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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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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려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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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꼬치를 한입 크게 물었다. 여관을 쓸어버리고 정보까지 알뜰하게 턴 후 곧바로 서쪽으로 이동하려 했다. 노아가 만든 조직 네스트가 그곳에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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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출발하려는 순간, 제스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밥먹을 때가 한참이나 지났다는 걸 그제야 자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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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애들을 굶길 순 없었기에 여관과 꽤 떨어진 곳에 있는 꼬칫집에 들어와 산더미처럼 꼬치를 쌓아두고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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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검 한번 섞어보지 않고 이길 수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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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살이란 말이 어울렸던 여관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꼬치를 한입 더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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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여놓고 아무 생각 없이 식사를 하고 있다니, 나…생각보다 다크한 세계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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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이란 개념이 깃털의 무게만큼 가벼운 세계에서 살아왔던 탓에 아무 생각 없는 거지만, 하여튼 적응 잘하는 거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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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 나무 꼬치는 먹으면 안 돼. 여기 꼬치 50개 추가요!”
    “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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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촤아악,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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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먹성이 좋은 제스다 보니 가게 주인이 구슬땀을 흘리며 쉽 없 고기를 구워야했다. 그때 아이리스가 입에 남은 고기를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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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노아라는 사람은..누구야?”
    “아, 그러고보니 아이리스에게 말해 준 적이 없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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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고 있던 꼬치를 접시에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셔 입을 축인 후 과거의 일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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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체로 잡혀있었던 곳에서 노아와 아이들을 만난 일, 우연히 미아라는 흑마법사에게 거둬진 일, 지소에게 반쯤 납치되어 아이리스를 만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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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당했다고 하면 걱정할 것 같아서 요리나 잡다한 일만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다지 괴로운 실험은 아니었지만, 아이리스는 걱정이 많은 아이였기에 일부러 말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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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사람을 만나러 갈 거야?”
    “응, 도와주고 싶어.”
    “그럼 나도 도와줄게. 오빠가 원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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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반달로 접어 웃어 보이는 아이리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마구 쓰다듬어주자, 아이리스의 얼굴이 보기 좋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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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힌닝! 아오! 아오!(쭈인님! 나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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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입 안 가득 꼬치를 문 채 나에게 달려와 머리를 내밀었다. 툭 튀어나온 귀가 축 늘어진 채 어서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 독촉하고 있었다.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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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챙! 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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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선 단검이 내 쪽으로 날아오다가 아이리스가 휘두른 검에 맞아 튕겨 나갔다. 튕겨 나간 검이 옆에 있는 테이블을 반으로 쪼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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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쯧, 보기보다 꽤 실력이 있는 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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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구석진 곳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이 날아온 위치와 같았다. 온몸을 새카만 로브로 가린 남자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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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물러나도록 하지. 하지만 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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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말한 남자는 그림자에 녹아들 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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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저런 음습한 계열의 사람은 엄청 귀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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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방심하길 기다렸다가 툭툭 튀어나와 허접한 공격을 날리고 사라지는 유형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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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있을 때, 막 옷을 추슬러 입고 있을 때, 새끼발가락이 찧어서 콩콩 뛰고 있을 때…그런 상황에서 나타나 귀찮게 검을 슉슉 날릴 걸 생각하니 벌써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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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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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마검을 소환해 공격하려 해도 남자가 사라지는 게 더 빠를 터였다. 어떻게 해야 벌써 70%나 사라져버린 저 남자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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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본능적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나무 꼬치를 들어 올렸다. 그 꼬치를 온 힘을 다해 남자 쪽으로 던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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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 물어와!”
    “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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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부릅뜬 채 으르렁거리며 남자를 경계하던 제스가 강아지처럼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더니 엄청난 속도로 꼬치가 날아간 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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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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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거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트럭처럼 보일 정도였다. 굳이 트럭에 비유한 이유는…음습한 남자가 트럭에 치인 것처럼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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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콰직!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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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벽을 부스며 날아간 남자는 눈이 뒤집힌 채 피거품을 물며 기절했다. 얼마가지 않아 죽을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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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치를 산더미처럼 굽고 있던 꼬칫집 주인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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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5대 동안 유지해온 전통 있는 꼬칫집이…어머니가 물려주신 유산이…크흑…빚더미를 전부 갚고 나서 그녀에게 고백하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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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리셰 발언을 서슴없이 뱉으며 처량하게 앉아있는 꼬칫집 주인을 보자 뭔가 내가 큰 잘못을 한 것 같았다.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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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스승님 죄송합니다. 역시 전 안되는 놈이었어요! 