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779

    <779 – 용사답게(25)>

     

    선황이 고개를 저었다.

     

    “참으로 대단한 놈이구나. 혁명가의 간교한 혓바닥조차 흔들지 못한 짐의 마음을 한순간이나마 흔들어 보이다니.”

    “후후. 방금은 정말 아깝군요. 오랜 숙적이었던 우리가 서로의 이해를 일치시킬 유일한 기회가 사라졌으니.”

    “허나 네 말에도 들을 가치는 있었다. 일백차원이 모두 멸하면 인류는 악룡의 지배를 영구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 마도를 벗어난 공학의 발전을 그 교장이 순순히 지켜보고만 있을 리 없으니. 인류의 기술 수준은 악룡의 지배와 허락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손을 잡지도 않고 현실을 외면한 것도 아니라면 대체 당신이 그리는 미래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선황은 답이 없는 미래에서 어떻게든 답을 찾아내고자 일생을 걸어 분투했다.

    수많은 신과 신조차 능가하는 악룡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고자 수명을 늘리고 인륜을 저버리며 폭군으로 군림했다.

    그 위대한 지성과 의지가 감내해야만 했을 희생이란 얼마나 길고 가혹했던가.

     

    달라지는 건 없다.

    그저 결실을 제 손으로 직접 이루고 두 눈으로 지켜보지 못할 뿐.

     

    그럼에도 희망은 변치 않는다.

    그가 없더라도 그 뜻을 이어갈 오크노디가 있기에.

     

    “다음 세대가 있다. 선황도 삼대거악도 아닌 그 너머의 신시대가 있다. 그 시대에 우리 같은 늙은 것들은 필요하지 않겠지.”

    “…하지 마십시오. 헛수고입니다. 제가 지닌 ‘운명력’의 강력함은 이미 충분히 목도하지 않았습니까?”

    “허나 그 힘의 한계도 충분히 알아내었지. 순수한 물리력 앞에서는 그 잘난 파괴의 힘도 소용이 없다면, 순수한 정신력의 폭거 앞에서도 네 잘난 운명력은 무용지물이 아니겠느냐?”

     

    대괴수의 몸체 너머로 떠오른 이사장의 분체가 재빨리 연결을 끊으려 시도했으나 그 몸이 사라지고 본체로 의식이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대괴수 체력올인을 한 차례 장악했던 선황의 정신력이 도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짓을 저질렀다간 당신까지 잡아먹힙니다!”

    “대괴수의 정신이 깨어난 뒤가 두려운가? 하하. 짐은 두렵지 않다. 죽음이 두렵다면 어찌 이루지 못할 숙원에 목숨을 걸겠는가. 최흉이여. 꿈을 맡길 자가 없는 자는 꿈을 맡긴 자의 두려움이 없는 용기를 이겨낼 수 없는 법이다!”

     

    ━━━

    황제 히우그마그

    영역 4단계 – 지배영역

    ━━━

     

    선황의 정신력이 다시금 강제로 정신세계의 침투를 개시했다.

     

    ━━━

    [이사장 제일 와이히엠하이의 정신세계]

    도전난이도 ★★★★★★★★★★★★(★12, CHALLENGE : 최흉)

    [즉사판정 저항요구치 – 50000]

    [정신붕괴판정 저항요구치 – 100000]

    [타락판정 저항요구치 – 200000]

    [봉인판정 저항요구치 – 500000]

     

    (x0.1 보정리스트)

    [상황파악(1852) 기능에 의한 순간판단보너스 185.2%]

    [사고력(813) 기능에 의한 전투지능보너스 81.3%]

    [집중력(3555) 기능에 의한 정신집중보너스 355.5%]

     

    (x0.2 보정리스트)

    [폭군(5505) 기능에 의한 광기보호보너스 1101%]

    [마나호흡(3100) 기능에 의한 자기통제보너스 620%]

    [초인(385) 기능에 의한 초월저항보너스 77%]

     

    [총 요구치 경감 보너스 2420%]

    [히우그마그의 <인류의 정점> 칭호에 의한 판정가산 보너스 3배]

    [제일 와이히엠하이의 <최흉의 인간> 칭호에 의한 판정가산보너스 -3배]

    [최종변동치 24.2배(2420%) 감소]

     

    [즉사판정 저항요구치 2066]

    [정신붕괴판정 저항요구치 4132]

    [타락판정 저항요구치 8264]

    [봉인판정 저항요구치 16528]

     

    [히우그마그의 정신력이 16528 이하입니다.]

    [히우그마그의 정신력이 8264 이하입니다.]

    [히우그마그의 정신력이 5005입니다.]

