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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0

        

       인도에 첫발을 디딘 무인들이 처음 느낀 감상은 코를 찌를듯한 향신료 냄새가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흔히 일본에서 사용하는 향신료의 냄새나 카레의 냄새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이기도 했다.

       무인 대부분은 일본에서도 흔히 카레를 만들어 먹기에 익숙해졌을 것이라 자부하였었지만…. 인도의 그것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달랐다. ‘이국적’이라는 표현이 무엇인지 몸으로 똑똑히 깨달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깨달은 것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많다.

       관광객도, 돌아다니는 사람도.

       그리고.

         

       “니하오-! 컴온! 컴온!”

         

       “재팬? 곤니찌와! 아이 러브 닌자! 아이 러브 스시!”

         

       “안-뇽-하세요?!”

         

       관광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죽치고 있던 장사꾼들도 말이다.

         

       그들은 일본인들을 보자마자 잘 걸렸다는 듯 우르르 몰려들었고, 동양인으로 보이는 그들의 외형을 보고는 자신들이 아는 말들을 마구 내뱉으면서 내적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택시에 타라는 듯, 혹은 자신의 물건을 사라는 듯 끊임없이 그들에게 들이댔다.

         

       아니, 들이대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반강제로 끌고 가려고 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험상궂은 데다가 근육이 가득한 일본 무인들의 모습을 보고는 흠칫.

       손을 거두는 것이다.

         

       그러고는 인도 사람 특유의 고개를 양옆으로 까딱까딱 움직이는 제스처로 자기 행동을 무마하고는, 다시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웃는 얼굴로 그들과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의 파도를 맞이한 일본 무인들의 감상은….

         

       ‘향신료 냄새가 장난이 아니군.’

         

       …그들이 매우 거슬린다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 시끄럽게 귓가를 울리는 인도인들의 말, 쓸데없이 가까이 다가왔기에 느껴지는 그들의 체온이나 호흡 등….

         

       발달한 무인들의 오감은 일반적인 사람이 불쾌감을 느낄만한 체험을 더욱 생생하고 세세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었고, 그들이 이국적으로 느끼게 만들 모든 요소를 하나하나 구분해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아마 그들이 힘이 없다면 이들을 헤치고 나가는 것조차 고역이었겠지.

         

       “노. 노. 투어. 투어.”

         

       “투어 프로그램 버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무인.

       그냥 평범하게 호객하는 사람들 정도는 아무런 문제 없이 뚫고 나길 힘과 체격이 있었고, 그렇게 그들은 미리 준비된 버스가 있다는 말을 영어로 외치면서 반강제로 그들 사이를 헤쳐 나갔다.

       그리고는 공항 구석진 곳에 세워져 있는 낡은 버스에 올라탄 뒤, 버스 문이 닫히고 난 뒤에서야 한숨을 푹 쉬었다.

         

       “후우. 냄새가 장난이 아니군요.”

         

       “향신료 냄새는 그렇다 쳐도, 하. 손 한쪽에서 나는 냄새가….”

         

       여행이라는 게 이렇게 괴로울 일인가.

       공항에서 빠져나온 것조차 이렇게 힘들다니….

         

       무인들은 단련된 감각이 주는 알고 싶지 않은 불쾌한 정보에 한숨을 쉬고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낡아빠진 의자는 제대로 몸을 지탱해주기는커녕 푹 꺼지고 삐걱대면서 불쾌한 느낌을 주었고, 후덥지근한 공기는 향신료 냄새와 뒤섞여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외국에 왔다는 실감을 내게 만든다.

         

       버스 안의 공기가 후덥지근해지는 것은 인도의 날씨 때문인가, 혹은 버스 안에 탑승해 있는 사람들의 몸에서 흘리는 땀 때문인가?

       그렇게 버스는 무인들을 싣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도시를 지나 앞으로, 앞으로.

       도로 한복판을 가로막고 있는 소가 있어서 잠시 멈춰서기도 하고, 소똥을 수없이 밟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냄새를 한껏 풍기기도 한다. 화려한 천을 뒤집어쓴 여자들이 보이고, 이마 한가운데에 점을 콕 찍은 여자들이 빤히 버스를 바라보는 것도 보인다. 낡아빠진 미용실에서 부채질하며 도로를 바라보던 사람과 눈이 마주치기도 하고, 잠깐 멈춰선 버스에도 기어이 물건을 팔아야겠다는 듯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과일을 내밀면서 돈을 달라고 소리치는 상인을 보기도 한다.

         

       부르르릉.

         

       버스는 점점 길은 좁아지고, 점점 외곽으로 향한다.

       엔진이 힘에 부치는지 잠시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서 이리저리 튀어 오르며 버스에 탄 무인들에게 불쾌감을 선사해주기도 하고, 달리는 차 안에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 참 재주도 좋은 모기들이 무인들에게 달려들며 성가시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버스는 계속해서 달리며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들이 이곳으로 온 목적.

         

       “드디어.”

