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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5

        

       주물이라는 것은 쉬이 만들 수 있는 녀석은 아니다.

       물론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지는 않다. 우연하게 만들어지는 일도 있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꽤 있으며, 심지어는 어린아이가 이것저것 의식을 어설프게 행하다가 만들어지는 일도 있는 것이 주물이었으니, 첨단과학 같은 것에 비해서 확실히 진입장벽이 낮다고 할 수 있겠다.

         

       애초에 주술이라는 것이 진입장벽이 낮은 이능인 만큼, 그것으로 이루어지는 물건인 주물 역시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맞기도 하다.

         

       그렇기에 주물이 주술로 만들어지거나 주술적 성질을 품고 있는 만큼 그 단점 역시 공유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대가.

       같은 조건에서 행했음에도 다르게 나오는 결과.

       가볍다가 무겁다가 널뛰듯 움직이는 필요한 대가의 양.

       의식이나 재료가 다르다는 이유로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

       …

       …

       …

         

       보급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처럼 주물(呪物)이라는 것은 만드는 것부터가 수많은 난관과 고난을 넘어야만 했다.

         

       심지어 그렇게 만들어진 주물이 대단히 쓸모가 있냐고 물으면 그것 또한 아니다.

       만드는 데 대가를 먹었으면 됐지, 사용할 때도 대가가 있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소지하고 있거나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대가를 지속적으로 지불해야만 하는 일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많이 언급되는 ‘아케메네스의 보석 목걸이’의 경우 자신을 소유한 사람의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빨아들이며 보석을 빛나는 데에 사용한다. 이 보석 목걸이의 형태를 한 주물은 아케메네스 왕조 멸망 이후 여러 주인의 손을 거치며 수많은 이들을 잡아먹었고, 현재에는 프랑스가 박물관에 엄중히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예시에서 볼 수 있듯 주물이라는 것은 아티팩트처럼 편리한 물건이 아니다.

       그렇기에 근대의 학자들은 아티팩트와 주물의 차이를 ‘리스크’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아티팩트의 경우 에너지를 대가로 발동하되 주인에게 아무런 리스크를 부여하지 않지만, 주물은 온갖 유·무형적 대가를 징수해가며 주인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이 바로 그 근거였다.

         

       물론 이러한 정의는 대가를 징수해가지 않는 주물의 발견, 주인의 생명력을 마력으로 치환해서 발동하는 아티팩트의 등장 등 여러 전환점과 연구를 거치면서 바뀌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주물이라는 것은 안정적으로 만들기도 어렵고, 만드는 데 필요한 대가의 양도 범상치 않으며, 항시 리스크나 대가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 그렇기에 일반적으로는 만드는 것도, 다루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상식이었다.

       많은 나라에서 주물을 연구용이나 위급상황에서나 사용할법한 용도로 보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이 주물 공장은 꽤 놀라운 것이었다.

       공장을 만들었다는 것은 주물의 단점 중 하나를 한정적으로나마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이며, 양산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과도 같았으니까 말이다.

         

       아마 이 시설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눈이 뒤집힐 이들이 한둘이 아니겠지.

       권력자, 기업가, 심지어는 학자까지도.

         

       “흐으으으….”

         

       하지만 이 시설이 드러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보안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종교라는 것은 신성불가침의 영역.

       권력을 가진 이들이라도 쉬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거기에 더해 그 종교가 국교이며, 사람들의 전통과 역사에 깊이 연관이 되어 있으며, 심지어 이미지까지 좋기까지 하다면.

       그리고 그 국교에서도 높은 위치에 있는 이가 개입해 있으며, 강한 결속으로 얽혀있는 권력자들이 뒤를 봐주고 있기까지 하다면.

         

       그러한 조건들이 있다면, 길거리 한복판에 설치가 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절대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말이다.

         

       “으아….”

         

       얼핏 허술해 보이는 이 간이 신사는 권력과 인식의 장막이라는 강력한 울타리에 보호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단점이 아예 없지는 않다.

         

       ‘징그러, 징그러, 징그러…!’

         

       …그 울타리 안에 있는 실무자는 안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간이 신사의 실무자 키시모토 나루미에게는 이 주물 공장이 멀쩡히 가동되는 것도, 이 주물 공장을 관리하는 것도, 그녀를 이곳에 처박아둔 사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하나하나 괴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그녀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면, 딱 하나만 꼽아보자면.

       그렇다면 그녀는 이것을 꼽으리라.

         

       이 신사에서 만들어지는 ‘주물’의 징그러움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이다.

         

       꿈틀.

       꿈틀.

       꿈틀.

         

       돌로 막혀 있는 공간.

       신체가 있는 공간의 구석진 부분에 어둠이 들끓고 있다.

       광택이 있는 새까만 어둠은 마치 끓는 물처럼 울렁이고 있었고, 마치 액체라도 되는 것처럼 수시로 출렁인다. 지진이 일어나지도 않고, 도로나 길가의 진동이 이곳까지 오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꿈틀.