으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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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이꺼이 우는 꼬칫집 주인에게 주머니에서 꺼낸 돈을 건네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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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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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가게 주인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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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우리가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활짝 열려있던 가게 문이 언제 닫힌 건지, 낯선 남자의 발차기에 문이 날아가 버리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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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오호, 장사 잘되나 보지? 꼬치가 잔뜩 쌓여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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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말없이 깡패 같은 남자 둘과 벽에 박혀있는 암살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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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사람이 벽에 박혀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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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건 분명…개그 세계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 사실을 자각한 순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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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권능이 사용된 거구나! 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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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권능은 나를 위협하는 사람에게 발동된다고 했었다. 그 말은 곧, 클리셰 발언을 서슴없이 뱉던 꼬칫집 주인과 쓰러진 사람을 가볍게 무시하고 있는 깡패가 나를 위협했다는 말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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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다고 보기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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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패들은 꼬칫집 사장님을 위협할 뿐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뭐가 뭔지 모를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데. 껄렁거리던 놈 중 하나가 나를 돌아보더니 입을 쩍 벌리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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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억! 형님! 저놈 아까 수배서에서 본 놈 아닙니까?!”
    “뭐? 어엇! 맞네,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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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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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필터에 당한 놈들은 친절한 설명충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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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데비아탄의 작전을 훼방 놓고 도망친 미친놈이라던대…. 히야, 수배서가 떨어졌는데도 데비아탄의 구역에서 식사나 하고 있었다니…간이 정말 큰놈인데요?”
    “저 녀석 현상금이 분명 금화 10개였지?”
    “크흐흐..이거 땡잡았네요! 거기다 옆에 있는 년도 꽤 반반하니 팔면 주머니 좀 두둑해지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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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지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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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비아탄 놈들이 나를 위협하게 되면서…이 구역 전체에 권능이 발동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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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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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 그러면 다들 죽지 않는 불사 상태가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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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깡패들이 나에게 다가와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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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르릉!”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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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이를 드러내며 달려들던 남자의 목을 물어뜯었고, 아이리스가 욕설을 내뱉으며 다른 남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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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촤아악,철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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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불사는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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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하게 시체가 된 두 남자를 보며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하마터면 데비아탄 놈들을 무적으로 만들어 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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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잠깐만.”
    ​
    ​
    나는 문득 떠오른 사실에 뇌에 버퍼링이 걸리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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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말은 곧…개그 세계의 주민처럼 행동하지만, 목숨은 유한하다는 거 아니야?’
    ​
    ​
    나는 그 순간 데비아탄의 멸망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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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들아 최대한 빨리 서쪽 구역으로 가자 여긴 너무 위험한 것 같아.”
    “응.”
    “좋아! 쭈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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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스가 내 허리를 덥썩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를 축 늘어뜨린 채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꼬리가 마구 흔들렸다. 
    ​
    ​
    “가자 아이리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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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스를 지그시 바라보던 아이리스에게 손을 내밀자, 아이리스가 활짝 피어난 꽃처럼 웃으며 내 손을 맞잡았다.
    ​
    ​
    제스는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만 빠른 이동을 위해 떨어져야 한다고 살살 달래니 시무룩한 얼굴로 떨어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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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치값과 부서진 가구 값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꼬칫집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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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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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아앗! 이,이런 젠장! 저리 꺼져!”
    “너야말로 꺼져! 어억!? 너,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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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링핀처럼 생긴 건장한 남자 둘의 엉덩이가 접착제로 붙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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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어정쩡한 자세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넘어져 버렸다. 쓰러진 둘은 그대로 경사진 길을 따라 굴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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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아아악!”
    “커헉..! 사,살려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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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득우득하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구르기 시작한 이들은 다른 가게의 물건이 담긴 박스 따위를 전부 부수며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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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억! 우리 가게 물건이!”
    “대,대체 누구야!”
    ​
    ​
    가게 주인들이 뒤늦게 튀어나와 욕설을 내뱉으며 범인을 찾으려 했지만, 범인은 이미 멀리 굴러간 상태라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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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호핀! 네 녀석이지!”
    “하? 내가 아니라 너겠지!”
    ​
    ​
    평소였다면 이성적인 대화를 했을 이들이 눈이 돌아간 채 서로를 욕하다가 이내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던지며 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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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세계였다면 멍이 들고 말았겠지만, 이곳은 다크 판타지 세계였기 때문에 순식간에 피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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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익! 거기 아가씨 나랑 차 한잔 안 할래?”
    “흥,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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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등가에서 일하는 여성이 코웃음을 치며 가방으로 남자의 얼굴을 후드려 쳤다. 그러자 남자의 목이 우두둑하며 돌아가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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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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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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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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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3

