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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로 물들었다.

         

       “…….”

       

       슬픔과 무력감으로 점철된 얼굴을, 바닥으로 떨구지 않는 것이 리브가가 내보일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대악마. 그 단어의 무게를 리브가는 잘 알고 있었다. 수백, 수천 년 동안 아득한 힘을 쌓아온 마계의 절대자들. 아무리 올리비아가 대마법사라지만, 수천 년을 살아온 대악마와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결국 승패는 예정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언니는 강해!“

         

       리브가는 피를 토하듯이 말했다.

         

       신을 섬기는 자로서, 도저히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당신같은 악마 따위에게 지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등을 돌리더라도, 자신만큼은 올리비아를 믿어야 했다.

       

       올리비아의 눈썹이 약간 위로 올라간 채 정지했다. 그건 연기 따위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당황한 것이다.

         

       “난 올리비아 언니를 믿어.”

       “…….”

         

       울먹거리는 눈동자에서도 드러나는 결연한 의지.

         

       올리비아는 오랫동안 이 어린 성녀를 바라보았다.

         

       게획대로 리브가의 악마가 되었지만, 기분은 예상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웠다. 차라리 노골적인 살의가 낫다고 느껴질 정도로.

         

       “성녀.”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은 철저하게 악마가 되어야 했다.

       기억 속의 자신이 악마가 될수록, 현실의 자신이 비참한 희생양이 될테니까.

       그래야 현실의 리브가가 자신을 용서해 줄 수 있을테니까.

         

       올리비아는 입을 여는 대신 주먹을 꾹 쥐고 리브가를 노려보았다. 언뜻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분노한 모습이었지만, 실은 리브가가 마음을 추스릴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리브가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닥쳐……!”

         

       심장이 짓눌린다.

         

       “당신은 올리비아 언니를 이기지 못해. 아스모데우스. 당신이 올리비아 언니에게 된통 당했다는 건, 진체도 잃고 정신만 기생하고 있는 꼴만 봐도 알 수 있어!”

       “하나는 알겠구나. 너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리브가가 피를 토하듯 외쳤다.

         

       “당신은 상대를 잘못 골랐어! 당신은 언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몰라! 수백 년 동안 언니보다 뛰어난 마법사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거야!”

         

       아무리 천재라도 아스모데우스를 홀로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마계의 네 지배자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

       명실상부 마계의 2인자를, 올리비아가 어떻게 할 수 있을 턱이 없다.

         

       리브가가 발악하는 것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너는 반드시……반드시 내가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

       “그럴 수 있을까?”

         

       리브가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밤바람에 흩날리는 올리비아의 백발과, 사파이어보다 아름다운 눈동자와, 유려한 속눈썹과, 새하얀 피부를 기억 속에 새겨넣었다. 마치 마지막으로 볼 사람처럼.

         

       “어.”

         

       리브가는 목소리는 차가웠다.

         

       “당신이 올리비아 언니의 정신 속에 파고든 건, 나 때문이야. 그렇지?”

       “왜 그렇게 생각하니?”

       “당신은 내가 어렸을 때도 나를 죽이려고 했어. 하지만 그러지 못했지. 그래서 나는 당신의 유일한 치부였을거야. 수천 년이 넘는 삶 동안 수없이 모든 것들을 제 의지대로 관철해왔을 당신이, 유일하게 따내지 못한 트로피가 바로 나니까.”

       “…….”

         

       올리비아는 조용히 리브가의 말을 들었다.

         

       [‘성녀 리브가’가 ‘거짓 간파’를 사용 중입니다.]

         

       대답하는 순간, 거짓이 들통날테니.

       

        “당신 같은 대악마에게는 그게 엄청난 수모였겠지. 고작 4살 배기 아이에게 당한거니까. 그래서 진체를 잃는 수모를 감수하면서까지, 내 곁에 잠입하려고 한거야.”

         

       그 때문에 방해할 수 없었다.

