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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

       “자. 이것으로 우리 헬다이버 동아리가 정식으로 출범되었습니다. 박수.”

        “와아아앙!!”

         

       

       물개 박수를 치며 좋아라 하는 쪽은 유리시아가 유일하다. 나머지 둘은. 그러니까 루시엘과 네페르티는 무언가 좀 뚱한 반응이었다.

       데우스가 ‘왜들 그런 표정입니까? 혹시 뭐 불만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라고 중얼거리자 두 여학생은 그게 아니라, 하고 운을 떼었다.

       

       

        “굳이 이래야 하나 싶어서 그래요. 후배님. 당장 나는 학기가 하나만 남은 건 알고 있죠?”

        “나도 아직 학생회장인지라 요람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요. 후배님. 굳이 동아리로까지 만들어서 할 이유는 없는 거 같은데요.”

         

       

       무섭다. 진짜 무섭다. 이러니까 꼭 여름 방학에 지옥으로 갈 것 같지 않은가.

       당장 본인들 준비도 아직 미흡한데 그리 해버리면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많다.

         

       요람에서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모두 졸업을 하면 본격적으로 할 줄 알았다.

       어차피 악마는 넘어오지도 못한다니 아주 조금은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걱정들 놓으세요. 말이 동아리이지, 일종의 별동대로 활동할 예정이니까.”

        “그러니까 그걸 굳이 요람에서….”

        “두 분은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 졸업이지만 저는 아직도 3년 넘게 남지 않았습니까. 요람에 있으면서 활동을 해야 할 테니 동아리는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랍니다.”

         

       

       그걸 황실에 말하면 다 알아서 해줄 텐데요? 루시엘이 어이가 없다는 듯 반문한다.

       그러자 데우스는 어허! 하고 ‘그건 아카데미물에 위배되는 짓이다.’ 라는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덕분에 두 여학생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말이다.

         

       사실 데우스 또한 굳이 이럴 필요가 없음은 자각하고 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루시엘이나 네피르티, 그리고 유리시아는 자신과 같은 맹약을 짊어지고 있지 않다.

       순수하게 자신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야 하는 것. 거기에 자신이 제안한 것들도 있으니 새로운 방식에 적응을 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채찍질은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달리고 또 달리게 할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을 하라고 보채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몸이라도 상하면 되레 시간만 늘리는 꼴일 테니까 말이다.

         

       

       “방학 동안에 다들 요람에서 머문다고 들었습니다. 맞죠?”

        “어… 네.”

        “그렇죠?”

        “응!”

       “좋군요. 그 방학 동안 아스타로트와 자비스가 두 분 선배와 유리시아를 도와줄 겁니다.”

       

         

       도와주는 건지. 아니면 죽기 직전까지 신나게 몰아붙이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이 드는 두 사람이었으나 곧 ‘데우스보다는 낫잖아.’ 하는 걸 떠올리고선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데우스는? 데우스는 방학 동안에 뭐하려고?”

        “원래는 나도 요람에 머물면서 너랑 두 선배님들 좀 봐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일이 좀 생겨서. 아무래도 거기 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알고 보니 데우스가 제국이 내밀 수 있는 최고의 카드임을 알게 된 황실이다.

       허면 어찌 하겠는가. 당연히 써먹어야지. 이제까지 여러 이유들로 인해 뒤로 미뤄둘 수밖에 없었던 그런 일들에 말이다.

         

       

       *

       

         

       사실대로 말하자면 데우스는 방학 동안에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과 편지를 받아보니 변화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황궁과 제도에 대한 테러 이후 불순분자들의 움직임이 더욱 과격해지고 있음 ]

         

       “후배님. 그 헬다이버 여도 들어가도 되는 건가? 만약 가능하다면 참 좋은 일이고, 안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걸 여에게 주었으면 한다네. 어려운 일은 아니야. 같이 사냥이나 좀 다니면 된다네.”

         

       

       제국은 이번 일의 모든 책임과 피해에 대한 원인을 이능 우월주의자들에게 돌렸다.

         

       파괴 행위를 저지른 것은 악마가 맞지만 그놈들을 이 세상으로 불러온 것은 저들의 어리석은 짓으로 인한 씰스톤 파손이니 똑같이 악한 자들이라고.

       이능을 무슨 신의 선택이니 뭐니 떠들고 있지만 실상은 그런 식으로 모든 이들을 다 죽인 다음 비어버린 이 세상을 악마들에게 바치려는 것이라고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들 또한 이판사판이 되었다.

       이대로 침묵하고 있다간 저들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통째로 악마들에게 바치려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히게 생겼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국을 뒤엎어야만 했다.

         

       허나 제국을 뒤엎는 건 사실상 불가능. 해봤자 제국의 지방에 대한 공격 및 다른 이능력자들의 봉기나 배신 유도가 전부다.

       그게 아니면 씰스톤을 파괴하여 제국의 힘이 그곳으로 낭비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이 행위는 따지고 보면 악마들에게 유리한 일이니 결국 이들은 절대로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었다.

