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79

       

       쨍그랑.

       

       귀를 찌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바닥에 떨어져 깨진 잔해가 엿보였고.

       그 너머 고운 신발이 눈에 들어온다.

       

       그걸 타고 다리의 주인을 천천히 올려다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마주쳤다.

       

       “…미 부인.”

       

       주인은 미 부인이었다.

       

       왜 미 부인이 여기에 있는 거지? 그것도 하필 지금?

       방금 내가 한 말을 들었나? 시발, 들었겠지. 들었으니까 저 반응이지.

       

       그렇다는 말은…한 마디로.

       

       ‘좆 됐다.’

       

       심히 엿 됐다는 의미다. 

       

       ‘어쩌지?’

       

       몸 여기저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일단 살아야 하니 아버지를 팔아먹긴 했는데, 이걸 미 부인이 들었다면 상당히 얘기가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지냐고?

       

       ‘딱히 상상하고 싶지 않은데.’

       

       뭐가 됐든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똘똘이의 외관은 많아 봐야 열 살. 

       

       이걸 단순히 계산해서 만약 아버지의 자식이라면….

       

       ‘아니, 계산하기도 전에. 미 부인이 모르는 자식이라는 점에서 이미 망했어.’

       

       무슨 계산을 하고 변명을 떠올린들 조진 건 확실하다.

       

       “그…. 미 부인. 그게 아니고….”

       

       돌풍처럼 몰아칠 가정파탄. 

       그 절벽 끝에 서 있는 심정이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이 개판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꿀꺽.

       

       마른침만 연신 삼키며 점차 생각의 늪으로 떨어진다.

       

       ‘시발.’

       

       아무리 생각해도 돌파구가 없다.

       이제와 자백하긴 늦은 것 같고. 이대로 가면 아버지를 팔다 못해 나락으로 끌어 내려야 했다.

       

       내가 사느냐.

       아니면 아버지를 파렴치한 쓰레기로 만드느냐.

       

       너무나 어려운 고민이었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자식 된 도리가 있는데 이건 좀….

       

       “미 부인…. 그게 그. 말씀을 안 드리려 했던 건 아니구요…. 그 아버지 사정도 있고 하니까 아무래도 이게 참….”

       

       아버지를 팔자. 길지 않게 고민한 결론이었다.

       

       아직도 정정하신데 이 정도는 감당해주시겠지.

       

       나중에 발각되면 뒤지게 맞을 것 같기는 한데. 그건 그때 가서 수습하고. 지금은 내가 사는 게 먼저였다.

       

       “일단 사정부터 좀 들어주실….”

       

       머리를 빠르게 돌리며 변명거리를 떠올리려던 순간.

       

       뚜벅.

       

       미 부인은 커진 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가까이 다가오니 나도 모르게 쫄아서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스윽-!

       

       미 부인은 내 쪽으로 오지 않고 날 지나치더니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방향은 똘똘이를 안고 있는 남궁비아가 있는 쪽이었다.

       

       “…”

       

       그렇게 걸어간 미 부인은 끝내 남궁비아에게 다가가더니.

       

       “…아.”

       

       짧게 한 마디를 뱉고는 손을 뻗어낸다. 그걸 보고 몸을 살짝 굳혔다.

       

       …어, 설마 뺨을 때리려고 그러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대뜸 제 남편에게 자신의 아이도 아닌 모르는 애가 있는 걸 마주했다.

       본 처 입장에선 상당히 열받는 상황이 아닐 수 없고.

       

       심지어 저리 성깔 더럽게 생긴 놈이니 냅다 손찌검을 할 가능성도 없잖아 있었….

       

       ‘…잠깐.’

       

       그렇게 따지면 저거랑 나랑 크게 차이가 없는 상황아닌가…?

       ‘첩의 아들. 성깔 더럽게 생긴 애새끼.’

       

       지금 저놈이랑 나랑 별로 안 달라 보이는데. 

