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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

       출정을 한 이후 우리는 빠른 속도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

        내가 위치를 말해주면 마법사와 기사들이 달려가 마법진을 해제한다.

        ​

        내려오는 언데드들마저 성기사들이 담당하니 놀라울 만큼 순조롭게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

        ​

        속도가 더디다는 게 큰 문제였지만.

        ​

        “좌측 방향 작전구역, 마법진 해제 모두 완료 했습니다!”

        ​

        “중앙으로 통하는 샛길에 다수의 마법진이 확인 되었습니다!”

        ​

        클로셀 영감이 지도를 가리켰다.

        ​

        “이곳으로 인원을 파견하라.”

        ​

        “즉각 마법사를 포함한 병력을 편성하겠습니다.”

        ​

        “좋군.”

        ​

        일사천리는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일까.

        ​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 갔다.

        ​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렇다는 소리다.

        ​

        “아이고, 허리야…어깨야….”

        ​

        안전하게 산으로 진입하는 것만큼 나는 혹사 당하고 있었다.

        ​

        회복된 체력?

        ​

        그만큼 더 점을 볼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으니까.

        ​

        “또 보이는 것이 있는가?”

        ​

        “거기, 중앙에 언데드들이 모여 있어요. 실력 있는 사람으로 인원을 늘려야 할 것 같아요.”

        ​

        “대다수의 마법진이 폭발 혹은 불을 일으키는 마법으로 확인 되었네.”

        ​

        “그럴 거라니까요.”

        ​

        “자네 말대로 불지옥이 될 수도 있었겠어.”

        ​

        산에다 저런 걸 깔아 놓았다고 하면 의도는 명확했다.

        ​

        병사들이 산에 오르면 불을 지른다.

        ​

        싹 다 불태워 죽일 생각이었다.

        ​

        “저항이 만만치 않네. 시간이 얼마나 남았겠는가?”

        ​

        산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벌써 여러 번의 전투가 있었다.

        ​

        문제는 사람이 죽고 언데드가 부서질 때마다 산 정상이 더 검게 물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

        마족의 소환이 의심된다고 했으니, 쉽사리 넘어갈 수는 없었다.

        ​

        불길함이 정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기도 했고.

        ​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며칠 안 남았어요. 거기다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요.”

        ​

        “….”

        ​

        모여 있던 사람들이 침음성을 내뱉었다.

        ​

        지금처럼 안전하게 올라 갈 수만은 없었다.

        ​

        그 짧은 시간 동안 저것들을 다 해제할 수는 없으니.

       

       이 넓은 산 전체에 깔린 걸 언제 다 없앤다는 말인가.

        ​

        파라몬 영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예정대로 총 공격을 감행하겠네.”

        ​

        “그렇게 된다면 피해가….”

        ​

        “마족이 소환된다면 그 몇 배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네. 그때는 죽는 자들이 모두…”

        ​

        잠시 말을 삼킨 영감이 안 좋은 것을 떠올린 듯 인상을 찌푸렸다.

        ​

        “언데드가 되어 일어날 것이네.”

        ​

        “…..”

        ​

        “…”

        ​

        “로셀, 마법사들을 세곳으로 분산시켜도 마법진을 해제할 수 있겠는가?”

        ​

        “마법진을 해제 한다고 쳐도 언데드에 대항할 힘을 잃겠지. 마나가 부족하네.”

        ​

        여러 의견들이 오고 갔다.

        ​

        예상보다 마법진의 수가 너무 많았다.

        ​

        산불이 나도 크게 날 것이라는 소리다.

        ​

        어쨌든 불은 끄기는 꺼야 하니.

        ​

        “엘프들은 곧 도착한다더군. 은밀히 움직이느라 속도가 더딘 모양일세.”

        ​

        엘프의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

        엘프들을 부른 장본인이니까.

        ​

        노르딘 백작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

        “제국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도 아니고, 개인이 엘프를 움직이는 것은 처음 보는군. 솔직히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네.”

