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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

       “하하. 알죠. 알죠.”

       

        그는 말을 더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빠르게 땀이 나는 것 같은 모습.

       

        ‘제 발 저리나 보네. 잡았다. 이 녀석. 너무 허술한 거 아냐?’

       

        대뜸 이렇게 나한테 친해지자고 하다니.

        D급 헌터인데 너무 티나잖아?

       

        “제가 블랙리스트 청문회 신청하려고 하거든요. 제가 유하나 헌터에게 얘기를 듣기로는 그걸 하면 당사자의 입장을 들을 수 있다고 해서요.”

        “유… 유하나 헌터요?”

        “네. 저 파견 나가있잖아요.”

        “하하… 네. 근데 꽤 친하신가 보네요. 그런 이야기도 하는 걸 보면.”

        “네. 뭐 그렇죠.”

       

        그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바들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뭐를요?”

        “채수현 헌터를 청문회에 부르는 거요.”

        “하하. 저는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했다.

       

        “왜요?”

        “아무래도 백지훈 헌터님은 지난 주까지만 해도 E급 헌터셨잖아요? 이제 올랐다고 해도 D급에 불과하고요. 근데 상대방은 S급 헌터니까…”

        “이 청문회의 목적은 억울한 것을 풀기위함이 아닌가요?”

        “쓰읍… 그.. 근데 제가 알기로는 채수현 헌터님께서 블랙리스트를 취소하셨다고.”

        “그래도 한 건 한 거죠.”

        “하… 그래도오..”

       

        그는 계속해서 저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 채수현. 스파이도 심어 놔?’

       

        아주 가지가지 한다고 생각을 했다.

        뭐 상관은 없다.

        이젠 적극적으로 팰 거니까.

       

        ‘박진수. 썩은 동아줄을 잡은 걸텐데. 기회 있을 때 내려 놔.’

       

        조금 날카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물론 그는 대리.

        나보다 위.

       

        “그게. 아무래도~ 보기 좋지는 않을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시는 것이 어떻겠어요? 선배로서 충고합니다.”

        “아, 저는 억울해서요. 꼭 자리에 불러서 이것저것 확인을 해보고 싶네요.”

        “하하…”

       

        그는 뻘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찌할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

       

        [ 채수현 헌터님. 큰일 났습니다. ]

       

        ‘뭔 데?’

       

        채수현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송을 출연하기 위해 이것저것 화장을 받던 중.

       

        “저 스탠바이 10분 전입니다~”

        “네.”

       

        뉴스를 제외한 공중파 첫 데뷔였기에 꽤 떨리는 상황이었다.

       

        ‘하. 잘 하자. 채수현. 일단 지훈 오빠는 어찌어찌 잘 꼬득여보면 될 거야. 나는 지훈 오빠를 믿어. 나에 대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 무슨 일인 데요? ]

        [ 백지훈 헌터님이 블랙리스트 청문회를 요청하려고 한다는 데요. 채수현 헌터님을 상대로요. ]

       

        채수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라고? 블랙리스트 청문회?’

       

        그녀는 아예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왜? 어째서? 뭐지? 그게 무슨 소리야?’

       

        아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한 표정.

        살짝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저… 채수현 님. 괜찮으세요? 이거 화장이 좀 망가진 것 같은데…”

        “하… 잠시만 있다가 하면 안될까요? 지금 좀…”

        “방송 10분 남았어요. 안돼요. 이거 지금 안고치면 이상하게 찍힐 수 있단 말이에요.”

       

        화장을 해주던 사람이 살짝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아 백지훈 이 새끼. 또 뭘 어케 하는 거야? 왜? 하…’

       

        그녀는 눈을 꿈벅이며 화를 삭였다.

        지금 이 자리에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당장 방송도 출연을 해야하고.

       

        [ 박진수 씨. 막아보세요. 어떻게 해서든 일단 방해를 하든 저지를 하든 설득을 하든, 어떻게 해서든 막아주시면 좋겠네요. ]

        [ 이미 해봤는데 마음이 굳어진 것 같은데요… ]

       

        ‘마음이 굳어? 하… 뭐야. 이 호구새끼 이럴 리가 없는데?’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채수현은 하는 수 없이 연락처를 뒤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네.’

       

        [ 진혁 오빠. 나 부탁이 있는데. ]

       

        이진혁에게 연락하기.

       

        ‘하… 이걸… 진혁 오빠한테 말을 해야 돼?’

       

        가능하면 들키지 않고 처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이진혁 밖에 없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괜히 들키진 않겠지.’

        ‘괜찮아 그냥 대충 얼버무려보지 뭐.’

        ‘조용히 넘어갈 수만 있으면…’

       

        [ 뭔 데? ]

        [ 블랙리스트 청문회 막을 수 있어? 헌터 협회 쪽에 힘을 써서? ]

        [ 갑자기 왜? ]

       

        말문이 막히는 답장이었다.

       

        ‘이걸 어쩌지…’

       

        “채수현 씨. 스탠바이 5분전 입니다!”

       

        스텝이 와서 외치고는 떠났다.

       

        ‘아 몰라. 지금 일단 급한걸 처리해야지.’

       

        [ 아니 내가 싫어한다고 했던 헌터 있잖아. 자꾸 나 스토킹 하면서 안다고 했던 사람. 그 사람이 나 귀찮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 ]

       

        채수현은 답답해져서 입술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저 채수현 씨. 입술 그렇게 하지 마세요. 못나게 나와요~”

       

        스텝의 저지.

