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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

     축제, 아침.

     나는 평소와 같은 아침-

     이 아닌, 백작성의 내 방에서 일어나 아침을 맞이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하여.

     정확히는-

     “너무하세요, 도련님!”

     “뭐가 그렇게 서운하십니까, 아스타시아.”

     “저희는 이렇게 예쁘게 꾸며주셨으면서!”

     아스타시아가 드레스 차림으로 나를 향해 소리친다.

     “평소와 다른 차림으로 모두를 속일 계획이라고 하시면서 왜 저희에게는 예쁜 드레스를 입히신 거죠?”

     “그야 두 분은 돈 많은 레이디로서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축제를 즐기셔야 하니까요.”

     나는 옆에 묵묵히 드레스를 입고 있는 나리아를 가리켰다.

     “나리아.”

     “…….”

     “자베스인 척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후가 되면 헥스 자작이 와서 호위가 되어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자베스인 척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나리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타시아 전하는 로버트가 직접 호위할 것입니다.”

     “그러면 도련님의 호위는 누가 하고요?”

     “멘테 경이 하기야 하겠지만, 멘테 경이 축제에 호위로 나서기에는 여러모로 주변 시선이 좀 그래서.”

     “뭐가 어쩌고 저째?”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멘테 경이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지금 어린애처럼 보인다고 축제에서까지 어린애 취급을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의 막내 여동생은 싫다면서요.”

     “그, 그야 당연하지!”

     40살에 13살 여자아이들의 여동생 노릇을 하라는 건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라고.

     “그러면 다른 역할 하세요.”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멘테 경은 기사 제복을 입고 있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거리를 순찰해주시죠.”

     “그러니까….”

     “그 대신 그러면, 제 호위는 어렵겠지만.”

     나는 내가 입고 있는 옷을 가리켰다.

     “지브롤터 백작령 어느 한 조용한 마을에서 온 가난한 소년, 나차사입니다.”

     “가명이 나차사인 거예요?”

     “그렇죠. 할아버지와 둘이 살다가 주머니에 용돈으로 간신히 모은 5천 골드 챙겨서 백작성까지 온 산골 소년이죠.”

     나와 두 사람의 역할은 다르다.

     겉모습에서부터 알 수 있듯, 나는 귀족이 아닌 평민으로서 철저히 나설 생각이다.

     마치 보육원의 아이들처럼.

     왜 갑자기 이런 짓을 하려고 하는 건가.

     “여러분들을 믿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여러분들이 워낙 철두철미하기에 이런 부분은 맡기기 어려워서 그런 겁니다.”

     그건 어젯밤 아버지의 서재에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에 대하여, 내가 직접 몸소 축제를 돌아다니며 확인하려고 하기 위함이다.

     “상인들이 소위 호구 잡는 걸 현장에서 확인하려고 하는 건데, 뒤에 영주성 기사들이 서 있으면 누가 제대로 사기를 치겠습니까.”

     “그, 그건 저희도 할 수 있어요!”

     “사기요?”

     “아뇨! 변장!”

     나름 이전부터 자기 전에 설명을 해뒀지만, 아스타시아는 유독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저도 나리아도 둘 다 변장하고 도련님을 도울 수 있어요! 오히려 메이드인 척 변장한다면 더 쉬울 거예요! 그렇죠, 나리아?”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나리아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레이 경은 저희가 무슨 사고에 휘말리거나 납치라도 당할까 걱정하시는 겁니까?”

     “예.”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사건 카드, 내가 이번 축제에서 일어날 가능성 중 하나.

     “돈 많은 귀족 영애가 한눈을 판 사이 납치하는 인신매매범은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납치.

     “막말로, 지브롤터 도련님도 납치당하는 세상이니까요.”

     실제로 영주성 내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납치라는 건 보통 그런 귀족 영애들보다 뒤탈 없어 보이는 빈민가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더 자주 일어납니다.”

     “그건 왜죠? 돈 많은 귀족 영애를 납치해야 협상으로 얻어내는 돈을 더 많이 받아낼 수 있을 건데.”

     “전자는 교섭을 통해 고액을 뜯어내는 데 목적이 있지만, 후자는 뒤탈 없이 아이를 팔아넘기는 데 목적이 있어서죠.”

     

     납치라고 다 똑같은 납치가 아니다.

     “사실 두 분을 남장시키거나 평민으로 변장시키는 것도 생각은 해봤습니다.”

     생각은.

