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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7

        

       “사람과의 싸움…?”

         

       사이고 신관의 말을 들은 아키하루의 자세에 변화가 생겼다.

       몸이 조금 앞으로 당겨졌고, 눈에 이채가 돌았다. 거기에 고개가 슬쩍 사이고 신관 쪽으로 향하는 것이, 무의식중에 방금 한 말이 관심이 있다고 대놓고 말하는 수준이었다.

       사이고 신관은 그러한 아키하루의 태도를 보며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기 시작했다.

         

       “이건 원래는 작전에 참여하기로 한 사람들에게만 알려주는 것입니다만….”

         

       “흐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키하루 사범님의 일인데 어찌 제가 입을 무겁게 하고 있겠습니까? 아키하루 사범님께만 특별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비밀스러운 이야기.

       중요한 시기임에도 흔쾌히 달려와 준 사람에 대한 예의.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마법의 단어가 사이고 신관의 입에 담기고, 아키하루의 집중력을 끌어낸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꽤 재미난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지요.”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 흠. 혹여 스파이라도 발견됐소?”

         

       “하하. 스파이 정도야 흔한 이야기니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요. 기업에서 보낸 첩자가 발견된 적도 있고, 좌파 인사들과 연계해서 테러를 벌이려고 했던 교직원 한 명이 걸린 적도 있고, 당장 얼마 전에는 게임에 등장한 군사용 아티팩트가 실제와 성능이 맞지 않는다면서 게임사에 기밀자료 보냈다가 걸린 사람도 있지 않았습니까?”

         

       목소리가 더 낮아지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 소곤거리며.

         

       “그곳에서 비밀 연구 시설이 발견되었다더군요.”

         

       “비밀 연구 시설…?”

         

       다른 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해도 이상한 시설이, 학교에 있었다고?

       그것도 수도 한복판에 있는 학교에서?

         

       아키하루는 사이고 신관의 말에 어서 더 말해보라는 듯 무언으로 재촉했다.

         

       “듣자 하니 진법으로 가려져 있었다고 하는데- 학생들의 데이터와 에너지를 수집하고, 그렇게 얻은 것들로 뭔가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데이터와 에너지라…?”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과연…. 혹 생체실험도 있었소?”

         

       “아직 조사하고 있는 듯싶기는 하지만, 그건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흠. 영단을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것보다는 데이터가 주목적일 것 같더군요.”

         

       “어찌 그리 생각하시오?”

         

       사이고 신관은 아키하루의 물음에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근처에 이능을 가진 사람의 데이터에 집착하는 나라가 하나 있지 않습니까?”

         

       아키하루는 그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지문부터 DNA까지.

       전 국민을 상대로 생체 실험이라도 하려는지, 편집증적으로 온갖 신체적 정보를 수집하는 나라.

       옆 나라 한국도 지문이니 주민등록번호니 하면서 사람 정보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그게 대륙에 붙어있는 나라 특징인가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중국은 좀 심할 정도로 수집했다.

       중국의 이상성이 얼마나 심했는지 일본의 미스터리 프로그램에서는 심심할 때마다 ‘중국의 생체실험 의혹’, ‘중국은 전 국민의 유전자를 조사한 뒤 적합자가 발견되면 납치해간다. 그렇게 납치해간 사람은 생체실험에 사용되거나 연구재료로 사용된다.’ 등의 음모론이 등장할 정도였다.

         

       “과연. 중국이 얽혀있다면 이해가 가오.”

         

       “그렇지요. 어디 그놈들 탐욕이 제 나라에만 그칠 수준입니까? 아마 자기네 인민들 피는 다 빨아먹었으니 밖의 데이터도 궁금했겠지요….”

         

       “그런데 한국의 이야기가 왜…. 아. 설마?”

         

       “짐작하셨군요. 예, 그렇습니다. 일본에서도 그놈들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무슨…!”

         

       아키하루는 사이고 신관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우리 일본에서도 그놈들의 시설이 발견되었다고?!”

         

       “예. 제가 다른 분께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내각정보조사실에서 의견을 냈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도 저런 시설이 발견됐는데 우리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없을 리가 있겠냐 하면서 말이죠.”

