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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

       갤러리에는 일반적인 유저가 찍어 올린 사진 외에도 수많은 짤들이 떠돌아 다닌다.

       대부분 출처를 알 수 없고 마법이 걸려있을 수도 있는데다 악의적으로 제작된 것들도 존재해 갤질을 할 때는 항상 긴장해야 한다.

       정신방벽을 형성하지 못한 일반인이나 수습생 수준의 마법사는 전술핵같은 걸 맞는 순간 마력회로가 견디지 못한다.

       설령 실력이 있더라도 기습적으로 당하면 운드라 가문의 소가주처럼 플랫폼 바닥에서 나뒹굴다 의무실로 실려가겠지.

       

       시간을 되돌리는 신비를 갖춘 마리엘이나, 이미 갤질에 인생을 바친 것 같은 다른 파딱들 정도는 되어야 갤러리를 관리할 수 있다.

       이미 고장난 부품들을 많이 갈아끼워 보았기에 확신하는 부분이었다.

       

       “오, 저건…….”

       “고양이네요.”

       “고양이들이 춤을 추고 있는데?”

       “고양이…… 맞나?”

       

       화면에 나타난 것은 게시글의 제목 내용처럼 고양이들을 멀리서 찍은 구도의 움짤.

       장소는 어둠의 숲으로 보였고, 구내식당에 때때로 나타나 아녜스와 영역다툼을 벌인다는 길고양이들인듯 싶었다.

       싸구려 합성기술을 이용해 만든 평범해 보이는 영상이었지만 나름 ‘S랭크 접근제한 폴더’에 고이 모셔두었던 녀석이었다.

       

       이유는 최초로 확인된 영상의 출처가 대학원생들이 갇혀있는 지하 1층의 미궁이었으며.

       보는 이에 따라서 충분히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영상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인간과 고양이가 합성된 묘한 외형을 가진 녀석들의 모습은 지구에서 한때 대차게 망했던 어느 뮤지컬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감독의 커리어를 끝장내버린 조합은 이세계에서도 확실히 먹히는 듯, 기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슨 저런 망측한 생물이……!”

       “세상에, 마탑에 마족이 들어왔다는 소식은 들었건만.”

       “저런 영상이 대체 왜 존재하는 거지……?”

       “이것도 크로네 팀에서 제작한 시연의 일부인가요?”

       

       초반 몇초는 딱히 이상할 것 없는 영상이었기에 운영팀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급히 게시글을 삭제처리 했지만 이미 대강당에 모인 사람들의 관심은 커뮤니티의 기술력에서는 한참이나 멀어진 뒤였다.

       나는 머리를 싸매고 있을 마리엘을 떠올리며 조용히 책자를 덮었다.

       아직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겠지만, 이미 이번 학회의 수상은 그녀 뿐 아니라 나의 손 마저도 떠났으니까.

       

       “잘못 틀었습니다 여러분. 조금 전 것은 잊어주시고 여기 올라온 다른 글을…….”

       “외람되지 않다면 한 가지 질문이 있다만.”

       “램버스 지의 기자분이시군요. 어떤 것이죠?”

       “자네들이 만든 커뮤니티는 양질의 정보가 아닌 저런 저질적인 게시물들이 주기적으로 탑재되는 장소인가?”

       

       본래 떡밥이란 누군가가 물꼬를 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법.

       심할 경우 며칠 동안 갤러리를 불태우며 완장들이 칼을 빼들게 만들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이 모인 학회의 발표에서 공개적으로 영상이 나갔으니 밤낮 가리지 않는 악질적인 분탕들이 이런 자극적인 소재를 놓칠 리 없다.

       

       “아뇨, 절대로 그런 일은…….”

       “크로네 님, 큰일 났습니다.”

       

       ++++

       <저도 저희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영상 올려 봐요~>

       <고양이 말고 강아지도 있어요~>

       <실시간 대강당에 모인 기자들 표정.jpg>

       <와, 씨발 반년 동안 본 것중에 제일 충격적인 짤이었다>

       <분명 선전포고도 없이 발포했다? 니가 먼저 시작한 거다!!?>

       

       .

       .

       .

       

       <주딱, 아직 살아있는 것 같으면 개추 ㅋㅋㅋ>

       ++++

       

       음지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민낯이 드러나자, 점심 나절부터 기사들이 물밀듯 쏟아졌다.