    [황제 히우그마그의 정신이 타락합니다.]

    [황제 히우그마그의 영혼이 봉인됩니다.]

    ━━━

     

    어리석은 도전이다.

    여력을 남긴 도전이라면 그래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더 이상의 미련이 없다.

    악룡 오모시로이.

    그 괴물의 토벌을 오크노디에게 맡김으로써 자신의 모든 힘을 투자할 확신이 섰다.

     

    내면의 소우주를 지탱하는 모든 기둥을 무너뜨리고, 거대한 정신세계가 무너지며, 경지가 감퇴하고 수명이 실시간으로 줄어든다.

    선황의 보고에 잠든 무수한 보구가 빛을 내뿜고, 봉인된 비기와 금기가 일제히 그 힘을 촉발한다.

     

    ━━━

    황제 히우그마그가 <경지폭발>로 추가정신력 3000을 습득합니다.

    황제 히우그마그가 <잠력폭발>로 추가정신력 5000을 습득합니다.

    황제 히우그마그가 <황제보고>의 에너지치환으로 추가정신력 10000을 습득합니다.

    ━━━

     

    5005의 수치를 아득히 넘어서는 23005의 정신력.

    인류의 정점이 일생동안 일군 모든 노력의 탑을 무너뜨린 대가로 솟아오른 먼지구름은 그 의지를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도 높은 계위까지 상승시켰다.

     

    ━━━

    [히우그마그가 타락 상태를 해제합니다.]

    [히우그마그가 봉인 상태를 돌파합니다.]

    ━━━

     

    선황의 도야되는 의식은 그를 바라보는 신들의 경악어린 시선과 신들조차 오시하며 내려다보는 드래곤 교장의 거대한 영혼과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이런 곳에 있었나?

    -아쉽구나, 선황이여. 이런 식으로 저버리기엔 아까울 상대였거늘.

     

    비록 그 칼을 뽑아 악룡의 목을 치지는 못했으나, 이 위치까지 올라선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선황으로서는 드래곤 교장이 한층 더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막아설 능력이 부족함을.

    그의 도전은 결국 필연적으로 패배로 끝났으리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미련도 아쉬움도 더는 없었다.

    그런 자신보다도 더욱 대단한 영혼이, 작은 몸에 우겨넣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고 흉흉한 영혼이 교장의 지척에서 웅크리고 있음을 보았으니까.

    마치 먼 곳에 있는 부모나 친지의 사고의 소식을 듣지 않고도 까닭 모를 불길함을 느낀 자식처럼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훑는 오크노디의 모습이 선황의 눈에 스쳤다.

    동시에 저 아이와 하나의 기억을 공유하던 영혼의 그릇이 벌이고 있는 ‘금기’ 또한 들어왔다.

    정상에 달한 정신력은 중간계의 전역을 아우렀고, 전능한 영적 시야는 제일 와이히엠하이의 ‘본체’이자 이 모든 악업을 묵인하던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의 경악 어린 시선마저 내려다보았다.

    잊혀진 옛 신들의 권능을 긁어모아 새로운 신위에 도전하려는 만신의 대리인조차도 그의 정신을 두려워하며 어둠에 숨었거늘, 그런 작은 것들의 시선이 무엇이 대수겠는가.

     

    부질없었다.

    모두 작고 하찮은 일이다.

     

    마음만 먹으면 이대로 인세를 초월하여 하나의 개념신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직감이 뒤따랐다.

    기능경험치 1만을 넘긴 자에게 주어지는 신격과 2만을 넘어선 자에게 찾아오는 대신승급의 기회, 그 기회가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알아차렸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위대한 정신의 신으로서 그가 신위에 등극한다면 모든 인류는 고강한 정신력을 갖춘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부질없었다.

    모두 크기만 하되 실속 없는 일이다.

     

    우주로 뻗어나가던 거대한 시야가 하나의 영혼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참극과 금기를 범해서라도 인류를 만물의 위에 올려 보이겠다는 의지는 같으나, 일선을 넘어버린 존재가 저 아래에 있었다.

    우주에 신격을 새길 수도 있을 거대한 정신이 일제히 한 사람의 내면세계를 향해 그 거대한 정신을 강제로 욱여넣는다.

     

    -소용없습니다. 당신이 이룬 모든 걸 저라고 해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란 말입니다!!

     

    세상 모든 지옥을 모아놓은 제일 와이히엠하이의 정신세계가 선황의 거대한 정신이 발을 들이는 족족 부서지고 터져나갔다.

    한 세계의 종말이 찾아온다면 이곳을 보라 일컬을 광경의 연속이었다.

