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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

       번쩍 –

        ​

        눈부신 광휘가 언데드들을 강타했다.

        ​

        하늘에 떠 있는 벤시와 스펙터를 대상으로 한 신성 마법이었다.

        ​

        대낮임에도 하늘을 밝힐 정도의 광휘.

        ​

        그 신성력의 주인은 당대의 교황이었다.

        ​

         “길을 뚫는 것이 급선무다. 할 수 있겠느냐?”

        ​

        콰직.

        ​

       스켈레톤의 머리를 부숴놓은 알루어드가 소리쳤다.

        ​

        “성하의 명을 받듭니다!”

        ​

        검신을 타고 눈 부신 빛이 흘러내렸다.

        ​

        오러 블레이드와는 달리 고고한 자태를 내뿜는 힘.

       

       누군가를 헤친다고 보기는 어려운 형상이었다.

        ​

        하지만 언데드에게는 그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 없었다.

        ​

        스거억 –

        ​

        알루어드의 검이 스켈레톤의 허리를 갈라놓았다.

        ​

        대항할 틈 따위는 주지 않는 빠르고 예리한 검술이었다.

        ​

        “성기사들은 나를 따르시오! 신관들은 후열의 지원을 부탁하오!”

        ​

        또 다시 언데드로 들어차기 시작하는 하늘.

        ​

        사제들의 신성마법 밑으로 성기사들이 빠른 속도로 산을 주파했다.

        ​

        “일리아를 위하…”

        ​

        힘차게 소리를 지르려던 알루어드가 입을 다물고 호흡을 골랐다.

        ​

        예전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외쳤을 함성.

        ​

        하지만 새삼스레 어색함이 느껴졌다.

        ​

        그간 크리스를 따라다니며 느낀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

        신을 위한다기보다는 신의 뜻을 따르는 모습을 보지 않았던가.

        ​

        따라 걸어야 할 길은 신을 위한 길이 아닌 발자취였다.

        ​

        알루어드가 재차 소리를 질렀다.

        ​

        “일리아의 뜻을 따르라!”

        ​

        쿠웅 –

        ​

        성기사들이 일제히 발을 구르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

        콰아앙 –

        ​

        주변에서 터지는 마법들.

        ​

        충격파를 견뎌 낸 그들이 달려간 것은 불길 속이었다.

        ​

        그곳에 있는 언데드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

        “길을 뚫어라!”

        ​

        앞서나가는 알루어드의 살갗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

        불길이 갑옷을 파고들며 화상을 남긴 것이다.

        ​

        “앞만 보고 달리시오! 알루어드경!”

        ​

        뒤를 바짝 따라오던 성기사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알루어드에게 닿았다.

        ​

        타들어 가던 피부가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

        서걱 –

        ​

        콰직!

        ​

        검이 언데드를 가르고 방패가 그것들을 부숴 놓았다.

        ​

        콰아앙 –

        ​

        옆에서 마법이 폭발하며 성기사들이 불길에 휩싸였지만 누구 하나 멈춰 서는 이가 없었다.

        ​

        그들의 힘이 다하지 않는 한 신성력이 그들을 치유할 것이기 때문이다.

        ​

        나아가는 걸음에 견뎌야 할 것은 고통 밖에 없었다.

       

       신의 길을 가는 그들에게는 고통마저도 배움이었다.

        ​

        “고통만 견디면 나아갈 수 있었구나…!”

        ​

        “신성력을 끌어올려라!”

        ​

        순간, 알루어드의 눈이 날카롭게 한 곳을 주시했다.

        ​

        실로 음흉한 족속들이었다.

        ​

        전투 중에도 몸을 감추고 흉계를 꾸미다니.

        ​

        휘익 –

        ​

        그곳을 향해 알루어드의 신형이 쏘아져 나갔다.

        ​

        꽈앙 –

        ​

        화르륵!

        ​

        불길에 일그러지던 몸이 빛을 맞이하며 원래의 모습을 찾아갔다.

        ​

        살이 익는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

        일리아의 길을 따르는 것은 원래부터 고행의 길이라 불렸으니까.

