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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3

    <773 – 용사답게(19)>

     

    낙하산 교수들이 줄줄이 쓰러지기 시작하니, 용사파티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남은 교수들이 궁지에 몰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크악! 너, 너… 이런 상황에서까지…!”

    “학생들이 교수를 죽여서 힘을 얻는다면 우리도 동업자를 죽여서 힘을 길러야 하지 않겠나? 너무 원망하지는 말게. 자네 복수는 내 대신할 테니!”

    “이런, 개새…”

     

    배후에서의 기습에 원통함을 드러내던 교수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아무리 제국파 교수가 낙하산에 자신들의 무능함을 감추고자 학생들을 가혹하게 굴릴 줄만 아는 쓰레기들이라도 설마 적 앞에서 팀킬을 해가며 힘을 불리려고 드는 인간말종이라고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용사파티는 정신이 멍해졌다.

    그 망설임의 틈이 교수들에게는 기회였다.

     

    “크악!”

    “아악!”

    “커헉!”

     

    용사파티가 아닌 같은 교수에게 펼쳐지는 암수를 예상치 못하거나 배신의 판단이 늦은 이들이 줄줄이 죽어 나갔다.

    차라리 모두가 합심하여 지연전에 돌입했다면 이사장이 지원에 나섰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배신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도저히 이사장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이루어진 배신.

    살아남으려면 마지막까지 동료들을 죽이며 살아남은 교수가 홀로 용사파티 모두를 감당해야만 했다.

     

    “되찾았다.”

    “…!”

     

    최후의 교수 무르무르는 교수들의 주검 위에 선 채로 불길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정녕 인간말종 쓰레기라서 서로를 해치며 힘을 기른 줄 아는가? 틀렸다. 한 명이라도 이 방식으로 힘을 몰아서 받으면 누군가는 영역4단계를 발현할 마나량을 되찾으리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강력한 마나탈진 부작용을 극복하고도 남을 각 교수들의 선천진기와 마나가 메말랐던 그릇을 가득 채우고 논두렁처럼 갈라진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영역 4단계를 되찾은 무르무르 교수가 두 팔을 벌리니, 그의 손짓을 따라 죽어 쓰러진 교수들의 원혼이 딸려나와 <사령>으로 일어섰다.

     

    “내게 원한이 있음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용사파티를 향한 원한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인가? 자네들이 직접 고르게. 하나를 죽이고 모두를 놓칠지, 하나를 참고 모두를 죽일지. 더 많은 원한을 달랠 기회가 아닌가.”

     

    사악한 것들은 죽어서도 생각이 비슷한 걸까.

    교수들의 사령이 일제히 용사파티의 모두를 영체의 몸으로 노려보았다.

     

    <영역4단계 – 사령영역>

    <효과 – 각자에게 살해당한 생명의 사령이 영역 내에 강림한다.>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구천에 남아 원한을 호소하던 유령에게 그 원한을 해소할 힘과 영체를 일시적으로 제공하는 기술.

    제국의 금기를 너무나도 당연히 범해버린 제국파 교수 무르무르의 만행에 용사파티는 치를 떨었다.

     

    “저딴 것도 교수야?”

    “반대다. 나처럼 가문의 체면도 개인의 체면도 돌아보지 않는 놈만이 제국파 교수가 될 수 있지. 너희는 체면을 버린 자의 강함을 모른다.”

     

    무르무르는 만인에게 두고두고 욕을 먹을 제국파 교수의 자리에 올랐다.

    학위와 수상경력을 가문의 지원과 선황의 지원에 힘입어 조작된 경력과 권위를 얻었다.

    그 사실을 아는 많은 이들에게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거짓된 교수직의 영광을 누린다.

    보통 뻔뻔하지 않고서야 저지를 수 없는 짓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무르무르만큼이나 뻔뻔한 사람이 한 명 더 존재했다.

     

    “확실히 체면은 허울이죠. 지키기는 힘들지만 어기면 간단히 강해질 수 있는 거추장스러운 허울.”

    “흐흐. 넌 역시 용사가 되지 말아야 했어. 네게 흐르는 피는 역겨운 나와 하등 다를 것 없어. 그러니 같은 위치까지 끌어 내려주마. 동료를 잃고 혼자가 된다면 그 도도한 얼굴도 추하게 일그러지겠지!”

     

    무르무르의 지원마법이 사령교수들의 영체에 강력한 버프를 연달아 걸었다.

    교수들은 감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벌레처럼 학점을 구걸하던 학생들 따위에게 열세에 몰려 죽은 사실에 원한을 품었다.

    그들의 소인배스러움이야 어쨌건 원한의 깊이만큼은 진짜였고, 원혼의 크기에 비례하여 더욱 강해지는 악령들의 특성상 사령이 된 교수들은 전투력의 감소도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생체마나에 의존하던 생전보다 원한의 크기만큼 음에너지를 얻는 원혼 상태의 지금이 직전까지보다 곱절은 더 강했다.

     

    “이 살아서도 죽어서도 도움이 안 되는 쓰레기 교수들 같으니라고!”

    “니세, 싸울 수 있냐?!”

