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78

       신룡 쟁탈전은 백우진의 방어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언제고 도전하기 위해 두 사람의 비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몇몇 용봉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백우진의 실력에 안색을 굳히며 떠나갔다.

         

       단 한 사람, 명진만이 크게 웃었다.

         

       “흐하하핫! 역시 대단하오, 신룡!”

         

       이 정도는 되어야 도전 의지를 불태울 만하다며, 그는 곧장 개인 연공실로 달려갔다.

         

       “제법 좋은 경기였어.”

       “음. 다소 일방적이긴 했지만, 유 소저도 간간히 날카로운 반격을 보여주었지.”

       “그나저나, 유 소저 마지막 모습이 조금 이상하지 않았나?”

       “조금 감정적으로 보이긴 했네만 뭐, 비무를 하다 보면 다들 그렇게 되잖은가.”

       “그런가…?”

         

       백우진의 빠른 대처 덕분에 단순히 비무 도중 감정이 격해졌을 거라고 짐작할 뿐, 그녀에게 순간 심마가 찾아왔음을 눈치챈 이는 거의 없는 듯했다.

         

       단 두 사람을 제외하면.

         

       “호오, 그것 참 탐이 나는 계집이구나.”

         

       생도들 틈바구니에 조용히 숨죽인 채 비무를 지켜보고 있던 사내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제 감상을 말했다.

         

       전 연인이었다고는 하나, 대저 무슨 사연이 있기에 상대방에게 그토록 격정적인 감정을 내비칠 수가 있는지, 그것이 매우 흥미롭고 또 마음에 들었다.

         

       “감정이란 참으로 신기하지. 안 그런가?”

         

       그가 묻자, 옆에 앉아 있던 사내가 흉흉한 안광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시답잖은 선문답은 그만두고, 내가 해야 할 일이나 말하시오.”

       “떼잉, 자네는 영 재미가 없어.”

         

       생도들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젊은 생김새와는 달리, 노인 같은 말투를 쓰는 사내.

         

       “적당히 지켜보고 있으시게. 내가 다시 이곳에 올 때까지 말일세.”

         

       어쩌면 동료가 생길지도 모를 일 아닌가?

         

       사내의 말에 그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동료라.”

         

       사람을 뜨겁게 만드는 울림이 있는 단어.

         

       그 또한 동료라는 것을 꿈꾸었던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그의 목표는 오로지 강해지는 것뿐.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설령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짓일지언정.

         

       “그럼 난 이만 가네. 이곳의 일은 자네에게 부탁험세.”

       “…조심히 가시오.”

         

       대연무장에 서 있던 사내는 눈 깜빡할 사이에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언제 보아도 가공할 수준의 신법을 보며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반드시….”

         

       자신의 머리 위에서 노니는 이들을 모두 꺾고, 자신을 종처럼 부리는 사내마저도 뛰어넘어 천하를 발아래 두고 말리라고, 그는 다짐했다.

         

         

       * * *

         

         

       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감각에 유화연은 금세 잠에서 깨어났다.

         

       찡그린 얼굴로 게슴츠레 눈을 뜬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려다 뒷목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에 고통어린 신음을 내뱉었다.

         

       “아읏…!”

         

       둘러보지 않아도 이곳이 어디인지는 추측이 가능했다. 탕약을 달일 때 나곤 하는 약재의 냄새들이 한껏 풍기는 걸 보면 의방일 터.

         

       그녀는 여전히 욱신거리는 뒷목을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제정신이었는지, 아닌지도 분간이 되지 않는 상태로 울부짖었던 마지막 순간. 백우진의 손길이 닿았던 마지막 부위였다.

         

       “끝났구나….”

         

       패배하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절정에 오르기 전에 그저 막연했던 그의 경지는 절정에 다다르고 다시 보아도 그 끝을 헤아릴 수가 없었으니.

         

       충격 속에 전해진 그의 말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할 이유가 없다는 말, 이제 그만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으라는 말까지.

         

       “후후.”

         

       그녀는 자조 섞인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미 늦었어요.”

         

       충동적으로 학관 곳곳을 뛰어다니며 마침내 백우진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와 동시에 자신이 했던 어리석은 짓에 대한 환멸이 더불어 떠오르면서 숨이 막혔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행복으로 가는 길이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의 마음을 돌려놓는 것밖에 없다.

         

       “윽…!”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유화연.