         

       중국 무인과의 싸움.

       뒤에서 이상한 짓거리를 벌이고 있는 중국 놈들에게 징벌을 내릴 시간이 온 것이다.

         

       무인들은 결의에 찬 얼굴로 하나둘 버스에서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미리 버스에 준비해두었던 도구를 하나씩 들고 말이다.

         

       쇠파이프, 각목, 긴 장대에 스프링 판을 붙여서 만든 급조 나기나타(薙刀), 목검 등.

         

       무인들이 본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매우 어설퍼 보이는 물건들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메이크업하겠습니다.”

         

       누명.

         

       이들은 중국을 두들겨 패고는 인도에게 그 혐의를 돌리려고 한 것이다.

         

       인도-중국 국경은 잦은 마찰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 마찰은 총알이 왔다 갔다 하거나 포탄이 왔다 갔다 하는 화약 내음이 풍기는 마찰이 아닌, 개싸움에 가까운 마찰이었다. 인도와 중국은 서로 간 악감정이 가득한 상태였으며, 국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국 군인과 인도 군인들 역시도 악감정이 가득한 상태였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총탄 한 발만으로도 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양국이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한 일이었고, 국경에 근무하고 있던 군인들의 과도한 스트레스가 공격성으로 변화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마찰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었고….

         

       …그렇게 해서 이들의 손에 들리게 된 것이 바로 냉병기였다.

         

       주먹질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

       그렇지 않다면 쇠 파이프나 각목 같은 물건들을 사용해서.

         

       군인들 간의 싸움이라기보다는 동네 양아치 패거리들이 패싸움을 벌이는 것 같은 우스운 촌극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이 인도-중국 국경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었던 일본 측은 이렇게 생각했다.

         

       ‘인도 사람인 척하고 중국 군인들 두들겨 패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몇 번 두들겨 패면서 곤란하게 만들면 중국의 무인들이 튀어나올 터.

       그러면 그때 제대로 된 대결을 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군인들 두들겨 패는 것도 좋고, 인도인인 척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제대로 된 무인들 간의 싸움에서 무기가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인데, 과연 쇠 파이프나 각목 가지고 그게 감당이 되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그룹을 두 개로 나누면 되겠군. 군인 두들겨 패는 그룹과 제대로 무장하고 있는 그룹으로.’

         

       말하자면 군인들을 두들겨 패는 이들이 미끼 역할을 하고, 매복하고 있던 이들이 나서서 중국 무인들과 실전을 벌인다는 계획이었다. 또한 일이 틀어져서 중국 무인들이 화기를 들고 오면 즉시 철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

         

       그래.

       계획은 단순하지만, 나쁠 것은 없었다.

       정석적이고,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그러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뭐 어설픈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거야 현장에서의 고도의 임기응변을 통해서 어떻게든 대처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도의 임기응변이 있다면 그 어떠한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게 무인들은 자신하며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 * *

         

         

       계획을 짰음에도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변수 때문일 수도 있고, 도중에 추진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외부의 개입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애초에 그 계획 자체가 틀어져 있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 일본 무인들의 상황이 바로 그러했다.

         

       “옛적 악바르가 살아있었을 때가 존재했다네. 황금의 의자는 보석에 장식된 채 찬란하게 빛났고, 그 잔혹한 위엄은 아래로 향해 모든 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네.”

         

       “위대한 가수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위대한 목소리로 부르는 음악을 들은 적이 있는가? 라그, 라기니, 푸트라, 바리야, 라그, 라기니, 푸트라, 바리야. 라가의 세계는 그러하였네. 위대한 가수의 세계는 바로 그러하였네.”

         

       “무키야는 으뜸이어서 황제보다 위에 있었고, 와디의 왕관은 눈이 부셔 그것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지. 삼와디는 고개를 조아리며 귀를 기울이라 소리치고, 아누와디와 비바디는 그 위엄에 굴복하였다네.”

         

       일본 무인들은 불꽃이었다.

       그들은 중국 무인과 싸우기 위해 왔으며, 제 몸에 있는 불꽃을 키우기를 바랐다.

         

       그들은 제 몸을 키울 기름을 바라고 있었다.

       제 몸을 더 크게 만들고, 불길을 거세게 만들며, 자신의 양분이 될만한 기름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자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장작.

       불이 붙어있는 장작이다.

         

       “위대한 가수, 위대한 가수 탄센. 밉고도 미운 탄센. 아, 위대하고 위대하다고 그렇게 자신하는 그 목소리로 소리를 높여 불러보아라. 네가 그리 자신하는 음악으로 등불의 라가를 불러보도록 하여라.”

         

       “질투와 미움의 불꽃은 타올라 황제께 닿으니, 악바르가 말씀하시기를 너는 라가 디팍을 부르도록 하여라.”

         

       “등불의 라가. 등불의 라가. 네 생명을 불살라 등불을 켜거라.”

         

       사람들이 몰려든다.

       장작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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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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