연약한 다크 판타지 세계 주민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려서 다행이야.’

나는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꼬치를 한입 크게 물었다. 여관을 쓸어버리고 정보까지 알뜰하게 턴 후 곧바로 서쪽으로 이동하려 했다. 노아가 만든 조직 네스트가 그곳에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막 출발하려는 순간, 제스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밥먹을 때가 한참이나 지났다는 걸 그제야 자각했다.

더 이상 애들을 굶길 순 없었기에 여관과 꽤 떨어진 곳에 있는 꼬칫집에 들어와 산더미처럼 꼬치를 쌓아두고 먹고 있었다.

‘…설마 검 한번 섞어보지 않고 이길 수 있을 줄이야.’

학살이란 말이 어울렸던 여관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꼬치를 한입 더 먹었다.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여놓고 아무 생각 없이 식사를 하고 있다니, 나…생각보다 다크한 세계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네!’

‘죽음’이란 개념이 깃털의 무게만큼 가벼운 세계에서 살아왔던 탓에 아무 생각 없는 거지만, 하여튼 적응 잘하는 거라고 하자.

“제스 나무 꼬치는 먹으면 안 돼. 여기 꼬치 50개 추가요!”

“예에!”

촤아악,촤르륵!

워낙 먹성이 좋은 제스다 보니 가게 주인이 구슬땀을 흘리며 쉽 없 고기를 구워야했다. 그때 아이리스가 입에 남은 고기를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오빠, 노아라는 사람은..누구야?”

“아, 그러고보니 아이리스에게 말해 준 적이 없었구나?”

들고 있던 꼬치를 접시에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셔 입을 축인 후 과거의 일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실험체로 잡혀있었던 곳에서 노아와 아이들을 만난 일, 우연히 미아라는 흑마법사에게 거둬진 일, 지소에게 반쯤 납치되어 아이리스를 만난 일.

실험당했다고 하면 걱정할 것 같아서 요리나 잡다한 일만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다지 괴로운 실험은 아니었지만, 아이리스는 걱정이 많은 아이였기에 일부러 말을 줄였다.

“그…사람을 만나러 갈 거야?”

“응, 도와주고 싶어.”

“그럼 나도 도와줄게. 오빠가 원하는 거니까.”

눈을 반달로 접어 웃어 보이는 아이리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마구 쓰다듬어주자, 아이리스의 얼굴이 보기 좋게 달아올랐다.

“후힌닝! 아오! 아오!(쭈인님! 나도! 나도!)”