       

       

       

       *

       

       [‘커뮤니티’는 개의 등장 이후로 고양이에게 일어난 가장 나쁜 일이다 — 캔싱턴 지]

       

       [지금까지 학회에 나온 적 없는 발명품인 건 확실하다. 헌데 지금까지 이런 연구가 없었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 엔필드 지]

       

       [커뮤니티를 두고 좋고 나쁘고를 가리는 건 아예 기준부터 잘못된 문제라 생각한다.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자면, 이건 흉물이다. — 원즈워스 지]

       

       [크로네 팀의 시연이 끝난 뒤 대강당은 죽은 듯 조용했다. 영상에 나왔던 춤추던 고양이 한 마리는 죽었다. 선택받지 못한 우리들은 불행히도 계속 살아가야만 한다. — 램버스 지]

       

       며칠 후, 공식적인 학회 일정이 모두 종료되었다.

       수상 발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기숙사에 머물고 있던 기자단은 오늘 모두 철수할 예정이었다.

       근 십년 만에 이렇다할 압도적 후보가 없어서인지 각 신문사에서 내놓은 수상 예측이 매우 분분했다.

       

       나는 다른 건 다 제쳐놓고 멜과 그레엄이 있는 램버스 지에서 집계한 통계만 따로 찾아봤다.

       

       ‘오, 진짜로 되겠는데?’

       

       1위 후보에 비나의 ‘얼음물’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점유율이 대략 27.6%로 2위인 ‘커뮤니티’와의 차이가 근소했지만 이 정도면 대상 확정이었다.

       시연에서 최악의 사고가 터져버린 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치가 추락해 갔기 때문.

       기자들이 밤마다 이야기하는 바에 따르면 크로네 팀은 제국 마법사 협회에서 감사를 받고 해체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유는 협회의 명예를 실추시켰기 때문이라나.

       

       어쨌거나 모든 문제를 해결한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갤러리를 열었다.

       첫 번째로 올라온 글부터 다들 무엇에 관심이 쏠려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

       [커뮤니티 누가 터뜨린 것 같은 지 알 것 같으면 개추 ㅋㅋㅋㅋㅋ]

       

       그 이상한 고양이 움짤 ‘그 고닉’으로 추정되는 부계에서 올린 거 본 적 있으면 개추 ㅋㅋㅋㅋ

       

       [추천 19978 / 비추천 71]

       

       — 개추~

       — 325추 드립니다

       — 전 대륙에 송출되는 학회 시연장에서 깽판 칠 생각하는 건 정상인의 발상인가? ㅋㅋㅋ

        ㄴ 아 이 정도는 되어야 분탕의 왕이라고 ㅋㅋㅋㅋㅋ

       — 어허 착한 주딱 의심하지 마세요~

        ㄴ 주딱이라곤 안했는데?

        ㄴ 헉

        ㄴ 너 벤

       ====

       ====

       [그래도 다시 돌아와서 다행이다에요~]

       

       커뮤니티는 어차피 악질들 관리 못해서 저리 될 게 뻔했는데

       

       명예로운 죽음을 당한 셈인 거다에요~

       

       — 그…… 이런 경우엔 타살인지 자살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에요~

       — 대 주 딱

       — 양지로 올라오려 한 업보인 것이다에요~

       — 갑자기 왜 이리 머저리 같은 말투 쓰는 새끼들이 많아졌음?

        ㄴ 이번에 갤러리 폐쇄했다 다시 열면서 갱차 죄다 풀려서 그럼 ㅋㅋㅋ 

        ㄴ ㄹㅇ 포인트랑 가입일 보면 다들 초창기부터 활동해왔던 악질들임

       ====

       ====

       프리나나

       [등신들 존나 낙관적이네]

       

       지금 갤러리 다시 열린 걸로 좋아할 때야?

       

       이번 사태로 주딱이 언제든 갤러리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

       

       닫기 전에도 다시 돌아와서도 왜 그랬는지 해명 하나 없는데

       

       운영 이따구로 하면 언제 커뮤니티 꼴 날 게 뻔한 지 몰라?

       

       빡치는데 하다 못해 그 배신자라는 파딱이라도 매달아야 되는 거 아님?

       

       — 캬

       — 소신발언 나이스

       — 역시 일침은 나나나나나님

        ㄴ 이제 원형도 거의 안 남았네 ㅋㅋㅋ

       — 갤질에 인생 바친 1군 고닉 다우시다

       — 확실히 조금 기분 나쁘긴 해

       — 파딱 더 빠지면 네가 대신하게?

