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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0

    <770 – 용사답게(16)>

     

    물론 교장은 그 사실을 눈으로 보아서 알고 있지만 오크노디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게 더 ‘재미있으니까’.

     

    [뭔진 모르겠지만 일이 꼬였다는 뜻이렷다?]

    “그런 셈이죠!”

    [대충 듣자 하니 네 ‘외신권속 소환술’은 금기를 범함으로서 성립되는 모양인데.]

    “그렇죠?”

    [금기를 꼭 기억으로만 범하라는 법이 있더냐?]

    “아앗?”

    [네가 익힌 이름 잃은 신의 권능은 가지고 있다가 언제 쓸 작정이냐.]

    “아아앗!! 그게 있었지!!”

     

    오크노디가 금기를 범하는 방법은 금단의 지식을 NPC에게 스포일러하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미래의 힘을 불러오는 동방의 대신격 석가모니의 권능 삼법인의 사용 또한 금기를 범할 수 있다.

     

    ━━━

    [석가의 권능 삼법인]

    제행무상(諸行無常) – 우주만물은 한결같지 아니하며 모두 변화하니, 경지 또한 그러함에 얻는 효과가 <경지임대>.

    제법무아(諸法無我) – 만물의 실체와 나라는 자아는 존재하지 아니하니, 형태 또한 그러함에 얻는 효과가 <성장임대>.

    열반적정(涅槃寂靜) – 번뇌를 소멸하여 평온을 얻고 열반에 도달하니, 심신의 안전 또한 그러함에 얻는 효과가 <무적임대>.

    ━━━

     

    현재의 일격 하나를 상위경지로 끌어올리고 추후의 일격 하나를 하위경지로 사용하여 갚는 것이 제행무상의 경지임대.

    현재의 신체상태를 미래의 신체상태로 앞당기고 미래의 신체상태를 현재의 신체상태로 전환하여 갚는 것이 제법무아의 성장임대.

    현재의 기능경험점을 제물로 바쳐서 해당 기능이 극에 도달한 미래의 힘을 발휘하고 미래에 해당 기능의 극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열반적정의 무적임대였다.

     

    이중 무엇을 사용해도 미래의 금기를 범하는 것이니 금기위반이라 할 수 있다.

     

    “근데 이 금기를 위반해서 소환되는 존재는 근력올인뿐인데요?”

    “아카데미에서 그간 뭘 배운 거냐. 술식개변은 시도도 하지 않고 약한 소리나 내다니.”

    “아하!”

     

    오크노디는 고인물로서 크게 반성했다.

    교장의 말대로였다.

    마법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않는가.

    물론 마법사들이 들으면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지가 무슨 새끼 드래곤 해츨링도 아닌데 운명과 미래를 엮은 가장 거대하고 복잡한 위상술식을 뜯어고치려고 든단 말인가.

    금기를 범한 부작용으로 처벌을 위해 나타나는 운명의 반대급부를 원하는 임의의 존재로 지정하는 짓은 교수들이라도 못 할 짓이었다.

    단순히 생각해도 운석 하나 소환하는 것은 인력을 잔뜩 발휘하거나 순간이동에 차원이동을 더하는 것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금기처벌자는 인력으로 당긴다고 당겨지지도 않고 순간이동이나 차원이동이 먹히지도 않는다.

    운석보다 거대한 운명력에 의해 요지부동으로 제 위상을 지키기 때문이다.

     

    [요것 봐라? 재단의 이사장이 영혼에 어디 이계외신의 신격의 부스라기라도 집어넣었나?]

     

    그런데 오크노디의 부름에는 이상하리만치 간단히 이끌리는 존재가 느껴졌다.

    머나먼 이계의, 이 세계에는 존재해서는 안 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 땅 위에 강림하려는 존재들의 운명력이.

     

    ━━━

    <옛 신의 유산>

    <삼법인의 권능 – 1식 제행무상諸行無常>

     

    <경지임대>

    <발동기능 – 덮어씌우기>

    ━━━

     

    오크노디는 오래도록 남들에게 억까를 당하도록 만들며 쌓고 쌓았던 저금통 하나의 배를 갈랐다.