       

       “모습을 드러내라!”

        ​

        나무 위에 숨어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던 네크로맨서가 경악을 토해냈다.

        ​

        “이런 괴물 같은 놈들을 보았나…!”

        ​

        세상의 어느 인간이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는 말인가.

        ​

        저들을 태워 죽이자고 설치한 마법이지, 저런 식으로 뚫고 오라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

       

       불 속을 걸어오는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

        “무식한 놈들! 네놈들이 왜 광신도라고 불렸는지 알겠구나!”

        ​

        신의 이름이 걸리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했던가.

        ​

        알루어드를 향해 마법을 쏘아 보내려던 네크로맨서의 손이 멈춰섰다.

        ​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

        그의 머리는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

        투욱.

        ​

        콰직 –

        ​

        바닥에 떨어진 머리가 발에 밟히며 부서졌다.

        ​

        “같은 피일진대 어찌 이리 더러운 것인가. 그 친구가 흘린 피는 고결했거늘.”

        ​

        발의 주인은 파라몬이었다.

        ​

        서거억 –

        ​

        스걱 –

        ​

        투둑 –

        ​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이는 검.

        ​

        파라몬의 신형이 한번 사라질 때마다 네크로맨서의 머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

        “이익…!”

        ​

        홀로 남은 네크로맨서가 파이어볼을 시전했으나, 그대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

        파라몬의 뒤에서 나타난 노인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

        “불 계열의 마법은 이렇게 쓰는 것이라네.”

        ​

        화르륵 –

        ​

        “허어억…!”

        ​

        네크로맨서의 몸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쌓이며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

        죽어없어질 때까지 그 불길은 꺼지지 않으리라.

        ​

        “라몬, 데스나이트 두기가 더 내려오는 중이네. 그곳의 기사들이 이미 세기를 상대하고 있네!”

        ​

        클로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파라몬의 신형이 땅을 가로질렀다.

        ​

        데스나이트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기사들은 그가 데려온 이들이었다.

        ​

        먼 옛날, 함께 싸웠던 동료의 후손들.

        ​

        그들의 상태를 느낀 파라몬이 힘을 주며 땅을 박찼다.

       

       

       ***

       

       ​

        채앵 –

        ​

       기사들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

        화상자국 밑으로 새겨진 흉터들.

        ​

        다 치료하지 못하여 곪아 있는 상처들.

        ​

        대부분이 이곳에서 입은 상처가 아니라 성에서 입은 부상이었다.

        ​

        신성력으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상태는 훨씬 심각했으리라.

        ​

        그그극 –

        ​

        세네 명이 합을 이뤄 데스나이트를 상대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

        베어도 찔러도, 아무리 상처를 내어도 데스나이트는 쓰러지지 않았다.

        ​

        오히려 공격을 할때마다 피해를 보는 것은 기사들이었다.

        ​

        채앵 –

        ​

       검을 막아낸 기사의 눈에 결연함이 들어 찼다.

        ​

       데스나이트의 목에 빈틈이 보였기 때문이다.

        ​

        ‘지금!’

        ​

        쉬익 –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담은 일격은 허무하게 틀어막혔다. ​

        데스나이트의 팔이 검을 후려친 것이다.

        ​

        카앙 –

        ​

        두 동강이 나며 허공으로 떠오르는 검신.

        ​

        순간, 기사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

        ‘부러진 검이라…’

        ​

        공교로운 일이었다.

        ​

        평생을 따라다니던 호칭이 최후의 순간에 보는 마지막 광경일 줄이야.

        ​

        푸욱 –

        ​

        데스나이트의 검이 기사의 배를 뚫고 등으로 삐죽 튀어나왔다.

        ​

        “흐읍!”

        ​

        기사가 미소를 지으며 배에 박힌 검을 두 손으로 끌어 잡았다.

        ​

        “네놈은 데리고 가야겠구나!”

        ​

        “빌젠!!”

        ​

        콰직!

        ​

        동료들의 검이 순식간에 데스나이트를 난도질 했다.