     “그런데 그런 짓을 했다가는 카르멘 왕비라거나, 에르윈 회장님이 어딜 그런 위험한 짓을 하냐고 노발대발하실 것 같아서.”

     “아.”

     “…….”

     “나중에 변장하고도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이번은 저를 믿고, 축제에 놀러 온 귀족 영애로서 즐겨주시죠.”

     나는 벽에 걸려있는 로브의 후드를 가리켰다.

     “머리카락도 가린 채로 돌아다니고, 뒤에 기사들을 대동하고 그러면 최소한 누가 함부로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겁니다. 적어도 무력으로는.”

     “무력으로는…?”

     “상인들에게 사기당하는 것까지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죠.”

     불량배, 납치범. 

     이들은 호위 기사가 있는 걸 보고 범행을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상인은 그렇지 않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또다른 사건 하나.

     “100골드짜리를 1만 골드에 파는 경우도 있을 거고, 진짜라고 하면서 가짜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엘프의 숲에서 확보한 나뭇가지로 만들어 영험한 기운이 깃든 팔찌라면서 10만 골드에 팔아치우려는 놈들도 있을 거고.”

     허위 매물, 사기, 과장광고.

     “판매 신고 물품 내역은 당연히 전부 다 그럴싸하지만, 실제 가판대에 어떤 물건들이 올라왔는지는 직접 봐야 아는 법. 심지어 가판대도 정식 허가가 나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겁니다.”

     무허가 노점.

     “그러니 두 분은 혹시나 저와 마주친다면, 그냥 무시하거나-”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아스타시아는 손을 번쩍 들었다.

     “도련님이 뭔가 생각하시는 일에 저희가 방해된다면 방해하지 않을게요. 하지만…그래도 우연히 축제 중에 마주쳤을 때 뭔가 사주거나 하는 건 괜찮은 거죠?”

     “…뭐, 그레이 지브롤터라고 까발리거나 그러는 게 아니라면.”

     오히려 바라던 바다.

     가난한 소년에게 동정심으로 음식을 사주는 소녀를 보고 덤을 줄지, 아니면 그 동정심을 이용해 사기를 칠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건 축제를 창문 너머로 즐기고 멀리서 불꽃놀이를 보는 겁니다.”

     “왜 그게 가장 좋은 거죠?”

     “그야 당연히 축제에 나오면 즐겁기야 하겠지만, 인간의 악의를 살펴보게 될 테니까요.”

     돈 앞에서.

     그리고 특히.

     “원래 한철장사에서 돈 벌어먹으려는 이들 중에는 양심을 개나 줘버린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

     * * *

     11월 11일, 오전 10시.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헥스 자작이 나리아의 호위로 나섰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름으로 헥스 자작-로버트 경 두 사람의 호위를 받아 거리로 나섰다.

     “멘테 경은 경기 나가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오후 경기라서 아직 괜찮아.”

     멘테 경이 나를 따라온다.

     “그리고 내가 옆에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왜죠?”

     “그래야 저택 사용인들이 네 뒤를 호위하는 나를 보고 ‘아, 저 염색까지 한 꼬맹이가 그레이 지브롤터구나’라고 생각하고 실례를 할 거 아니야.”

     마침, 복도에 있는 거울 앞에 멈춰선다.

     “누가 봐도 그레이 지브롤터같지 않기는 하죠?”

     저택성 내부에서 빵모자에 멜빵바지, 구멍 난 해진 셔츠를 입고 있는 나.

     “마법사 같은 녀석들에게 들킬 것 같지도 않고.”

     “그래. 고작 하루 때문에 염색까지 해버렸는데, 누가 너를 그레이라고 생각하겠어.”

     “머리가 염색물 잘 먹는 색이라서 다행이죠.”

     심지어 변장 마법-도 아닌 염색으로 머리카락 색을 갈색으로 물들이기까지 했다.

     “진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던 거야?”

     “이렇게 보여도 제가 사실 연기에 좀 진심이라서.”

     “연기…?”

     “예. 제가 만일 나중에 아카데미에 들어간다면 말입니다.”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절반은 학생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학생회에 발을 걸치고, 나머지 절반은 연극 동아리에서 마음껏 연기를 할 겁니다.”

     “연기를 배우려고?”

     “배운다니요? 저는 이미 완성된 배우입니다만.”

     나는 지금도, 완벽한 연기를 하고 있다.

     “아스타시아 황손녀에게 반해서 그녀를 위해 축제도 열어주고, 불꽃놀이를 위해 500만 골드를 허공에 태우려고 하죠.”

     “여러 가지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일단 참을게.”