         

       “아직 몸도 성치 않은데 정말 갈 텐가?”

         

       상주 중인 의원이 아직 치료를 더 이어가야 한다고 만류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작은 실랑이 끝에 시간마다 찾아와 치료를 받기로 약속한 뒤 의방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아…….”

         

       달이 휘영청 떠오른 밤하늘을 바라보는 유화연의 동공이 거세게 떨리기 시작했다.

         

       파혼을 입에 담았을 때, 백우진이 말했던 자신과 남궁수가 만났던 날 또한 이처럼 맑고 깨끗한 하늘 위로 보름달이 떠올라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때의 그는 자신을 보며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그때의 기억을 따라 움직인다. 관자놀이를 마구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도착한 곳은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이 있었던 학관 외곽의 정자였다.

         

       “아, 으….”

         

       이곳은 본디 그녀가 힘든 일이 있거나, 혼자 조용히 사색에 잠기고 싶을 때마다 찾는 곳이었다. 그것이 어쩌다 남궁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고, 그때의 일 이후로 이곳은 고통어린 기억만이 가득한 곳이 되어 발길을 끊은 곳이기도 했다.

         

       “빨리…, 빨리 벗어나야…!”

         

       두통의 강도는 점점 거세졌다.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이 자꾸만 생각이 나 혼란을 가중시켰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정자를 벗어나려 할 때, 그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걸어오는 두 쌍의 발걸음을 보았다.

         

       “아……?”

         

       여유로운 걸음으로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흐드러지게 핀 꽃을 바라보다가 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걷는 남녀.

         

       청색과 백색이 조화로이 섞인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미소 짓는 이는 백우진이었다. 그리고 연자색 궁장 차림에 드러난 어깨 위로 속이 살짝 비치는 저고리를 입고 앞머리를 길게 드리운 이는 제갈연지였다.

         

       “우욱!”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는 순간, 욕지기가 솟았다.

         

       유화연은 입을 꾹 닫은 채 그들이 볼 수 없도록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 뒤에 숨어 입에 가득 차오른 것을 뱉어냈다.

         

       그것은 검붉은 피였다.

         

       비틀거리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나무를 붙잡고 선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않고 고개만 살짝 내밀어 정자를 향해 걸어 들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와아…, 학관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찬란한 달빛 아래 펼쳐진 연못과 그 위에 피어난 꽃.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눈처럼 휘날리는 꽃잎들까지.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 방에 걸어두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경치와 분위기에 제갈연지는 눈을 빛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연못을 내다보고 있는 백우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아….”

         

       이토록 압도적인 경치 속에서도 그는 빛났다. 아니, 오히려 그것들이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곳은 학관 내에서 물을 내다보며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곳이었다. 비록 이 몸에 안 좋은 기억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기억이었기에 충분히 무시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며 차츰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던 백우진은 옆에서 느껴지는 노골적인 시선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제갈연지가 넋을 놓은 표정으로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봐?”

       “에? 아, 아니, 그, 아, 아무것도 아니에욧!”

         

       금세 얼굴이 빨개져선 고개를 돌리는 제갈연지.

         

       백우진은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다 이내 궁금한 것이 생겨 그녀의 양 어깨를 붙잡고 자신과 마주볼 수 있게끔 몸을 돌렸다.

         

       “나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뭐, 뭐, 뭔데요?”

       “제갈 소저는 나를 언제 처음으로 봤어? 그러니까…, 그냥 얼굴만 본 날이 아니라 기억에 또렷하게 남긴 날 같은 거 말이야.”

       “그, 그건….”

         

       복숭아처럼 분홍빛으로 달아올랐던 얼굴이 이제는 능금처럼 붉게 변했다.

         

       그녀는 수없이 많은 소음과 사람으로 가득한 낮보다, 고요하고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어딘가로 숨어들기 좋은 밤을 좋아했다.

         

       그래서 이따금 남들 몰래 밖으로 나와 밤 산책을 즐기곤 했다.

         

       그를 처음으로 뇌리에 각인시킨 것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밤 산책을 하고 있을 때였다.

         

       밤만 되면 알 수 없는 일말의 용기가 생겨 항상 가던 길 대신 평소 타인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을 듯한 곳에 무언가 있을까 싶어 돌아다니는 걸 즐겼던 그녀는 그때도 아직 가보지 못한 길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을 때였다.

