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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9

        

       일본 정부에서는 ‘중국’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을 것이다.

         

       무인들이 탐을 내다 못해 침을 질질 흘리고도 남을 상대가 아닌가!

         

       중국이라는 나라가 역사적으로 깊게 얽혀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대륙을 동경했던 과거, 당나라를 깊이 사랑했던 옛적의 이야기, 명을 정벌하기 위해 조선에 길을 내달라고 했다가 막혀버렸던 좌절의 역사, 비록 명을 정벌하지는 못했지만 도자기전쟁에서 얻었던 수많은 이득과 그로 인해 얻게 된 천재일우의 기회, 제국 시절 정벌에 성공하며 땅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던 영광의 시대, 전쟁 후 잿더미가 되어버린 나라에서 다시 부흥하기 시작하며 중국에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려 했던 일까지.

         

       그 모든 것들에는 일본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가 있었다.

         

       역사를 돌이켜 보았을 때 중국이란 기회가 잠들어 있는 땅이다. 도쿄 대학의 한 교수가 ‘일본은 대륙으로 진출할 때마다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역사적인 이유 말고도 무인들에게는 탐날만한 요소가 넘쳐나는 곳이기도 했다.

         

       가장 먼저 중국이라는 나라는 무인들이 기형적으로 많은 나라였다.

       본래 중국에는 도사나 방사라는 이름으로 분류되었던 초능력자나 연금술사나 주술사들이 존재했다. 심지어는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도 있었으며, 몇몇 분야에서는 같은 시기 서양의 마법사들보다 뛰어난 부분마저 존재했다.

       심지어 아편으로 휩쓸리고, 서양 국가들이 청나라를 산채로 뜯어먹고, 천명을 받든다면서 수많은 이들이 깃발을 들고 나타나며 대륙 전체가 전화에 휩쓸리고, 일본이 쳐들어오는 등 여러 악재를 연속해서 겪었음에도 이 정도였다.

       오랜 역사 속에서 쌓아온 중국의 잠재력은 확실히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악재 속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던 ‘잠재력’은 문화대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버렸다.

         

       타파해야 할 옛것들은 사상검증과 조리돌림 속에서 그대로 사라져버렸고, 수많은 이들이 붉은 파도를 피해 밖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도망치지 못한 이들은 죽거나 병신이 되어버렸고, 그들이 소중하게 전승하고 연구해왔던 모든 것들은 불태워졌다. 그 속도는 어마어마해서 마치 황충의 무리에 곡식이 거덜 나는 것처럼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고, 그 과정에서 무인 정도만이 간신히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문화대혁명 후 재건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중국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였고, 중국 공산당에 충성을 맹세함에 따라 과거 그렇게 입을 모아 소리쳤던 관무불가침이니 하는 것은 사라지고 정부의 충실한 개가 되는 등의 변화를 겪기는 하였지만…. 대신에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어 엄청난 속도로 힘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가난을 떨치지 못했던 과거의 중국을 보며 코웃음을 치던 콧대 높은 무인들조차도 중국의 무인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정도였으니, 중국의 무인에 대한 이미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니, 무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이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깨닫고 문화를 이용한 일본 알리기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였을 때, 가라테 같은 일본의 대표적인 무술과 무공을 알리려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꽤 성공적으로 일이 풀렸고, 로비가 없이도 할리우드에서도 소재로 사용되는 수준까지 다다랐었는데….

       서양과의 오랜 교류와 로비라는 환상적인 시너지를 내는 일본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중국은 어느 순간 갑자기 쿵후니, 중국 전통 무술이니 하는 이름으로 혜성처럼 등장해서 그들이 어렵게 차지한 자리를 빼앗은 전적마저 존재했다.

         

       물론 역사와 전통을 따져보자면 중국이 더 길고, 잠재력을 생각해보자면 중국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매력적이었기에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나라인 미국으로서는 어찌 보면 일본보다 더 탐스러웠을 수도 있겠지.

       거기에 더해 일본이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것, 이코노믹 애니멀(economic animal)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호감이 되어가고 있던 당시 일본인의 이미지, 생각 없는 일본인들이 입에 담았던 ‘일본은 미국을 돈으로 무릎 꿇릴 수 있다.’ 같은 망언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깊이 들어간다면 저 분석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깊이 들어가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으며, 설령 깊이 들어간다고 해도 그것을 감정과 분리해서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 당시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이 몸집만 클 뿐 엄청나게 가난했던 중국에 밀렸다는 것이고, 그들의 노력이 빛이 바래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무인들은 더더욱 이러한 기조가 심했다.