         

       “…일리가 있는 말이오.”

         

       “하지만 공안조사청에서는 그걸 듣고 조금 자존심이 상했나 봅니다. 그래서 일본 내부는 우리 담당인데 왜 너희가 끼어드냐면서 화를 냈고, 그렇게 부서 간 신경전이 좀 일어났다고 합니다.”

         

       아마 본래부터 내각정보조사실에 힘을 실어주던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겠지요-

         

       사이고 신관은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되어서 한 번 조사해보고 없으면 각오하라는 식으로 나왔는데…. 허. 발견이 된 겁니다. 비밀 연구 시설이.”

         

       “이런….”

         

       “같은 집단에서 손을 대기라도 한 것처럼 방식이 비슷했다더군요. 진법으로 가려져 있고, 안에서 발견된 시설이 같은 곳에서 만든 물건이고…. 뭐 이 정도면 뻔하지 않습니까? 어디서 했는지….”

         

       “…혹 범인은 잡았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공안조사청이나 내각정보조사실에서 잘 해결해주리라 믿고 있습니다마는…. 풍문으로 듣기로는 재일중국인(在日中国人)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하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허, 그놈들.”

         

       아키하루는 사이고 신관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에도 일본에 섞이지 않으려 하는 이물놈들이….”

         

       그는 평소에도 쌓인 것이 있는 듯, 그들을 욕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소. 일본에 살고 있다면 일본에 섞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놈들은 저들 전통이라면서 우리 전통은 무시하는 태도나 보이고. 알아듣지도 못할 중국어나 하면서 몰려다니고.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아예 몰려 살기까지 하면서 일본 안에 작은 중국을 만들려고 하고….”

         

       “확실히 그렇습니다.”

         

       “심지어는 인권단체니 뭐니 하는 것들까지 껴서 저들에 대해서 조금만 안 좋은 소리가 나오면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이니 뭐니 하면서 난리를 피우지요. 허, 참 기가 찰 일이외다. 관광을 오는 이들이나 외국인이지, 일본에 살고 있는 저들이 어디 외국인이 맞소? 일본에서 살아가려 한다면 일본인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텐데 저를 외국인이라 하면서 차별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주. 하하.”

         

       사이고 신관은 그러한 아키하루의 울분 섞인 태도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공감의 힘 때문일까?

       아니면 분개해서일까?

         

       아키하루는 차를 단숨에 들이켜고는 소리쳤다.

         

       “좋습니다. 사이고 신관님께서 나에게 보여주신 믿음도 그렇고, 중국 놈들이 우리나라에 한 짓도 그렇고. 이러한 일에 빼면 어찌 일본남아라 할 수 있겠습니까? 내 기꺼이 한 칼을 보태드리겠소.”

         

       그는 호탕하게 작전에 참석하겠다고 말하고는, 언제쯤 작전이 시작될 것인지, 연락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그 뒤 약간의 잡담을 나눈 뒤….

         

       “칼을 갈며 준비하고 있겠소. 언제든 불러주시오.”

         

       마치 수백 년 전 무사처럼, 그렇게 말하고는 신사에서 내려갔다.

         

       …

       …

         

       그리고 다시 찾아온 적막.

         

       잠시 떠들썩했던 신사는 다시 침묵 속에 잠겨 들었고, 흔들리는 바람이 석등롱을 통과하며 휘파람 비슷한 소리를 간간이 내었다. 그러고는 바닥을 쓸어내리듯 바닥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 나방 사체를 저 멀리 치우고는, 신력이 담긴 손길로 콰득.

       나방을 짓이겨 경단처럼 만들어 또르르 어떤 구덩이로 굴러떨어지게 만든다….

         

       “왔느냐?”

         

       하늘거리는 신력의 움직임.

       바람결에 살랑이는 꽃처럼 우아하게 신력이 형상을 이루어 움직인다.

       여우 꼬리를 형상화한 듯한 신력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며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고, 흑단 같은 머리카락은 윤기를 내며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 조금씩 흔들린다.

         

       “네에.”

