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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

       “안녕하세요, 예나님!”

        

       《네에, 안녕하세요.》

        

       살며시 내리깔리는 목소리에, 비음이 제법 섞여 있었다. 평소의 속삭이는 듯한 미성과는 사뭇 다른, 그러나 처음 듣는 건 아닌- 그런 목소리.

        

       ‘들어본 적이 있는데? 언제였더라……?’

        

       아크에게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다면, 과거 선사과 후저격 사태의 ‘사과’를 위한 통화에서 들었던 목소리임을 떠올렸겠지만-

        

       안타깝게도, 기억 저 편의 목소리까지 끌고 올 시간은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아……그 때, 인터뷰 말씀하신 건 관련해서요. 일정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쭈어 보려고 전화드렸어요.》

        

       수화기 건너편의 이예나는, 조금은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제법, 사무적이었다. 아크의 입장에선, 혹시 화난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인터뷰하자고 해 놓고 연락 안 드려서 서운하셨나? 그래도 챌린저 등반 중이셔서 어쩔 수 없었는데…….’

        

       아니면, 상황이 달라졌으니 굳이 인터뷰 따위 하고 싶지 않다는 눈치를 주는 걸까.

        

       하기야, 생각해보면- 방송 시작 1 일차에 잡은 약속이었다.

        

       그로부터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으나, 어느새 이예나는 무려 4,000 ~ 5,000명 규모의 시위대를 이끌고 다니는 스트리머가 되었더랬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점에, 굳이 합방 – 그것도 인터뷰 – 로 이미지 소모를 하기 싫어졌어도, 이상할 건 없다.

        

       방송 규모도 (일시적이나마) 비슷해진 와중에야, 더더욱.

        

       ‘그래도, 그렇게 급 따지면서 사람 대하는 스타일 같지는 않았는데.’

        

       “아……안 그래도 곧 여쭈어보려 했어요. 예나님 원하시는 대로 최대한 맞춰 드릴게요. 혹시 요즘 방송 흐름상 인터뷰 어려우시면 편히 말씀 주시고요!”

        

       불안한 심경으로 던진, 눈치를 보는 제안. 그러나 이에 대한 이예나의 반응은, 아크가 생각한 것과는 정 반대였다.

        

       《아……! 그러면, 그러면요. 인터뷰. 혹시 오늘 바로 할 수도 있을까요?》

        

       “네? 오늘이요?”

        

       《네에. 그 때, 질문도 이미 준비되셨다고 하셨고요.》

        

       “제가 그렇게 말해버리기는 했죠…….”

       

       그야, 준비가 되어있기는 했다.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건 놀라웠지만.

        

       다소 당황한 와중에도, 아크의 머리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

        

       ‘바로 깜짝 공지를 올리면…….’

        

       이전에 함께한 방송도 상당히 호평이었으니, 합방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을 터.

        

       마침, 최근 채팅창에서는 별다른 컨텐츠 없이 진지한 나오나 랭크 게임만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점점 늘고 있었으니- 타이밍도 좋았다.

        

       ‘다이아로 강등되지만 않았어도, 여유있게 이것저것 했을 텐데…….’

        

       떠올리자니, 새삼 다시 눈물나는 기억이었다.

        

       이예나의 챌린저 등반에 자극받아서, 탑 레이팅을 갱신해보겠다고 덤볐다가 맞이한 참담한 결과.

        

       아크는 고개를 저으며, 애써 생각을 집중했다.

        

       이예나와의 인터뷰는, 제법 큰 컨텐츠가 될 잠재력이 있었다. 시간을 두고 홍보를 하면, 더 큰 화제를 불러모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아크의 방송 흐름 상으로는, 빠르게 인터뷰를 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이예나 본인이 원하고 있었고.

       

       ‘왜지. 왜, 뭔가…….’ 

       

       그럼에도 선뜻 승낙을 외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 속 어딘가에서 불안함이 느껴지는 탓이었지만- 객관적으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이것저것을 고민하는 사이 이어진 침묵에 초조해진 걸까.

        

       무언가를 마시며 기다리던 이예나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제가……곧, 대회도 신청할 거여서요. 될지는 모르겠지만……되면, 한동안 또 일정 미뤄질 것 같고. 그래서, 바로 하는 게 어떨까 했어요.》

        

       “아, 대회! 이번에 나가세요?”

        

       무슨 대회일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트위트 언터처블스.

        

       이예나가 신청한다면, 참가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최초 여성 챌린저를 빼고 누굴 넣겠는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아크에게, 눈앞에 놓인 기회가 점점 더 빛나 보이기 시작했다.

        

       이예나는, 어떤 의미로든 화제의 중심에 설 것임이 틀림없는 스트리머였다. 실력. 성격. 목소리. 방송 스타일. 그 무엇으로 보더라도.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벌써 그 조짐이 보이지 않던가.

        

       만약,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라는 스트리머에 대한 관심이 폭증한다면.

        

       그리고 그 때, 미리 진행해둔 인터뷰 영상이 지튜브에 올라와 있다면.

        

       그것도, 저격부터 듀오까지 서사를 갖춘 인터뷰라면.

        

       ‘스트리머- 아니, 지튜버면 이건 못 참지.’

        

       어느새, 통화를 하기 직전까지 머릿속에 가득했던 걱정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당연한 결과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크는 천상 방송인이었고-

        

       이예나는 언제나, 탐스러워 보이는 버섯과도 같은 존재였기에.

        

       조금, 예쁘게 생긴.

        

       * * * *

        

       역시 당일에 바로는, 무리였으려나? 하고, 생각하던 순간.