     “하셔도 되는데요.”

     “축제에서 도박장을 비롯한 돈놀이가 제대로 통하는 건지 실험하려고 한다거나, 누아르를 축하 대상의 전면으로 내세워서 모두에게 그를 인식시키려고 한다거나, 나리아 공주의 생일로 축제를 준비해서 카르멘 왕비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게 아니고?”

     “…….”

     

     아무래도, 역시.

     “멘테 경도 저랑 오래 지내면서, 제법 저에 대해 잘 알게 된 모양입니다.”

     “당연하지. 뭐야. 그 웃음은. 혹시 내가 또 모르는 뭔가가 있어?”

     “아뇨. 딱히.”

     더 있어도, 더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직접 겪어보면서 살펴보는 게 좋겠지.

     “오늘 어떤 일들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좀 궁금해서요.”

     자정에 가까워지기까지, 부디 내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일어나기를.

     “궁금해? 어떤 게?”

     “글쎄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궁금증?”

     “최악의 사태?”

     “예.”

     가령.

     “제국의 황태자가 몰래 지브롤터의 축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첩자로 잠입했다거나?”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니야?”

     “그러니까.”

     최악의 상황이 그 정도이며.

     “그게 극단적이라면, 적어도 그 안에 있는 건 딱히 놀랍지 않은 예상 범위 내의 일이라는 겁니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나는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

     정말이지, 어떤-

     “그레이 오빠!!”

     “…….”

     정정.

     아직 축제에 나가지 않았고, 이건 카운트 외.

     “오빠아아!”

     푹.

     내 품에 그대로 몸을 던진 하얀 무언가.

     화이트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하얀색을 가진, 토끼털처럼 보드라운 색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붉은 눈.

     “레타르.”

     “응!”

     “나인 거, 멘테 경 때문에 안 거야?”

     “오빠인데 당연히 알지! 근데 멘테 경? …아! 계셨어요?! 오빠 때문에 안 보였어요!”

     “아, 그렇습니까.”

     멘테 경은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레타르에게 애써 웃었다.

     “오빠, 이건 뭐야? 변장하고 어디 가는 거야?”

     “응. 축제에서 나쁜 짓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래.”

     “나쁜 짓?”

     “여러 가지 나쁜 짓을 하는 걸 순찰하려고 하는데, 내가 그냥 평소처럼 하고 돌아다니면 다들 나인 거 눈치챌 거 아냐.”

     “음….그건 그렇네! 오빠가 그냥 걷기만 해도, 사람들 나쁜 생각하던 거 바로 접어버릴걸!”

     역시 레타르다.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건 누아르가 겪은 일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겁이 없기 때문이겠지.

     “아참! 오빠, 나 에단 데리고 축제 구경하고 싶어!”

     “에단, 데리고?”

     “응! 에단이랑 같이. 안 될까…?”

     “안 되지.”

     당연한 소리를.

     “호위도 없이 어딜 함부로.”

     “그러면 호위 붙으면 되는 거야?”

     “최소한 중급 기사 이상의 실력을 갖춘 사람을 데리고 다녀야겠지?”

     “…….”

     “저는 대회 준비가 있어서.”

     레타르가 멘테 경을 바라봤으나, 멘테 경은 가볍게 두 손을 들었다.

     “레타르 아가씨를 밀착해서 계속 호위할 수는 없습니다.”

     “흐으음…그러면…. 오빠…?”

     “에단이 너를 호위할 테니, 호위 따위는 필요 없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내가 누아르 오빠도 아니고, 그런 소리를 왜 해?!”

     레타르가 진심으로 화를 냈다.

     “하긴. 미안. 네가 그럴 사람은 아니지.”

     “당연하지! 호위만 있으면 멀쩡히 축제 보러 갈 수 있는데, 내가 뭐 하러 혼날 짓을 하겠어?”

     레타르는 성향이 좀 그런 쪽이라서 그렇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오빠. 호위 없이 돌아다니는 게 목적이라고 했지? 그러면 로버트 경은 지금 어디에 있어?”

     “로버트 경에게 부탁하려고?”

     “응!”

     “아쉽게도 로버트 경은 다른 사람의 호위로 붙어서 안 돼.”

     “으읏…. 혹시 추천하는 사람 있어?”

     “음….”

     나는 레타르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은 뒤.

     “저 사람.”

     “…앗!”

     우리 뒤에 다가오고 있던 이를 가리켰다.

     “아빠!”

     “…….”

     “엄마! 그리고 루비도!”