       약간 제 얼굴에 침 뱉는 느낌이 들어 떨떠름해진다.

       다행히 미 부인에게 맞아 본 적은 없기는 하다만….

       

       ‘…아무튼.’

       

       때리는 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상황이 상황이니 일단 내버려 둬야 하나? 이런 고민이 스치고 있을 때.

       

       슥.

       

       끝내 미 부인의 손 끝이 똘똘이에게 닿았다.

       한데 위치는 뺨이 아니었다.

       

       “…으응?”

       

       똘똘이가 손길에 고개를 치켜든다.

       미 부인은 머뭇거리는 손길로 아이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다.

       

       “…”

       

       등만 보이는지라 무슨 표정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미 부인은 아이의 머리를 매만지기 바빴고.

       

       저게 무슨 일인지 벙쪄 있는 내 쪽에선.

       

       “있잖아….”

       

       “와씨! 깜짝아-!”

       

       뜬금없이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달한 기감이 불편해 잠시 줄여놨더니 미 부인의 접근은 물론 누가 다가오는 것도 잘 파악이 안 됐다.

       

       놀라서 귀를 감싸고 쳐다보니, 다가온 인물은 백련검이었다.

       

       “…뭐, 뭡니까?”

       

       “아니, 그게.”

       

       상당히 머뭇거려지는 표정과 말투로 다가온 백련검은 조심스레 말을 물어왔다.

       

       “…그럼 누구 애야?”

       

       “…예?”

       

       뭐라고…?

       

       “딱 보니…. 미 소저는 아닌 것 같고…생긴 걸 보니 네 어머니일까 싶은데. 그건 아니잖니?”

       

       “…”

       

       뭔가 했더니 그 얘기인가.

       

       “…그건 그.”

       

       “그럼 혹시 검후인가?”

       

       “예?”

       

       백련검의 말에 눈을 찌푸렸다.

       

       검후면…. 내가 아는 매화검후를 뜻하는 걸까?

       

       “선배님. 갑자기 검후 얘기가 왜 나오는 겁니까…?”

       

       “응? 아. 우리 조카사위는 모르는구나.”

       

       “조카사위는 또 무슨 말…. 아니. 애초에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모르면 됐어. 아무튼 검후는 아니라는 거지? 그럼…. 명가네 기집애인가? 맞아 그 애라면 부뚜막에 오르고도 남았겠…아니야. 오르려 했으면 미 소저가 이미 치워버렸을 거야…. 그럼 대체 누구지? 설마 유혈궁네 기집애려나…? 이상한데. 걔는 이미 혼약을 했다고 들었는데.”

       

       “…”

       

       수 없이 나오는 이름들.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강력한 이름들이었다. 문제는 저 이름들이 왜 이 상황에 튀어나오는 걸까.

       

       이거 설마.

       

       ‘…엄마가 누군지 파악중인 건가?’

       

       그렇다는 건. 저 이름들이 다 아버지랑 연관 있는 여인들이라는 소릴까.

       맞다면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다.

       

       ‘아버지. 생각보다 방탕하셨네…?’

       

       한두 명도 아니고 몇 명이야 저게. 

       남자가 지조가 있어야지. 조금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와중에 그걸 언급하고 있는 백련검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그런 여인의 표정을 보며 내가 한숨을 담아 말했다.

       

       “뭘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렇게 잘 아는 건.”

       

       “만약 그렇다면, 기회가 있다는 거겠지? 그 망할 것들도 지붕에 쏙쏙 오르는데. 나라고 못할 게 없다는 거잖아?”

       

       “선배님? 그게 지금 무슨…?”

       

       “어, 그래 우리 아들. 뭐 할 말 있니? 편하게 말해보렴.”

       

       “…왜 갑자기 제가 선배님 아들이 되는 겁니까?”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뭘. 크게 신경 쓰지 마. 그러다 머리카락 빠진다?”