         

       리브가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그래서 올리비아 언니를 선택했겠지. 왜냐하면 올리비아 언니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내 유일한 가족이니까! 그 사람을 선택하면 내가 흔들릴 걸 아니까!”

         

       소중한 사람.

         

       올리비아는 문득 거울을 보고 싶어졌다.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웃고 있지는 않을 거라는 것.

       

       리브가가 악을 썼다. 악을 쓰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당신은 사람을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 악마인 당신은 죽어도 이해하지 못할테니까!”

       “……희생?”

         

       올리비아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것 뿐이다.

         

       [‘성녀 리브가’가 ‘성역 선포’를 사용합니다.]

         

       빛이 있었다.

         

       츠츠츠츠츳!

         

       압도적인 신성력이 사방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현재 ‘성역’에 들어와 있습니다!]

       – 마나 재생력이 대폭 감소합니다!

       – 고대 마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마나 소모량이 대폭 증가합니다!

       – 캐스팅 시간이 대폭 증가합니다!

         

       참회동에서 마주했던 알림창들이 올리비아의 눈 앞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새하얀 사슬이 올리비아의 몸을 붙들었고, 다리를 붙잡아 무릎을 꿇렸다.

         

       성역 선포에 이은 속박 술식이었다.

         

       온 몸에서 압도적인 물리력이 느껴졌다. 성인 남성 수 명이 동시에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벗어날 수 없었다.

         

       “지금 뭐하는 짓…….”

         

       올리비아는 입을 다물었다. 리브가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숨이 턱 막혔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움 받을 준비가 된 사람의 얼굴이었다.

       아니, 단순히 미움 수준이 아니다.

       온갖 증오로 점철된 말을 들어도, 겸허히 받아들일 결심을 마친 사람의 얼굴이었다.

         

       “이곳에는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출입하지 못해. 사용인들도 오지 않을거야. 내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거든.”

       “……이 몸의 주인이 제국의 대마법사인 걸 까먹은 거니? 황제가 가만 있지 않을텐데.”

       “아니, 그럴 일은 없을거야. 황제는 당신이 어디로 사라진 줄도 모를테니까.”

         

       리브가가 슬프게 미소지었다.

         

       “나만 입다물면 돼. 그러면 당신이 여기 갇혀있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해.”

       “……거짓말을 하겠다고?”

        “필요하다면!”

         

       빛의 교단이 목숨처럼 따르는 아홉 개의 교리, 통칭 9계명.

         

       그 중 하나가 바로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였다.

         

       리브가의 말은 9계명을 대놓고 어기겠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정녕 미쳐버렸구나. 성녀.”

        “말했잖아. 당신 같은 악마는 이해 못한다고.”

       

       계명을 어기는 것은 곧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과 마찬가지.

         

       그것은 곧 신성력의 소실을 의미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녀인 리브가가 계명을 어긴다면, 정말로 엄청난 양의 신성력을 잃게 될 것이다.

         

       어쩌면 성녀직에서 박탈될 정도로, 엄청난 불명예였다.

         

       “이렇게 해두면 이 몸의 주인이 깨어났을 때 너를 용서할 것 같니?”

        “아니.”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였다.

         

       “다 각오한 일이야.”

         

       고해성사 때보다 더 차갑다고 느꼈을 정도로.

         

       “용서받지 못해도 상관 없어. 나는 올리비아 언니만 괜찮다면 그깟 불명예 따위 얼마든지 짊어질 수 있어. 당신이 아무리 강한 악마라고 해도 성역에서는 우리 언니한테 해코지하지 못할테니까.”

         

       리브가를 너무 얕봤다.

         

       “나는, 언니만 괜찮으면 돼.”

         

       정확히는, 마지막 남은 가족을 잃고 싶지 않은 아이의 의지를 너무 얕봤다.

         

       ‘……그래서였나?’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올리비아는 몰살엔딩을 보기 위해, 마음을 정말로 독하게 먹었었다.

