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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

       

        

        

        

        

       “….”

        

        

        

        교전의 종료와 동시에, 적막이 맴돌았다.

        

        침묵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뉘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을 목격하여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때, 그리고 너무나도 생각이 많아 어떠한 말을 할 타이밍을 완전히 놓쳐버렸을 때.

        

        오늘, 유진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이들은 후자에 좀 더 가까웠다.

        

        

        실전에 돌입하기 전 그녀가 강조했던 것은 쉽게 말해 행동의 목적성이었다.

        

        요컨대 단순히 교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임기응변 능력을 키우기 위해 트레이닝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행동을 적을 체계적으로 말소하기 위한 단계로 보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조금은 방향성이 다른 그 내용에, 실제 교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유진의 강의는 이색적이라는 평가 이상을 넘어가지 않았다.

        

         비록 1군과 2군, 그리고 하위 리그로 나뉘며 여태까지 이들이 받은 피드백과 강의는 – 받은 숫자의 차이는 어느 정도 있을지언정 – 상당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곳은 에이펙스 프레데터를 플레이하는 이들 중 정상급 플레이어들을 모아놓은 각축장이었고, 비록 게임 안에서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지를 연습하는 이들이었다.

        

        

        근데.

        

        근데 왜 저 유저는…어떻게 그동안 AP 프로게임판이 쌓아올린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수는가.

        

        

        그러나 지금은 저것이 ‘왜 가능한가’를 따지는 것이 아닌, ‘어떻게 가능한가’를 궁리해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아직 두 명이 교전에서 복귀하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고,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논리로 방금의 경기를 복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론을 내리자면,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면에서는 평범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냥 평범한 교전. 어떻게 보면 자신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평이함이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알림 : 교전 종료.]

        

       -[알림 : Username -Eugene- 이(가) 현재 15(연)승 중입니다.]

        

        

        

        그 후로 1시간이 지나도록, 그 아무도 유진에게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심지어는 다이스마저도 머리가 터지도록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폐기하였지만, 마땅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조금의 진전이 있다면, SSM의 아날라이징 엔진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 유진의 행동에 확실한 방향성이 있었다는 건 모두가 알게 되었다.

        

        다양한 트릭과 혼란을 통해 상대방의 판단을 완전히 흐리게 만들고, 그로 인해 한 사람의 행동에서 조심성이 거세되는 사이를 정확히 관통한다. 그것은 틈새를 찔러들어간다기보단 차라리 관통하여 꿰뚫는 것에 가까웠다.

        

        그 누구도 그 흐름을 깨지 못하고 폭풍에 휘말려 산산히 분해되었다.

        

        

        승자와 패자가 걸어나옴과 동시에, 보호장구를 해제한 유진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피드백을 시작해보도록 합시다.”

        

        

        

        시작이었다.

        

        

        

        

        

        

        

        

        

        

        

        

       

        본격적으로 코치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질문 요청이 많이 들어온 부분을 살폈는데 – 과연 이게 당연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첫 번째로 치뤘던 경기가 최상위권에 있었다.

        

        어떻게 강의를 구성할까 하다가, 행동원리를 설명한 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그것을 실시간으로 받는 형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연동하여 이런저런 화면이 큼지막하게 떠오르는 것을 뒤로 하고, 입을 열었다.

        

        

        

       “질문은 실시간으로 받을 테니 유념해주시면 감사하겠고…일단은 하나하나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개의 시간대로 분할되어 허공을 부유하는 화면. 각각은 1인칭 화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다양한 미니맵이 옆에 띄워진 상태였다.

        

        첫 번째는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행동이었는데, 맵의 구조를 얼추 둘러본 결과 숨을 곳이 비정상적으로 많고, 시야를 가리는 것도 너무나도 많았다.

        

        사방팔방을 쏘다니면서 불안감을 조성하여, 적이 이곳저곳을 조준할 때 들리는 소음으로 적의 위치를 추적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일단 오늘은 그런 방법들을 최대한 자제하였다.

