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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

       성을 가리고 있는 불투명한 막은 거대하다. 그 크기만 하더라도 작은 동산에 비견될 지경이었으니.

       

       저런 거대한 것을 부술 때 알아야 하는 것은 한 곳에 힘을 주어 파괴한다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점을 돌파하게 되면 구멍이 날 뿐 거대한 것이 붕괴하진 않는다.

       

       거대한 것을 무너트릴 때에는 힘을 안으로 박아 넣는 게 아니라 힘을 바깥으로 퍼트려야 한다.

       

       투웅!

       

       나의 주먹이 결계에 닿지만 구멍은 나지 않는다.

       

       충격은 결계를 따라 퍼져 나가서 결계 위에 거미의 실과 같은 줄을 새겼다.

       

       그러다 그 줄이 결계의 모든 자리에 생겨났을 때 결계가 유리 파편처럼 흩어진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때 마법이었던 것들은 눈과 닮아서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결계가 무너지는 게 이렇게 예뻤구나.>

       

       – 신의 활로 무너트릴 때는 불로 태우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건 꼭 유리성이 무너지는 것 같아.

       – 클립으로 따놔야겠다.

       – 근데 님들아. 그거 감상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하르키아. 저 놈 왜 군대를 끌고 왔음?

       

       결계가 사라지자 그 아래에 도사리고 있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군단이었다. 갑옷으로 무장했으며, 각자의 냉병기를 지녔고, 지휘관에 맞추어 규율을 유지하는 이들이었다.

       

       준비를 하라 했더니 아주 철저하게 했구나.

       

       홀로 이길 자신이 없다면 수의 힘을 빌려야지. 옳은 선택이다.

       

       슬며시 군단을 유지하는 모두를 둘러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강자로 보이는 이는 없었다. 처음에 상대했던 그 도마뱀과 동일한 선상에 선 이조차도.

       

       과연. 이 세상에서 그 도마뱀은 충분히 강력한 존재였던 것 같구나.

       

       “엔리. 하르키아라는 자를 만나기 위해 저 모두를 쓰러트릴 필요가 있는가?”

       <저도 이런 풍경은 처음이라 모르겠는데요.>

       “이 게임에 관해 모르는 게 없다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허언이 조금 섞여 있었나 보구나.

       

       이해한다. 남이 모르고 자신이 잘 아는 게 있으면 다소 과장되게 말을 하고 싶은 법이지.

       

       <아니! 진짜로 저 고인물이거든요?! 플탐만 해도 이천시간 가까이 되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플탐이 무어냐?”

       

       – 이 게임 이천 시간 동안 했다는 소리임.

       – 방송 시작하기 전엔 이 게임만 줄창 했다고 했으니까.

       – 엔리가 이 게임 한정으론 고인물 맞긴 함.

       

       “그렇담 그 시간을 날로 버린 셈이구나.”

       <너무해요!>

       

       진행이 될 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돌파를 목표로 삼을까.

       

       내가 한 걸음을 내딛자 군단 측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새 나온다. 지휘관들이 병사에게 소리를 지르고, 병사들이 다급히 움직이며 진열을 잡는다.

       

       앞에는 창병, 저 뒤에서는 활시위를 당기는 궁수. 하늘에는 자그마한 도마뱀에 올라탄 마법사. 거기에 중간중간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들.

       

       잘 정비되어 있구나. 사람 하나를 사로잡기 위해 모인 것 치고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허나 날 잡으려 모인 이들치고는 부족하다.

       

       사람을 수로 짓누르는 것도 상대가 소모전에 어울려 줄 때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상대가 전략에 어울려 줄 생각이 없다면 군단은 거추장스런 짐으로 바뀐다.

       

       “슬슬 화살비가 날아들 것 같으니 가겠다.”

       

       저 멀리서 궁수가 활시위를 놓는 것과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내 신형이 움직이자마자 창병들이 무기를 치켜들었으나 무의미했다.

       

       본인은 하나의 기수였으나 말을 타지 않은 기수였으니. 장창으로 만들어진 고슴도치에 들이박을 이유가 없었다.

       

       한 걸음 뛰어 허공으로 오른다.

       

       그 높이는 장창조차도 닿을 수 없는 높이였다.

       

       창을 뛰어넘음으로써 전열을 유지하던 창병들이 무의미해졌다.

       

       중간에 있던 병사의 머리를 밟고 다시 뛰어 오른다.

       

       병사들이 내 돌파를 막아내기 위해 몰려들지만 다들 침착을 잃어버렸다.

       

       어떻게든 내 발목을 한 번 잡아보려 하는 이들에게선 규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풀리면 유리한 것은 다수가 아닌 소수가 된다. 수라는 폭력을 소수에게 가할 수 없게 되니까.