       ‘일본의 무술’이 ‘중국의 무술’에 밀린 구도가 되어버렸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영화 같은 창작 쪽에서라지만….

         

       아니.

       오히려 창작물 쪽에서 밀렸기에 더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중들에게 있어서 어느 무술대회에서 누가 이겼고 그 사람이 어떤 나라 사람이라는 것은 잠시 소비할 간식거리에 지나지 않지만, 문화라는 것은 그 사람의 일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릴 적에는 즐길 거리가 되고, 나이를 먹고서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가 되는 것이 바로 문화였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일본 무인들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떡하니 증명할 기회를 바라고 있었다.

       중국의 무술은 허상이고, 일본의 무술이 진짜라는 것을.

       중국의 무인은 한물이 갔으며, 일본의 무인이야말로 세계 단위로 놀기에 충분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본 무인들의 이러한 소망은 제대로 이루어질 일이 없었다.

         

       중국이 죽의 장막으로 제 몸뚱이를 가리고 있던 탓에 긴밀한 교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거기에 더해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관리하는 자국의 능력자들이 외부의 존재들과 ‘우호적인 분위기’로 접촉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으며, 나라 전체가 반일의 기치를 품기까지 했다.

       당장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차를 타기만 해도 차는 박살이 나고 운전자는 끌려서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날 정도였으며, 중국 공산당의 권력자들은 공식 선상에서 일본을 적대하는 발언을 자주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조금 외진 곳으로 간다면 일본인이 폭행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친선 대련이니 뭐니 하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나 있었겠는가?

       공식적으로 대련을 한다고 해도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편파 판정 등의 억울한 일을 잔뜩 겪으면서 돌아오는 것은 예사고, 따로 중국을 방문해 친선 대련을 신청했다가 무슨 저들이 깡패라도 되는 것처럼 떼거리로 몰려서 몰매를 놓는 경악스러운 일을 겪고 집단폭행을 당해 돌아오는 일을 겪는 등 험한 일을 겪었다.

         

       물론 최근에야 나아지기야 했다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있었던 일이 사라지겠는가?

         

       원한이란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나 중국에서 그러한 일을 겪은 당사자가 그대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였다.

         

       그렇기에 일본 정부는 확신했다.

       이번이 슬슬 관리하기 버거워지는 무인들의 시선을 돌리고, 그들의 세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타오르려 하는 불꽃의 세를 확 죽여버리고 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예를 들자면 가스 불이나 모닥불 수준으로 확 줄여서 쓸모 있는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말이다.

         

       심지어 부담도 적다.

       일본 단독으로 한다면 미국의 연락을 받고, 중국의 항의를 받고…. 아주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어떤가?

       누가 봐도 정당한 명분, 고개를 끄덕일만한 확고한 명분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한국이라는 관심을 분산할만한 파트너가 있기까지 하지 않은가!

         

       이건 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그러한 확신 속에서 일을 진행했다.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외국과 연결점이 있는 상사들을 이용해서까지 말이다….

         

         

         

        * * *

         

         

         

       합동작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금? 장비? 인재?

         

       물론 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작전에서도 중요한 것.

         

       합동작전에서 중요한 것은 말 그대로 합(合).

       서로의 손발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있어서 한국과 일본은 그리 나쁘지 않은 파트너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두 나라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고, 얼마 전 전쟁 직전까지 일어났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궁합이 잘 맞는 편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얼마 전 합동작전으로 악귀를 토벌했던 일, 그리고 사이가 좋지는 않되 바다를 경계로 딱 붙어있는 이웃이라는 점, 꽤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문화적 교류로 인해 서로 간에 느끼는 이질감이 적다는 것 등을 생각해본다면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나라에서 딱히 교류도 없었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손발이 맞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같은 유파 사람조차도 철저한 훈련을 거쳐서야 간신히 합격술을 펼칠 수 있지 않던가?

         

       그렇기에 일본과 한국은 제일 나은 방법을 택했다.

         

       일본은 인도 쪽으로.

       한국은 몽골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나라를 통해 중국의 국경 근처의 무인들을 건드리며 ‘거슬리기는 하지만 전쟁으로 가지는 않는 수준’으로 중국을 괴롭히는 것이 이번에 파견된 무인들의 목적이었다.

         

       …

       …

       …

         

       “흠. 향신료 냄새가 강하게 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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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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