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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81

        

         

       “목소리를 높이자 등불에 불이 하나 붙었네.”

         

       “목소리를 높이자 등불에 불이 두 개 붙었네.”

         

       “등불의 라가, 등불의 라가. 열을 내는 등불의 선율.”

         

       “선율이 가는 곳에는 등불이 켜지고, 선율이 끝나는 곳에서는 빛이 타올랐네.”

         

       “아. 불쌍한 탄센. 불쌍한 탄센. 제 몸으로 등불을 켜야만 하는 불쌍한 탄센이여!”

         

       “위대한 가수여. 네 몸을 등불처럼 타오르게 하면서 선율을 노래하라.”

         

       “노래하라-!”

         

       얼기설기 만든 것처럼 보이는 악기들을 든 사람들.

       머리에는 터번을 뒤집어쓰고 있는 남성들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일본 무인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대체 언제?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무슨…?!”

         

       갑작스레 나타난 시크교도들의 모습에 일본 무인들은 당황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노래까지 부르면서 접근하고 있음에도 그들을 감지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파견한 무인들은 얼치기 무인들이 아니다.

       1선이라 치기에는 애매할지는 몰라도 2선 정도는 되는 사람들이었다.

       검기만으로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검기상인(劒氣傷人)의 경지에 올라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감과 관련된 훈련도 했기에 어지간한 매복 정도는 쉬이 알아챌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매복이라니?

       그것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니?

         

       거기에 그들을 더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시크교도들의 경지였다.

         

       “능력자가…아니야?”

         

       능력자가 없다.

         

       은신술을 익힌 무인도, 마법을 통해 제 몸을 가린 마법사도, 특별한 소환수의 도움을 빌린 소환사도, 특별한 약품을 사용해서 몸을 감춘 연금술사도. 심지어는 아티팩트로 보이는 것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저들의 몸 안에서는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으며, 헐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볼품없는 모습에서는 아티팩트나 군사 장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반인.

       에너지를 사용할 줄 모르는 일반인이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매복했다고?

       이 많은 무인들의 기감조차 속이면서?

       저런 거추장스러운 이상한 나무통들을 든 채로?

         

       “사술. 사술이다!”

         

       한 무인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사술(邪術)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 모습은 무공 외의 다른 것을 사악한 것이라고 매도하는 아집에 빠진 무인들이 ‘사술’이라면서 다른 것을 폄훼하고 내려치는 것과 닮아 있는 듯 보였지만….

         

       놀랍게도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정답이었다.

         

       “등불의 불을 켜거라 탄센이여.”

         

       “등불처럼 불을 켜거라 탄센이여”

         

       “등불의 심지처럼 불이 붙어라.”

         

       “불이 타오르고 장작이 되어라.”

         

       “너는 기름이요 장작이니.”

         

       “아, 탄센. 탄센. 등불의 탄센-!”

         

       악기를 들고 무인들에게 접근하는 사람들.

       그 사람의 몸에서 후끈거리는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싸움을 할 적에는 몸이 달아오르고 땀이 수증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것은 그리 드문 광경은 아니다. 당장 무인만 하더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대련 한 사이클만 돌리고 나면 사우나라도 되는 것처럼 땀으로 이루어진 증기가 가득 메우는 경험을 해봤으니까.

         

       하지만 저 사람들의 모습은 명명백백히 이상했다.

         

       격렬한 전투를 하지 않았음에도 후끈거리는 열기를 품고 있는 게 첫 번째 이유.

       마치 달군 돌에다가 물을 끼얹기라도 한 것처럼 땀이 눈에 보일 정도로 짙은 증기가 되어 풀풀 피어오르는 게 두 번째 이유.

       그리고 사람들의 눈이 하얗게 굳어가는 것이 바로 세 번째 이유였다.

         

       “탄센이여 탄센이여 몸을 식힐 강물이 저곳에 있으니 너는 마땅히 그곳에 가서 발걸음을 옮겨라 너는 그 강물에 몸을 빠뜨려 불꽃을 끄고 열을 식히도록 하여라. 너의 열기를 품은 등불의 노래는 선율이 되어 궁전을 맴돌고 있으니 그 선율의 공백으로 향하여 너는.”

         

       “몸을 던질지어다.”

         

       생선을 구워 먹어본 적이 있는가?

       비린 냄새와 함께 생기가 가득한 생선은 불에 익힐수록 그 모습이 다르게 변한다.