       

       병사들의 손길을 피하며 앞으로 가던 중 몇 명의 흡혈귀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입은 갑옷부터 자신들이 정예라 외치는 중인 것 같은 그들은 이 앞으론 갈 수 없을 것이라느니 뭐니하고 외쳤다.

       

       내가 만화 속의 악당도 아니고 저들이 치는 대사를 다 들어주어야 할 이유가 없었기에 난 근엄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내버려 두고 발을 내딛었다.

       

       “이 놈이!”

       

       말을 하다 나를 놓쳐버릴 정도로 멍청한 이들은 아니었는지 정예는 내가 발을 움직이자마자 무기를 휘둘렀다.

       

       처음은 검을 휘두르는 자였다. 검로가 뻔했기에 가벼이 피하고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다음은 거대한 덩치를 지닌 자였다. 흡혈귀보단 거인이란 단어가 어울릴 이가 철갑으로 무장한 모습은 웅장하긴 했다.

       

       허나 그 동작이 느렸으니 나를 붙잡으려는 두 손을 피하고 덩치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돌파했다.

       

       세 번째는 늑대인간이었다. 그는 사나운 이빨을 들어내며 내게 달려들었지만 복부를 후려차주니 개새끼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쳤다.

       

       마지막은 마법사였다. 그는 자신이 준비한 비장의 마법을 받아내 보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쳤지만 그 마법은 도마뱀이 쓰던 것보다 못했다.

       

       그걸 정면에서 박살을 내주니 나를 붙잡을 이는 남아 있지 않았다.

       

       다시 발을 움직였다.

       

       후열은 난장판이었다.

       

       활을 버리고 검을 뽑아든 이도 있었고, 오사를 각오하고 활시위를 당긴 이도 있었다. 아군에게 사과의 말을 외치며 마법을 사용한 이도 존재했다.

       

       허나 그 모든 희생은 군대의 혼란을 초래했을 뿐 나에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어느새 성문의 앞에 도달한 나를 가로막은 건 철제로 된 성문이었다.

       

       대충 보아도 지난 번 동굴에서 부쉈던 문보다 내구도가 약해 보이는 녀석이었다.

       

       주먹이 닿고, 성문이 날아가며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을 덮쳤다.

       

       나는 앞으로 내달려 병사를 깔아뭉갠 성문을 밟으며 다시 한 번 뛰어 올랐다.

       

       대충 보아도 저 앞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면 될 것 같구나.

       

       바깥에 괜찮은 병사들을 몰아 둔 듯 성 안에 있는 병사들의 수준은 허술했다.

       

       별다른 방해도 받지 않고 성 안의 건물로 들어가자 고풍스러운 연회장이 나를 반겼다.

       

       허어. 여기는 도당체 길이 몇 개인가. 계단만 해도 열 개 가까이 되는 데다 통로는 또 왜 이리 많은지.

       

       순간 뒤에 잡졸들이 따라 붙고 있다는 것마저도 잊고 안의 모습을 살펴볼 지경이었다.

       

       “엔리. 이제 어디로 가면 되느냐.”

       <저보고 시간 낭비한 사람이라면서요. 왜 이제 와서 물으세요?>

       “…농담이란 걸 알지 않느냐.”

       <제가 고인물이란 걸 인정해 주면 생각해 볼게요!>

       

       내가 노력을 부정한 것이 상처가 되었는지 엔리의 목소리엔 투정이 잔뜩 섞여 있었다.

       

       사실 그냥 다 때려 부순다 생각을 하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해도 하르키아라는 자가 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엔리의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어가며 고집을 피울 이유는 없겠지.

       

       “미안하구나. 내 이리 사과를 할 터이니 한 번 봐주지 않겠느냐?”

       <흐응.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자. 저기 오른 쪽에 세 번째 계단 보이시죠? 저기로 가셔서…>

       

       엔리는 자신이 고인물이라는 것을 꼭 증명하고 말겠다는 듯이 필사적으로 내게 길을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난 한 번도 헤매는 일이 없었음은 물론이고 적다운 적도 만나지 않고 하르키아가 기다리는 방 앞에 당도할 수 있었다.

       

       고풍스러워 보이는 방의 문을 열자 한 중년이 저 높은 곳에 있는 왕좌에 앉아 나를 내려다 보았다.

       

       저것이 하르키아인가. 꽤나 멋을 부릴 줄 아는 작자구나.

       

       “어디 쥐구멍으로 들어왔나? 병사들의 수는 그대로인데 이 자리에 오다니.”