    “…너무 큰 힘을 발휘한 여파로 몸의 상태가 말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나서려던 니세의 앞을 용사파티의 탱커 바닐라가 가로막았다.

     

    “바닐라. 전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진정하시고 잘 보세요. 이젠 저희가 나설 필요조차도 없습니다!”

    “원군이라도 있는 거야?”

    “어떤 의미로는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아는 얼굴이기도 하지요!”

     

    머리까지 오른 열이 식어내리자 니세도 전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아앗, 저것들은?!”

     

    바닐라의 말이 옳았다.

    본 기억이 있다.

    제국의 수도, 제도에서 선황의 뒤를 이어 황제의 자리를 물려받았던 황태자.

    아니, 최단기 물로켓 황제.

    파케 히우그마그의 원혼이 이슈타르의 위에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교수 무르무르>

    <영역4단계 – 사령영역>

    <효과 – 각자에게 살해당한 생명의 사령이 영역 내에 강림한다.>

     

    교수 무르무르의 사령영역은 자신뿐만 아니라 영역 내에 속한 모든 이들에게 원한을 품고 구천을 떠도는 원혼에게 죄다 영체를 지급했다.

    이는 용사로서 온갖 악인들을 처단했던 이슈타르의 곁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 현상이기도 했다.

     

    “지금 짐에게 역심을 드러내는 것이냐?”

    “아니, 그게… 황제폐하께서도 용사에게는 유감이 많지 않으십니까?”

    “닥쳐라. 어느 안전에서 감히 말대꾸를 하느냐.”

     

    물로켓 황제가 악령교수들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드는 사이, 다른 사람의 주변에도 악령이 나타났다.

    이슈타르와 함께 초기부터 용사파티를 함께 해왔던 첫 번째 동료 성녀 유피의 곁에 나타난 악령들은 그녀의 ‘신성폭탄두개골’ 컬렉션에 들어있던 쟁쟁한 악인들의 원혼이었다.

     

    “오, 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오!”

    “움직인다. 한번 죽어 사라진 몸이 다시 움직인다!”

    “이번에야말로 날 죽인 성녀에게 원한을 갚…”

    유피의 곁에서 영체를 얻고 일어선 어느 악인이 어느새 보관 공간에서 나온 신성한 유골함 주머니를 발견하고 흠칫했다.

     

    “잘됐네. 한번 죽인 걸로는 성에 차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또 죽일 수 있다니.”

     

    악인들은 신중하게 유피를 관찰했다.

    어릴 적에도 강했던 성녀는 기프트 아카데미의 살인적인 커리큘럼을 거치며 더 강해졌다.

    심지어 오늘은 교수도 여럿 때려 죽였다.

    뎅강뎅강 참수의 신 골고다가 보는 자리에서 참수도 몇 번 저지르며 신앙표현도 했다.

    덕분에 신앙심도 오르고 신이 하사하는 권능도 한층 더 강해졌다.

    대충 봐도 물리내성이 강한 유령조차도 피할 수 없을 강력한 신성력의 힘이 느껴진다.

    그런 신성력을 한때 제 몸의 일부였던 유골로 맞기까지 해야 한다.

     

    ‘진짜 존나 아플 것 같은데?’

    ‘우린 경지가 그대로인데 얜 더 강해졌잖아.’

     

    조금 고민해보니 견적이 나왔다.

     

    “잘 생각해 보니 어린 것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지.”

    “나만 당하지 않아서 덜 억울하긴 해.”

    “세상에는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잘못된 길을 걷는 불우한 녀석들도 있으니 나 정도면 괜찮게 살다 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악령들은 두런두런 속세를 초월한 수도승 같은 감상을 남기더니 점차 몸이 흐릿해졌다.

     

    “어차피 저것도 시간이 지나면 4학년이 되겠지. 그 미래를 생각하니 속이 시원해졌어.”

    “연애도 못 하고 평생 수천살 먹은 신들의 훈수질이나 들으면서 악인이나 때려잡다가 죽을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처녀의 인생이 어찌 망가질지 생각하니 복수 딱히 안 해도 되지 않나?”

    “복수한다고 개겼다가 아프게 퇴마당할 바에야 한 대 때리지도 못하게 먼저 성불해버리면 그만이지. 잘 있어라, 이 못돼 쳐먹은 계집아!”

     

    악령들은 지들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내뱉으며 그렇게 영체를 벗어던지고 구천을 벗어났다.

    힘 한번 쓰기도 전에 욕만 바가지로 먹은 성녀 유피는 어이도 없고 화도 나서 씩씩거렸지만, 두개골에 유골에 죽어서도 능욕을 당했던 악인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복수는 막을 길도 없었다.

    욕하고 성불하고 튀어버리겠다는데 성불 못하게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야, 이 나쁜 새끼들아! 다시 돌아와!!”

    “기껏 영체를 줬더니 남의 리소스만 잡아먹고 이게 뭔 경우 없는 짓거리냐!!”

     

    성녀와 교수가 동시에 성불한 악령들을 욕하는 광경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진귀한 구경거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집단성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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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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