        ​

        “허허…덕분에 가능한 작전들이 많아졌다오.”

        ​

        사실 나는 전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

        작전 회의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마치 체스와 같다고 해야 할까.

        ​

        한 작전이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치고 흐름을 만들어낸다.

        ​

        내가 할 것은 거기에 변수가 될 만한 일이나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정도?

        ​

        이런 내 생각을 들은 영감들이 날 미친놈처럼 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

        “음…어쨌든 총 공격을 하겠다는 말이죠?”

        ​

        파라몬 영감이 또 무언가를 기대하는 기색으로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내 왔다.

        ​

        “괜찮겠는가?”

        ​

        느낌이 나쁘지 않다.

        ​

        산에서 느껴지는 더위야 여전했지만, 예전만큼 땀이 비 오듯 쏟아지지는 않았다.

        ​

        노르딘 백작을 제외하고는 아직 별다른 액이 끼지도 않았고.

        ​

        파라몬 영감이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설명을 이어갔다.

        ​

        “우선 병력이 올라가는 길에만 불이 없으면 되네. 최대한 많은 수를 살려서 올라가야 하네.”

        ​

        “음…”

        ​

        “중점은 이것이네. 강자들이 온전한 체력을 가지고 산봉우리에 오르는 것.”

        ​

        확실히 저것이 중점이다.

        ​

        그동안 언데드의 수가 늘어나서 접근을 못 하는 것이지 네크로맨서들을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

        “새로운 네크로맨서가 합류 했으니, 그들은 나와 클로셀이 맡을 생각이네.”

        ​

        “기사들은요?”

        ​

        “그들의 근처로 가면 고위급 언데드들이 나타날 것이네. 예를 들면 데스나이트 같은 것들 말일세. 교단에서 도와줄 것까지 생각하면 전력은 충분하다못해 넘쳐날 지경이지.”

        ​

        “결국은 저 마법진들만 해결하면 되겠네요?”

        ​

        “예상되는 규모의 불은 우리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네. 최대한 희생자들을 줄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네.”

        ​

        결론은 불이었다.

        ​

        저놈들이야 질러 놓으면 그만이겠지만, 우리는 할 일이 많다.

        ​

        저들을 무찔러도 다시 내려와야 할 것이고, 결국은 진압해야 할 재해이니까.

        ​

        다행인 점은 전력이 상당하다는 것.

        ​

        솔직히 내 도움이 없었어도 이겼을 거라는 생각이 다분하다.

        ​

        많은 사람이 죽었겠지만.

        ​

        “다 사람살리자고 하는 일이니까…”

        ​

        “그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일세.”

        ​

        “잠시만요.”

        ​

        불을 끌 수 있는 방법.

        ​

        이미 엘프들이 지척에 도착했다.

        ​

        올라가는 길을 뚫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

        그들에게는 정령이 있으니까.

        ​

        그때, 내 등 뒤에서 자고 있던 루나가 깨어났다.

        ​

        “아우…!”

        ​

        “응?”

        ​

        푸르르.

        ​

        “응..?”

        ​

        루나가 연거푸 투레질을 했다.

        ​

        똘망똘망한 눈으로.

        ​

        그냥 아기가 하는 옹알이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

        루나는 신안이라는 것을 가졌으니, 다른 것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

        푸르르르.

        ​

        “비?”

       

       “꺄륵!”

        ​

        비가 내리면 산불이야 걱정할게 없다.

        ​

        금방 꺼져 버릴 불들이니까.

        ​

        때맞춰 비가 내린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

        “그러네? 비가 오면 되네?”

        ​

        “비라고 했는가?”

        ​

        “비가 내리는 것인가? 신께서 우리를 도우시는군.”

        ​

        “언제 비가 내리겠는가? 시간이 많지 않다네. 기다릴 수가 없어.”

        ​

        비가 언제 내릴지는 모른다.