        ​

        “얼른 다른 사람들을 도와!”

        ​

        빌젠이라 불린 기사가 배를 움켜쥐며 소리를 질렀다.

        ​

        하지만 상황은 암담했다.

        ​

        어느새 데스나이트 두기가 더 나타나 있었다.

        ​

       “더 없이 훌륭하군.”

       

       빌젠의 고개가 뒤를 향해 돌아갔다.

        ​

        “….파라몬님!”

        ​

        “빌젠, 그대는 그대의 조부를 꼭 빼닮았네. 얼굴도 지금의 행동마저도 말일세.”

        ​

        빌젠의 손에서 부러진 검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

        그곳에 새로 쥐어진 것은 파라몬이 휘두르던 검이었다.

        ​

        “그대들을 왜 이곳에 데려왔는지 아는가?”

        ​

        저벅.

        ​

        빌젠의 눈앞에서 파라몬이 검을 치켜들었다.

        ​

        “그대의 조부는…”

        ​

        저벅.

        ​

        “우리는! 부러진 검으로도 적을 꿰뚫었다네.”

        ​

        파라몬이 달려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

        오러 블레이드도 솟아나지 않은 검.

        ​

        반절도 남지 않은 짧은 검신.

        ​

        휘익 –

        ​

        마주 오는 공격 속으로 파고들어 간 파라몬이 데스나이트의 목에 검을 박아 넣었다.

        ​

        콰직 –

        ​

        “….!”

        ​

        기사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

        파라몬이 보여 준 동작이 그가 하려고 했던 동작과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

        데스나이트의 목이 떨어져 나가며 작지만 슬픈 목소리가 울렸다.

        ​

        “셀 수도 없다네. 이 검술이 적들의 목을 끊어놓은 것은.”

        ​

        “…기억하겠습니다.”

        ​

        빌젠의 눈앞이 흐려졌다.

        ​

        부상이 심했던 것일까, 그새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일까.

        ​

        지금이 최후의 순간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빌젠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

        안타까운 일이었다.

        ​

        자신 역시도 적의 목을 끊어 놓을 수 있었을 텐데….

        ​

        “착각하지 말게. 자네는 죽지 않네.”

        ​

        “….?”

        ​

        “빨리 죽을 팔자는 아니라더군. 명이 길다고 했던가?”

        ​

        파라몬이 다른 데스나이트에게 뛰어들며, 뒤에서 누군가 빌젠을 바쳐들었다.

        ​

        “그대는..?”

        ​

        “노르딘 백작령의 병사입니다.”

        ​

        병사가 품을 뒤지며 작은 병을 꺼내 들었다.

        ​

        포션이었다.

        ​

        참 이상한 일이다.

        ​

        한낱 병사가 귀한 포션을 들고 다니다니.

        ​

        병사가 포션을 빌젠의 상처에 부으며 입을 열었다.

        ​

        “크리스님께서 제가 오늘 누군가의 귀인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

        “….허.”

        ​

        “어디선가 구해 온 포션을 꼭 쥐여주셨지요.”

        ​

        성녀를 업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

        ​

        믿기지 않는 일들을 행하는 걸 봤음에도 한구석에 의심이 자리했다.

        ​

        전쟁통에서 어떻게 사람을 살린다는 것인가.

        ​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

        치이익 –

        ​

        배에서 따가운 통증이 퍼져나가며 빌젠의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

        “이럴 틈이 없네. 얼른 전투를…!”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빌젠과 병사의 몸이 투명한 막에 덮였다.

        ​

        콰아앙 –

        ​

        한차례의 마법이 지나가고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금발의 노인이었다.

        ​

        “곧 이곳으로 불길이 번질 것이야. 빨리 움직이지 않고 무엇하는가?”

        ​

        이미 주위에서 시커먼 연기들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엘프들이 올 것이네. 그때까지만 버티시게.”

          

        클로셀의 시선이 지나온 뒤쪽을 향해 돌아갔다.

        ​

        “뒤쪽에도 언데드들이 있군. 곧 포위되겠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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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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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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