅋㅋㅋㅋ

        — 죽은 갤러리가 산 커뮤니티를 망쳤구나

        ++++

        ++++

        <현재 난리 난 마탑 상황 지켜보는 주딱 심정>

       

        흠, 그 정돈가?

       

        — 험한 것 : 1추 드려요~

        ++++

       

        흠, 그 정돈가?

       

        마치 세상을 잃어버린 것처럼 절망하는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유유히 얼음물을 홀짝였다.

        이전 같았으면 갤질이 곧 인생인 저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했겠으나 이젠 아니었다.

        모든 굴레로부터 해방되고 주딱이라는 왕관을 내려놓은 지금.

        나는 단지 선한 해주술사이며 학회에서 대상을 타기 위해 노력 중인 순수한 마학도에 지나지 않았다.

       

        “사감, 노트가 고장났어요.”

        “네?”

        “제가 가진 것들이 다 작동하질 않아요. 일흔 한 개 전부요.”

       

        언제 또 그렇게 많이 갈취했어.

        나는 카페에서 골몰하는 표정으로 위치노트를 이리저리 살피는 비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시험때는 아예 노트를 지참하지 말라고 공지해야지.

        마시던 얼음물의 뚜껑을 닫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고장난 게 아닙니다 비나 님. 그보다 제품 개량은 어디까지 마치셨나요?”

        “거의 완성 단계에요. 맛도 착실히 구현되어 있지 않나요?”

        “확실히 이전보다 배로 ‘죽음으로 맛있는 맛’이군요. 한 모금만 더 마셨으면 죽을 뻔했습니다.”

       

        이건 진짜 팔아도 되겠는데.

        목넘김이 청량함을 넘어 마력과 피로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중이다.

        게다가 개량품에는 니플헤이르의 비전마법 중 하나인 ‘서리갑옷’까지 담겨 시음자에게 가해지는 사악한 공격을 막는 기능까지 갖추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공병을 적에게 던져 얼음폭탄으로 활용하려는 비나의 계획을 만류하기만 하면 진짜로 대상이 가시권 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 시연은 잘 부탁드립니다.”

        “사감은요?”

        “저는 잠시 들를 곳이 있어서 일어나 봐야겠습니다.”

       

        나는 비나와 71권의 위치노트를 카페에 남겨두고 엡실론 관으로 향했다.

        들를 곳이란 당연히 마리엘이 자문위원으로 있는 크로네 팀의 시연장이었다.

        본래 소회의실에서 진행되던 작은 시연은 이제 바로 옆 대강당으로 장소를 옮길 정도로 절찬리에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갤러리가 폐쇄됨에 따라 유저들이 몰린 것이 그 원인이었다.

       

        “저희도 들어가게 해줘요!”

        “죄송합니다, 책자를 가지고 계신 분들만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그 책자는 대체 어디서 구할 수 있는 건데요?”

        “현재 수량이 부족해서…….”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사람들.

        나는 입구를 지키던 마법사에게 책자를 보여주고 입장에 성공했다.

        시연을 보기 위해 거의 원탁회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이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기감을 퍼뜨려 멜을 찾아냈다.

       

        ‘다행히 왔군.’

       

        마지막 남은 대상 후보를 확실히 침몰시키기 위해서는 황실에서 보낸 기자인 그녀가 필요했다.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자리잡자 크로네가 나와 커뮤니티의 마법적 원리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기존에 갤러리에도 있던 여러 기능, 특히 정보의 공유와 통신 수단으로서의 잠재성에 대해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하품을 참으며 다리를 까닥이던 그때, 마리엘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

        — 초천재자문위원 : 당장 갤러리 다시 열어요!!!

        — 초천재자문위원 :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 험한 것 : 몰?루

        — 초천재자문위원 : 차단해도 차단해도 끝이 없는 것이에요……!

        — 초천재자문위원 : 최소한 갱차 내역이라도 공유해요!!! 파딱 이러다 죽는 꼴 보고 싶어요!?

        — 험한 것 : 몰?루

        — 초천재자문위원 : 아예 갤러리 접는 건 아니죠? 학회가 끝나면 다시 열 거라고 말해요

        — 초천재자문위원 : 조금 전에 이상한 비명 같은 게 들렸는데, 설마 당신 때문은 아니죠?

        — 험한 것 : 몰?루

        ++++

       

        갤러리를 다시 열기는 할 것이다.

        파딱들의 일자리(무급)를 빼앗아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내앉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아직은 일렀다.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나는 클로에의 VPN이 장착된 책자를 펼친 채 크로네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자, 그럼 다음으로 현재 작동 중인 저희 커뮤니티를 직접 시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앞쪽의 화면을 봐 주십시오.”

       

        게시글 목록이 비교적 깨끗해 보인다.

        아마 눈에 불을 켜고 조금이라도 분탕 끼가 드러나는 글이 보이면 모조리 써는 중이겠지.

        하지만 나라면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저 많은 글들 중에 절대 누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오, 저 글을 한 번 눌러볼까요? 어디 보자…… ‘아기고양이 저 삐죽빼죽한 털이 너무 귀여워’, 귀여운 고양이 사진인 모양이네요. ”

       

        허나 동시에 커뮤니티의 위험성을 전 대륙에 알릴 수 있는 녀석을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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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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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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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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