    마음에 커다란 공백을 만들고 어떠한 의미도 찾지 못할 새하얀 파괴의 흔적만이 남는다.

    그럼에도 부서지지 않고 버티는 견고한 마지막 지옥의 한 광경.

    그것은 제일 와이히엠하이가 인지하는 신과 교장에게 유린당하는 이 세계의 실체였다.

     

    [파괴불가]

     

    같은 지옥을 마음속에 품어왔던 선황이기에 알았다.

    저것은 부술 수 없는 정신세계임을.

     

    -나의 정신이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네 영혼의 내면세계에는 그 무엇도 채우지 못하리라.

     

    그렇기에 가둔다.

    그 세계를 제외한 모든 ‘여백’을.

    이사장의 ‘성장 가능성’을.

     

    [불행의 룬의 확률저항이 불가능합니다.]

    [불행의 룬의 확률저항이 불가능합니다.]

    [불행의 룬의 확률저항이 불가능합니다.]

     

    어떠한 저항조차 용납하지 않는 거대한 파괴력은 그렇게 이사장의 정신을 보다 협소하게 좁혔다.

    드높은 계위는 층층이 쌓아올린 지옥을 상실했으며 중간계의 음지에서 모아온 영약으로 쌓은 가장 순수한 암흑마나는 마왕조차 넘볼 수 있던 가능성을 박탈당했다.

    마르지 않던 영혼의 샘물이 말랐다.

    꺾이지 않던 심처의 마검이 꺾였다.

     

    [제일 와이히엠하이의 정신세계가 상당부분 <봉인>됩니다.]

     

    제일 와이히엠하이는 작아졌다.

    영혼의 크기도, 그릇도, 인간으로서의 가능성마저도.

    그럼에도 황제는 느꼈다.

     

    -잔인하리만치 깊은 지옥이구나. 짐의 영혼조차도 이 지옥을 전부 메우지 못하다니.

     

    봉인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부족했음을.

    제일 와이히엠하이의 독기어린 시선이 선황을 노려보았다.

     

    -인류는 당신으로 인해 두 개의 가능성을 모두 상실했습니다. 오늘의 쇠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백 년의 비극과 참극을 더해야만 할 겁니다.

    -필요 없다. 너의 시간보다도 내 아이의 시간이 더욱 빨리 도래할 것이니.

     

    선황의 영혼이 만족스레 미소지으며 눈을 감았다.

    이사장은 <검은 세계수>를 통제하던 자신의 고강한 정신력이 더는 세계수를 지배할 수 없게 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영혼의 봉인이란, 같은 위계와 경지가 이어지더라도 힘의 총량을 극적으로 감소시킨다.

     

    “선황, 그가 이런 짓을 저지를 수도 있는 남자라는 사실을 332회나 거치고도 알지 못했다니, 인간의 마음이란 과연 어렵구나.”

    “후후, 후후후.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간교한 말은 더 이상 듣지 않는다. 선황과 먼저 쓰러진 나의 과거들의 몫까지 대신 날려주지. 먼지조차 남기지 말고 사라져라!!”

     

    332회차의 에어오딜론이 행성파괴급 마나포의 힘을 응집했다.

    찬란한 빛에 감싸이며 차원문 가득 새어넘치는 파괴의 에너지를 앞두고도 이사장의 얼굴에 떠오른 웃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전과 같은 여유는 없으나 더욱 짙은 독기로 물든 이사장의 미소에는 까닭 모를 불길함이 어렸다.

     

    ‘괜한 기우다.’

     

    332회차는 그 불길함을 애써 무시했다.

    마나포는 쏘아졌고, 이사장은 제 영혼을 둘러싼 강대한 봉인의 틈새를 비집고 파고든 의식으로 하나의 힘을 끄집어내었다.

     

    <제일 와이히엠하이>

    <영역 4단계 – 지배영역>

     

    무너지는 차원문의 경계.

    쏘아진 힘이 차원의 틈새를 파괴하며 스스로 만든 마나 폭풍에 집어삼켜졌다.

     

    “자, 이제 선황은 없습니다. 그 잘난 마개조 에어오딜론도 사라졌군요. 외계의 화신체여, 이제 당신에게 무엇이 가능합니까?”

     

    작아진 영혼만큼 줄어든 신체.

    압축하고 압축해도 넘쳐흐르던 힘이 사라지며 어린아이처럼 축소한 신체.

    그럼에도 그 눈에 어린 잔혹한 심성은 전보다도 더욱 짙어졌다.

    332회차는 그제야 깨달았다.

    최흉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봉인된 황제파파와 쇼타가 된 재단파파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