        

        마찬가지로 얼마 전에 자주 사용했던 낚싯줄이나 인계철선 트랩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오늘 나는 이들에게 강의를 하러 온 것이었고, 요컨대 이는 나만이 할 수 있거나 내가 자주 해본 기술로 적을 손쉽게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함을 의미했다.

        

        

        첫 경기 때 PDA와 슈어파이어 플래시를 가지고 간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PDA는 연구 단지 맵에서 저거넛의 순찰 경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사방팔방에서 획득 가능한 물건이었고, 후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대회용 규칙이 적용된 판은 그 특성 상 교전이 많고 경기 자체의 템포가 빨랐다. 즉 오만가지 전술 장비들을 고작해야 몇 분 안에 다양하게 습득 가능했단 소리였다. 플래시 역시도 그러했다.

        

        그래서 즉석에서 떠올린 게 바로 그 방법이었다. 플래시를 통해 위치 파악에 혼란을 주는.

        

        생각보다 잘 먹혀서 다행이긴 했다.

        

        

        때마침 화면에는 내가 이리저리 플래시를 놔두는 행동이 보이고 있었다. 이카루스 디바이스 특성 상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거나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할 때 – 또는 전방을 겨눴을 때 자동으로 켜거나 끌 수 있었다.

        

        그 점을 응용하였다.

        

        

        

       “저건 제가 선택한 방법입니다만, 사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행동들은 적의 집중력을 흩어버리기 위함이니까요.”

        

       “만약 저 방법이 통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셨을 건가요?”

        

        

        

        때마침 누군가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따로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입을 연다.

        

        

        

       “말씀드렸다시피, 크게 상관은 없었을 겁니다. 적 유저가 저를 사격했을 때부터 이미 서로의 대략적인 위치가 드러났기 때문에, 그 후부터는 거리를 좁히는 거만 생각하면 됩니다.”

        

        

        

        이미 이들에게도 가르쳐줬지만 – 교전 시 내 행동 강령은 그리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적을 식별하고, 정확히 위치를 파악한 후, 거리를 좁힌다.

        

        모든 과정은 빡빡하고 정교하게 맞물리는 게 아니라, 그 사이 유격을 두어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가까웠다. 방법론은 어떤 걸 사용해도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 부분까지의 설명을 마치고, 빠르게 덧붙였다.

        

        

        

       “그래도 궁금한 분들을 위해서 말하자면,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가령 수류탄 한두 개 정도를 축차로 던진 후 급격하게 거리를 좁히든지, PDA 알람 기능을 켜는 동시에 의도적으로 소음을 내서, 사운드 플레이를 방해하는 동시에 유인을 하든지….”

        

        

        

        점차 공통점이 떠오르고 있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적의 선택지를 봉쇄하는 한편 주도권을 끌어온다. 교전 위치와 타이밍을 선택하는 것은 적이 아니라 자신이 되어야만 했다.

        

        수류탄의 폭발 이후 이어진 PDA 진동음은 적이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 전 훌륭하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고, 그리하여 그는 제3의 선택지를 생각해내기보단 소음에 정신을 뺏겨버리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핵심은 적이 더 나은 방법을 떠올리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소음을 발생시키는 건 언제가 되든 효과가 좋았고, 이는 선택지가 떠오르는 걸 막는 동시에 내 자신의 위치 변환을 좀 더 용이하게 만들었다.

        

        

        세 번째 화면이 띄워진다.

        

         적은 내가 ‘있었던’ 자리를 겨누고 접근하다가 저 멀리서 쏘아진 탄환을 몸에 얻어맞고 황급히 엄폐한다. 그 사이 나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있었고, 피죤은 응사하기보단 연막탄을 사용하고 도망친다.

        

        그러나 달리 갈 곳이 없었다.

        

        그는 막다른 곳에 몰린 채 폭사하였다.

        

        

        

       “…여기까지입니다. 또한 이와는 다른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두 번째 영상으로 바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허공에 띄워진 영상들이 모조리 바뀌기 시작했다.

        

        일곱 번째 경기. 그곳에는 나 외에도 익숙한 모습 – 다이스의 금발 머리카락이 버려진 훈련장 한복판에 존재하는 시가전 에어리어 위에서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선행했던 교전의 양상을 주의깊게 본 건지, 그녀는 여지껏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방법으로 접근했는데 – 구체적으로는 초반 전투를 최대한 피하면서, 스캐닝 펄스의 쿨타임을 기다린 것이었다.