       

       “어떤 삶을 사시면 그렇게 될 수 있는 건데요.”

       

       언제나 그랬지만, 백련검과 얘기하면 정신 나갈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복잡해 죽겠는데 아줌마랑 농담 따먹을 시간은 없었다.

       

       사락.

       

       미 부인은 와중에도 계속 똘똘이의 머리를 만지고 있었고.

       주변에선 그런 미 부인을 보며 숨소리조차 뱉지 못했다.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버지의 숨겨진 자식이다.

       

       그 말을 꺼내자마자 아버지의 처인 미 부인이 나타났다.

       

       듣기만해도 오금이 저릴 상황인데, 여기서 누가 감히 숨소리를 내겠는가.

       당소열이나 위설아는 물론이고…

       

       ‘괴선 이 아저씨는 어디 갔어?’

       

       지금 보니 괴선은 이미 튀고 없다. 재빨리 도망쳤다는 소리다.

       

       냉철한 모용희아조차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가리고 있는 상황.

       대체 어떤 지옥도가 펼쳐질까 긴장이 방 안을 지배하고 있을 무렵.

       

       “…안아…보실래요…?”

       

       “…!”

       

       “…헙.”

       

       “…!!”

       

       똘똘이를 안고 있던 남궁비아가 한 말이다.

       그말에 주변에서 헛숨을 가득 들이켠다.

       

       저게 대체 무슨 미친 소리냐는 기색이었다.

       

       문제는.

       

       “…”

       

       그 말을 들은 미 부인이 쓰다듬던 손을 멈췄다는 것이다.

       개소리에 화가 난 걸까?

       

       이건 진짜 분노해도 할 말이 없을 상황이기는 했다.

       

       “…”

       

       이를 입증하듯, 미 부인은 어떠한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남궁비아와 똘똘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음?’

       

       왠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미 부인이 망설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진짜 안아볼 생각인가?’

       남궁비아가 청한 말에 고민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에이. 그럴 리가.’

       

       착각이겠지. 미 부인이 그럴 리 없다.

       

       그걸 증명하듯, 오랜 침묵이 끝나고 미 부인은 예상했던 대답을 내놓았다.

       

       “아니. 괜찮단다.”

       

       역시나 거절. 저걸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어떤 여인이 제 남편의 숨겨진 자식을 안고 싶을까.

       

       다행인 건 미 부인은 화를 터트리지 않았다는 점뿐이다.

       

       ‘사람이 저 정도로 이성적일 수 있다니.’

       

       놀라울 정도다.

       

       만약 나였다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남았을 텐데.

       그녀는 놀라긴 했어도 차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미 부인을 신기하다는 듯 보고 있을 때.

        

       “일 공자.”

       

       “…!”

       

       그녀의 목소리에 덜컹 몸을 떨었다.

       

       “예, 예….”

       

       간신히 대답하니 미 부인이 고개를 돌려 날 쳐다봤다.

       평소처럼 빈틈없는 얼굴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할까?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이를 티 내지 않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덕분에 겨우 호흡만 달래고 있던 찰나.

       

       미 부인이 내게 말했다.

       

       “우린 대화할 게 있는 것 같은데.”

       

       “…”

       

       “잠시 따라오려무나.”

       

       “…예, 예.”

       

       말을 끝으로 미 부인이 걸음을 옮겼고.

       이를 보며 나도 따라 다리를 움직였다.

       

       올해 들어 가장 쫄리는 기분이었다.

       

       

       

       

       

       ******************

       

       

       

       

       

       신의의 처소에서 미 부인이 머무는 곳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특히 미 부인은 일반인이니만큼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나는 그녀의 속도에 맞춰 걷느라 뛰었으면 단번에 도착할 거리는 반식경이나 걸어와야 했다.

       

       진짜 힘들었던 건 뭔지 아는가?

       ‘그렇게 걷는 중에 대화 한마디 하지 않았어.’