         

       출렁이는 것을 자세히 보면 거기에 있는 것은 지네.

       새까만 몸통, 새빨간 다리, 노란 배.

       만지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퉁퉁 부을 것 같은 지네들이 수천, 수만 마리가 그곳에 얽혀있다.

       지네들은 구석마다 놓여있는 통 속에서 빠져나가려는 듯 연신 몸부림을 치고, 횃불 하나로만 밝혀져 있는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서 마치 물이 끓는 것과 같은 광경을 연출한다.

         

       벌레의 바다.

       벌레가 담긴 가마솥.

         

       뚜껑이 닫히지 않은 고독의 항아리처럼 지네들은 그곳에 뭉쳐서 꿈틀거린다.

       항아리의 밖으로 나가기를 갈망하며, 혹은 자신들을 짓누르고 괴롭히는 다른 개체들을 모조리 죽이고 답답한 공간 속에서 편히 지낼 날을 기대하며. 그렇게 그들은 계속해서 끓어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나루미에게 있어서는 그리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다.

       신사라는 곳이 벌레가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에 곤충 같은 것에는 익숙해져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익숙하다고 한들, 저 광경은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광경이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저 지네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허공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지네들이라니….’

         

       차라리 알을 까고 나와서 자라면 귀여운 맛이라도 있으련만.

       막 태어나서 하얀 몸체로 뽈뽈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귀염성이라도 느끼련만.

         

       저 지네들은 허공에서 툭 튀어나와서 항아리로 떨어진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빚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옛적 사람들의 인식처럼 벌레는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존재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저 빌어먹을 지네들은 작게는 손가락 하나, 크게는 팔뚝만 한 길이로 허공에서 만들어져서 항아리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생리적인 혐오감과 더불어, 위화감까지 느끼게 만들며 사람의 속을 뒤집어놓는 광경이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불길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본능을 계속해서 자극해오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기도 하고.

         

       나루미는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아니, 이곳에다가 불을 질러서 저 불길한 것들을 싹 다 없애버리고 싶었다.

         

       하지만…그럴 순 없었다.

         

       ‘하아…암여우….’

         

       나루미가 속으로 암여우라고 욕하는 여자.

       그녀의 목줄을 잡은 존재.

         

       사이고 리세가 무서웠으니까.

         

       그래.

       벗어날 수 없다.

         

       키시모토 나루미라는 사람은, 사이고 리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가 모시던 신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한낱 인간인 키시모토 나루미가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한 주술사와 용병들이 쳐들어와서 신사를 습격한 이후 그녀의 신은 사이고 리세에게 종속되었다. 신은 섬겨지고 무녀는 섬긴다는 법칙을 위배라도 하려는 듯 이나리는 슬라임 같은 것에 그대로 봉인이 되어버렸고, 신력을 쭉쭉 뽑히는 배터리처럼 변해버렸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신을 모시는 키시모토 나루미는 신력을 모두 잃어버렸고-

       그렇게 무력화된 상태에서 잡혀가서 사이고 리세의 휘하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키시모토 나루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신사를 재건하는 것?

       신을 잡아먹고 신사를 인수했는데 그게 가능하기나 하나?

         

       도망을 치는 것?

       사이고 리세에게 현인신처럼 숭배받고 있는 주술사가 있다.

       주술사의 손아귀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설령 주술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두 신을 잡아먹은 사이고 리세, 신주와 무녀와 연을 맺은 권력자들, 곳곳에 깔아놓은 아티팩트인지 주물인지 모를 것들까지….

       무력화된 그녀가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 이미 먹혀버린 신을 모시던 신관인 아버지까지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갔으니-

       …그래.

       선택지는 없었다.

         

       ‘그래도 대우가 엄청 나쁘지는 않았죠…. 그 여우녀가 좀 미쳐있는 것만 빼면….’

         

       뭐, 그래도 불만이 엄청나게 크지는 않았다.

       선택지가 없이 종속된 것 치고는 대우가 나쁘지는 않았으니까.

       완전히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신력은 사이고 리세가 보충해주고 있었고, 권력 많고 돈 많은 이들과 얽혀있어서 그런지 신사의 재정 역시 빵빵하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평소에는 쥐꼬리만큼 받던 월급도 무슨 대기업 사원처럼 엄청나게 받고 있기도 하고….

       거기에 더해서 뭐 변덕스러웠던 신을 모시는 일을 더 하지 않게 된 것도 좋고, 신사를 관리하는 일 역시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외주를 줄 수 있게 되었으니- 확실히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장점을 웃돌 만큼 큰 단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상사.

       사이고 리세였다.

         

       신을 잡아먹으면서 인간을 그만두기라도 한 것인지 여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신력을 사용하는 무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무녀는 반쯤 미쳐있었다.

         

       아니….

       …음.

       솔직히 말해서 반 이상 미쳐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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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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