        

       《네, 저야 감사하죠! 요즘 예나님 바쁘실 텐데, 감사해요. 그러면 오늘7시에 디스코스로 온라인 인터뷰 어때요? 질문지는 제가 통화 끝나고 미리 보내드릴게요!》

        

       어쩐지 제법 신난듯한 아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쉬운 건데. 뭐가 그리 걱정됐던 걸까.

        

       안도의 한숨에 이어-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앞으로는 그냥, 떠오르는 대로 부딪혀보자.

        

       무의미하게 침잠하지 말고.

        

       자그마한 다짐을 되새기며, 맹세의 의미를 겸하는 한 잔을-

       

       -쪼륵.

        

       《아. 그런데 한 가지…… 당부드릴 거가 있는데요.》

       

        아. 벌써 떨어졌네.

         

        “네.”

         

        냉장고로 성큼성큼 이동하며 대답하는 사이, 아크가 제법 무게를 잡아가며 말을 이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인터뷰까지 술 드시면 안 돼요.》

         

        ……그런 조건이 있었어? 분명, 지난 번에는 들은 적 없는데…….

          

        -까드득.

       

       아크의 착각 아닐까? 음. 그렇겠지.

         

        “네에? 무슨 말씀이신지…….”

         

        -쪼르륵.

         

        -꿀꺽.

         

        《술! 술은 진짜, 드시면 안 된다고…….》

         

        -쪼르륵.

       

       아닌가?

         

        《저기, 듣고 계시죠?》

         

        “네.”

         

        《……술, 안 드실 거죠?》

       

       아닌가 보네.

         

        -꿀꺽.

         

        “네에. 아크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에……당연하죠.”

         

        아쉬운 마음을 담아, 빨간 뚜껑을 천천히 돌려 닫으며 말을 흐렸다.

         

        “지금부터는요.”

        

       .

       .

       .

        

       컴퓨터로 디스코스에 접속하자, 통화가 끝나자마자 아크가 남겨둔 메시지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아크: (인터뷰 질문지.pdf)]

       [아크: 저희 인터뷰 대략 이 질문지대로 진행할 거고요]

       [아크: 불편하신 질문 있으면 미리 얘기해주세요]

       [아크: 제가 7시에 방송 키고, 오프닝멘트 하고, 간단하게 소개드린 후에 7시 20분 정도에 인터뷰 시작할 예정입니다]

       [아크: 술 진짜 안 돼요. 음주 인터뷰라고 느껴지면 방송 중단할 거에요]

        

       방송으로 나오나를 하는 것만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아크는 의외로, 꼼꼼하고도 단호한 성격이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나오나를 그렇게 꼼꼼하게]

        

       ……예전에, 얼음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서 견디는 실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었는데.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를 수 있던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던 사람들 대비 오래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무언가를 자제하는 힘을 어딘가에 써버리면, 다른 건 해야만 하는……이건, 과학 아닐까.

        

       [아크: ……채팅이랑 도네이션은 저랑 제 매니저가 최대한 관리할 거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괜찮을 거예요.]

       [아크: 선 넘는 도네이션 안 오게 단가 올릴 건데, 이번 인터뷰 도네 수익은 나중에 비율 맞춰서 챙겨드릴게요.]

       [아크: 혹시 궁금하신 거 있으신가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잘못보냈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 👍]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따봉]

        

       [아크: ……이따 뵐게요.]

        

       아크와 사전 협의까지 마치고 나니, 시간은 오후 6시.

        

       평소라면 아직 자고 있을 시간임에도 묘하게 정신은 멀쩡했다. 약간, 각성된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이미 깨끗한 책상을 괜히 한 번 더 정리하고, 인터뷰 질문지 파일을 열어 훑어보았다.

        

       미리 답변을 준비해야 할 정도로 조심해야 하는 질문은……없는 것 같네.

       

       솔직하게, 할 얘기만 하면 되겠지.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오늘 라인업 미쳤네 ㄷㄷㄷㄷ]

       [도댓 & 레반 도적 초대석

        

       아크 & 아따먹 인터뷰

        

       푸짐하다 푸짐해]

       –     도적초대석? 레반이?

       –     ㄴ ㅇㅇㅇ 요즘 방송에서 도적을 좀 알아야겠다고 하더니 본격적으로 배워보려는듯

       –     ㄴ 포변?

       –     ㄴㄴ 그렇게까지는 아니고 그냥 상대하는 법 배우겠다? 느낌이라고 했음

       –     시간 겹치는데 뭐보지

       –     ㄴ 닥전이지 ㅋㅋㅋㅋㅋ 아따먹 인터뷰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거라고 생각함?

       –     ㄴㄴ 아따먹 인터뷰는 창나는 거 보러 가는 건데;

       –     ㄴㄴ ㄹㅇ 무조건 닥후임

        

       [작성자: ㅇㅇ]

       [제목: 요즘 도적 갑자기 왜 뜨는거]

       [레반 방송에서 자꾸 도적도 고려해서 빌드 짜둬야 된다고 그러는데

        

       뭐 있나?]

       –     아따먹 챌린저 달성 때문 아닌가

       –     ㄴ 또라이 장인 하나야 어느 게임에나 있는 거지ㅋㅋㅋ

        

       [작성자: 갱생광질]

       [제목: 최고에요 도적도적]

       [(전적 캡쳐)

        

       최고에요 도적도적

        

       오늘의 도적은 승률 60%

        

       도적이 좋았어]

       –     광질아………우야다 이래 됐노……

       –     존나 꾸준히 도배하네

       –     닉 도질로 바꿔라 씹새야

       –     ㄴ 그럴까?

       –     ㄴㄴ 그럴까 이지랄하고 있네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ㄴㄴ 여자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개인 사정상 조금 일찍 업로드했어요. 앞으로도 토요일엔 가끔 빨리 올리게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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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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