    덮어씌우기.

    한 존재의 종족값이나 기능경험치, 성별, 기능발현의 성공유무 따위를 순간적으로 변질시킬 수 있는 강력한 기능이 펼쳐졌다.

    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한 덧씌우기를 하려는 걸까.

    얼마나 먼 미래의 덧씌우기를 가져오는 걸까.

    기능과 권능을 발현하자마자 드래곤 교장은 그 실체를 깨닫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

    맛 덮어씌우기

    흑빵 → 무작위 유니크 등급 진미

    지정범위 → 아카데미 매점

    적용대상 → 오크노디

    ━━━

     

    [에라이 이 잡것아!]

     

    귀신도 곡할 정도로 쓸모 없는 마법이었다.

    세계의 섭리를 비트는 마법을, 그것도 금기를 범하는 대가로 처형자가 뜨는 권능을 하필이면 저딴 하찮은 방법으로 허비하다니!

    욕을 먹어서 그런지 오크노디의 표정이 좋지 않게 일그러졌다.

     

    “으으.”

    [이제야 네가 얼마나 귀한 자리에서 헛된 짓을 벌였는지 알겠느냐? 혹여나 무리를 하더라도 중간계 최강의 내가 뒤를 봐줄 수 있는 자리에서 그딴 하찮은 방식으로 금기를 범하다니!]

    “역시 출력이 너무 작았나봐요. 처형자가 불려오는 기분이 들지 않아요!”

    [좀 더 제대로 된 권능을 발현해라.]

    “이번에야말로 큰 거 한 방 갈게요!”

     

    아무리 그래도 한 번 꾸짖었지만 말귀를 알아먹겠지.

    오크노디를 너무 얕본 생각이었다.

     

    ━━━

    <옛 신의 유산>

    <삼법인의 권능 – 제 3식 열반적정(涅槃寂靜)>

     

    <무적임대>

    <발동기능 – 덧씌우기>

    ━━━

     

    한순간의 미래의 힘을 불러와 근시일 내에 사용할 해당 기능의 위력이 감소하는 1식 제행무상을 보다 거대한 범주에서 사용하는 권능.

    현재의 기능경험점을 제물로 바쳐 극의에 도달한 미래의 힘을 빌리고, 영원히 극의에 도달할 자격을 박탈당하는 3식 열반적정의 권능.

    덧씌우기의 극의를 이미 깨우쳤던 오크노디의 극의임대는 <이중극의> 임대로 이어졌다.

     

    ━━━

    맛 덮어씌우기

    흑빵 → 세상 모든 음식 중 무작위 맛

    지정범위 → 중간계

    적용대상 → 모든 생명체

    ━━━

     

    감히 분수를 넘어서 섭리 그 자체를 조롱하는 변화를 꾀하려는 시도에 어마어마한 차원압력이 오크노디를 집어삼켰다.

    이딴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겠다고 금기를 범하는 게 과연 맞는가 하는 허탈함 반, 애한테 이런 걸 시킨 내가 나빴다는 후회 반.

    드래곤 교장은 그런 양념 반 후라이드 반처럼 찰진 후회 속에서 차원순력을 전개했다.

     

    [이 작은 것의 의지가 곧 중간계의 지배자인 내 뜻이다. 중간계의 그 누가 나의 법칙에 도전하여 맞설 수 있느냐.]

     

    세계 저편 어딘가에 존재하는 미약한 별, <미식>과 <괴식>, <악식>이 세찬 별빛을 내뿜으며 불길한 번쩍임을 보였다.

    그것은 교장이 거느린 일백차원에 속하지 않은, 보다 먼 곳에 자리한 세계의 별이었다.

    그러나 우주의 섭리에 근간을 둔, 마땅히 존재해야 할 개념신의 의지이니 개념 그 자체를 뒤흔드는 개변 앞에서 거리의 짧고 멈에 구애받지 아니하였다.

     

    [과연… 우주의 상급신. 고위성좌들인가? 알고 있다. 중간계의 작은 별은 우주의 광활함에 비하면 티끌이나 다름없으며, 그런 티끌들에도 빠짐없이 개념을 투사하는 <우주영역>의 보유자들이 저 광활한 우주의 저편에는 수도 없이 존재함을.]