     복도 반대편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걸어오고 있다.

     어머니는 품에 하얀 보자기를 두른 루비를 안은 채, 혼란스러운 눈으로 레타르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저기, 그레이. 무슨 이야기니…?”

     “레타르가 축제를 구경하고 싶다고 하는데, 호위 기사를 붙이려고 하니 마땅찮아서요. 제가 붙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건….”

     “아버지께서는 어떠십니까? 어머니와 같이 축제 구경가시면서 레타르도 함께 가는 건? 어차피 루비를 안고 가야 하잖습니까.”

     나는 루비 주변을, 허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버지께서 직접 지켜보고 계시고, 또 뒤에 다른 기사들도 데리고 간다면 레타르도 안전할 것 같은데.”

     “…레타르.”

     “아, 네!”

     “얌전히, 따라올 수 있겠느냐?”

     “네!!”

     아버지답지 않게 레타르에게 물어보자, 레타르는 바로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아버지에게 달려들었다.

     “고마워요, 아빠!”

     허벅지에 그대로 얼굴을 비비며 기뻐하는 레타르의 모습에 아버지는 어색한 듯 잠시 굳었다가-

     “이쪽이 더 편하겠군.”

     “엇?!”

     

     레타르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한 팔을 의자처럼 만들어 레타르를 안아 들었다.

     “와!”

     “백작님….”

     아버지의 행동에, 어머니가 어딘가 풀린 눈으로 옅게 웃었다.

     “정말이지….”

     “…흠흠.”

     아버지가 부끄러워하지만, 사실 이 모두 계획된 행동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변화한 아버지에 더욱더 반하고 있다.

     자신의 반려 크림슨 지브롤터만이 아닌, ‘아이들의 아버지’라는 부분에 있어.

     ‘회귀 전에 사이가 안 좋아졌던 건 저런 부분도 한몫하는 거지.’

     

     자식을 그저 샤를로트 지브롤터와의 행위에서 태어난 결과물로 보던 자.

     “레타르. 백작님을 곤란하게 하면 안 된다?”

     “네에….”

     “내 말은, 말만 잘 들으면 백작님과 같이 축제 구경을 안전하게 다닐 거라는 이야기야.”

     “아, 그런 거예요? 히히힛….”

     그자는 이제 없다.

     “백작님. 저녁에는 불꽃놀이를 보면서, 오랜만에 한잔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음료라면-”

     “상인 중에 허가증을 제출하면서 발렌시아 17년산 와인을 선물로 줬거든요.”

     “…….”

     “백작님? 오늘 밤….”

     “알겠소. 그러지.”

     이곳에 있는 건 넷째에 이어, 어쩌면 오늘 축제의 밤에 다섯째까지 만들지도 모를 화목한 백작 부부뿐.

     “아참! 아빠, 저 에단 데리고 올게요!”

     “에단…?”

     “네! 에단한테 축제 구경 시켜주려고요! 괜찮아요! 제가 데리고 다닐 거니까!”

     “…….”

     “아빠…?”

     “백작님?”

     “…말콤에게 지시를 내려둘 테니 안심하거라. 에단은…오전에 있을 소년부 기사 대련회가 끝나면 이쪽으로 오게 할 테니.”

     “와아아! 고마워요, 아빠!”

     레타르가 환호성을 내지르더니, 그대로 아버지의 볼에 키스했다.

     “…크흠.”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고, 나는 그 모습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레이.”

     “저는 이만, 축제를 살피러 가보겠습니다.”

     “너도-”

     “이미 변장하고 난 뒤라서. 그레이 지브롤터는 오늘 누아르 지브롤터를 향한 축하에 배가 아파서 몸져누워 있을 예정이라.”

     나는 셋과 뒤에 있는 기사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인 다음.

     “오늘, 제가 축제에 돌아다닌다는 건 비밀입니다.”

     가볍게 검지를 들었다.

     “쉿.”

     “오빠, 왜 그래? 그렇게까지는….”

     “일단, 잡으러 가야 하거든.”

     지브롤터 축제에서, 나의 예상 범주 내에 있는 가장 확실한 호구.

     “누아르 보러 갑니다.”

     누아르가 얼마나 많이 사기당할지.

     상인들이 얼마나 많이 누아르를 후려칠지.

     그리고.

     ‘그림자 하나 정도는 있겠지.’

     백은을 가진 이가 누아르 지브롤터에게 접근할지.

     새벽.

     바람을 타고, 희미한 백은 향기가 내 코를 간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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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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