         

       하지만 그랬던 그녀조차, 마음이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

         

       – 제발……제발 여기서 멈춰요. 언니. 아직 돌아갈 수 있어…….

         

       눈 앞에 리브가가 쓰러져 있었다.

         

       수십 만이 스러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을텐데도, 갑옷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를 보며, 올리비아는 생각했다.

         

       그 멜리나조차 방어는 했을진데, 어째서 리브가는 저항조차 하지 않는 걸까.

         

       왜 죽을 걸 알면서도 피하지 않는 걸까.

         

       왜.

         

       [치유 마법을 사용하시겠습니까?]

         

       흔들렸다.

         

       그때 처음으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

         

       올리비아는 침묵했다.

         

       고개를 떨궜다. 깊은 곳에서 한숨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틀어막으며 말했다.

         

       “성녀.”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듣고 있을 것이다.

         

       아직 인기척이 사라지지 않았으므로.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남은 시간 : 4분 21초]

         

       충분했다.

         

       ‘이 방법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효과는 확실했지만 ‘현재’로 돌아왔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컸기에, 사용하지 않았던 수단.

         

       하지만 지금처럼 억류당할 바에야,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

         

       “너는 이 몸의 주인을 잘 아는 듯이 말하지만, 그렇지 않아.”

       “…….”

       “네가 아는 건 티끌뿐이다.”

         

       근처에서 신성력이 넘실거렸다. 거기에는 한없이 정제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어디 악마 주제에 그 따위 말을 지껄이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대답해봐라. 이 몸의 주인이 몇 년을 살아왔는지 아나?”

         

       리브가가 조소했다.

         

       그녀가 막 답하려는 순간, 올리비아가 웃음을 떠뜨렸다.

         

       “25년? 그럴 리가. 이 년은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았다.”

       

       거짓이란 무엇인가.

         

       “거짓이 아니라서 당황스럽나?”

         

       거짓이란 사실과 어긋나는 것, 즉 허위(虛僞)를 말한다.

         

       그렇지 않은 것을 사실처럼 말하는 것이 거짓이다.

         

       “백 년? 천 년? 오천 년? 내 장담하건데, 그보다는 더 살았을거다.”

         

       그렇다면, 지금 말하는 것은 거짓인가?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성녀여. 인간의 삶이 끊임없이 반복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면, 그것은 없던 일이 되어버리는 것인가?

         

       “미쳐버린다. 아무리 숭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끝내 미쳐버리는 것이다. 의지는 사라지고, 목적만 남아버린 인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그만.”

       “모르겠지. 알 리가 없겠지. 네년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을거다. 필멸을 사는 이가 영원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그만!”

         

       리브가가 소리쳤다.

         

       “그만, 그만…….”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비수에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심정이겠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언제부터, 연기는 연기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에.

         

       “뭐라고? 언니만 괜찮으면 된다고? 지금의 광경을 꼭 그 언니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 자기가 몇 번씩 죽어가며 지켜낸 동생이, 자신을 이렇게 겁박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똑.

         

       무언가 눈 앞에 떨어졌다.

         

       물방울.

         

       “……어떤 기분일까?”

         

       리브가의 얼굴에, 비가 내렸다.

         

         

         

       [제한 시간이 종료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분뇨조절장애님 5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

    – 항상 감사드립니다. 매번 글을 쓰면서 지칠때, 이런 후원이 정말로 도움이 된다는걸 저 스스로도 참 많이 느낍니다. 단순히 지원받는 느낌을 넘어서,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할까요.
    항상 힘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열심히 쓰겠습니다!!!!!!!!!!!!!!!!

    악!!!!!!

    ▪︎페링님 18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 단일 후원으로 역대 최대규모입니다. 1800코인이라니!!!!!!! O(≧∇≦)O

    제 글을 1800코인 어치만큼 재미있게 봐주셨다고 생각하니, 얼떨떨하기도 하고, 기쁘네요.

    후원해주신 값어치 이상의 글을 쓸 수 있도록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개천절) 은 휴재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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