     

    미식의 별이 반짝반짝 빛을 내뿜으며 그 말이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괴식의 별이 세차게 번쩍거리며 섭리에 순응하고 개념을 어지럽힌 혼돈의 아이를 감싼 차원순력을 해제하라며 윽박질렀다.

    악식의 별이 불길한 붉은 빛에 휩싸이며 하찮은 저항은 그만두라고 경고했다.

     

    [허나 이 별은 나의 것. 그 어떤 상급신도 이 별 안에서는 나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

     

    드래곤 교장이 우주를 향해 포효를 내질렀다.

    차원순력을 뚫고 들어오려던 고위성좌들은 각자의 권능을 타고 역으로 밀고 들어오는 드래곤 교장의 노기에 화들짝 놀랐다.

    간혹 그런 존재들이 있다.

    한 세계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 세계를 떠나지 못하되, 그 세계 안에서는 유난히 강한 힘을 보이는 세계의 수호자들이.

    세상은 그런 수호자들을 수호신이라고 불렀다.

    드래곤 교장은 인근 일백차원을 정복하고 그 너머의 무수한 외신들의 접근을 물리칠 정도의 강력한 수호신과도 같은 강함을 선보였다.

     

    [나의 뜻이 현계의 유희에 있기에 열반에 오르지 않아도 이만한 힘을 보이거늘, 선을 넘는다면 어찌 될지 그 몸으로 깨우치고 싶으냐?]

     

    상위신격들이 놀라 다급히 오크노디를 노리던 힘을 거두고 달아났다.

    반짝반짝…

    졸렬하게 빛나는 성좌의 힘이 너희에게는 우리의 개념을 누릴 권리가 없으며, 영원토록 모든 음식에서 맛을 느끼지 못하는 무미의 저주를 받을 거라 속삭였다.

    드래곤 교장은 달아나던 힘을 도로 끌어당기는 것으로 간단히 화답하였다.

     

    -?!

    -%^$@#$

    -■■■■!!!

     

    성좌들은 발광하며 몸부림을 쳤으나 드래곤 교장은 들은 체도 않고 우주의 먼지 부스러기들을 모아 세 신의 분체를 휘어감고 압축하였다.

    밤하늘이 황색으로, 청색으로, 적색으로 몇 번이고 물드는 괴기현상에 대륙의 모든 생명체가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하고 두려워하며 벌벌 떨었다.

    그러나 이는 세계멸망의 징조 따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에 세 개의 톱니바퀴가 늘어났음을 알리는 축포나 다름없었다.

     

    <미식의 달>

    <괴식의 달>

    <악식의 달>

     

    우주쓰레기들에 집어삼켜진 세 상급신의 개념의 일부는 이제 행성 주위를 회전하는 세 개의 달로 전락하였다.

    알록달록한 황색과 청색, 적색의 달이 한 아이의 순진무구한 금기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중간계의 신학자들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기가 막혀할까.

    교장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그만큼이나 요란한 소동을 벌인 금기다.

     

    “와, 소환 성공!”

     

    마침내 오크노디가 근력올인에 대적할 또 다른 분체의 소환에 성공했다.

     

    <157회차의 체 력올인패턴파악이좋아 전사>

    <229회차의 체 력올인패턴파악이좋아 전사>

    <332회차의 체 력올인패턴파악이좋아 전사>

     

    하나도 아닌 무려 셋이나 되는 다른 회차의 전사를.

     

    “최강회차의 체력올인은 못 뽑았는데 그럼 질 대신 양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어요! 저 잘했죠?”

     

    드래곤 교장의 드래곤 펀치가 쥐새끼의 머리통을 쿵 내리쳤다.

     

    “으앙! 왜, 왜 때려요…! 내가 얼마나 열심히 술식 개변했는데!”

    [어휴, 말을 말자.]

     

    울상을 짓는 오크노디와 멀뚱멀뚱 자신을 쳐다보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가늠하려 애쓰는 세 명의 체력올인들을 바라보며 드래곤 교장은 머리가 아파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월드보스를 소환하는 흑막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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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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