        

        이후 모래에 남은 신발 자국을 바탕으로 거리를 어느 정도 좁힌 다음, 펄스를 사용하여 내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나는 감지된 즉시 수류탄을 사용하여 신경을 분산시켰다.

        

        펄스에 감지되었다는 것은 상대방이 적어도 25m 안에 있음을 의미했고, 이럴 때는 적의 예상 위치 주변에 수류탄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이점을 무력화할 수 있었다.

        

        

        이후의 경과는 조금 재밌게 흘러갔는데, 지난 번 최고 어려움 난이도에서 상당히 배운 게 있는지 – 다이스는 수류탄이 터지자마자 엄폐물과 엄폐물을 오가며 내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후퇴하였다.

        

        그 후에는 말 그대로의 직접적인 전투였다.

        

        5분간의 스킬 유예 시간이 지난 후에는 쿨타임이 이전에 비해 확 줄어든다. 따라서 시커 마인과 펄스가 난무하였고, 다이스는 내가 한 자리에 있는 꼴을 도저히 못 보겠다는 듯 말 그대로의 개싸움을 벌였다.

        

        어떻게 보면 그녀야말로 강의의 본질을 정말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 무슨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적이 서있는 우위라는 발판을 없애버리고, 최소한 동등한 관계에서 싸울 수 있도록 판을 조성하는 것.

        

        단순한 심리전에 넘어가 폭사했던 초창기와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할 말이 꽤 있었다.

        

        

        

       “보시다시피 이 판은 이전과는 교전 구도가 상당히 다릅니다. 여러분들이 주목하셔야만 하는 점은 바로 후반부로, 서로가 상정한 판이 전부 박살나고, 어느 정도 순수한 사격으로만 승패가 갈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눈과 호흡, 조준 실력, 그리고 날카로운 감각만이 남고, 그 외의 어떠한 여지조차 개입할 수 없는 피지컬의 세계.

        

        바로 이걸 위해서 사격 연습을, CQB를, 조준을, 좌우수 변환 사격을, 전술적 재장전을, 주무기와 보조무기의 전환 연습 등을 하는 것이었다.

        

        즉, 그것들은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필요한 때가 따로 있었다.

        

        

        

        설명을 이어나가는 동안, 한편으로는 내 머릿속은 이리저리 회전 중이었다.

        

        다이스.

        

        이전에는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 그리고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무른 감이 있었던 것도 감안해야만 했으나 – 그녀는 생각보다 재능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개별적 트레이닝을 진행해보고 싶을 정도로.

        

        내가 아직 여타 구단에서 활동해보지 않았고, 그렇기에 저 정도의 실력을 갖춘 유저가 다른 곳에는 없을 거라는 보장은 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까놓고 말해서 선착순 아닌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래도 한 번 안면을 텄다면…적어도 아시아 예선전을 넘어, 본선으로 가는 티켓을 쥐어줘야만 하지 않을까.

        

        그저 그런,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5년에 달하는 고난을 겪고서도 변하지 않은, 그런 나의 장난스러운 본질일지도 몰랐다.

        

        

        잠시 말을 끊고 목을 가다듬었다.

        

        

        

       “…기본적인 강의는 대충 끝난 것 같네요. 이제부터는 개별적인 피드백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순서는 방금과 마찬가지로 첫 경기, 그리고 일곱 번째 경기 순으로 할 예정이고, 그 후엔 두 번째부터 순차적으로 이어갈게요.”

        

        

        

        잠깐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 전에 간단히 질문을 받고, 쉬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합시다. 괜찮으신가요?”

        

        

        

        딱히 이견은 없었다.

        

        

        

       “그럼, 질문 있으신 분?”

        

        

        

        스윽.

        

        그 말과 동시에…무수하다 못해 손으로 꽉 차버린 정면.

        

        삼십 명이 넘는 인원 전원이 즉각적으로 손을 든 채, 결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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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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