       미끈거리던 표면은 노릇노릇한 색으로 변하고, 속살은 익어서 하얀빛으로 변한다.

       그리고 생선의 눈알은 새하얀 구슬처럼 변해간다.

         

       새하얀 구슬.

       조금은 탁한, 하지만 익어서 먹어도 안전하다고 알리는 하나의 신호.

         

       지금 다가오는 이들이 바로 그러했다.

       저들의 눈알은 익어가고 있었다.

         

       후끈거리는 열기.

       몸 안에서 치솟고 있는 저 열기에 익어가고 있다….

         

       40도만 넘어가도 몸이 익어서 사경을 헤매는 것이 사람일 터인데.

       과연 저 사람들의 체온은 몇 도인가?

       대관절 몇 도의 열을 품고 있길래 저렇게 빨리 눈알이 익어가고 있는가?

         

       시크교도들.

       그들은 장작이었다.

         

       스스로 몸을 불태우는 장작.

       열기를 몸 안에 품고, 라가 디팍을 부르며 등불이 되기를 갈망하는 장작.

       등불이 그러하듯 그들은 제 몸의 안에 불을 품고 빛을 발한다.

       빛을 발산하여 사방을 밝게 만들기를 갈망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부른다.

         

       등불의 라가를.

       옛적 위대한 가수 탄센이 그러하였듯, 선율로 등불을 켜기 위하여.

       제 몸을 익히고 뛰어든 강을 끓게 만드는 그 끔찍한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등불이 되기를 원한 것이다….

         

       화르륵.

         

       그리하여 그들은 불꽃이 되었다.

         

       장작에 붙은 불꽃.

       등불의 심지 끝에 올라간 불꽃.

       불꽃은 빠르게 그들을 잡아먹으며 빛과 열을 발한다.

         

       “분신(焚身)?!”

         

       “거합을 준비해라! 단숨에 잘라야 한다!”

         

       “이런 제기랄! 이럴 줄 알았으면 진검을 가지고 와야 했는데!”

         

       “장대로 접근을 막아라! 멈춘 놈을 진검으로 자르도록 해!”

         

       아.

       그 끔찍함이란.

       불에 달려드는 나방도 아니고 어찌 제 몸에 불을 붙이고 움직일 생각을 하는지.

       제 몸이 하얗게 익어가는 것을 넘어 새까맣게 숯덩이가 되어가고 있음에도 저들은 움직인다.

       제 몸을 활활 불태우면서 무인들에게 달려들고 있다….

         

       살아있는 불덩어리.

       사술을 품고 있는 불꽃.

       저 불꽃에 닿으면 저주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렵다.

       불 자체가 품고 있는 그 위험성과 공포. 유전자에 각인된 그 존재감이 그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다.

       거기에 그러한 불덩어리를 앞에 두고 손에 쥔 것은 장난감과 같은 물건들.

         

       소화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무기.

       그들의 손에 익었던, 그들이 평생을 단련해오며 손에 익힌 그 무기라도 들려있으면 좋으련만.

         

       아아.

         

       무인들은 탄식하면서도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진형을 짰다.

       그러고는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손에 든 것을 들어 올린다.

         

       “아.”

         

       그러던 와중 그들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 하나.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보았던 풍경들.

       그리고 그 풍경 속에서 보였던….

         

       ‘그러고 보니 버스를 보던 놈들도, 우리와 눈이 마주친 놈도, 과일을 들이밀던 놈들도.’

         

       죄다 터번을 쓰거나, 머리가 길지 않았던가?

         

       ‘하.’

         

       함정.

       함정이다.

         

       대관절 왜 저놈들이 덤벼드는 건지는 알 수는 없지만, 모든 게 의도되었다.

         

       그들은 지금 함정에 빠진 것이다.

         

       화르르륵.

         

       “탄센, 탄센이여!”

         

       “등불의 선율이여!”

         

       “진리가 앞에 있나니, 불꽃으로 그분께 다가가리라!”

         

       사람의 형상을 한 불꽃이 그들에게 다가온다.

       탄센인지 뭔지, 등불인지 뭔지, 진리니….

         

       “광신도 새끼들….”

         

       누가 봐도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 같은 모습이다.

         

       일본 무인들은 치를 떨며 그들은 최선을 다해 상대했다.

       나무를 부러뜨려 장대를 얻어서 그들을 밀거나, 급조해서 만든 나기나타로 그들의 머리통을 후려쳐서 기절시키려고도 했으며, 천을 북북 찢고 끝에 무거운 것을 매달아 간이 채찍이나 간이 유성추같은 것을 만들어 멀리 있는 이들을 후려치기도 했다.