       

       미 부인은 말없이 앞장서 걸었고. 따라가던 나는 그 불편한 침묵에 침조차 삼키지 못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무려 미 부인의 처소.

       

       나로선 처음 와보는 곳이다.

       

       보통 미 부인을 보려면 상단의 단주실을 찾거나 그녀가 날 찾았지. 

       미 부인이 머무는 곳엔 와본 기억이 없었다.

       

       ‘이렇게 컸나?’

       

       보고 나서 상당히 놀라야 했다.

       처소의 크기가 심히 컸기 때문이다.

       

       내가 머무는 곳도 상당히 크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그보다 더하다.

       두 배까지는 아니어도, 분명 엄청난 크기 차이였다.

       

       잘 가꿔진 공원이나 그걸 따라 걷는 길목은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고.

       따라 들어온 처소도 깔끔한 기색이 역력했다.

       

       “앉으렴.”

       

       “…옙.”

       

       말에 따라 즉시 앞에 앉았다.

       탁상 위에는 이미 찻잔이 놓여 있더라.

       

       미 부인이 준비한 건 아닌 것 같고. 아마 보고 받은 사용인이 이미 준비해둔 모양.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라 우선 차부터 마시고자 했으나….

       

       “저 아이가 가주님의 아이라고 했더냐.”

       

       “…큼.”

       

       들려온 말에 그마저 마시지 못했다.

       멈칫하며 찻잔을 내려놓고 미 부인을 살폈다.

       

       그녀는 두 손을 모은 채 선명한 눈동자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설명을 바라는 눈빛인 건가.

       

       이걸 진짜 어쩌면 좋지?

       

       ‘뭘 어떻게. 일단 변명부터 해야지.’

       

       이미 돌이키기엔 늦은 상황. 

       뭐든 냅다 말부터 해야 했다.

       

       “그게…말입니다. 그것이….”

       

       오는 시간이 짧진 않았던 터라. 진즉 꺼낼 말은 생각해둔 상황.

       이를 이용해 미 부인에게 설명하려던 찰나.

       

       “아님을 안다.”

       

       “…!”

       

       뚫고 들어온 말에 다시 내 입이 꾹 닫힌다.

       

       아닌 걸 안다고?

       저 말인즉슨, 내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인가.

       

       예상치 못한 말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미 부인이 내게 말을 덧붙인다.

       

       “그게 무슨…?”

       

       “하면, 맞더냐.”

       

       “…”

       

       단호한 눈빛이었다. 

       여기서 차라리 맞다고 하고 생각한 변명을 내놓을까.

       

       그게 낫지 않을까 생각이 스치지만.

       

       “…아니, 아닙니다.”

       

       끝내 자백을 해버렸다.

       

       미 부인은 이미 확신한 어투였고. 이상하게도 그 눈을 보고 있자니 거짓말을 차마 뱉을 수 없더라.

       

       “죄송합니다.”

       

       “…”

       

       사과를 말하니 미 부인은 대답보다 차를 한 모금 삼킨다.

       마시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툭.

       

       찻잔이 닿는 소리만 짧게 들렸다.

       

       “…미 부인.”

       

       “말하거라.”

       

       “지금 묻긴 좀 그렇긴 한데…. 어찌 아셨습니까?”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이런 걸 물어설까. 순간 미 부인이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짓는다.

       그 탓에 대답은 못 듣겠다 싶었지만.

       

       “처음엔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미 부인은 표정과 달리 내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아니라 하기엔 퍽 닮았으니 말이야.”

       

       “…”

       

       “정확히는…. 가주님보단 너를 더 닮았지만, 네 아이일 리는 없으니. 어쩌면, 어쩌면 정말 가주님의 자식일 수 있겠다. 잠시 그리 보기도 했다.”

       

       “…한데, 어째서 아니라고 생각하셨는지요.”

       

       “답하기 쉬운 물음이구나.”