         

       긴 소매 끝에 묻어나오는 신성함.

       살랑이는 여우 꼬리들.

       호선을 그리는 눈과 입.

         

       손님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무녀는 미소를 지었다.

         

         

         

         

        * * *

         

         

         

         

       방문자가 사라진 신사.

       신을 모시는 공간인 본전에 두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신주 박진성.

       무녀 사이고 리세.

         

       그 둘은 신을 모셔야 할 공간에서 무슨 의식을 하듯 곳곳에 촛불을 켜놓았으며, 본전이 무슨 창고라도 되는 것처럼 소금 자루 몇 개를 쌓아두고 있었다.

         

       “스물.”

         

       소금 자루 앞에는 비닐봉지에 담긴 소금이 스물.

       봉투 하나당 3kg쯤 될까?

       장정이 들어올려야 할 것 같은 거대한 소금 자루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아 보이는 크기의 봉투의 숫자는 정확히 스물이었다.

         

       그리고 이는 이 신사에 발을 들이고, ‘작전’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의 숫자와 같았다.

         

       “하얀 소금을 보며 말하노라.”

         

       소금이라는 것은 생명에 직결되는 물건이다.

       또한 쓰임새가 많은 물건이기도 하며, 은근히 구하기가 힘든 물건이기도 하다.

       당장 마트에만 가면 엄청나게 싼 값에 소금을 구할 수 있는 지금에서야 잘 상상되지 않는 일이지만, 소금은 정말로 귀한 물건이었다. 목숨을 걸고 싸운 병사들이 목숨값으로 받았던 것이 소금일 정도로 말이다.

         

       특히 서양에서는 급여(Salary)라는 단어 자체가 소금과 연관이 있을 정도이니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을 터. 소금은 봉급으로 받기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으며, 문화나 말이 달라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화폐이기도 하였다.

         

       Salarium!

       창칼을 든 병사조차도 귀히 여기는 물건이오 시대가 변한다 한들 필요성이 사라지지도 않는 물건이니. 이것을 봉급으로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신들조차도 소금을 바라고 제물에 소금이 처져 있는 것을 좋아하셨음이니. 성경에서도 네 모든 제물에 소금을 바치라 하시지 않으셨더냐.”

         

       그렇기에 작전에 참여하기로 한 무인의 숫자와 소금이 담긴 봉투의 숫자가 같은 것은 참 의미심장한 것이기도 하였다.

         

       “이르기를 소금을 배신하지 말지어다. 이르기를 소금 그릇을 쓰러트리지 말지어다. 이르기를 소금 단지를 엎지 말지어다.”

         

       소금 그릇은 우정의 징표요 충의의 상징이라.

       유다가 그러하였듯 소금 그릇을 엎겠느냐?

       소금 그릇을 엎어 배반의 뜻을 보이겠느냐?

         

       소금을 배신하지 말지어다.

       소금을 배신하지 말지어다….

         

       박진성이 소금을 향해 주언(呪言)을 읊는다.

         

       그리고 그 뒤에서 사이고 리세는 무릎을 꿇은 채 기도를 올린다.

       신력을 발하기 위한 기도를.

       박진성이 주술을 걸고 있는 소금에 가치를 더하기 위하여.

         

       리세의 신력이 소금을 깨끗하게 정화하며 그 가치를 더더욱 올린다.

       적은 양으로도 봉급이 되기 충분하게 만든다.

       예로부터 소금은 이물질이 없을수록, 새하얀 색일수록 그 가치가 뛰어나지 않았는가.

         

       그렇게 리세의 도움을 받으며 소금은 깨끗해지고 가치가 더더욱 뛰어오른다.

       그리고 그 가치에 힘입어 박진성이 입히는 주술 역시 효율적으로 변화한다….

         

       이것은 신력의 또 다른 활용이다.

       주술에 참여하지 않음에도 주술에 영향을 미치고, 리세는 주술의 대가를 받지 않음에도 주술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면서 박진성은 같은 대가를 바치고도 더 고품질의 주물을 얻을 수 있음이니.

         

       이것은 두 사람이 행하는 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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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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