         

       “히야아아아압-!”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검격.

       반으로 뚝 갈라지는 숯덩이처럼 변해버린 인간.

         

       퍼억!

       머리가 으깨지며 땅에서 발버둥 치는 불꽃.

         

       퍼어억-!

         

       장대에 얻어맞고 곤죽이 되어버리는 사람.

         

       그것은 끔찍하고 잔혹한 현장이었다.

       그것은 역겹고 토악질이 나올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

         

       퍼억!

         

       …

         

       퍼억!

         

       …

         

       촤악!

         

       몇 번의 둔탁음.

       몇 번의 참격음.

       불똥이 튀는 소리.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

       괴성에 가깝게 된 비명과 소리 없이 퍼지는 단말마.

       쓰러지는 사람들의 기척과 열기에 일그러지는 공기의 소리.

       코끝을 간지럽히는 단백질 타는 냄새, 고기 구워지는 냄새.

         

       아까 전까지는 사람이었던 잿더미가 하늘거리며 공기에 퍼지고, 그것이 코끝에 들어온다.

       그 역겹기 짝이 없는 냄새는.

       그 매캐하면서도 고기 특유의 느낌이 남아있는 그 냄새는….

         

       “우욱.”

         

       …구역질이 나온다.

       자신이 맡은 게 사람이 구워지고 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반사적으로 구역질이 솟구친다.

         

       그리고 그 구역질을 하고 나서야 무인은 깨닫는다.

         

       “끝났나…?”

         

       더 이상 불꽃이 없음을.

       자신을 위협할 존재들을 물리쳤음을.

         

       “우욱. 이런…. 이런.”

         

       고양감 따위는 없다.

       뿌듯한 따위도 없다.

       그들이 기대했던 그 즐거움은, 그 성취감 따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역겨움과 끔찍함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전투하면서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들이 파도처럼, 쓰나미처럼 그들에게 몰려든다.

         

       유예되었던 감정과 감각.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이면에 존재했던 대가가 그들을 찾아온다….

         

       “우우웨에에엑!”

         

       “우웩!”

         

       더럽다.

       타오르고 있는 사람을 베었을 때의 그 감각.

       살면서 겪을 일이 없을, 겪고 싶지도 않은 그 촉감이 또렷하게 손에 남아있다.

         

       화장터에서도 맡지 못할 사람이 실시간으로 불타오를 때의 냄새가 후각을, 잿더미처럼 변해버린 사람이었던 것의 잔해가 시각을, 코를 통해 들어오는 재와 고기 굽는 냄새가 혓바닥에 내려앉으며 인육의 맛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만들며 미각을 괴롭힌다.

         

       …

       라가.

       등불의 라가.

       우리는 불꽃이요 장작이다.

       탄센이여, 탄센이여.

       우리는 등불이다….

       …

         

       “이런 제기랄, 아직도 저놈들 말이 귓가에 맴돌잖아….”

         

       저놈들이 몸에 불이 붙은 채로 그렇게 소리치던 말들.

       대관절 알 수 없는, 알고 싶지도 않은 이상한 주문 같은 것.

       그것이 귓가에 맴돈다.

       오감을 일깨우며, 그들을 괴롭힌다….

         

       …무인들은 직감했다.

         

       오늘 일이 평생 기억이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욱, 제기랄! 돌아가자! 중국은 무슨…. 제기랄!”

         

       그렇게 무인들은 끔찍한 경험을 겪은 채 버스를 타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토사물과 잿더미, 전투의 흔적만이 남은 이 악몽 같은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이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착각하던 무인들을 비웃듯 온갖 역겨움과 끔찍함을 안겨준 경험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서….

         

         

         

        * * *

         

         

       꿈틀.

         

       토사물과 재.

         

       『 성스러운 책에 기록되기를 기근은 항상 그들의 종과 나타난다. 새까만 구름처럼 몰려들며 굉음과 같은 날갯짓으로 모든 곡물을 갉아먹고, 시체를 갉아먹으며 자라나며 음식을 오염시키며 사람들을 굶주리게 만든다. 어떤 것은 끓어오르는 검은 증기처럼 이리저리 어지러이 움직이며 사람을 현혹하다가 사람들의 배를 튀어나오게 하는데, 말라비틀어진 몸에 불룩 튀어나온 배에는 아기도 무엇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고통만이 가득하다. 』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그것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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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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