         

       “그, 그때 처음 봤어요…. 달빛 아래에서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백 공자를요….”

         

       백우진이라는 이름 석 자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또한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으니까.

         

       반푼이, 속 빈 강정, 면룡 등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영 쓸모가 없다며 무시당하기 일쑤였던 그는 분한 얼굴을 한 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느꼈어요…. 아, 저 사람은 나랑은 다르게 온갖 무시에 맞서싸우고 있구나, 하고….”

         

       비슷한 처지이기는 했으나, 그와 자신은 확연히 다르다는 걸 그녀는 그때 깨달았다.

         

       자신은 남들의 손가락질에 순응했고, 그는 끝까지 맞서 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음을.

         

       똑같은 처지에도 꺾이지 않는 그의 모습이 눈에 처음으로 각인된 날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따라다닌 거야?”

       “네에…, 헤엑?!”

         

       무심결에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제갈연지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뭐…, 그때는 몰랐지. 그런데 제갈 소저랑 같이 있다 보면 날 아주 오랫동안 본 사람처럼 얘기할 때가 있었거든.”

       “아, 그, 그게에….”

         

       당황한 그녀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머릿속에서 이 말, 저 말들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그럼 우리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 날은?”

         

       또 다른 질문이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대답하기가 무척 쉬웠다.

         

       “의뢰소에서 만났을 때요…! 그때 백 공자가 처음으로 말을 걸어주었어요….”

         

       그날은 그녀에게 몇 안 되는 행복한 기억 중 단연 첫 번째로 손꼽히는 날이었다.

         

       언제나 서성이기만 할 뿐, 말을 걸 엄두조차도 내지 못하던 자신에게 꿈에 그리던 사내가 먼저 다가와준 순간이었으니.

         

       “그랬구나.”

         

       백우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조금은 불안했다. 그녀 또한 자신이 아닌 ‘백우진’을 먼저 보았던 만큼, 앞으로의 자신에게 실망하면 어쩌나 하고.

         

       “실제로 대화하고, 같이 지낸 ‘나’는… 어땠어?”

       “어…, 멀리서 지켜보던 것과는 조금…, 달랐어요.”

         

       ‘다르다’, 라는 말 한마디에 백우진의 가슴이 철렁거렸다.

         

       “옆에서 지켜본 백 공자는…, 더 강하고, 멋있었어요. 가끔 알 수 없는 행동도 하고, 술도 많이 마시지만…, 따뜻하고, 착하고, 멋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횡설수설 말을 이어가는 그녀의 입술에 백우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언뜻 간절함 같은 것도 섞여 있었다.

         

       “더, 더…, 조, 좋아졌어욧!”

         

       눈을 질끈 감았다가 부릅뜨며 고백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이를 들은 백우진의 상체가 기울었다.

         

       폭

         

       넓은 소맷자락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백우진이 쓰러지듯 기울어지며 제갈연지의 몸을 끌어안았다.

         

       “꺄읏…!”

         

       놀람과 기쁨이 정확하게 반반 섞인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배, 백 공자…?”

         

       그녀는 느꼈다. 자신의 등에 닿은 그의 팔이며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제갈연지의 좌측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 백우진은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조금만 이러고 있자.”

         

       비로소 온전히 나로서 인정 받았다는 생각이 들자, 고된 하루에 쌓인 정신적 피로가 단숨에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제갈연지는 용기를 내어 떨리는 두 팔을 뻗어 백우진을 감싸안았다.

       

       평소보다 빠르게 숨을 쉬는지, 등이 빠르게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네에….”

         

       그러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빠르게 오르내리는 그의 등을 쓸어내리고, 토닥여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올립니다…

    연참을 하려 했으나, 자꾸만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생기는 바람에 또 한번 늦춰지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편도 뭐랄까, 인물들의 감정적인 부분이 잘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느라 시간을 잡아먹은 탓도 조금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연참을 유야무야 넘기지는 않을 터이니 스택 1,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장면에 나온 제갈연지의 모습이 지금 일러스트로 뽑힌 모습이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딱 이 장면을 떠올리면서 그려달라고 그림 작가님께 부탁드렸거든요…!

    노벨피아에서 제공해주는 표지랑, 제가 또 외주를 넣은 일러스트도 빨리 나와서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선작이 16,000을 넘게 되었습니다.

    다시금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말과 함께, 보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밥 먹고 똥 싸는 시간에도 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닷!!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