       “그대는 귀머거리인가? 바깥의 아비규환을 보면 알잖나. 정면에서 뚫고 들어왔다는 것을.”

       “건방진.”

       

       대화를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마법에 관해서 거의 무지하다마는 그런 나조차도 이 방안에 여러 장치가 준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겁을 잔뜩 먹었나 보구나. 철저하다 못해 노골적일 정도로 준비를 하다니.

       

       그렇단 소리는 이 곳이야말로 그대의 전장이라는 소리일 터.

       

       평소 같았다면 그대의 장난에 어울려 주었을 것이다. 나는 나를 쓰러트리기 위해 발악을 하는 상대를 좋아하니까.

       

       허나 이곳은 놀음을 위한 자리가 아닌 그대의 죄를 묻기 위한 자리이니 나는 되도록 그대에게 절망만을 선사하고 싶구나.

       

       저 혼자 무어라 떠드는 하르키아를 내버려 둔 채 발을 치켜들었다.

       

       성의 바닥이 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봐야 이곳도 나무와 벽돌로 지어진 건물에 불과하다. 부수는 것은 무척이나 쉽지.

       

       쿠웅!

       

       발로 땅을 내리 찍자 나를 중심으로 바닥의 금이 물결처럼 퍼져나간다.

       

       하르키아는 아직도 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황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파열음과 함께 바닥이 흔들린 순간 하르키아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네 놈 대체 무슨!”

       “한 층 아래로 내려가자꾸나.”

       

       건물의 잔해에서 빠져나오니 잔뜩 낀 먼지 때문에 절로 기침이 새 나왔다.

       

       역시 이 몸은 너무 허약하다. 현실의 내 몸이었다면 바닥을 부수고 허공에 떠서 무너지는 잔해에 깔리는 하르키아를 구경하고 있었을 터인데.

       

       “무식한 놈 같으니.”

       

       목소리는 위에서 들려왔다. 하르키아는 박쥐의 날개를 단 채로 허공을 나는 중이었다.

       

       “흡혈귀에겐 날개도 있는 것이냐?”

       <쟤네 근본은 박쥐니까요.>

       “허어. 저런 게 가능할 줄은 몰랐군.”

       

       땅을 기게 만들 생각이었거늘.

       

       몸을 점검한다. 지금 게임의 몸은 많은 이들을 상대하며 이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을 한 상태다.

       

       여전히 아피스 속 캐릭터보다도 허약한 것은 사실이나 이 정도만 되어도 웬만한 일은 어렵잖게 할 수 있지.

       

       “내려와라.”

       

       지금도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다니. 실로 건방지지 않은가.

       

       “위에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직접 내려 보시지.”

       “안 그래도 그리 할 생각이었다.”

       

       하늘로 뛰어올라 허공을 밟는다. 하르키아가 있는 곳은 하늘이었으나 나에겐 세 걸음이면 닿을 거리였다.

       

       설마 허공을 달리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 하르키아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그래도 꼴에 흡혈귀들의 군주라고 그는 놀란 와중에도 날 떨어트리기 위한 수작을 벌였다.

       

       허나 그가 무언가를 펼치는 것보다 내가 그에게 닿는 것이 더 빨랐으니.

       

       권이 하르키아의 머리에 꽂혔다.

       

       콰앙!

       

       하르키아의 몸이 건물의 잔해에 처박힌 후 느긋이 그 근방에 착지해 하르키아가 올라오길 기다렸다.

       

       손맛이 옅었다. 방어막이건 뭐건 쳐 둔 것이 아닐까.

       

       그러니 당연 데미지도 그리 크지 않았을 터. 조금 기다리면 잔해를 뚫고 모습을 드러내겠지.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잔해의 한 가운데에서 힘의 파동이 느껴진다 싶더니 그 곳에서 폭발이 일었다.

       

       녀석. 그냥 해치고 나와도 될 것을 굳이 이런 식으로 힘을 낭비해야 될 이유가 있느냐?

       

       멋도 없고, 효율도 없고, 참으로 멍청한 행동이구나.

       

       “개자식이 잘도!”

       “그대는 병신인가? 생긴 걸 보면 모르나. 본인의 부모가 견과 관련 있을 리 없지 않나.”

       “그런 말이.”

       “아 참. 천 년을 넘게 살았다 했지. 노망이라도 든 것인가?”

       

       그럴 만한 나이긴 하지. 이해하네. 세월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니.

       

       하르키아는 얼굴을 붉힐 뿐 더 이상 내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혈교주를 닮은 녀석이지만 그 혓바닥은 닮지 못했구나.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장기 연재에 서투른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가지마… 너 없으면 나 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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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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