제스가 입 안 가득 꼬치를 문 채 나에게 달려와 머리를 내밀었다. 툭 튀어나온 귀가 축 늘어진 채 어서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 독촉하고 있었다.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순간.

챙! 콰직!

날 선 단검이 내 쪽으로 날아오다가 아이리스가 휘두른 검에 맞아 튕겨 나갔다. 튕겨 나간 검이 옆에 있는 테이블을 반으로 쪼개 버렸다.

“쯧, 보기보다 꽤 실력이 있는 놈이군.”

건물 구석진 곳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이 날아온 위치와 같았다. 온몸을 새카만 로브로 가린 남자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물러나도록 하지. 하지만 다음에는…”

그리 말한 남자는 그림자에 녹아들 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으아…저런 음습한 계열의 사람은 엄청 귀찮은데!’

상대가 방심하길 기다렸다가 툭툭 튀어나와 허접한 공격을 날리고 사라지는 유형의 사람!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있을 때, 막 옷을 추슬러 입고 있을 때, 새끼발가락이 찧어서 콩콩 뛰고 있을 때…그런 상황에서 나타나 귀찮게 검을 슉슉 날릴 걸 생각하니 벌써 지쳤다.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할 순 없어!’

당장 마검을 소환해 공격하려 해도 남자가 사라지는 게 더 빠를 터였다. 어떻게 해야 벌써 70%나 사라져버린 저 남자를 잡을 수 있을까?

나는 본능적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나무 꼬치를 들어 올렸다. 그 꼬치를 온 힘을 다해 남자 쪽으로 던지며 말했다.

“제스! 물어와!”

“캬앙!”

눈을 부릅뜬 채 으르렁거리며 남자를 경계하던 제스가 강아지처럼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더니 엄청난 속도로 꼬치가 날아간 쪽으로 달려갔다.

“허억…!”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거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트럭처럼 보일 정도였다. 굳이 트럭에 비유한 이유는…음습한 남자가 트럭에 치인 것처럼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쾅! 콰직! 쿵!

건물 벽을 부스며 날아간 남자는 눈이 뒤집힌 채 피거품을 물며 기절했다. 얼마가지 않아 죽을 것처럼 보였다.

꼬치를 산더미처럼 굽고 있던 꼬칫집 주인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아..5대 동안 유지해온 전통 있는 꼬칫집이…어머니가 물려주신 유산이…크흑…빚더미를 전부 갚고 나서 그녀에게 고백하려 했는데…”

클리셰 발언을 서슴없이 뱉으며 처량하게 앉아있는 꼬칫집 주인을 보자 뭔가 내가 큰 잘못을 한 것 같았다.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기…”

“스승님 죄송합니다. 역시 전 안되는 놈이었어요! 으흐흑…”

꺼이꺼이 우는 꼬칫집 주인에게 주머니에서 꺼낸 돈을 건네려는데.

쿵!

“어이! 가게 주인 나와!”

분명 우리가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활짝 열려있던 가게 문이 언제 닫힌 건지, 낯선 남자의 발차기에 문이 날아가 버리는 게 보였다.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오호, 장사 잘되나 보지? 꼬치가 잔뜩 쌓여있잖아?”

나는 말없이 깡패 같은 남자 둘과 벽에 박혀있는 암살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니…사람이 벽에 박혀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거야?’

이런 건 분명…개그 세계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 사실을 자각한 순간 알아차렸다.

‘아, 권능이 사용된 거구나! 그런데 왜?’

분명 권능은 나를 위협하는 사람에게 발동된다고 했었다. 그 말은 곧, 클리셰 발언을 서슴없이 뱉던 꼬칫집 주인과 쓰러진 사람을 가볍게 무시하고 있는 깡패가 나를 위협했다는 말이된다.

‘그렇다고 보기엔…음…’

깡패들은 꼬칫집 사장님을 위협할 뿐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뭐가 뭔지 모를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데. 껄렁거리던 놈 중 하나가 나를 돌아보더니 입을 쩍 벌리며 소리쳤다.