        ​

        다만, 비가 내리게 할 방법은 있다.

        ​

        “이건 저도 안 해봐서 잘은 모르겠는데…”

        ​

        어쩌면 지금의 상태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

        일리아의 가호와 세계수의 가호.

        ​

        컨디션이 최상이었다.

        ​

        두 신들이 조금이라도 도와 준다면 가능성은 있었다.

       

       어차피 내릴 비를 조금 당기는 정도이니까.

        ​

        “비가 내리게 할 방법은 있어요.”

        ​

        클로셀 영감이 과도하게 두 눈을 반짝였다.

        ​

        “산 전체에 비가 내리게 하는 건 8써클의 마법이네. 날씨를 통째로 조종해야 한다는 뜻이지.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

        8써클이고 자시고, 우리 쪽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

        실제로 옛날부터 이어져 오던 제사가 있었으니까.

        ​

        “기우제라고 하는 건데, 비를 내려달라고 신에게 비는 의식이 있어요.”

        ​

        원래는 가뭄이 오거나 할 때 지내는 제사다.

        ​

        풍요를 기원하기도 하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

        즉각적인 대답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

        “교황 아저씨?”

        ​

        “말씀하시오.”

        ​

        “비를 내리게 하는 신은 어떤 분이신가요?”

        ​

        어디다 빌어야 할지를 알아야 기우제를 지낸다.

        ​

        보통은 하늘에다 빌지만 이곳은 체계가 조금 달랐으니까.

        ​

        대답은 교황아저씨가 아닌 내 옆에서 들려왔다.

        ​

        조용히 있던 세레나였다.

        ​

        “비를 내리는 건 정령이에요.”

        ​

        “정령?”

        ​

        “정확하게는 물의 정령들이에요. 크리스가 찾는 신은 아마 물의 정령왕이실거에요.”

        ​

        정령왕…?

        ​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던 이름이다.

        ​

        정령왕도 신으로 분류가 되려나?

        ​

        “맞네, 이거 애니미즘이구나.”

        ​

        요즘은 일상이라 잊고 지냈다.

        ​

        이곳이 특이한 곳이라는 걸.

        ​

        신들의 힘이 실체를 가지고 있는 세상.

        ​

        자연이나 식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이라고 다를 게 없다.

        ​

        이래서 세계수와 정령들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걸까.

        ​

        순간, 느낌이 확 다가왔다.

        ​

        머릿속이 시끌시끌 해졌으니까.

        ​

        포옥 –

        ​

        루나가 등에 안기듯 달라 붙으며 소리 하나가 추가 되었다.

        ​

        머릿속으로만 맴도는 공수.

        ​

        몸주신이 아닌 다른 신들이 내려주는 것들.

       

       “바로 올라가시면 될 것 같아요.”

       

       “확실하게 가능한 것인가?”

       

       굿 좀 해 본 무당이라면 본능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이게 될 굿판인지 엎어질 굿판인지.

       

       무려 두 명의 신이 도와주려 하고, 몸주신 역시 도와주실 텐데 엎어지기도 쉽지 않은 굿이다.

       

       “된다고 하시네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파라몬 영감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부터 전력으로 산을 오르겠네. 불은 신경 쓰지 말고 무조건 앞으로 달리시게.”

       

       클로셀 영감이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마법사들은 마법진 해제를 멈추고 실드로 사람들을 보호하라.”

       

       “교단에서 언데드들을 뚫겠소.”

       

       옆으로 다가온 노르딘 백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번 회의 이후로 유난히 가벼워진 분위기로 나에게 자주 말을 걸었다.

       

       “나도 영지전 꽤 해 본 사람이네만…”

       

       “네?”

       

       “솔직히 내가 네크로맨서라면 진절머리가 날 것 같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쓰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글 실력이 부족하네요 ㅠㅠ

    내용이 길어질 것 같으면 연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지런히 필력을 길러 볼게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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