       

        “네…”

       

        [ 일단 내가 알아서 처리 해볼게. 아직은 신청 들어온 건 없나 본 데? ]

        [ 알았어. 오빠. 고마워 ]

       

        ‘일단 진혁 오빠가 알아서 처리를 해주겠지. 나는 방송 데뷔만 잘하면 돼.’

       

        오늘 이미지 메이킹만 잘 한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내 일에만 집중하자’

        ‘일단 블랙리스트는… 지훈 오빠를 그냥 스토커로 몰아가야지.’

       

        막장으로 생각하는 중.

       

        “자. 채수현 씨! 갑시다. 방송 2분전이에요!”

        “네.”

       

        ***

       

        “지훈 씨. 왜 여기 있어요?”

       

        이수아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벙찐 표정이었다.

       

        “저 일이 있어서요.”

        “무슨 일이요? 유하나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요?”

        “네. 블랙리스트 청문회 신청하려고요.”

        “엇?”

       

        이수아가 꽤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채수현 씨요?”

        “네.”

        “아하~ 좋네요~”

       

        그리고는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방긋 웃었다.

       

        “아니~ 채수현 헌터는~ 왜 그런 걸 했나 몰라. 진짜 우리 지훈 씨가 무슨 스토킹을 했다고? 사람 욕먹게 할라고. 헌터 블랙리스트가 그런걸 하라고 만든게 아닌데. 휴.”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음… 근데 이거 원래 지금은 신청안되는 거에요?”

       

        이것저것 알아보는 와중에 블랙리스트 청문회가 신청이 안되는 것을 깨달았다.

       

        “엥? 왜요? 그럴리가요?”

       

        이수아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재빠르게 다가왔다.

       

        “어… 머지? 방금 전에 갑자기 막혔네?”

       

        ‘채수현 짓이네.’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뻔하다.

       

        박진수에게 말한게 채수현에게 들어갔을테고.

        뭔가 위력을 발휘했겠지.

       

        “이거 뚫을 수 없나요?”

        “어. 이건 헌터협회 소관이라.”

        “이수아 씨. 하실 수 있죠?”

       

        나는 이수아를 거의 뚫어질 정도로 쳐다봤다.

       

        “어… 음…”

       

        그녀는 상당히 난감한 표정을 하며 주춤거렸다.

       

        “설마 S급 헌터 1위 였던 분인데 이걸 못하진 않겠죠오?”

       

        계속해서 바라봤다.

       

        “해… 해올게요…. 제가 할 수 있어요.”

       

        그리고는 어디론가 연락을 하는 것이었다.

       

        ***

       

        “아. 넵. 이수아 헌터님. 네네.”

       

        헌터 협회 직원이 전화를 받고 있었다.

        아주 고분고분.

       

        “아~ 그거요. 근데 그게…”

       

        그리고는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백호 길드 측에서 잠시간 닫아달라는 요청이 강력하게 있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는 듯한 태도였다.

       

        “하.. 그러니까… 블루 길드 쪽에선 열어달라는 입장이신 거죠…?”

       

        아주 난처한 표정.

       

        “네… 그렇긴 해요… 맞습니다… 근데 백호길드에서는… 하… 네.. 맞아요…그쵸… 그게 맞긴 한데…”

       

        난감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연신 머리를 긁어댔다.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그게 맞기는 해요. 네…”

       

        그는 전화를 끊었다.

       

        “하. 씨. 왜 난리야? 오늘 무슨 날이야? 왜 백호 길드랑 블루 길드랑 쌍으로 이 지랄인데?”

        “왜요?”

       

        옆에 있던 직원이 꽤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봤다.

       

        “아니 블랙리스트 청문회를 열라마라 닫아라 뭐 어쩌구 저쩌구 난리야.”

        “왜? 누구 열고 싶대?”

        “그런가 봐. 근데 백호 길드에선 기를 쓰고 닫으려는 중이고, 블루 길드에선 기를 쓰고 열려는 중이고. 나만 중간에 껴서 짜증나네.”

        “뭐. 어쩔 수 없지. 근데 마땅히 닫을 근거도 없잖아?”

        “그래서 청문회장 정비를 핑계로 닫아뒀는데 방금 이수아 헌터가 직접 전화해서는…”

        “엥? 이수아 헌터가? 직접?”

        “응.”

       

        다들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뭘까.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직접 연락을 하는 거야?”

        “몰라. 아오. 그냥 열어버린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인지 확인 해야지.”

       

        ***

       

        “어? 된다.”

       

        이수아가 전화하고는 정확히 3분 뒤 다시 신청이 가능해졌다.

       

        “이수아 헌터님. 꽤 능력 있으시네요?”

        “아. 저 S급 헌터 1위였던!! 이수아 인데요…”

        “의외네요.”

        “아 뭐가 의외에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이것저것 신청양식을 작성했다.

       

        “흐음~ 근데 이상하네요.”

        “뭐가요?”

        “그러고 보니 채수현 헌터는 백지훈 헌터님을 스카웃 하려던 게 아니었나? 왜 블랙리스트에 올렸지? 나는 스카웃하려고 했던 건 줄 알았는데…?”

       

        내가 작성을 하는 동안 옆에서 쫑알대는 것이었다.

       

        “음. 그럼~ 혹시 둘이 원래 알던 사이었나? 스카웃하려던 게 아니라? 설마 사귀던 사이었던건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뭐야. 눈치 왤케 좋아?’

       

        “저 이수아 씨?”

        “네?”

        “조용히 좀 하실래요?”

        “…”

       

        이수아는 자신의 입에 지퍼를 잠구는 시늉을 했다.

       

        “좋네요.”

       

        나는 청문회 신청 절차를 완료했다.

       

    다음화는 07월 20일 13시 업데이트 됩니다.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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