“어억! 형님! 저놈 아까 수배서에서 본 놈 아닙니까?!”

“뭐? 어엇! 맞네, 맞아!”

수배서?

개그 필터에 당한 놈들은 친절한 설명충이 되어주었다.

“무려 데비아탄의 작전을 훼방 놓고 도망친 미친놈이라던대…. 히야, 수배서가 떨어졌는데도 데비아탄의 구역에서 식사나 하고 있었다니…간이 정말 큰놈인데요?”

“저 녀석 현상금이 분명 금화 10개였지?”

“크흐흐..이거 땡잡았네요! 거기다 옆에 있는 년도 꽤 반반하니 팔면 주머니 좀 두둑해지겠는데요?”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한 지 알아차렸다.

‘데비아탄 놈들이 나를 위협하게 되면서…이 구역 전체에 권능이 발동되었구나!’

내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그러면 다들 죽지 않는 불사 상태가 된 건가?’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깡패들이 나에게 다가와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크르릉!”

“꺼져.”

제스가 이를 드러내며 달려들던 남자의 목을 물어뜯었고, 아이리스가 욕설을 내뱉으며 다른 남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촤아악,철퍽!

“아아..불사는 아니구나.”

깔끔하게 시체가 된 두 남자를 보며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하마터면 데비아탄 놈들을 무적으로 만들어 줄 뻔했다.

“아,잠깐만.”

나는 문득 떠오른 사실에 뇌에 버퍼링이 걸리는 걸 느꼈다.

‘그 말은 곧…개그 세계의 주민처럼 행동하지만, 목숨은 유한하다는 거 아니야?’

나는 그 순간 데비아탄의 멸망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얘들아 최대한 빨리 서쪽 구역으로 가자 여긴 너무 위험한 것 같아.”

“응.”

“좋아! 쭈인님!”

제스가 내 허리를 덥썩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를 축 늘어뜨린 채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꼬리가 마구 흔들렸다.

“가자 아이리스.”

“…응.”

제스를 지그시 바라보던 아이리스에게 손을 내밀자, 아이리스가 활짝 피어난 꽃처럼 웃으며 내 손을 맞잡았다.

제스는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지만 빠른 이동을 위해 떨어져야 한다고 살살 달래니 시무룩한 얼굴로 떨어져 주었다.

꼬치값과 부서진 가구 값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꼬칫집을 빠져나왔다.

***

“으아앗! 이,이런 젠장! 저리 꺼져!”

“너야말로 꺼져! 어억!? 너,넘어진다!”

볼링핀처럼 생긴 건장한 남자 둘의 엉덩이가 접착제로 붙어버렸다.

두 사람은 어정쩡한 자세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넘어져 버렸다. 쓰러진 둘은 그대로 경사진 길을 따라 굴러가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악!”

“커헉..! 사,살려줘!”

우득우득하는 불길한 소리와 함께 구르기 시작한 이들은 다른 가게의 물건이 담긴 박스 따위를 전부 부수며 굴러갔다.

“어억! 우리 가게 물건이!”

“대,대체 누구야!”

가게 주인들이 뒤늦게 튀어나와 욕설을 내뱉으며 범인을 찾으려 했지만, 범인은 이미 멀리 굴러간 상태라 찾을 수 없었다.

“이익…호핀! 네 녀석이지!”

“하? 내가 아니라 너겠지!”

평소였다면 이성적인 대화를 했을 이들이 눈이 돌아간 채 서로를 욕하다가 이내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던지며 싸우기 시작했다.

개그 세계였다면 멍이 들고 말았겠지만, 이곳은 다크 판타지 세계였기 때문에 순식간에 피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휘익! 거기 아가씨 나랑 차 한잔 안 할래?”

“흥, 싫어요.”

홍등가에서 일하는 여성이 코웃음을 치며 가방으로 남자의 얼굴을 후드려 쳤다. 그러자 남자의 목이 우두둑하며 돌아가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와우…”

리안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개판이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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