       

       착각일까. 미 부인이 살짝 웃는 것 같았다.

       이어 대답이 들려온다.

       

       “네 아비가 그럴 리 없으니까.”

       

       “…!”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내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할 만큼 말이다.

       

       “네 아비는 숨김이 많은 이란다. 말 수도 없고, 가능한 홀로 품는 걸 좋아하지.”

       

       “…”

       

       딱 봐도 그렇긴 하다.

       일 년에 아버지가 뱉는 말이 백 마디는 넘을까 싶었으니까.

       

       “하지만 말이다. 다른 건 숨겨도 이런 걸 숨겼을 리는 없단다.”

       

       “…그건.”

       

       “또한, 숨겼다고 해도. 이 내가 몰랐을 리 없다. 나는 백화상단주니까.”

       

       “…”

       

       꿀꺽.

       

       솔직히 앞에 말은 하나도 공감 못 하겠는데. 마지막 말이 가장 이해하기 쉬웠다.

       나는 백화상단주다.

       

       저기서 느껴지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진다.

       

       “하여 묻고자 했단다. 저 아이는 무엇이더냐.”

       

       “…제 아이라고 하면 믿으실 겁니까?”

       

       “믿으마.”

       

       “예?”

       

       그리 쉽게 믿겠다고? 오히려 내 쪽이 당황할 대답이었다.

       

       “믿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되레 네가 감당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거라.”

       

       “…”

       

       미 부인은 믿지 않고 있음을 안다.

       아버지의 자식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는데. 내가 믿으라고 하면 그냥 믿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되려 내가 감당할 수 있냐고 묻는다는 건.

       

       ‘이 믿음에 관한 책임을 온전히 질 수 있냐는 것.’

       

       안 믿겠다는 것보다 훨씬 무섭고 묵직한 말이었다.

       

       하면,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고 있을 때.

       

       “아니면, 구태여 묻지 않을 수도 있단다.”

       

       미 부인이 이어 붙인 말에 눈을 살짝 키웠다.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묻지 않을 수도 있다?

       

       “말 그대로의 의미지. 저 아이가 누군지 묻지 않겠다. 네가 네 아비까지 거짓으로 삼은 것도 구태여 혼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째서 말입니까?”

       

       “글쎄. 굳이 의미를 두자면….”

       

       달깍. 달깍. 미 부인이 만지는 찻잔에서 묘한 소리가 들렸다.

       

       “네가 그걸 필요로 하니까. 딱 그 정도 이유가 있겠어.”

       

       “…”

       

       “필요하다면 그리하거라. 핑계가 필요하다면 덧씌워 줄 수도 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단.”

       

       이해할 수 없어 말을 끄집어내려 할 때. 미 부인이 단호한 목소리로 검지를 들어 올렸다.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조건이요?”

       

       “그래, 한 가지 조건.”

       

       이유도 묻지 않고 모른척하겠다. 

       필요에 의해 가주를 팔아먹은 것도 눈 감아줄 테지만. 그걸 위해 조건이 있다.

       

       이를 듣고 속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당연하게도 공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이런 일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궁금함을 참고 아버지를 파렴치한을 만드는 걸 넘어가주겠다는 건데, 분명 엄청난 조건이 따라붙겠지.

       

       도대체 어떤 걸 바라는지 예상도 되지 않았다.

       

       “…조건이 뭐죠?”

       

       그래도 거절할 수는 없다.

       우선은 듣고 봐야 했다.

       

       긴장감을 가득 끌어올린 채 미 부인의 말을 기다렸다.

       

       그렇게 몇 초가 흐르고.

       

       “그 아이는 내가 데리고 있으마.”

       

       “…예?”

       

       “그게 내 조건이란다.”

       

       “…?”

       

       귀로는 제대로 들은 것 같은데….

       

       머리가 이해하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늦어서 죄송합니다. ( _ _ )

    다음화 보기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