       — 관리자 : 포인트 3배 이벤트 기간 연장하겠습니다

        ㄴ 프리나나 : ㄱㅅ

        ㄴ 아 ㅋㅋㅋㅋㅋ

        ㄴ 포인트 때문에 그런 거였냐고 ㅋㅋㅋㅋㅋ

        ㄴ 시험기간 아직 안 끝났는데 갤 닫혔으니 빡칠만 해 ㅋㅋ

        ㄴ 주딱 감다살이네

        ㄴ 고닉들을 포인트에 미친 악귀로 만들어 버린…….

        ㄴ ??? : 그래서 포인트 주냐?

       ====

       

       이번 기회에 개미털기를 좀 해볼 요량이었으나 대부분의 유저들도 귀신 같이 복귀해 같이 축배를 들었다.

       갤러리를 다시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차단이 풀린 악질들도 자유를 되찾았다.

       기껏 새로운 터전으로 이주할 기회를 줬더니만. 찰거머리 같은 것들.

       저것들을 떼어내는 건 이제 반쯤 포기했고, 파딱들을 통해 더 철저히 관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수고했다. 이건 돌려주지.”

       “밖에서도 작동하니 그냥 쓰셔도 됩니다.”

       “필요 없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저속함이더군.”

       

       나는 멜로부터 두 권의 위치노트를 건네 받았다.

       결국 메릴랜드 관의 4대 불가사의를 전부 조사하지 못한 그녀는 마지막까지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하나는 뭐였던 거지?”

       “이곳에 온 첫날에 보셨던 동상입니다. 그날 밤 이후로 제게 한 번 더 찾아오셨다면 안내해 드렸을 텐데…….”

       “갔었다. 네가 사감실이 아니라 그날 만났던 여인의 방에 뺀질나게 드나들지 않았다면 기회가 있었겠지.”

       “아, 마리엘이요?”

       

       과년한 처녀의 방에 몰래 들어가는 기숙사 사감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었으나 내겐 한 점 부끄러움도 없었다.

       크로네 팀의 수상이 요원해진 후, 실의에 빠진 그녀를 찾아가 승리의 티배깅을 했을 뿐이니까.

       꺼흑꺼흑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일에 지름길은 없다는 걸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받아라.”

       “이건 뭐죠?”

       “내 보좌관에게 연락할 수 있는 직통 수정이다. 혹시 나중에라도 이상현상을 발견하면 지체하지 말고 연락하도록.”

       “흠…… 알겠습니다.”

       

       그냥 위치노트로 연락하면 될 것을 귀찮게-.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아직 수상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고개를 숙이며 푸른 수정구를 배낭에 집어넣었다.

       대체 뭘 찾고 싶어 기숙사를 이 잡듯 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마탑에 상식을 벗어난 기이한 일 쯤이야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떠나는 멜을 향해 열차가 지연되라는 덕담을 속으로 건낸 뒤, 관리인의 업무로 돌아갔다.

       

       기자들이 사용했던 숙소를 정리하고, 게시판에 걸린 학회의 공고문을 떼어놓고, 기숙사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커뮤니티의 책자도 싹 모아서 태워야 한다.

       그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 앞서 엡실론 관으로 가서 메릴린 동상을 제 자리에 돌려놓아야 했다.

       

       “지들이 썼으면 치우고 갈 것이지 끝까지 귀찮게 하기는.”

       

       전파를 잘 잡겠답시고 멋대로 옮겨 놓았던 동상을 찾기 위해 나는 소회의실의 열쇠를 빌렸다.

       최초 시연 장소는 대강당이 아니라 이곳이었기에 그 자리에 그대로 뒀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학회도 시험도 끝나 지나다니는 이가 한 명도 없는 엡실론 관.

       긴 복도를 지나 마침내 소회의실에 도착한 나는 덜컥거리는 문 손잡이에 열쇠를 끼웠다.

       

       “거 봐, 역시 여기 있었…….”

       “늦~잖아!”

       

       오래 된 탓인지 뻑뻑하게 들어가는 열쇠를 돌려 문을 연 순간.

       

       “대현자 메릴린 님을 이 좁은 곳에 가둬두다니, 내 분노의 벼락을…… 뭐야 너? 칼레이도스가 아니잖아?”

       

       안에서 동상 대신 처음 보는 꼬맹이가 튀어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서버가 터져서 업로드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혹시 영화 캣츠를 안 보신 분들은 꼭 감상을 추천드립니다.
    좋아하던 감독님의 커리어를 끝장낸 작품이랍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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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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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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