         

       

       ‘병신 머저리들 같으니라고. 아니, 이능력자들이 농사를 지어서 밀이고 보리고 생산해? 광물을 캐내고 나무를 베기를 해. 제국의 가장 기초적인 분야는 전부 이능 하나 없는 일반인들이 하고 있는데 대체 무슨 이능 우월주의냐고.’

       

         

       데우스는 겉으로 지껄이는 것만 번지르르한 놈들의 주장을 진심으로 비웃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아무리 이능이 말처럼 우월하다고 해도. 정말 신의 선물이라고 해도.

       그걸 무슨 특권 삼아서 일반인들을 다스리기엔 이제까지 그 이능력자들이 보인 영웅적인 모습들, 그리고 제국이 그런 영웅들에게 보여준 것들이 너무 긍정적이다.

         

       차라리 제국이 이능력자들의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기라도 했다면 또 모르겠다.

       정말 그랬다면 저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그들의 주장에 동조했을 수도 있다.

         

       허나 제국은 그러한 미래를 보기라도 한 것인지 이능력자들에 대한 대우를 확실히 했다.

       조금이라도 건수를 주지 않도록. 어느 누가 봐도 스스로를 희생하는 저들을 위해 제국 또한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줄 수 있도록.

         

       

       “후배님도 그리 생각하는 모양이군. 그래. 여의 뜻도 다르지 않다네.”

         

       

       그리고 바로 오늘. 방학을 맞이하자마자 데우스와 함께 움직이게 된 샤벨이 후후후, 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차라리 이제라도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고 제국의 그늘 아래로 돌아왔다면 처벌을 피할 수는 없을지언정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을 것이야.”

        “하지만 저들은 끝까지 자신들이 옳다 여기며 제국 곳곳을 어지럽히고 있다고요.”

        “그래. 이게 무슨 소리겠느냐. 어서 죽여 달라는 시체들의 울부짖음 아니겠느냐.”

         

       

       라고 말한 샤벨이 ‘어떠냐. 후배님. 후배님도 그리 생각하지 않느냐?’ 하고 묻는다.

       과격한 부분이 아주 없잖아 있긴 하지만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해서 데우스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샤벨이 굉장히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 저것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을 테지. 악마를 사냥한 남자가 이제는 자신들을 잡으러 올 것이라고 말이야.”

        “안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겠습니까?”

        “아무렴. 최소한 자신들 목숨줄을 붙들 대책이라도 강구할 것이다. 그게 아니면 얼른 도망을 가든가 말이다. 여라면 그리 했을 거다! 하하하하!!”

         

       

       거짓말. 샤벨이라면 도망이 아니라 바로 싸우겠다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던 데우스가 살짝 눈을 흘기자 샤벨이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것보다 괜찮겠느냐?”

        “방학 동안에 고생하는 걸 묻고 있다면 괜한 걱정입니다. 애당초 방학이니 쉬란다고 하여 정말 쉬는 학생들은 거의 없지 않습니까.”

         

       

       당장 루시엘과 네페르티, 그리고 유리시아는 방학을 통째로 반납하고서 아스타로트와 자비스에게 속성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그들만 그리 시켜놓고 본인이 쉬는 것보다 더욱 꼴사나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아니, 아니. 여는 그걸 묻는 게 아니다.”

       

         

       고개를 내저은 샤벨은 슬쩍 손을 들어서 제 목을 슥! 하고 그어보였다.

       장난스러운 몸짓, 그리고 표정. 그러나 절대로 농담 같지 않은 흉흉한 분위기까지.

         

       

       “이것은 몬스터를 잡거나 악마를 처리하는 일과는 다르다. 불순분자이니, 이능 우월주의이니 하지만 결국 후배님과 같은 인간이다. 그 인간을 죽이는 일이다.”

       “그렇군요.”

       “…그리 쉽게 말할 문제가 아니야. 살인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무거운 저주다. 엘프인 나조차도 처음 한동안은 죄의식에 몸서리를 쳤을 정도다.”

       “이해합니다.”

       “이리 쉽게 말할 게 아니다, 후배님. 살인은… 하아. 되었다.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고 느끼는 게 차라리 낫겠지.”

         

       

       어서 가자며 샤벨이 앞서 걸음을 옮긴다. 데우스는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 뒤를 따랐다.

         

       샤벨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어떤 걱정을 하는지 또한 안다. 자신도 심히 껄끄럽다.

       몬스터를 상대하거나 악마를 잡는 일은 큰 거부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인간과는 아예 다른 종족이니까. 그냥 괴물 좀 잡는다고 여기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이능 우월주의자들은 다르다. 자신과 같은 인간이다. 사람이다.

       아무렇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냐면, 그래. 불가능하다고 말하겠다.

       동시에 걱정도 된다. 중요한 순간에 망설여서 일이 틀어지면 어떻게 하나.

       

         

       ‘뭐. 어쩔 수 없지. 이미지 메이킹이라도 열심히 해야겠어.’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다. 몬스터다. 이놈들은 인간이 아니다. 악마다.

       그렇게 잠깐 되뇌다보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불순분자들에겐 참으로 불행한 일이었다. 일말의 망설임이나 자비심, 혹은 동정마저 사라진 악마를 (본인은 천사라 말하지만) 조우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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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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